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승아 너 세례 받아라."
초대형 주체탑이 감시하등 내려다보는 평양 시가를 걷고 있던
철승에게 어머니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 세례가 뭡니까? 어머니?
난생 처음 듣는 세례라는 단어에 철승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철승은 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덩달아 목수리를 낮췄다.
다행히 만수대 분수 쪽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유아 세례 받았다.
너도 세례를 받아라." 철승의 어머니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앞을 보며 말했다.
그 후로도 어머니는 기회가 될 때마다 철승에게 세례를 받으라고 강권하셨다.
세례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받는 것인지 언질이라도 주면 좋으련만
어머니는 세례를 받으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철승은 답답했지만 주변에 보는 눈을 의식해서 더 이상은 묻지 않고 입을 닫았다
그런데도 세례를 받으라는 어머니의 요구는 그칠 줄 몰랐다.
"도대체 세례를 어디서 어떻게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어머니의 당부은 철승의 뇌리에서 맴돌았다.
진저리가 쳐질만큼 세례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별다른 뽁족한 수가 나올 리 없었다.
야속하게 세월만 흘러가 어머니에게 세례라는 말을 처음 들은지 어쨌든 십 년이 되었다.
그 즈음 중국에 나온 철승은 우연한 기회에 일꾼의 아내를 만나 도움을 받은 일이 있었다
"세례가 무엇입니까?
"간부복 입은이 사람 여기서 합니까?"
철승이 다짜고짜 일꾼에게 사진을 들이 밀며 물었다
몇 사람이 십자가 앞에 모여 찍은 사진이었다 일꾼은 목회자가 가운을 입고
사진 속에 무리 가운데서 있었다"가운 입은 사람이 전입니다만 무슨..."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철승이 낚아채듯 찾아온 용건을 속삭포처럼 쏘아댔다
" 세례가 무엇인지 알려 주시오. 어머니는 제가 세례를 받기를 원하십니다.
그런데 도통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왠지 교회에 가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에 친척 방문으로 중국에 나온 김에 교회당 문 앞까지 갔었습니다
그런데 신고 당할까 봐 가려다 말고 문고리만 몇 번 잡아 보고는 뒤돌아섰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제 친척 집에 갔다가 선생님 사진을 봤단 말입니다
간부복 입은 선생님을 보는 순간 내가 그토록 소원했던 세례가 무엇인지
알려 줄 뿐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바로 달려왔습니다."
철승은 쉬지 않고 말했다 눈빛은 간절하다 못 해 애절했다
철승의 이야기는 분명히 놀라웠지만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는
조심스러워 일꾼은 주저했다
북한에서 보낸 특무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혈구는 일단 기도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사정이 급하시겠지만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다시 이야기합십시다 아침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철승과 헤어진 일꾼은 기도로 하나님 앞에 나아갔다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디모데후서 4장 2절 말씀이 떠올랐다. 이 모든 일이 북한이 꾸민 덫이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은 기도가 깊어질수록 잡아가도 그만이지 하는 담대함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