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분신사바’(안병기 감독·에이포스트픽쳐스 제작)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이유리(22)가 촬영장에서 거짓말 같은 일을 겪었다.
‘귀신을 실제로 봤다’, ‘정체불명의 사고가 일어났다’ 등 공포영화 촬영장의 ‘괴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유리의 경험담은 좀 특별나다.
얼마 전 촬영장인 전주 기전여중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이 영화에서 이유리는 혼령 소환술인 ‘분신사바’를 통해 현실 밖으로 나온 영혼 ‘김인숙’ 역을 맡고 있다.
30년 전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한을 풀기 위해 학생들을 차례차례 죽게 만드는 불운의 인물이다.
촬영장인 기전여중은 설립한 지 110년이나 돼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절절한 곳이다. 건물이 하도 낡아 밤이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심야 촬영시 연기자들은 단독 행동을 삼간 채 떼로 몰려나닌다.
제작진은 영화에 사용할 소품으로 학교의 도서열람실에서 낡은 책을 한권 빌렸다.
촬영 전 이유리는 이 책을 살펴보게 됐는데 책 뒤편에 적힌 이름과 날짜를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책을 대출해간 주인공이
다름 아닌 자신의 배역과 똑같은 김인숙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974년 11월이라는 대출 날짜였다. 영화에서 김인숙이 30년
전 인물로 설정돼 있음을 고려하면 기가 막히게 딱 들어맞는 시기인 것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한 뒤 이유리는 ‘누군가가 장난을 쳤겠지’하며 웃어 넘기려 했다. 그러나 주위에 물어본 결과 그 책에 김인숙이라는
이름을 일부러 적어놓은 이는 없었다.
28일 서울 소피텔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분신사바’ 제작발표회에서 이 에피소드를 공개한 이유리는 “너무 공포스러워 한동안
잠을 못잤다. 세상에는 참 기이한 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7월 개봉을 목표로 촬영을 진행 중인 ‘분신사바’의 도입부에는 안병기 감독의 ‘가위’와 ‘폰’에 연거푸 출연했던
‘호러퀸’ 하지원이 카메오로 깜짝 등장해 공포의 기선을 제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