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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쌍동이
사랑이 일어나자
고통도 일어났다.
사랑이 주저앉자
고통 또한 주저앉았다.
사랑이 눕자
고통도 누웠다.
사랑이 살며시 일어났다.
고통도 살며시 일어났다.
사랑이 참다못해 말했다.
"제발 날 따라오지 마.
너 때문에 내가 사람들로부터 원망을 듣는단 말이야."
고통이 대답했다.
"너와 나는 쌍동이인 걸.
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너도 포기해야 하는거야."
둘은 인간마을을 향해 길을 떠났다.
사랑을 맞아들인 사람들의 가슴은 이내 고통에 일그러졌다.
어떤 사람은 고통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아예 사랑 맞기를 외면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직
사랑의 고통까지도 사랑하는 사람한테서만 사랑이 완성되었다.
* 당신은 고통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사랑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요.
152. 살과 씨
싸움이 잦던 부부가 어느 날,
'이혼하지 못하면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는 각오로 결혼식 할 때 주례를 봐 주었던 은사분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은사분께 이혼하지 않으면 안될 사유를 설명하고
두 집안의 부모님을 대신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은사분은 아무 말없이 웃옷을 입었다.
두 사람한테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곳으로 가자고 했다.
그 다방은 그들이 연애할 때 다정스럽게 만나던 곳이기도 했다.
종업원은 낯이 설었지만 분위기는 예전 그대로였다.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전에 늘 앉았던 자리에 가 앉았다.
은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처음 여기서 만났던 시절을 기억하겠지?
그리고 그때는 자기가 먹고 싶은 것보다도
상대가 먹고 싶어하는 것을 시켜 먹었겠지.
사소한 것도 자세히 설명하고 별 우습지도 않은 것에도
크게 소리내어 웃었겠지..."
두 사람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가슴은 미동도 않고
자기가 먹고 싶지 않은 것이 나오면 화를 내겠지?
작은 일이 아니라 큰 일도 한 두마디로 끝내고
우스갯 소리에는 콧방귀도 안 뀌겠지."
두 사람의 고개가 점점 숙이어져 갔다.
"결혼은 사랑의 골인이 아니라 시작인 걸세.
연애는 복숭아 살을 베어먹는 일에 불과한거야.
중요한 것은 복숭아씨인거야.
결혼을 함으로써 자네들은 그 씨앗을 땅에 파묻은 걸세.
서로가 열심히 상대한테 노력하는 것이
복숭아씨에 물과 거름을 주는 과정일세. 알겠는가?"
은사가 두 사람의 손을 쥐어주면서 말했다.
"여기서 처음 만났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게.
서로가, 상대가 좋아하던 것을 좋아하던 그 마음으로.
그리고는 집에 가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우리의 첫마음을 죽는 날까지 가게 하소서'라고 써 붙여놓고 살게나."
* 첫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계십니까?
첫마음 그대로 살수 있다면...
153. 풍금이 울릴 때
풍금 만드는 솜씨가 신기에 가까운 젊은이가 마음먹고 풍금 하나를 만들었다.
그는 신부님을 찾아가서 자랑하였다.
"이 풍금은 하느님의 뜻에 맞는 사람끼리 결혼식을 올리면
저절로 웨딩마치를 연주할 것입니다."
신부님이 말했다.
"그럼 누구보다도 먼저 당신이 혼배를 하여 그 기적을 보여주시지요."
젊은이는 당장 그 고장에서 가장 마음도 곱고 얼굴도 고운 색시감을 골랐다.
드디어 그가 결혼식을 올리는 날,
성당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젊은이의 가슴은 심히 부풀었다.
'나는 이 세상 제일의 명인이다.
이제 나와 신부가 입장하면 저 풍금이 저절로 울리겠지.
그러면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기절초풍을 할 것이다.'
그러나 웬일.
신랑 신부가 입장하여도 풍금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킬킬거리며 교만심 가득 찬 젊은이를 비웃었다.
"얼씨구, 웨딩마치 한번 잘 울리네."
"저런 엉터리 같으니라구, 뭐가 어쩌구 어째?"
젊은이는 풍금이 울리지 않는 것을
자기 탓이 아니라 신부 탓이라고 생각했다.
색시가 부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긴 그는 첫날밤도 치르지 않고 자기 고향을 떠났다.
세월이 흘러 그의 머리 위에 서리가 얹히자 그는 문득 색시를 떠올렸다.
그는 서둘러서 고향을 찾아갔다.
그가 고개마루에 이르니 장례행렬이 지나고 있었다.
그는 구경 나온 노파의 푸념을 들었다.
"불쌍한 이같으니라고 ... 그런 고약한 풍금쟁이를
남편이라고 믿고 기다리다가 죽다니... 쯧쯧."
그는 살며시 상여꾼들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서 관을 메었다.
관이 성당 안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갑자기 풍금이 은은히 울리었다.
그것은 여지껏 사람들이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멜로디였다.
그는 관을 안고 제대 앞에 쓰러져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영원히.
*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저절로 울리는 풍금은 우리 마음 안쪽에 있습니다.
혹 소리가 들리지는 않나 귀 기울여 보십시요.
154. 동전의 행로
저는 백원짜리 동전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손과 손을 거쳐 지금은 당신 주머니 구석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운명 속에 대기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손에서는 기쁨을 일궈내기도 하였고,
또 어떤 사람의 손에서는 갈등을 빚어내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저는 짜릿하고 떨리던 기쁨의 순간만을 기억합니다.
시골 아저씨의 지갑 속에 머물렀던 때 일입니다.
동구앞 길에서 펑펑 눈물을 쏟고 있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그 아이의 눈물은 심부름 가는 돈 100원을 잃어서 생긴 것이었습니다.
그때 아저씨가 지갑 속에서 나를 꺼내어 아이의 손바닥 위에 놓았습니다.
그 순간, 기쁨이 전류되어 흐르던 아이의 작은 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할머니의 주머니속에서 기거하고 있을 때지요.
그 할머니는 꽤나 나를 오래 간직하고 있었는데
버스정류장에서 두 다리가 없는 걸인을 만났습니다.
그때 할머니는 나를 찾았지요.
그러나 주머니 속 귀퉁이에 숨어 있는 나를 찾아내지 못하였어요.
한참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내가 만져지자
다시 걸인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겨놓던 할머니와 내 가슴의 환희란!
가난한 연인한테 가 있을 때의 일입니다.
그 연인들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요.
공중전화로 대화를 할 때마다 동전이 부족하여
말을 아끼던 그 안타까움이란!
그날 그 연인은 "늘 당신 곁에 있어요"라고 하는데
하마터면 전화가 끊어질 뻔하였지요.
그런데 내가 들어가서
"사랑과 함께"라는 말까지 하게 되었을 때의 보람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부디 저를 꺼내어서 한번 더 보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를 그냥 쓰여지는 것으로만 여기지 마시고 의미를 새겨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한테 또 한번의 값진 추억을 주시는 당신이기를 기대하며.
* 작은 것에도 의미를 두십시요.
당신이 소홀히 지나치는 일에 보다 큰 것이
숨어 있지는 않습니까?
155. 늘 행복이
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부모복도 없고, 여자복도 없고, 직장복도 없고, 돈복도 없는 그가 어느날 늘 웃고 사는 행복이를 찾아갔다.
그런데 늘 행복이한테도 늙고 못 배운 부모님이 계셨다.
아내도 미인이 아니었고, 평범한 월급장이에 집도 형편없이 작았다.
늘 불행이가 물었다.
"행복할 꺼리라곤 하나도 없는데 뭐가 그리 즐거우세요?"
늘 행복이가 늘 불행이를 데리고 길 건너편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수술실 앞에서 초조해 하는 사람들.
병실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
링겔을 꽂은 채 휠체어를 굴리며 가는 사람들.
영안실에서는 울음소리가 높았다.
병원을 나서면서 늘 행복이가 말했다.
"보시오. 우리는 저들에게 없는 건강이 있으니 행복하지 않은가요?
날 걱정해 주는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이 있으니 행복하고
작지만 내 집이 있으니 행복하지 않은가요?"
나는 불평이 일 때마다 숨을 크게 쉬어봅니다.
공기가 없다면 죽게 되겠지요.
그런데 공기가 있지 않은가요.
마찬가지로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을 생각하면 평화가 오지요.
죽어서 묘 자랑을 하느니 살아서 꽃 한송이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행복의 비결입니다."
* 위를 보면서 꿈을 갖고 그것에 도전을 하는 삶은
생명이 넘치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156. 마음 한 가운데
목동이 있었다.
목동은 가슴앓이 병을 지니고 있었다.
양이 더 많은 남의 양 우리를 보면 가슴이 답답했다.
아름다운 아가씨가 곁을 지나면 가슴이 동동거렸다.
주인으로 올라가는 친구를 보면 가슴이 저몄다.
목동은 의원을 찾아갔다.
의원이 일러준 대로 약을 써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다른 의원을 찾아가 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어느날이었다.
목동은 우연히 한 나그네를 만났다.
샘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그에게
양젖을 한 사발 적선하자 청하지도 않은 말을 들려주었다.
"성아기를 맞으시오. 그리하면 당신 원이 풀리리다."
목동이 물었다.
"언제입니까? 그리고 어디입니까?"
"하늘에 영광이 가득할 때, 평화의 구유에서."
목동은 추운 밤, 어두운 들녘에서 성아기를 기다렸다.
양을 지키면서 간절히 기도했다.
'이 사람으로 하여금 성아기를 맞게 하소서.
시들은 풀잎에도 새 희망을 주시는 주님.
솔가지 같은 내 마음을 흰 눈으로 덮어 주소서.'
그날 밤에는 별이 유난히도 반짝이었다.
마른 풀잎이 기우는 소리도 들릴 만큼 세상 또한 고요하였다.
그때였다.
별 하나가 남쪽으로 흘렀다.
'그렇다. 저 별이다!'
목동은 별을 좇아 걸었다.
재를 넘는 목동의 발부리에 사람이 채였다.
기갈이 들어 쓰러진 나그네였다.
"나를 좀 도와주시오."
나그네가 애원하였다.
"아니오. 나는 지체할 수가 없소.
어서 저 성아기가 탄생하는 곳으로 가야 하오."
"당신이 그냥 떠나면 나는 죽소.
나를 죽게 내버릴 것이오?"
목동은 생각했따.
성아기를 보러가면 양을 얻을지도, 여자를 얻을지도,
지위를 얻을지도 모르는 일.
그러나 목동은 발을 멈추었다.
외투를 벗어서 나그네의 몸을 싸고,
옆구리에 찬 통을 꺼내어서 우유를 따랐다.
우유를 받아 마시는 나그네가
은은하게 빛을 내더니 천사로 변하였다.
목동은 무릎을 꿇었다.
"사랑한는 목동아, 일어나 성아기를 맞으라."
"성아기가 어디에 있습니까?"
"네 마음 한 가운데 지금 태어나고 있지 않느냐."
순간, 목동의 가슴앓이는 씻은 듯이 나았다.
마음 저 안쪽에서 먼 하늘의 별처럼 성아기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천리 먼 곳에서 백번 천번 성아기가 태어나면 무엇하느냐.
한번이라도 네 깨끗한 마음을 구유로 청하여 태어난
성아기가 소중한 것이다."
* 당신의 마음속엔 지금 무엇이 태어나고 있을까요?
한번 가만히 들여다 보십시요.
157. 빛과 그늘
사람들은 자기들이 거울을 본다고 하겠지만
그것은 사람의 생각일 뿐,
거울 쪽에서는 거울이 사람을 보고 있다.
거울은 별별 희한한 사람들을 다 본다.
얼굴을 거울 속에 들여놓고서 갖가지 칠로 꾸미는 사람들.
때로는 한 시간도 부족한 여자도 있다.
어떤 사람은 머리를 들이밀고서
흰 머리카락을 뽑는가 하면
콧구멍을 들추고 코털을 뽑는 사람도 있다.
살짝 윙크하는 연습을 하는가 하면
뽀로통한 표정을 연습하기도 한다.
나(거울)는 말한다.
걱정하는 사람은 이마에 주름살이 세로로 새겨진다.
원한은 눈꼬리에 살기를 집어넣어 봉합하며
불만은 얼굴에 그늘을 한 꺼풀씩 입힌다.
기쁨도 얼굴에 자국을 남긴다.
미소가 뚝뚝 듣는 사람은
그 얼굴이 도리어 나(거울)를 빛나게 해준다.
얼굴에 빛살이 펴나게 할 것인가,
골이 패이게 할 것인가는 당신의 마음씀이지
내(거울) 책임이 아니다.
158. 열리는 문
그는 항시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말하곤 했다.
'사랑은 나뉨이 아니라 일치이며 무엇으로도 가를 수 없는 것이다'고.
마침내 그는 사랑하는 그 사람의 집을 찾아갔다.
그는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발소리가 났다.
신발소리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는 틀림없는 그였다.
"누구세요?"
그는 은근히 대답했다.
"나야, 나."
그는 희열에 떠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발소리가 다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는 못들었는가 싶어서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돌아갔던 발소리가 다시 다가왔다.
"누구세요?"
"나라니까, 나라구!"
이번에도 문이 열리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신 이런 대꾸가 흘러나왔다.
"돌아가세요. 이 집은 너와 나를 들여놓을 만한 집이 아녀요."
사랑하는 그 사람한테서 문전 박대를 당한 그는 며칠을
방황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드디어 새볔녘에 한줄기 바람 같은 깨침이 있었다.
그는 다시 사랑하는 사람의 집을 찾아가서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너야, 너."
이내 문이 활짝 열렸다.
* 사랑은 둘이 아니라 하나로 되는 것입니다.
지금 사랑의 문을 두드려 보십시요
159. 난파선의 사람들
항해하던 요트가 태풍을 만났다.
파도가 두어 시간 휘감아버리자 기관실도, 무전기도 불통이 되었다.
요트는 표류하기 시작했다.
상처뿐,
배 안에 남은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다.
양식도, 물도 줄어만 가는데 구조선은 나타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부상당해 앓고 있던 사람이 하나 죽었다.
남은 사람들은 하나 줄은 입에 대해 차라리 안도했다.
누가 빵 한 조각, 물 한 모금을 더 먹는가 눈에 불을 밝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조난객 가운데 임산부가 있어
그 여인이 아기를 낳았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의 눈이 번쩍이었다.
사람들은 모처럼 입을 열었다.
"우리가 죽더라도 저 아이만은 살리자."
"저 아이에게 육지의 꽃과 평화를 맛보게 하자."
한 사람이 자기 혼자만 쓰기 위해 숨기고 있던 낚싯바늘을 내놓았다.
또 한사람이 낚싯줄을,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미끼를 내놓았다.
사람들은 힘을 모아 낚시질을 해서 산모를 먹였다.
또 한 사람이 임종을 맞았다.
"부디 내 죽음이 저 아기를 위한 죽음이 되게 해주시오."
죽는 사람은 미련없이 눈을 감았고
산 사람들은 슬픔에 차서 기도를 올렸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옆 사람을 원수처럼 여겼던 사람들의
얼굴에 평화가 찾아왔다.
물 한 모금도 아이를 위해 양보하자 기쁨이 일었다.
남은 사람들은 조각난 판자로 노를 만들어 저었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오직 아기를 뭍에 닿게 하기 위하여 저어갔다.
* 지금 우리 사회가 이 난파선과 같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우리를 구원해줄 아기는 어디쯤 있을까요?
당신 가까이에 있는건 아닐까요?
바로 나와 당신, 우리의 마음속 깊숙이 잠자고 있습니다.
당신 마음속에 있는 아기를 깨우는 일은 오직 당신 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아기를 깨우십시요.
160. 우리들은
우리 왕국의 임금이 지방 순시를 나섰다.
내를 건너 숲을 지나는데 아이들이 풀밭에서 즐겁게 놀고 있었다.
임금은 말에서 내렸다.
제비꽃이 발밑에 밟힐까봐 조심하며 아이들 가까이 다가갔다.
임금은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얘들아! 내가 너희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
대답을 잘하는 아이에게는 상을 줄테니 어디 맞혀보렴."
임금은 토마토 하나를 꺼내들었다.
"너희는 우리 왕국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네."
"그럼, 이 토마토가 어느 왕국에 속하는지를 대답해 보려무나."
아이들 가운데서 한 아이가 나섰다.
"식물왕국에 속합니다."
"식물왕국이라고? 왜 그렇지, 아이야?"
"그 토마토는 식물의 열매이니까요."
"맞았다. 상으로 이 토마토를 주마."
"이번에는 이 금반지에 대해 묻겠다.
내 손가락에 끼인 이 반지는 어느 왕국에 속하겠느냐?"
이번에는 작은 사내아이가 나섰다.
"광물왕국에 속합니다."
"훌륭한 답이다."
임금은 반지를 빼어 그 아이에게 상으로 주었다.
임금은 마지막 문제를 내겠다고 했다.
"얘들아! 나는 어느 왕국에 속하는지 어디 대답해 보아라."
한 아이가 나섰다.
"동물왕국에 속합니다."
임금도 아이들도 와 웃었다.
다른 아이가 또 나섰다.
"우리 왕국에 속합니다."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흡족치 못한 표정이었다.
이때 이들 중 가장 작은 소녀가 나서서 또렷이 대답했다.
"저는 임금님이 하늘 왕국에 속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임금은 허리를 굽혀 이 조그만 아이를 두 팔로 안아올렸다.
소녀에게 뺨을 부비는 임금의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그렇다, 아이야. 네가 가장 훌륭한 대답을 해주었다."
*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가 속한 왕국은 어딘지
한번 생각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