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이 말이 참 그립다. 주어도, 주어도 끝이 없는 아프리카 사람들!
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
“아이, 됬어요”라고 사양하는 고운 말이다. 우리 집에는 가정부 비키아줌마와
밤에 집을 지켜주는 경비원 그레고리 아저씨, 일주일에 3번씩 와주는 정원사 카운다 아저씨가 있다.
이들은 마음씨가 고운 사람들이라 내가 집을 비우고 한 달 이상 한국을 다녀와도 걱정이 안 되는 진실한
사람들이니 참 고맙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그렇다.)
나는 그들에게 다른 데 보다 많은 월급을 주고 있으며, 손님이 있는 날은 따로 수당을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주 양식이나 옷, 학용품들을 선물로 준다. 월급 가불은 물론, 아이들의 학비까지 내주고 있고
비키아줌마와는 내가 만든 점심식사를 항상 함께 같은 식탁에 앉아 먹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몹시 부러워하고
있다.(이곳 백인들은 일하는 흑인들과 절대 함께 식사하지 않는다.)
어쨋던 나는 일하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 했다.
헌데 최근에 한 수사님을 통해 그들이 내게 더 많은 돈을 요구해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인즉, 말라위에는 일 년에 약 11번의 공휴일이 있는데, 그때에도 일을 하면 그 일 한 것에 대한 수당을
내가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일 년에 3주는 공식적인 휴가를 주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계산해서 돈으로 지급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일은 당연히 모두가 쉰다. 그러나 휴가가 3주나 되고 공휴일마다 쉬어야하는지는 정말 몰랐다.
나는 좀 의아했다. 일자리가 없어 그렇게들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본인들에게 불이익이 온다고 생각하면
그들은 무섭게 따진다. 그들이 그렇게 자주 장례식을 가야하고, 아프다고 해서 못 나오는 날들은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으니 참으로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이다.
내가 공휴일 수당을 계산하다보니 많은 날이 내가 한국에 있었던 때 였다. 그래서 내가 비키 아줌마한테,
“나도 없었는데, 이날에도 받아야겠어요?” 했더니 그날에도 자기는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증명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믿고 수당을 주면서 왠지 씁쓸했다.
양지에서 일하던 아줌마는 내가 조금이라도 더 후하게 지불을 하려면 “ 아이, 됬어요” 하면서 사양하는
마음이 예뻐서 더 줬고 그러면 그 아줌마는 더 열심히 일 해줬던 기억이 난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결코 “아이, 됬어요”라고 사양하는 법이 없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백인들에게 더 받아낼까 엄청 머리들을 쓰는 것이 보여, 때로는 좀 불쾌함까지 느끼게 한다.
이것이 바로 400년 동안 영국식민지로 살아온 국민성이기에 많은 선교사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리 결핍 속에 살아가더라도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을 하느님께서도 느끼실 수 있겠다는 묵상을 해봤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받았는데도 감사함을 모르고 “더 주세요” “좀 더 많이 주세요”하며
자신에게 유익하지도 않은 물질이나 명예나 권력을 하느님께 청하는가?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모든 것이 축복이었음을 알고 감사해하며
“이제 저는 됬어요, 충분히 받았으니까 다른 사람들과 나누겠어요.” 라고 말한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어떤 사람이 더 예쁠까? 물론 후자다. 사양하는 사람에게 더 주고 싶어하실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이미 우리가 필요한 모든 것을 알고 계시기에 늘 준비하고 계신다.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면 우리는 모든 것을 받을 수가 있다.( 마태6,33)
이미 충분히 다 받았다고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천국의 풍요를 맛보며 살아간다.
허지만“아직도 부족해요, 더 많이 주세요” 라고 떼쓰는 사람들에게는 주어도, 주어도 끝이 없으니
결국 그들은 결핍 속에서 살아 갈 수 밖에 없다.
아프리카의 빈곤은 현실이다. 그들은 많을 것을 모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결코 불행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들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젊은이들의 삶은 달라졌다. 인터넷을 통해 접한 서구 문화와 생활수준을 비교할 때,
자신들이 큰 결핍 속에 살고 있음을 알고 부단히 노력한다. 깨어난 젊은이들은 좋은 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꿈을 이루려고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에 진학한다.
나는 이런 젊은이들을 음악부에서 만났다. 나는 그들이 꿈과 비전을 갖고 학업에 임하도록 부추기며 돕고 있다.
이제 그들의 세대에서 가난과 무지의 고리가 끊어져야 한다고 말해준다.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어 살지 말고
스스로의 능력을 개발해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돌보며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일러준다.
나의 젊은이들은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아이, 됬어요, 우리는 충분히 받았어요” 라고 그들이 말 할 수 있는 그날이 오면,
지금 나의 이 씁쓸함이 아주 달콤한 맛으로 바뀌어 질 것이다.
첫댓글 * 아녜스님..!! 주님께서도 님께 자꾸 요구히심이 아닐런지요??! 젊은 제자들..!!
도우미의 구세대..!! 에게도 의식개혁을 원한다 시며..^^ 정말 할일이 태산 ..*^* 함께기도합니다.^^
옳고 그른일...^^ 분별의 지혜를 그들에게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힘내세요..!!! ^*^
사랑하는 아녜스! 지금 막 인터넷을 고쳐주니 그대의 반가운 목소리를 들었네요 주님은 우리를 위해서 저녁때 온다는 사람이 일찍와서 해주게 하신분!! 미리알고 다해 주시는분 !자기를 그곳에 보내신분 ! 선생님 감사해요를 하면서 이제 충분히 받았어요 하는 인격을 갖게 되리라 믿습니다 왜? 그냥 배움이아닌 주님의 사랑으로 배우고 느낌을 갖게하는 그대가 있기에....오직 주님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그대와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감히 하느님 계시는 천국이라는 단어를 말하니까요(그런 환경에서 살다가 아녜스로 인하여 얼마나 행복했으면)
아녜스 !!!주님의 힘으로...
사랑하는 노랑나비님, 오랫만에 카페에서 만나니 기뻐요. 인터넷 고장이 었군요. 많은 션교사들이 아프리카에서
선교하는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고해요. 나는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질 않게 되길 간절히 바래요.
나의 사랑을 먹고 커가는 아이들과 나로부터 배움을 받는 학생들이라면 언젠가는 그 감사함을 이 사회에 되돌릴 수
있는 사람들이 되어지길 기도합니다. 그들을 변화시키시는 분도 하느님이시니까요. 친구여,고마워요. 사랑합니다.
언젠가는 변화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그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겠습니다.
자기의 이익은 무엇이든 챙기려하는 습성..
서구의 문화가 아닌가 싶어요.
그러기에 한국에는 '정' 이라는 말이 있는데 서양에는 없지않나 싶어요..
사랑하는펠라님, 반가워요.부모님 만나니 기분이 어때요? 행복한 나날을 가족들과 보내겠지요?
남아공은 지금 무척 추울거에요. 이곳도 아침 저녁에는 17도까지 내려가서 추어요. 자주 카페에 들려서
요하네스버그 이야기를 들려주길 바래요. 가족들에게도 안부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