지난 8일 황모(32)씨는 '오피넷(opinet.co.kr)'을 통해 가장 가격이 싸다는 남구의 B주유소를 찾았다. 이곳의 경유가격은 ℓ당 1천869원. 황씨는 "모 은행에서 제공하는 매달 10, 20, 30일마다 130원의 할인을 해주는 카드를 사용하면 ℓ당 1천739원이라는 싼 값에 주유를 할 수 있겠군"이라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뒤 "가득이요"를 외쳤다. 하지만 과연 황씨의 이 계산법이 맞을까?
고유가 시대를 헤쳐나가는 전략 중 하나로 신용카드사의 '주유할인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생각지 못한 '속임수'가 들어있다. 주유할인의 기준이 주유소 '판매가격'이 아니라 정유사의 '고시가격'에 따르고 있기 때문. 고시가격이란 정유사가 매달 한차례 카드사에 통보해 주는 것으로, 전국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정유사가 산출한 가격이다.
예를 들어 정유사가 카드사에 통보한 6월 고시가격이 ℓ당 1천900원이고, 고객이 100원 할인받는 카드를 쓴다고 하자. 주유소 판매가격이 ℓ당 1천900원이라면 고객은 100원을 할인받아 1천800원에 주유를 하지만, 주유소에서 ℓ당 1천850원에 판매를 하더라도 카드할인 기준가는 여전히 1천900원이기 때문에 실제 할인은 50원에 그치는 것.
이런 논리대로라면 할인카드를 사용할 경우 운전자가 굳이 판매가격이 싼 주유소를 애써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주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의 터무니없는 정책 때문에 싼 주유소든 비싼 주유소든 동일한 기준가격과 할인폭을 적용받아 결국 실구매가는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싼 대구 지역의 주유소에서는 할인폭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ℓ당 40원 할인카드를 사용할 경우 아예 할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또다른 문제는 눈속임 가격 표시. 운전자들은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 찾기에 열심이지만 '현금판매가' 바로 아래 붙어 있는 '카드할인가'를 보고 눈속임을 당하기 일쑤다. 심지어 어떤 주유소는 수십m 전방에 '카드할인가'만을 표시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7월 1일부터는 이런 '카드할인가' 표시제도가 일부 바뀌었다. 주유소 가격판 맨 상단부터 현금판매가를 휘발유, 경유, 등유 등의 순으로 표시한 뒤 카드할인가는 할인 카드의 종류와 함께 하단에 별도로 표기해야 한다. 대구주유소협회 도명화 사무국장은 "카드할인가 표시가 고객을 속인다는 비난 여론이 많았다"며 "고객이 한눈에 보기 편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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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몹쓸놈들...어쩜 속여먹을까 별별 머리를 다 굴리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