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명탐정 코난: 비색의 탄환> (Detective Conan: The Scarlet Bullet, 2021)
글 : 양미르 에디터
2020년 4월 개봉 예정이었던 <명탐정 코난>의 24번째 극장판, <비색의 탄환>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1년 후인 2021년 4월 16일 공개됐다.
한국과 일본이 동시에 개봉하는 첫 <명탐정 코난> 극장판으로, 22개국에서 동시 개봉이 이뤄졌다.
<비색의 탄환>은 공개 전부터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을 소재로 한 홍보 영화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다.
2019년 개봉한 23번째 극장판 <감청의 권>의 쿠키 영상은 '아카이 슈이치'(이케다 슈이치/이주창 목소리)가 "닿아라, 아주 먼 그곳에"라는 말과 함께 '두 장소'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
당시 몇몇 국내 팬들은 대사와 함께 등장하는 장소가 도쿄 타워와 도쿄 신국립경기장이라 생각했으나(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도쿄 올림픽'을 배경으로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사실은 나고야의 오아시스21과 TV 타워였다.
<비색의 탄환>은 가상의 세계 스포츠 축제인 'WSG(월드 스포츠 게임)'가 도쿄에서 열리는(개최 시기는 도쿄 올림픽의 '희망 개막일'과 같다)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도쿄 올림픽 홍보용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한 거겠지만, 이미 <11번째 스트라이커>(2012년)에서 J리그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전례도 있기 때문에 딱히 놀라운 일은 아니다.
출처영화 <명탐정 코난: 비색의 탄환> ⓒ CJ ENM
여담이지만,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17년 도쿄 올림픽 공식 마스코트 엠베서더로 '아톰', '세일러 문', '짱구', '루피', '나루토', '지바냥', '손오공', '큐어 미라클'과 '큐어 매지컬'을 선정한 바 있는데, 그 자리에 '코난'의 이름은 없었다고.
그래서 이번 극장판은 'WSG'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도쿄 올림픽보다는, 시속 1,000km로 질주하는 자기 부상 열차 '초전도 리니어'의 홍보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들게 됐다.
작품에 등장하는 나고야-도쿄 노선은 약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될 예정이고, 해당 노선은 2037년엔 오사카까지 이어질 예정인데, 작품은 열차의 구동 원리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은 어떤 이야기로 전개됐을까?
초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도쿄 'WSG'를 앞두고 후원사 대표 연쇄 납치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은 15년 전 보스턴 'WSG' 사건과 연결이 되어 있었고, 그때의 사건을 관할했던 FBI가 이번 사건을 주시한다.
이 사건에 낀 '코난'은 FBI와의 공조를 진행하고, 동시에 원작 팬들이라면 기대해온 '아카이 패밀리'가 모두 이 사건에 공조하면서 사건은 흥미롭게 전개된다.
특히 작중 최고의 저격 실력을 자랑하는 동시에, '검은 조직'을 쓰러뜨릴 '실버불렛'으로 불리는 '아카이 슈이치'의 모습은 기대 포인트.
여기에 프로 장기 기사로 출중한 기억력을 보유한 '하네다 슈키치'(모리카와 토시유키/장민혁 목소리), 영국의 비밀 정보기관 MI6 요원인 '메리 세라'(타나카 아츠코/이선 목소리), 그리고 '메리'와 함께 '쿠도 신이치'(야마구치 캇페이/강수진 목소리)와 '에도가와 코난'(타카야마 미나미/김선혜 목소리)의 관계를 의심하는 고등학생 탐정 '세라 마스미'(히다카 노리코/임윤선 목소리)까지 모두 집결해 저마다의 수사와 액션을 보여준다.
당연하게도 '아카이 패밀리'의 활약이 많기 때문에, 원작 TV 시리즈나, 총집편 <비색의 부재증명>을 관람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진입장벽이 조금 높은 극장판이 될 수 있겠다.
이번 시리즈의 다른 기대 포인트라면, 최근에 극장에서 개봉한 TV 스페셜 에피소드 <진홍의 수학여행>(2019년)과 <감청의 권>에 등장한 '쿠도 신이치'와 '모리 란'(야마자키 와카나/이현진 목소리)의 러브 라인이 어떻게 이어지냐는 것일 터인데, 의외의 변수가 등장했다.
두 사람의 애정보다는 '하이바라 아이'(하야시바라 메구미/우정신 목소리)의 활약이 더 두드러졌던 것.
'코난'과 '하이바라'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저마다의 활약을 펼치는데, '하이바라'의 활약이 최근 극장판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을 떠올릴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과학 지식을 잘 활용하는 장면은 팬들에겐 반가운 대목이다.
한편, 최근 극장판의 장점이자 한계는 이번 <비색의 탄환>에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실사 영화에서는 '연출하기 힘든 액션'들이 선보여지고, 주요 건물들이 폭파된다는 극장판의 전통도 잊지 않는다.
카체이싱이나, 기차 액션 등 액션 자체는 '팝콘 영화'로 충분히 즐길 수 있겠으나,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범인의 정체', 범인의 다소 부실한 범행 동기로 나오는 서스펜스 부족 문제(이는 <제로의 집행인>(2018년)과 유사하다)는, 사반세기의 역사를 지닌 장기 시리즈가 남긴 어쩔 수 없는 한계처럼 보인다.
그래도 최근 몇 년간 공개한 극장판 중 완성도는 제일 나아 보인다.
2021/04/17 CGV 구로
https://1boon.kakao.com/fanzeel/470_DetectiveConanTheScarl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