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본격 출시… 스타일 살리느라 편의성은 일부 희생
신형 아반떼 시승기 및 구매가치 정밀분석
신형 아반떼는 국내 준중형차의 최강자가 ‘더욱 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문제될만한 부분이 일부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향상된 부분의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크다.최근까지 현대차는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가격인상 논란을 빚으며 수많은 안티팬들을 양산했다. 하지만 이번 신형 아반떼의 경우 가격인상이 멈췄다고 보여질만큼 판매가가 많이 ‘착해졌다’. 국내 준중형급에서 압도적인 상품성을 갖고 태어난 신형 아반떼가 가격까지 매력적으로 변했다는 것은 이 차량이 8월 이후 내수시장에서 큰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케 해준다.
또 가격정책 면에서도 ‘옵션 신공(옵션을 통해 최종 가격을 높이는 일종의 판매수법)’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현대차의 기본 흐름에 큰 전환을 맞았다고 해도 좋을 만한 변화가 엿보인다. 신형 아반떼는 안전장비를 기본으로 장착해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대신 성능·안전에 크게 상관 없는 장비를 옵션으로 빼는 등 지금까지 현대차에서 보기 힘들었던 ‘바람직한 옵션 구성’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는 사실상 첫 모델이다.
8월 2일 출시되는 신형 아반떼를 지난 27일 강원도 평창 인근에서 시승했다.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정선 아우라지까지 약 70km 구간을 왕복하는 코스였다. 대체로 강원도의 굴곡진 산길을 달렸고, 중간에 잠깐 영동고속도로로 들어가 고속주행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차량 시승의 경험과 그동안 몰아본 다양한 비교 차종의 주행 경험을 바탕으로 신형 아반떼의 디자인·주행성능과 구매가치를 분석해 본다.
- ▲ 27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신형 아반떼 시승회 행사의 한 장면. /최원석 기자
◆크기와 외부 디자인
신형 아반떼의 크기는 길이 4530mm, 폭 1775mm, 높이 1435mm로, 구형에 비해 25mm 길어졌지만 폭은 그대로다. 대신 높이는 45mm가 줄었다. 높이가 상당히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그만큼 최근 유행하는 4도어 쿠페(옆문이 4개 달린 세단 스타일이면서도 지붕이 낮아 날렵해 보이도록 꾸민 차)를 표방했다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YF쏘나타차럼 과감하고 공격적인, 그리고 차체 표면의 선을 매우 대담하게 구사한 것이 인상적이다.
- ▲ 신형 아반떼의 옆모습. 앞쪽의 헤드램프 뒤쪽 끝에서 나온 선이 도어 패널과 옆 유리창 사이의 수평선을 지나 옆유리창 뒤쪽에서 점으로 이어지는 구성이 차량의 날렵함을 강조한다. 신형 아반떼는 지붕이 낮은 쿠페 스타일을 채용, 4도어 패밀리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스타일리쉬하다. /최원석 기자
그러나 쏘나타가 앞과 뒤를 쫑긋하게 모아주는 스타일이어서 마치 차량 가운데에 스트로를 꽂아 부풀린듯한 느낌을 주는데 비해, 신형 아반떼는 그런 느낌의 모습은 전혀 아니다. 특히 앞모습에서는 지면을 당당하게 움켜쥐고 있는 듯한 강렬한 포스가 느껴지며, 앞쪽의 가운데로 몰리는 느낌 대신 전면을 향해 모든 디자인 요소가 일직선으로 치고 나가는듯한 역동성을 보여준다.
- ▲ 신형 아반떼의 앞쪽 정면. 헤드램프의 다자인이 마치 개구리 눈 같다는 평가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전세계 어떤 준중형차에도 뒤지지 않는 강렬한 존재감과 완성도를 만들어냈다. /최원석 기자
외형의 느낌·존재감 또는 프로포션(비례감)을 포함한 차량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크게 나무랄데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YF쏘나타의 경우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디자인에 대해 호오(好惡)가 엇갈리는 부분은 있지만, 디자인 완성도 면에서는 대단히 뛰어난 차였다. 특히 옆면의 앞쪽에서 뒤쪽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일부 선 요소가 많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만큼 뛰어나다.
신형 아반떼의 경우는 그 같은 장점이 더욱 강렬하게 발휘되고 있다. 특히 정면에서 45도 각도로 차량의 높이보다 약간 높은 눈 높이에서 정측면으로 바라보면 이 작은 차에서 뿜어져나오는 존재감이 대단하다. 앞모습은 보는 사람에 따라 개구리의 눈을 연상케 할만큼 다소 튀는 경향이 있긴 한데, 어쨌든 공간을 장악하는 매우 강력하면서도 아름다운 앞모습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는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 ▲ 신형 아반떼의 뒷모습. 난초의 날카로움을 형상화했다는 YF쏘나타의 테일램프 디자인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콤팩트해진 느낌이다. 오른쪽 테일램프 위에 직분사를 뜻하는 'GDi(Gasoline Direct injection)'라는 빨간색 글자장식이 붙어 있다. /최원석 기자
◆실내 패키지 및 공간 활용성
실내 디자인은 외부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선이 넘실댄다. 그러나 과도한 수준의 선이 아니라, 나름 절제되고 세련된 맛이 느껴지는, 조형적인 부분은 물론 사소한 기능성까지 세심하게 배려된 수준급의 실내 패키지다. 대시보드의 형상은 YF쏘나타에서 봤던 것처럼 중앙 부분이 앞쪽으로 돌출되면서 양쪽 좌석 공간은 차량의 앞쪽으로 옴폭 패인 형상을 하고 있다.
실내 마감재질 면에서는 최근 현대·기아차 준중형급에서 나타났던 과도한 원가절감 흔적이 상당부분 사라졌다. 쉽게 말해 돈을 아끼는 쪽으로만 이동했던 현대·기아차 중소형급의 실내 패키지가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기아차 포르테가 처음 나왔을 때 준중형급인데도 불구하고, 대시보드가 두드리면 탕탕 울릴 정도로 저가형 사출 플래스틱이 사용됐고, 지붕의 마감소재 역시 가장 싸구려에 속하는 부직포 소재로 바르는 등 내장에서 원가절감을 너무 심하게 했다는 느낌이 컸다.
- ▲ 신형 아반떼의 운전석 공간. 페달에 알루미늄을 덧대고, 대시보드는 말랑말랑한 우레탄폼으로 입히는 등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또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유려한 선처리, 블랙과 메탈 색상의 플래스틱 소재 배치, 각종 버튼류의 배치 등이 조화로우면서도 흥미롭다. /최원석 기자
- ▲ 앞쪽 도어트림에 휴대전화를 수납할 수 있는 홈(사진 중앙)을 만들었다. 크기가 형상면에서 어떤 크기의 휴대전화를 넣어도 문제 없을만큼 편의성이 뛰어나다. /최원석 기자
전반적인 실내 패키지 수준은 국내 최고인 것은 물론, 전세계 어떤 경쟁업체와 비교해도 경쟁력에서 뒤질게 없어 보인다. 사실 신형 아반떼가 이 정도로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하고도 기본형 가격을 1490만원(자동변속기 기준)으로 맞춘 것은 현대차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신형 아반떼는 현재는 울산 본사공장에서만 생산되지만, 2011년 미국 앨라배마 공장, 2012년 중국 베이징 3공장에서도 생산될 예정이다. 2012년 기준 연간 생산규모가 40만~50만대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단가는 그 자체의 가격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다량으로 사용되는냐에 다라 결정된다. 연간 40만~50만대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부품은 완성차 입장에서 좋은 부품을 싸게 쓰는 것이 상당부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상품성의 차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현대차 정도이니까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최근까지 국산차의 가격인상 행진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게 사실이지만, 이 정도 수준의 가격을 1000만원대 중반에서 구입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어디서나 가능하지 않다는 점 역시 틀리지 않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신형 아반떼는 가격대비 상품성 면에서 전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무방하다. 물론 완성차의 실력, 그리고 국내 부품업체의 실력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이지만, 물량의 힘이 주는 규모의 경제 때문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이 가격의 차량으로서는 대단히 뛰어난 실내 패키지이지만, 조금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조수석 앞쪽 글로브 박스의 내부 바닥은 보통 약간의 쿠션이 있는 고무 소재 등을 써서 내부에 물건을 넣어도 이리저리 밀리지 않고 달그락거리지 않도록 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신형 아반떼 글로브 박스의 경우 그냥 사출플래스틱 그대로다. 또 운전석시트 왼쪽 아래에 트렁크 및 주유구 계폐 레버가 배치돼 있는데, 다소 위쪽을 떠서 돌출된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전체적으로 세련된 느낌의 운전석 공간에 통일성을 조금 저해하는 부분이 있다. 아래쪽으로 좀더 내리거나 뒤쪽으로 당겨 마감하면 좋을듯 싶다. 또 트렁크 안쪽 천장의 양쪽에 6대4로 나눠서 접히는 뒷좌석 시트를 트렁크 쪽에서 레버만 당겨 눕힐 수 있도록 했는데, 트렁크 안쪽에 레버를 만든 것은 매우 훌륭하지만, 레버와 뒤좌석의 고정부분을 연결해주는 케이블이 트렁크 안쪽에 양쪽으로 늘어져 있는 모습은 조금 보기 좋지 않다. 트렁크 위쪽으로 고정해 붙이든지 하는 방법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
- ▲ 신형 아반떼의 트렁크 공간. 구형보다 공간 활용성이 더욱 좋아졌다. 뒷좌석의 6대4 분할시트는 트렁크 쪽에서 레버를 잡아당겨 열 수 있도록 만들어 편의성을 개선했다. /최원석 기자
위의 부분들은 사소한 것으로 차량 출시 직전 또는 차량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완벽하게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고, 사실 바뀌지 않더라도 대세에 지장 있는 부분도 아니다.
그러나 소비자에 따라 상당한 불만요소가 될 부분이 하나 존재하기는 한다. 바로 탑승자의 헤드룸(머리쪽 공간)이 적다는 것이다. 이는 쏘나타에서도 일부 지적된 것이기는 했지만, 쏘나타는 중형세단급으로 실내 길이가 아반떼보다 길기 때문에 어찌보면 그냥 넘어갔던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반떼의 경우 쏘나타에 비해 탑승자 공간의 길이가 짧기 때문에 이 같은 부분이 더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 ▲ 신형 아반떼는 지붕이 중간부분에서 뒤쪽으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쿠페 형태를 채택하고 있다. 스타일면에서는 매력적이지만, 뒷좌석의 머리공간이 약간 줄어들고 타고 내릴 때도 키가 큰 사람의 경우 머리 부분이 지붕 쪽에 일부 닿을 우려가 있다. /최원석 기자
운전석의 경우도 전면 유리창의 경사도가 높고 쿠페 스타일로 지붕 라인이 낮게 형성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앞쪽 위 공간이 약간 답답해 보이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눈 앞에 느껴지는 지붕의 높이가 운전자 머리쪽으로 갈수록 위로 올라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실제 운전석의 머리 공간에는 여유가 있다. 따라서 운전자 머리가 지붕에 닿는다거나 하는 일은 여간해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뒷좌석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구형 아반떼도 뒷좌석 공간이 그리 비좁다는 느낌을 주는 차는 아니었는데, 신형은 구형보다도 휠베이스가 약간 늘어났기 때문에 뒷좌석 탑승자의 레그룸(다리쪽 공간)은 충분해 보인다. 오히려 준중형차급에서 기대하는 것보다도 더 여유롭다. 사실 이 정도 크기의 차량이 십수년 전의 국내 중형세단 크기와 맞먹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중소형차에서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의 여유로운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뒷좌석 탑승자의 헤드룸이다. 신형 아반떼는 지붕 라인이 중간부분을 기점으로 트렁크 쪽을 향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차량의 길이가 좀더 확보됐더라면 머리 공간을 좀더 만들어내면서 디자인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려내는 설계가 가능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아반떼는 준중형차이지 중·대형차가 아니다. 따라서 디자인의 완성도의 실내 패키지의 편의성을 완벽하게 조화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고, 스타일을 살리기 위해 편의성을 일부 희생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신형 아반떼는 약간 키가 큰 사람이 뒷좌석 헤드레스트 쪽으로 머리를 기대면 머리 위쪽이 천장과 닿는다. 똑같은 이유로 뒷좌석의 승하차 용이성 역시 약간 나빠졌다. 지붕이 뒤쪽에서 급격하게 아래로 떨어지다 보니, 뒷좌석에 탑승할 때 머리를 의식적으로 숙이지 않으면 탑승할 때 머리가 지붕 쪽에 부딪칠 우려가 있다.
이는 같은 현재 준중형차에서도 i30 같은 해치백에서는 발생하지 않으며, 구형 아반떼에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이다. 신형 아반떼처럼 쿠페 스타일을 채용하지 않은 르노삼성 SM3나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에서도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결국 이 부분은 한국의 준중형차 소비자들이 스타일을 위해 편의성을 얼마나 감내해줄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시 말해 뒷좌석에 사람 탈 일이 별로 없고, 신형 아반떼의 날렵한 스타일에 매료된 소비자라면 이런 부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뒷좌석에 어른을 자주 태우거나 아이와 함께 어른이 동승하는 경우가 많은 소비자라면, 이같은 뒷좌석 헤드룸 문제나 승하차의 편의성의 희생이 의외로 큰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
◆동력성능, 승차감 및 정숙성
신형 아반떼의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구동계통, 동력이 열차처럼 꼬리를 물고 전달되는 일련의 부품들이라는 뜻에서 ‘power train’이라고 부른다)은 구형에 비해 가장 크게 개선된 부분이다. 보통 엔진이 크게 좋아지거나 변속기가 크게 좋아져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신형 아반떼의 경우는 양쪽 모두에서 눈에 띄는 개선이 이뤄졌다.
- ▲ 신형 아반떼의 엔진룸. 신형 아반떼는 1.6L 직분사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국내 동급 최고인 14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변속기의 변화는 더욱 크다. 현대차는 작년에 그랜저급부터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전륜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기 시작, 쏘나타에 이어 드디어 준중형차인 신형 아반떼까지 6단 자동을 얹었다. 기존 아반떼나 i30에 들어간 4단 자동변속기는 변속기 자체의 신뢰도나 시내주행시의 가속감 등에서는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특히 고속주행시 톱기어(가장 높은 단, 아반떼·i30은 4단이 톱기어임)에서 엔진회전수를 떨어뜨려 연비를 높이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 큰 아쉬움이었다. 다시 말해 i30을 예로 들면, 4단 자동기어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면 엔진회전수가 3000rpm에 이른다. 따라서 고속으로 정속주행할 때 연비면에 크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신형 아반떼의 경우 엔진의 힘이 구형보다 좋아진데다 또 기어비를 4단 자동에 비해 촘촘하게 깔 수 있기 때문에, 출발 및 중저속 가속력도 좋아졌지만, 6단 톱기어에서 시속 100km로 달릴 때 엔진회전수가 2150rpm 정도로 낮게 형성된다는 장점이 크다. 따라서 고속도로를 시속 100km로 계속 달리는 상황을 가정해 볼 때 신형 아반떼의 연비가 훨씬 더 잘 나올 것이 당연하다. 일단 신형 아반떼의 자동변속기 기준 공인연비는 L당 16.5km로 내수 동급 모델 가운데 최고다. 실제 주행연비 면에서도 구형에 비해 8~9% 정도 향상이 예상된다.
가속력은 1.6 직분사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예상보다 그리 대단하지 않았지만, 구형에 비해서는 분명 개선됐다. 국산 준준형차 가운데서는 단연 최고다. 특히 엔진 파워와 6단 변속기의 매칭(조합 능력) 면에서 경쟁사보다 월등하기 때문에, 출발가속은 물론 주행중에 추월하는 가속력에서도 국내 동급 차량 가운데 단연 뛰어나다. 그렇다고 폭발적인 가속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엔진 배기량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애초부터 파워보다는 연비 위주의 설정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승차감은 지나치게 출렁거리지도 단단하지도 않다. 비교 대상으로 얘기하자면, 구형 아반떼의 물렁한 서스펜션과 i30의 비교적 단단한 서스펜션의 중간쯤 된다. 직선을 달릴 때의 승차감은 준중형차급에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며 꽤 만족할만하다. 특히 급코너를 고속으로 돌아나갈 때도 노면조건이 좋은 곳이라면 단 한번의 운전대 조작으로 앞바퀴가 방향을 깔끔하게 읽어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웬만큼 과격하게 운전대를를 조작해도 좀처럼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다만 과속방지턱을 고속으로 넘을 때 뒷 서스펜션이 ‘탕’하고 약간 가볍게 튀는 경향이 있다. 또 고속 코너링 등을 할 때 네 바퀴 특히 뒷 바퀴의 노면 접지 상태가 좋지 못할 경우 매우 과격한 방향전환시 뒷바퀴가 들리면서 다소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우려가 있지만, 일반인이 이런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운전할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 ▲ 신형 아반떼의 후륜 서스펜션. 구형은 멀티링크가 사용됐지만, 신형은 토션 빔 방식이 사용됐다.
현재 현대차의 경우 구형 아반떼와 i30은 후륜 서스펜션에 멀티링크 방식을 쓰고 있고, 기아차의 포르테, 쏘울은 전부 토션 빔 액슬 방식이다. 르노삼성의 SM3와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도 모두 토션 빔 방식이다. i30의 경우 국내 준중형차 가운데서는 코너링이 탁월한 편인데, 이는 후륜에 멀티링크 방식을 쓴데다 서스펜션 세팅이 단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형 아반떼가 구형에 비해 ‘다운그레이드’라 할 수 있는 토션 빔을 후륜에 썼다고 해서, 반드시 승차감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현대차가 준중형차급에서 설정한 가격대, 차체 경량화를 통한 연비향상, 트렁크 공간 확대를 통한 편의성 증대 등의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토션 빔으로 갔을 것으로 생각되고, 또 현대차의 차체 설계 능력의 향상으로 인해 토션 빔으로 썼다고 해서 과거처럼 저급한 승차감을 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신형 아반떼로 산길의 와인딩로드를 고속으로 넘나들기를 원하는 이라면, 멀티 링크 대신 토션 빔을 썼다는 점에 대해 일부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제로 여간 과격한 운행조건이 아니면, 운전의 느낌만으로는 후륜에 토션 빔을 썼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에, 승차감에서는 문제될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신형 아반떼에서 현대차가 토션빔을 가지고 보여준 뛰어난 코너링 승차감 세팅 능력을 만약 멀티링크로 구현했더라면, 더욱 뛰어난 성능이 나왔으리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참고로 이 급에서 전세계 대부분의 차종은 후륜에 토션 빔을 사용한다. 중소형차급 핸들링의 교과서로 불리는 폴크스바겐 골프의 경우에도, 4세대까지는 토션빔을 썼으며, 5세대부터 멀티링크로 바뀌었다.(현행 모델은 6세대). 또 폴크스바겐의 준중형세단 제타 미국판매 모델의 경우도, 현행 모델은 후륜에 멀티링크를 쓰지만, 올 연말부터 판매되는 신형은 토션빔으로 바뀐다. 서스펜션 기술의 발전과 원가절감 등 다양한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아반떼급에서 이런 논쟁은 어떤 면에서는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 아반떼를 타는 사람들의 평균적인 특성을 감안할 경우, 현대차로서는 토션 빔을 최적으로 세팅해 내놓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 실제로 주행할 때의 종합적인 코너링 성능은 후륜에 멀티링크를 사용한 구형 아반떼보다 더 뛰어나며, 역시 토션 빔 방식을 사용한 르노삼성의 SM3보다는 비교 자체가 의미 없을만큼 뛰어나다. SM3의 경우 과격한 연속 코너를 빠른 속도로 돌아나갈 때 롤링(차량이 좌우로 휘청거리는 것)이 너무 심해서 주행라인을 한번의 조향으로 돌아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며, 주행안전성에서도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의 경우 나름대로 수준급의 코너링 실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차량이 상대적으로 무거워서인지 세팅의 끝마무리가 약간 모자라서인지 신형 아반떼와 코너링 능력을 비교한다면, 역시 신형 아반떼 쪽이 좀더 낫다고 할 수 있다.
실내 정숙성 면에서는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신형 아반떼에 들어간 직분사 엔진은 파워나 효율이 좋은 대신 엔진의 소음이 더 심한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개발 후반부에 소음을 잡기 위해 연구소와 상품팀 모두 사활을 건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주행시의 느낌은 저속에서 엔진회전수를 급격히 올리면 직분사 특유의 약간 새된 금속성 폭발음이 일부 들리지만, 중고속으로 갈수록 오히려 그런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특히 고속주행시 정숙성은 국내 준중형차량 가운데 발군이라고 할 수 있다.
르노삼성 SM3의 경우도 실내 정숙성이 매우 인상적인데, 이를 의식한 탓인지 고속주행을 해보면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신형 SM3의 경우 정숙성 면에서 월드 클래스의 수준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구형 아반떼나 i30를 몰았을 때에도 준중형차급의 수준으로서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신형 아반떼는 나름 조용하다고 생각했던 구형 아반떼에 대해 스스로 조용하지 않으니 크게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한 현대차 실무자들이 더욱 공을 들인 작품이다. 그러니 어떻겠는가. 신형 아반떼는 현대차가 한정된 비용 한도 내에서 구사할 수 있는 역대 최고의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관리능력이 어디까지인지를 증명해보이는 듯하다.
- ▲ 신형 아반떼의 후측면. 테일램프의 앞쪽 끝에서 뻗어나간 선이 옆의 도어 손잡이를 관통해 사라지는 선이 아름답다.
이는 엔진 자체의 각종 소음·진동 방지 대책, 엔진 마운트(차체 고정) 등의 개선 등으로 엔진으로부터 발생하는 소음을 최대한 억제한 것과 더불어, 엔진음과 타이어의 노면 마찰음, 바람 가르는 소리, 각종 외부 소음 등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낸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특히 자동차는 도어와 차체 사이에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소음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런 부분에서 신형 아반떼의 경우 차음(遮音) 흡음(吸音)에 대단히 신경을 썼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은 물론 기술력을 통해 극복이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이다. 신형 아반떼의 정숙성은 사실 전세계적으로 봐도 준중형 대중차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고 말할 수 있다. 신형 SM3와 비교하면 저속에서의 정숙성은 SM3가 약간 더 우세하거나 비슷한 편이지만, 중고속으로 가면 오히려 신형 아반떼가 조용하다.
그렇다고 해서 신형 아반떼가 렉서스만큼 조용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신형 아반떼 기본형은 직분사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넣고도 1490만원이다. 확실한 것은 전세계 평균 소비자들이 준중형차에서 기대하는 정숙성을 신형 아반떼가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다. ‘준중형차가 이 정도 파워트레인에 이 정도 정숙성을 갖고 있다면, 도대체 앞으로 나올 중형차, 중대형 고급차들은 모두 어쩌란 말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총평 및 구매가치
일부 단점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신형 아반떼의 가격 대비 상품성을 따져보면, 준중형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 단연 ‘머스트 바이(Must Buy) 아이템’이다. 국내 경쟁업체들이 상품성 및 가격조정을 해야할 정도의 ‘강력 스펙’이라 할만하다.
신형 아반떼는 사실 현대차 정도의 수준과 규모가 되는 회사가 총력을 기울여야 겨우 달성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일본업체들도 마이너업체는 아예 엄두를 낼 수 없고, 도요타 혼다 정도나 주먹을 불끈 쥐어야 반격을 꾀해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차량의 ‘돌고 서는 달리는’ 기본기 면에서 동급의 유럽 레퍼런스 차종만큼의 수준에 올라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정도의 차량을 이 정도의 가격에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꽤 행복한 일일 수 있다. 또 소비자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아니지만, 신형 아반떼가 한국의 대표 자동차회사 현대차의 힘과 저력을 전세계에 과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신형 아반떼는 올해 5개월간 약 8만대 내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신형 아반떼의 일부분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이도 나오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대다수가 이 차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준중형차 고객뿐 아니라, 소형차 고객 중형차 고객 가운데서도 신형 아반떼로 몰리는 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경쟁차종들이 전부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SM3가 스펙면에서 신형 아반떼에 일부 뒤지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SM3처럼 무난한 준중형차를 원하는 계층은 여전히 건재할 수도 있다. 과거처럼 현대차가 준중형차를 원하는 한국의 모든 소비자를 끌어안기에는 차가 너무 앞서나갔고 너무 스타일리쉬하기 때문이다. 성능은 나와 상관없고 그냥 무난하게 편하게 타는 준중형차를 원하는 계층은 신형 아반떼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전제조건을 단다 하더라도, 준중형차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신형 아반떼의 매력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첫댓글 갈수록 프로브엠엑식스 가 멀리 쳐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