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비백산(魂飛魄散)
[魂 넋 혼 / 飛 날 비 / 魄 넋 백 / 散 흩을 산]
혼비백산은 너무 놀라 정신(넋)을 잃을 지경인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혼백은 순 우리말로는 넋이라고 합니다.
넋을 잃다, 넋이 나가다는 무엇인가에 온통 정신을 뺏기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글자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음양론의 관점에서
`혼` 과 `백` 의 미묘한 차이점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사람의 정신(넋)은 양의 기운인 `혼` 과 음의 기운인 `백`으로 나뉩니다.
평소에는 인체속에서 잘 조화롭게 있던 `혼` 과 `백` 은
사람이 죽으면 각각 인체를 빠져 나옵니다.
그런데 양의 기운인 `혼`은 가벼운 양의 성질 때문에 공중으로 날아가고
음의 기운인 `백`은 무거운 음의 성질 때문에 땅 위로 흩어집니다.
이때 하늘(공중)으로 올라간 `혼`은 잘 모셔지면 신(神)이 되지만
땅 위로 흩어진 `백`은 잘 모셔지지 못하면 나쁜 기운을 가진 귀(鬼)가 됩니다.
사람의 사후 `혼`을 모신 곳을 사당, `백`을 모신 곳을 무덤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태를 글자 그대로 표현한 말이 혼비백산인데
혼은 날아가고[飛 날 비] 백은 흩어집니다.[散 흩을 산]
혼(魂)이라는 말도 뜻을 나타내는 귀신 귀(鬼=귀신,영혼의 뜻)자에
소리를 나타내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다의 뜻을 가지는 云(운→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云(운)은 소리를 나타내는 동시에
수증기가 하늘에 올라 자욱이 퍼지는 모양을 가리키는데
구름 운(雲)은 비(雨)가 공중에 수증기의 형태로 떠 있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한편 백(魄)은 음의 성질 때문에 공중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땅 위로 흩어집니다.
흩을 산(散)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보면
고기(肉)를 뜻하는 육달월(月)部가 들어있어서
토막난 고기덩이가 땅 위로 흩어진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비(飛)와 산(散)의 비슷한 사용 예로 풍비박산(風飛雹散)이 있는데
바람은 날고 우박은 흩어진다는 뜻입니다.
간혹 `풍지박산, 풍지박살` 이라고 쓰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풍비박산의 잘못된 표현입니다.
결론적으로 혼비백산은 음양의 성질을 매우 잘 표현한 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잘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