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일 위령의 날에
2024년 11월 2일 위령의 날이다. 내게 생과 삶을 주시고 떠나가신 부모님 이하 죽은 모든 이를 기리는 뜻깊은 날이다. 멀지 않은 날 나의 마지막도 염두에 두면서. 아침에 하늘나라 시민이 된 부모님과 오빠 내외, 21세기에 억울하고 어이없는 전쟁으로 죽은 이들과, 안타깝고 불의하게 죽은 이들을 추모하였다.
제 부모 산소에 가는 것이건만 갈까 말까 꽤 망설였다. 요즘 더욱 예민 반응을 일으키는 왼쪽 무릎 상황과 움직이면 피곤하기 짝이 없는 체력에, 가을에 주말이라 교통체증을 계산하면서, 부모의 은덕에 한없이 미치지 못하는 불효를 체질하며 길을 나섰다. 게다가 어제 오늘은 날씨마저 끝내주고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 '아이고!' 2시간 20정도 소요 거리는 4시간이 걸려야 했다. 후회막급이지만 내릴 수도 없고.... '에휴, 다음에는 절대로 주말에는 원에 머물기다.
도착하여 고향에 계시는 연로한 고모님을 모시고 점심을 사드리려고 하니 손수 밥상을 차려주셨다. 사랑 많고 솜씨 좋은 우리 고모님 표 점심 밥상. 특히 일품 청국장 맛은 또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구순을 향해가시는 몹씨 불편하신 몸으로 친정 조카를 위해 점심을 차려 주신 깊은 정성과 사랑과 함께.
고모님표 저 뚝배기 청국장(충주사람들은 담북장이라고도 함)은 우리 어머니 다음으로 맛나게 끓이셨다.
고모님은 아주 오래전에 요리사 자격증을 따신 분이기도 하다
요셉 공원 천주교 묘지에 하느님을 품은 가을 햇빛과 바람이 한껏 쏟아지고 있었다. 낮은 막한 언덕은 늘 정감이 간다. 오손도손 모여앉은 교우들의 묘지들도 더불어. 짧은 기도를 해드리고, 지난 추석 예초를 했건만 다시 자란 잡초를 가지고 간 가위로 이발을 해드렸다. 썩 잘 된 미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밀리는 버스 안에서는 후회를 했지만 그래도 뜻 깊은 위령의 날 가장 고마우신 내 부모님을 찾아온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돌아오는 버스도 만만치 않았다. 길에서만 10시간여...그나마 다행한 것은 무릎이 잘 버텨주었다. 오늘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