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小每勿島)기행문"(94)
2010.11.17. 예당 류재호.
* 필자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가을이 온다기에 마중나가 명산찿아 강호지락(江湖之樂:자연을 벗삼아 살어가는즐거움) 하던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가는 가을을 배웅하기위해 소설같은 낭만의 섬 산행으로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 위치한 소매물도(小每勿島)로 떠나본다.
오늘도 우리산사랑가족 50여명은 늘 마음속으로 동경(憧憬)하던 남도의소매물도 가을 풍경을 마음에 담기위해 6시30분출발. 부족한 수면을 취하다보니 날이밝으며 남도가 가까워진다. 해변을 끼고도는 도로변은 동백나무가 줄을 이으며 사이사이로 수복꽃이 이슬을 머금고 다복다복 피어있다.
바다를 끼고있는 늦가을의 산등성이는 다양한 무늬를 선사하고 있으며 아직도 끝자락의 단풍은 나무가 빨강.노랑.주황색으로 그림을그린 산문시(詩)다.
10시30분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구저항에도착. 옆으로는 지난2월에왔던 망산을보니 기억이새롭다.
하늘은 구름한점없는 에머랄드빛.코발트블루바다와 어울린 주위의 산경은 아침햇살을받아 동화속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다.
11시매물도구경3호 여객선에올라 소매물도로향한다.
통영하면바다요. 바다는 이순신장군 바다라고할수있다 ‘향수,를 쓴 시인 정지용(1902-1950)이 통영을 둘러본뒤 제 일성(一聲)으로 통영과 한산도 일대의 풍경과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고했다. 또한 통영은 시인과 소설가를 많이 배출시킨 문학의 메커이다.
토지의자가 박경리. 청마유치환. 김춘수.김상옥.윤이상 의 숨결과 향기가 있는곳. 청마유치환 문학관에는 님들의 주옥같은 시어들이 가득하다. 특히 유치환(1908-1967)은 중앙 우체국에않아 5천통의 연서(戀 書)을띄운 집착. 사랑이야기는 풋풋하다. 통영의 미륵산(461M)정상에서보면 발밑에수많은 섬들이 연꽃처럼 떠있다.
소매물도는 한산도넘어끝자락에 엎드려있다. 하얀포말선을 그리며 달리는 여객선을따라 끼룩끼룩 갈매기들은 유천희해(遊天戱海:하늘과 바다를 희롱하며논다.) 하며 지악스럽게 따라온다. 40분간의 뱃길은 특별하다.
주변의 아름다운 기암과 푸른초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매끄러운해안과 등대섬. 수문장처럼 우뚝서있는 오륙도 온갖매력을 갖추고 있으며 시시각각으로 다른형태를 보여준다.
저멀리 고기잡이 통통배도 갈매기때를 한아름 안고간다. 대매물도를거쳐 드디어 소매물도 선착장에하차. 150년이나 대를물려 살던곳인데 지금은 11가구에30여명 이 살고있으며 곰삭아 허물어지고 무너져내린 빈집들의자리에 새로지은 펜션들이 들어서고있다. 후박나무민박. 민.장씨민박. 하얀집민박. 주름진 얼굴의 80넘은 두할머니는 “두노인들의건어물가게”라는 팻말을 길가에 세워놓고 오순도순 말동무를하며 건어물좀사가이소한다.
모두정겹고 소박하다.
폐교된지 오래된 분교를지나 명소인 바람재에오르니 늙은동백나무와 후박나무들이 숲을이루고 길따라오르니 가장 높은 망태봉(157M)이다.
소매물도는 옛날에는 웃매미섬이라고 불도렀고. 매물도옆 작은 섬이라는 뜻이며 인근의 대항. 당금부락에서 매물(메밀) 을 많이 생산하여 부르게된지명이다.
정상에서 보는전망은 북서쪽에는 가익도(加益島). 남동쪽에는 등가도 (登加島)가 중세유럽의 성과도같이 바다위로 불쑥솟은 특별한풍경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8경중의 하나인 소매물도의 백미(百媚). 등대섬은 하얀 동화속의 신비스런 풍경이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사이는 자라목같은잘록한70M의 열목개 몽돌길로 이어져 간조와 만조사이를 이용하여 오고 갈수있다. 보이는것은 푸른바다와 기암들이다. 금방날아오를듯한 용바위. 자비로움이 넘치는 부처바위. 깍아지른 병풍바위. 목 내민 거북바위. 남매인줄모르고 서로 사랑했다가 죽었다는 슬픈전설의 남매바위. 하늘을 찌릇듯한 촛대바위등이 둘러섰고 사이사이로 바위굴이 입을 벌리고있다.
그중 글썽이굴엔 중국 진(秦)나라 시황제의 신하 서불 일행이 불로초를 구하러 가던중 “서불과차(徐巿過此)”라는 글귀를 새겨놓았다한다.
몽돌길을 건너기위해 내려오니 아늑하고 호젖한 오솔길이다. 걷는맛도 쏠쏠하다. 누렇게바랜 키작은 억새풀들은 바닷바람에 맞서지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고개숙여 바람에 흐느끼듯 머리를 풀어헤치고있다.
바람에쏠려 한쪽으로누운 나무들의 수런거리는 소리가들리며 추임새로 새소리도 섞인다. 미니해수욕장 모래밭길도 꿈같다.
들리고 보이는 풍경들마다 만상(萬象)이모두 소중하다는 묵시를 담고있다.
철버덕거리며 몽돌길을 건너니 나무계단이 등대까지 이어진다.
주변으로는 분홍과 노란 해국화가 지천이다. 등대섬에 오르니 또다른 자연풍광을만난다. 부자는 재물을 많이 소유한것이아니라 얼마나 멋진 자연풍경을 많이 보았느냐가 부자라는 말이있다.
가을의 끝자락을 아련함과 애절한 마음으로 보내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되돌아와 몽돌밭에않아 파도소리들으며 반주를겸한 즐거운 중식을 마치고온길을 되돌아 선착장에 도착하니 2시. 시간이많아 전망좋은 하얀산장식당 (손금석(50)010-3515-0447)에 들러 친구들과 어울려 건배를외친다.
싱싱한해물. 뚝배기에 뽀얀미역국 엄지손만큼 큼직한 굴. 지금도 입맛이돈다. 두부부가 인심좋고 후덕하다. 손씨는 이곳 터주대감 토박이. 조상 대대로 이곳을 파수꾼처럼 지키고있다. 이곳은 외지인들이 야금야금 땅을 매입하고있지만 그는 끝까지 조상이 물려준 땅이기에 지킨다고한다.
많은관광객이 찿아오고있지만 오늘은 우리네보고 너무좋은분들이라며 두부부가 함께 기념사진 찍자고하며 포즈를 취한다.
우리다함께 박수를 보낸다. 4시20분 여객선에승차 구저항으로 오는 해상에올라 수평선 너머로 살아지는 붉은 낙조의 장관을보니 일출보다 여운이길다.
5시에 구저항에 하선하니 어둠이깔린다. 하산주를 건배한후 10시 무사이 귀가했다.
회원님들 오늘너무나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