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 소설을 원천으로 한 <김유정아리랑> 개발
이학주(문학박사, 한국문화스토리텔링연구원 원장)
김유정은 주옥같은 소설을 써서 우리 문학사에 꽃을 피웠다. 그의 소설은 당시 생활상을 핍진하게 드러내서 더욱 빛난다. 서민들의 생활상을 작품으로 그려 소설 속에서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게 했다. 그 중에 <만무방>이나 <아내> 그리고 <산골나그네> 같은 작품에는 아리랑 이야기가 나오고 그 당시 유행하던 춘천 아리랑의 가사도 실려 있다. 물론 <아내>에서는 ‘강원도아리랑’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하며, <만무방>에는 개화기 시대를 빗댄 본조아리랑의 사설도 언급했다. “증기차는 가자고 왼고동 트는데/ 정든님 품안고 낙누낙누”(<만무방>에서)는 개화기 본조아리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아내>에서는 정선아라리 가락이 변한 ‘춘천아리랑’이 등장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춘천아 봉의산아 잘 있거라/ 신연강 배타면 하직이라”(<아내>에서)라는 구절이다. 춘천 사람들이라면 봉의산이나 신연강 같은 단어는 익숙히 들어 봤다. 먹고 살기 힘들어 아내를 들병이 장수로 내보내기 위해 아리랑을 가르치는 남편의 마음이 참 쓰리다. 결국 아내는 강원도아리랑은 애절하게 잘 부르지 못하지만 신식 노래 창가를 잘하여 들병이 장수의 꿈을 꾼다. <산골나그네>에서는 거지로 있던 여인이 산골 주막의 나그네로 왔는데, 다 망해가던 술집에 남정네들이 색시가 왔다는 소문에 몰려들었다. 술꾼들은 비록 그 나그네가 아리랑은 부르지 못해도 즐겁게 놀다가 간다. 이처럼 김유정의 소설작품에는 그 당시 일상의 모습 중에 아리랑이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 언제나 불리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도아리랑과 정선아리랑 그리고 한오백년 같은 강원도에 원천을 둔 아리랑이 우리나라 아리랑의 시원(始原)이었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김유정의 소설작품을 원형(原型)으로 하여 발상(發想)과 연상(聯想)을 거쳐 <김유정아리랑>이라는 마케팅 차원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었다. 이 방법은 필자가 개발한 글쓰기 이론 신마인드맵(New Mind Map)의 원리에 근거하여 만들었다. 따라서 <김유정아리랑>의 사설에는 김유정 소설의 줄거리와 그 원형이 녹아들어가 있다. 이를 강원도아리랑의 노랫가락에 맞추어 부를 수 있게 하였다.
이를 만든 계기는 기연옥 민요가수의 착상에 의한 것이다. 기연옥 민요가수는 <춘천의병아리랑>을 발굴하여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 노래는 단순히 공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병의 중요성을 천명하게 했으며 일제의 강점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김유정아리랑>도 <춘천의병아리랑>보다 더 의미 있는 우리의 민족정서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한다. <김유정아리랑>이 널리 알려지면 춘천과 강원도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이미지제고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평화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다. 세계가 하나의 문화권으로 생활권으로 가고 있는 시대이다. 이때 우리의 존재감을 알리고 우리의 전통문화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리기 위해서는 이런 문화콘텐츠확산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유정아리랑>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다. 김유정의 소설을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할 수 있으며, 문화콘텐츠로 확산하여 아리랑 가락으로 공연을 할 수도 있으며, 뮤지컬이나 드라마나 영화 속 배경음악으로도 쓸 수 있다.
아무쪼록 <김유정아리랑>이 세계만방에 울려 퍼지고, 세계인이 입버릇처럼 흥얼거리는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2019년 9월 4일, 文來山人 李學周 씀
1) 소낙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도라지 더덕 캐던 춘호처가
소낙비 내리는 날 일냈대요
2) 노다지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한 치 앞을 못 보는 우리네 인생
노다지 생각하다 청춘은 갔네
3) 금 따는 콩밭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나오라는 금덩이는 어디가고
멀쩡한 콩밭만 망쳐놨네
4) 만무방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노름이야 횡재는 아무나하나
응고개 벼이삭이 떨어지네
5) 봄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장인님 데릴사위 부리지만 말고
점순아 얼른자라 성례를 치르자
6) 아내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들병이 아리랑 다 좋다마는
콩닥콩닥 어우러지는 밤이 더 좋구나
7) 산골나그네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백두고개 넘어 온 산골나그네
덕돌이 울려두고 신연강을 건너네
8) 가을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살기가 어려우면 얼마나 힘들까
아내팔고 도망하니 소장수 울음
9) 야앵(夜櫻)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밤 동산 꽃향기는 스쳐 지나도
자식 꽃 향기는 떠날 줄 몰라
10) 산골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옷고름 찢어주고 떠난 도련님
이쁜이 애타는 줄 왜 몰라주나
11) 동백꽃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점순이 연정은 닭싸움 사랑
동백꽃 속에는 알싸한 그 냄새
12) 땡볕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중복에 땡볕은 따갑기만 한데
그칠 줄 모르는 아내의 유언
13) 따라지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달동네 따라지 서러운 인생
끼니는 걸러도 사랑은 해야
14) 이런 음악회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노래나 연주는 뒷전이요
박수에 발 굴러 응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