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업장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 12일 경북 상주의 모 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누출되는 모습이다. |
사고 발생 3시간 지난 후 관계 당국에 신고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모 실리콘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인 염산이 대량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해당 공장에는 염산 외에도 불산(14t), 황산(14t), 질산(10t) 등의 각종 유독 화학물질이 보관돼 있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특히 구미시에서 불산사고(지난해 9월 27일)가 발생한지 불과 100여일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또다시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나면서 위험물질 관리의 허점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2일 오전 8시 10분께 경북 상주시 W실리콘㈜ 공장에서 200톤 규모의 탱크로리 안에 들어 있던 염산이 액체와 기체상태로 누출됐다.
사고가 발생하자 대구지방환경청, 상주시 등 관계당국은 14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방류벽과 집수조에 저류되어 있는 염산을 공장 폐수처리장으로 흘려보내 외부 유출을 막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 현재는 응급조치가 모두 마무리된 상황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공장 주변 지역의 축사(500m 이격), 마을(800m 이격) 등 총 8개 지점에서 대기 중 염화수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단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14일 현장감식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염산탱크와 배관을 연결하는 밸브에서 염산이 새어 나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과수 중부분원 김은호 과장은 “정확한 원인은 정밀검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전제하며 “현재까지는 염산이 담긴 탱크로리의 메인 밸브가 파손돼 염산이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염산 누출 사고도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경북도와 상주시 등은 불산 누출 사고 이후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 역시 지난해 12월 점검을 받았지만 별다른 지적사항 없이 통과됐다. 형식적인 안전점검이 실시됐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날 사고신고도 공장 직원이 아닌 마을 주민에 의해 이뤄지는 등 업체에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상주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공장 관계자들이 사고를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습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라며 “신고는 사고발생 3시간이 지난 11시께 마을 주민 김모씨에 의해 접수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공장 책임자와 사고 당일 근무자 등을 상대로 신고가 늦은 이유와 유독물질 관리 실태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대응태세를 확고히 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오전 세종청사에서 개최된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환경부와 소방방재청 등 관계기관에서는 주민들의 염려가 없도록 사고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라며 “특히 지난해 말 수립한 ‘유해화학물질 안전대책’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북도는 유사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오는 31일까지 시군 합동으로 110개 유해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