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기세포 잃어버린 10년 / ③ 우리 장점 살려 다시 하자 ◆
지난 19일 오전 성남시 분당차병원 본관 3층의 '글로벌 스템 셀 임상센터'. 정상섭 신경외과 교수가 의료진 5~6명과 함께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 임상치료를 하고 있었다.
태아 중뇌에서 추출한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를 대량 증식한 줄기세포를 불과 몇 ㎜에 불과한 머리 구멍에 긴 바늘을 넣고 그 사이로 주입한다.
4시간에 걸친 줄기세포 수술을 마친 파킨슨병 환자는 경과 추이를 보기 위해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병실로 올라갔다.
분당차병원은 올해 파킨슨병 줄기세포치료 환자 20명 중 8명에 대해 임상시험을 마쳤다.
2011년 문을 연 이 센터는 수술실, 회복실, 주사실, 준비실, GMP(품질생산시설) 등 국내 대학병원 중 유일하게 줄기세포 전용 임상ㆍ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센터에서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황반변성 줄기세포 치료제를 비롯해 스타가르트병, 파킨슨병, 치매, 연골손상 및 퇴행성 관절염 등 환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 치료 임상시험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황성규 분당차병원 연구부원장은 "줄기세포 연구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기초기술 수준은 떨어지지만 임상 적용은 매우 뛰어나다"며 "제대혈ㆍ지방ㆍ조혈모이식 등과 같은 성체줄기세포는 매우 앞서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병원들 역시 줄기세포의 잠재성을 바라보고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미숙아의 사망과 합병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질환인 만성폐질환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은 미숙아 만성폐질환의 발병 위험성이 매우 높은 임신기간 24~26주의 초미숙아 9명을 대상으로 뉴모스템 치료제 투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특히 심한 미숙아 만성폐질환의 발병이 기존의 고위험군 미숙아들의 72%에 비해 줄기세포 치료군은 33%로 절반 이하로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에 사용된 치료제는 삼성서울병원과 메디포스트가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 중인 제품이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는 성과도 거뒀다.
서울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는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조혈모세포 이식 5000회를 달성했다.
조혈모세포 이식이란 백혈병, 악성 림프종 등 혈액종양 환자에게 혈액을 만드는 줄기세포를 이식해 주는 치료법이다.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타인 간 조혈모세포 이식, 제대혈 이식 등도 국내 최초로 성공해 줄기세포 치료 시대를 열었다.
서울대병원은 김효수 교수 연구팀이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심근경색 환자가 일반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보다 재수술률, 사망률, 스텐트 혈전율이 40% 정도 감소한 사실을 발견하면서 심근경색 환자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국내 줄기세포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정부 지원금액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줄기세포의 잠재력을 뚫어보고 연구에 매달리는 선구적인 과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줄기세포 분야의 강점은 우선 생명공학 분야에 뛰어난 역량을 가진 연구인력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또 세포치료제에 대한 풍부한 임상경험과 함께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 효능에 대한 임상 연구 성과도 많다.
한 대학병원의 줄기세포 연구팀 박사는 "줄기세포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많은 병원과 제약사들이 연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며 "기초연구나 원천특허 부재 등이 국내 줄기세포 산업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현재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연구를 시작해 범위를 넓혀나가는 것도 지금으로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약 4500개이며 이 가운데 약 10%에 해당하는 400~500개가 상용화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현재 3개 줄기세포 치료제가 나왔으며 임상이 진행 중인 치료제는 33개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