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월간 해군 2016년 2웛호에 실린 졸작입니다.
우리 집 감초 음식 '어묵'
우리 가족은 모두 어묵을 무척 좋아한다. 집에서도 자주 반찬이나 간식으로 먹고 바깥으로 나갔을 적에도 주전부리로 어묵꼬치를 즐겨 먹는다. 특히 추운 겨울에 포장마차 등에서 따뜻한 국물과 같이 먹는 어묵꼬치 음식은 맛이 가히 일품이다. 추위도 녹이고 배도 채우는 어묵은 식도락의 즐거움을 유감없이 누리게 해 준다.
통상 어묵은 생선을 잘게 갈아 약간의 밀가루를 넣어 뭉쳐 튀기거나 굽거나 쪄서 먹는 음식을 말한다. 생선묵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어묵을 속어로 오뎅으로도 부르기도 하는데 일본어의 오뎅은 어묵과 무, 곤약 등을 넣고 끓인 탕을 말하며, 이들은 어묵과 오뎅을 엄격히 구별한다.
어묵은 일본에서 무로마치 시대 중기에 처음 만들어졌다. 한국에는 18세기 역관 이표가 쓴 요리책 ‘소문사설’에 “可麻甫串(가마보곶)”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그러나 소문사설에 나오는 가마보곶의 제작 방법은 어묵과 달라, 이것이 어묵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 수 없다. 한편 숙종 45년(1719년)의 ‘진연의궤’에 보면 "생선숙편"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이를 한국식의 어묵이라고 보기도 한다.
한국의 어묵은 본래 일제 강점기 시절에 들어왔으며, 우리나라 사람이 세운 최초의 어묵공장은 부산 부평동시장에서 시작한 동광식품이었다. 1953년에는 일본에서 어묵 제조기술을 배워 온 박재덕이란 사람이 영도 봉래시장 입구에 삼진어묵을 설립했다. 이것이 현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어묵 공장이다. 때마침 한국전쟁이 발발해 피난민이 대거 부산으로 유입되자 어묵생산은 호황을 맞아 널리 팔리게 되고 이때부터 어묵은 한국인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요즘도 어묵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건 아무런 부담 없이 먹는 서민의 음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시장이나 포장마차, 간이음식점 등에서 편안하게 먹고 즐긴다. 어묵은 반찬으로도 널리 쓰이고 술안주로도 각광받는다. 김밥의 재료로도 많이 쓰이고 도시락 반찬으로도 애용된다.
우리 집에서는 어묵으로 어묵탕과 어묵볶음을 즐겨 해서 먹는다. 어묵탕은 어묵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무나 파, 양파를 넣고 끓여 먹으면 된다. 국물이 시원해 맛이 좋고 특히 술 마신 뒤에 거북한 뱃속을 풀어주기 위해 먹으면 아주 좋다.
어묵볶음은 어묵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당근, 양파 따위를 넣고 같이 볶으면 된다. 맵게 먹고 싶으면 고춧가루를 넣으면 된다. 김치와 어묵볶음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을 먹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보통 이틀 내지 사흘에 한 번 정도 어묵 반찬이 밥상에 오른다. 자주 올라도 전혀 싫증이 나지 않아서 좋은 음식이 바로 어묵이다.
요즘 어묵은 많이 진화돼 갖가지 부재료가 든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어묵전시장에 가보면 온갖 희한한 어묵이 손님의 눈길을 끌고 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 정도로 다양한 어묵제품이 눈을 즐겁게 하고 식욕을 자극한다. 심지어 어묵크로켓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앞으로도 바다에서 나온 생선이 듬뿍 든 어묵을 자주 먹으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적극 누리고 싶은 게 나의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