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본마음]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조사(祖師)들의 오도송(悟道頌)은 후학들의 가슴을 용솟음치게 한다. 현암스님은 돌멩이가 대나무에 ‘탁’ 

부딪치는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한다. 그래서 ‘현암격죽’이라 한다. 유정대사는 새벽에 수탉이 홰를 치는 소리에 대각(大覺)을 챙겼다 하니 돈오(頓悟)의 그 순간은 과히 환상적이다.

그럼 깨달음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느닷없이 나타나는 것일까? 깜깜하던 이 마음이 뇌성 번개가 내려치듯, 일순간 엄청난 광명이 쏟아지는 것인가? 도대체 깨달음이란 어떤 형식으로 표출되는 걸까?

열반한 성철스님은 몽중일여(夢中一如)가 깨달음이라고 제시하였다. 또 조사어록(祖師語錄)에는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을 묻는 ‘조사서래이(祖師西來意)’와 뜰 앞의 잣나무 ‘정전백수좌(庭前栢樹者)’라는 선문답만이 깨달음의 증표가 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처럼 깨달음의 증표는 말할 수 있어도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과정은 언급이 없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깨달음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수행이란 깨달음의 여정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깨달음은 일순간에 다가오는 것인가, 아니면 점차로 서서히 작은 깨달음에서 큰 깨달음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인가?

깨달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1.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 것일까? 2. 나에게만 오직 일어나는 특별한 현상의 법희선열(法喜禪悅)일까? 3. 깨달음과 법력의 상관관계는 없는 것인가?

스승의 인가를 받아야 만이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깨달음은 기득권의 전통에 불과하다. 초조 달마대사에서부터 

5조 홍인대사까지 스승의 인가를 대신하는 현판을 받아야만 했다. 그 후 6조 혜능에 와서야 비로소 깨달음을 증명하는 현판을 불태우면서 전통을 없애버렸다.

법력이 없는 깨달음은 사상누각임에 틀림없다. 법력이란 무엇이며 법력을 키우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수행의 방법론 중에서 빠뜨릴 수 없는 법력의 생산과정은 어떻게 보면 핵심중의 핵심이다. 선승이 법력이 없다면 땡중 임에는 틀림없다. 선승이 무당의 초능력을 부러워하거나 결코 동경해서는 안될 일이다. 선승이라면 당연히 법력이 있어야 한다.

불전(佛典)에 이르기를 법력(法力)이란

“먼저 자신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나서

다른 사람도 청정하게 해주며,

먼저 자신이 피안으로 건너가

다른 사람도 건너게 해주며,

먼저 자신이 해탈하고 나서

다른 사람도 해탈케 해주며,

먼저 자신이 니르바나에 도착하고 나서

다른 사람도 니르바나에 도착케 하는 것이 불력(佛力)이다.”

깨달음이 법력의 최대치를 말하는 것이라면 법력의 존재를 탐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법력이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법력이란 맑음의 대명사다.

예수가 이르기를 “이곳에 오는 모든 이들에게 평화를!”

법력은 곧 성령이며 맑음의 에너지인 것이다. 고통과 환란에 허덕이는 중생들을 보살피고 어둠을 걷어내는 힘- 이웃의 질병과 절망을 해결하고, 인간의 탐욕과 허영을 뉘우치게 하는 맑음의 에너지가 곧 법력인 것이다.

그럼 법력이란 초능력과 신통인가? 물론 그들을 포함한 모든 맑음의 에너지이며, 교회의 성령(聖靈)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법력은 우리가 가진 모든 번뇌는 물론 질병을 퇴치하고 안락과 평화를 선사할 뿐만 아니라 

차후 후학들에게 전등의 기회가 된다.

법력의 근간은 곧 맑음이다. 그럼 맑음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마음을 내려놓는 것’만으로 만들어 지는 걸까?

“마음을 기르는 데는 욕심을 작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하였다.

작다는 것은 없다는 것의 시작이다.

작게 하고 작게 하여 다시 더 작게 할 수 없음에 이르면

마음은 저절로 비워져서 신령하게 된다.

신령의 비춤이 밝음이 되고 밝음의 실상은 참이다.” -토정 이지함-

그러나 마음을 비운다고 해서 맑음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비우는 것은 초심자의 시작일 

뿐이다. 육식을 삼가고 채식으로 생명존중사상을 돋보이며 욕심을 작게 가지는 것은 육체적인 사건일 따름이다. 오직 길이 있다면 침묵의 정진, 선(禪)수행만이 법력을 확장할 수 있는 맑음을 배양할 수 있다.

선(禪)은 초월적 사유인가?

선(禪)은 정신적인 자기만족이나 영혼의 휴식은 아니다. 따라서 선이 어떤 목표나 목적을 가진 개인적 취향

이거나 혹은 정신적 위안을 찾아 안주하고자하는 주관적인 정화라고 추측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럼 선은 초월적 사유(思惟)인가? 사유란 생각과 연계되는 것으로 결코 선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생각을 

억제하기 위해 최면이나 자기최면식의 심리치료식 방편을 만들어 집중하는 행위를 선이라 말하지 않는다. 또 

선은 초자연적 현상, 신통과 영적인 세계와의 경험을 위한 것도 아니지만 그 실재를 부인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다.

소위 선은 주관과 객관을 초월하는 존재의 근원, 본성에 대한 존재론적인 자각이다. 따라서 본질을 즉각적으로 포착하는 통찰력의 지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심리적 관찰과 형이상학적인 숙고의 틀을 초월한 것이다. 좀 더 세련된 표현을 쓴다면 그것은 순수하게 영적(靈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선(禪)을 어렵고 힘든 고답적인 문장으로 해명한다는 것은 선(禪)수행을 점점 더 어렵게 할 따름이다. 

어쩌면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문장으로만 설명하는 까닭은 그들이 선을 정확하게 모른 탓에 빙빙 둘러서 가장

자리를 더듬는 결과일 수 있다.

선(禪)이란, 한마디로 말한다면 집중의 한 형태일 따름이다. 그렇다고 집중만이 선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특별한 무엇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바로 묘한 작용(妙用)이다.

“내가 만약에 마음의 본체를 알고자 하면

다만 일체 선악을 모두 생각하지 아니해야 한다.

그러면 저절로 청정한 마음의 본체에 들어가서 지극히 그윽하면

묘한 작용(妙用)이 항하 모래 수처럼 많을 것이다.”

-달마어록-

깊은 침묵의 정진에서 드러나는 묘한 작용(妙用)은 선(禪)의 이해와 함께 언제나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침묵의 정진, 그것은 무위법이어야 한다. 무위(無爲)란 ‘함이 없는 함’이다. 의식으로 진행되는 선(禪)의 기교나 비법이 없는 ‘구하거나 의지하거나 상을 짓지 않는’ 정진을 말함이다. 묘한 작용(妙用)은 무위를 대변하는 전초

기지다.

의식을 동원하여 활용하는 유위법은 그 어떤 순수한 목적이 있을지라도 결코 무위법일 수는 없다. 설혹 깨달음을 위한 방편일지라도 의식의 동원은 자기최면의 심리치료용에 불과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선승(禪僧)과 무당(巫堂)은 얼핏보면 구분할 수가 없다. 승복으로 갈아입고 엄숙히 부처에게 

기도하는 모습은 누가 누군지를 구별하기 힘들다. 하지만 무당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목적이 있다. 화를 

물리치고 복을 구하는 그들과는 달리 선승은 목적이 없다, 목표도 없다. 굳이 거론한다면 깨달음을 향한 일구

월심이 있을 따름이다.

그럼 왜 모든 수행법이 유위법으로 시작되는가? 침묵의 정진이란 집중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그러나 마음을 집중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생각이 꼬리를 문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생각의 파편을 잠재우지 않고는 도저히 집중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방편이 필요한 때다. 유위법의 등장은 이곳에서 시작되는 듯하다.

마음의 눈으로 보는 관법이나 알아차림. 손바닥에 기(氣)가 있다는 의념수련,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한점에다 던지는 자기최면식 수행법은 의식의 활용과 동원에서 비롯된 심리치료용의 한부분일 따름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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