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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발 긁기와 어깨 흔들기(熊癖) |
불만족하거나 반항적인 말은 운동을 통해 순종시켜야 한다. 말이 바닥을 긁어대는 것은 그가 갇혀 있는 마방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어떤 일에 대한 열망과 조급함의 표시이다. 그것은 바로 말이 “나는 달리고 싶다” “나는 무언가를 원한다”라고 말하는 일종의 행동언어인 셈이다. 말은 그들이 바닥을 긁어댐으로써 사람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낸 경험이 있으면 그런 행위는 곧바로 그것을 구걸하기 위한 버릇으로 발전하게 되고, 그 후에는 결코 말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관리자의 특별한 원인 행위가 없어도, 말들은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거나 하면 바닥을 긁어댄다. 이런 경우도 마찬가지로 먹을 사료와 마실 물을 달라는 의미이다. 바닥을 긁어대는 또 다른 이유는 말이 어딘가 심하게 아픈 경우이다. 특히 산통에 걸려 심한 복통을 호소할 때 전형적인 바닥 긁기를 한다. 보통 산통은 밤중에 발생하는데, 이때는 관리자도 잠이 들어 말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그러나 다행히 산통에 걸린 말은 계속해서 마방바닥을 긁어대기 때문에 잠든 관리자를 깨우는 효과도 있다. 온몸이 찌뿌드드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역시 이런 행동을 하게 된다. 특히 출주 전에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던 말이 경주를 마친 후에 마방 내에서 장기 체류하게 되면 마체 상태가 더욱 불쾌해진다. 이와 관련지어 주중 1회 경주마 휴일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경주마에게 휴일이란 일종의 불합리한 과잉친절의 좋은 일례이다. 말이 휴식한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완화시킨다는 것이지, 마방 내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서 있는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말이 마방 내에서 무료하게 장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휴식이 아니고 고통이다. 우리가 과거에도 보아왔고 앞으로도 목격할 일이지만, 그 결과 말들에게 여러가지 나쁜 버릇이 생겨남은 물론 나태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상한 병들이 생겨 수의사의 신세를 지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가장 부적절한 형태의 휴식은 장거리운동이나 경주를 마친 후에 마방 내에서 장시간 휴식을 취하는 경우이다. 일요일에 경주를 마친 말은 보통 일요일 오후와 월요일 하루종일,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화요일까지도 마방에 갇혀서 휴식을 취하는데, 이는 지극히 바람직하지 않은 조처이다. 말이 경주를 마친 후에는 오히려 가벼운 운동을 통해 수축되었던 근육을 이완시켜 주고, 경주 중에 근육에 쌓인 피로물질인 젖산을 배출시켜 줘야 근육통을 풀어줄 수가 있다. 경주 또는 승마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말은 충분한 시간 동안 평보 또는 속보운동을 시키고, 방목장에 풀어 어느 정도 자유롭게 운동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휴일이란 미명 하에 말을 하루종일 마방에 처박아 두어서는 안된다. 어깨를 흔드는 버릇(熊癖)은 매우 피곤하고 소모적인 행동이다. 즉, 양 앞다리를 약간 넓게 벌리고 지면에 고정한 뒤 앞 상체를 좌우로 계속 흔들어대는 버릇이다. 이런 행동은 마치 곰이 심심할 때 취하는 행동과 매우 흡사하여 웅벽이라고도 한다. 한 번 시작하면 수시간 동안 계속되며, 체중을 한쪽 다리에 집중했다가 다른 쪽 다리로 보내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말의 관절과 건 인대에 무리를 주어 앞다리 운동기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런 행동은 의심할 여지없이 운동부족과 지루함에 그 원인이 있다. 코끼리, 낙타, 곰 등 다른 동물들도 장시간 동안 포로 상태가 되면 이런 증상을 보인다. 이런 흔들기 버릇도 역시 전염성이 높아 다른 말들에게 전파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이 매우 흉내를 잘 내는 동물로 안다. 그러므로 이런 버릇을 보이는 말은 다른 말이 보지 못하도록 격리해 관리해야 한다. 말의 방목장이나 운동장 가까운 마방에 있는 말들에게 더 잘 발생한다. 그들은 밖에서 다른 말들이 운동을 하거나 놀고 있는 상황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알고 있는데,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처지이므로 더욱 안타까움을 느껴 웅벽을 발현한다. 밖의 상황이 흥미진진하면 할수록 마방 내에 갇힌 말의 웅벽은 더욱 악화된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는 말이 밖의 상황을 보거나 듣지 못하도록 방목장과 조교장에서 비교적 원거리에 마사를 설치하고, 마사의 문도 이런 상황이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옆 마방의 말에게만 사료를 주고 자기에게는 주지 않으면 말은 흥분하여 더욱 심한 웅벽을 발현할 수 있다. 말은 밥 먹는 시간을 정확하게 알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웅벽을 시작한 말에게 그것을 못하게 하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외국에서는 이런 말의 양쪽 구절 부위에 무거운 물체를 장착하여 말이 바르게 서 있도록 하는 방법을 쓰고 있으나, 이는 말이 다칠 위험이 크다. 다른 방법은 마방의 벽에 수직으로 두껍게 흰줄과 검은줄을 여러 겹 그어놓는 것이다. 그러면 말이 좌우로 몸을 흔들 때 벽의 줄무늬에 의해 어지러움을 느껴 말이 그런 행동을 자제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말의 머리 굴레 양쪽에 긴 줄을 단 뒤 그 줄을 양 벽에 고정된 고리에 걸고 줄 끝에 무거운 물체를 달아두면 말이 움직일 때마다 무게를 느끼기 때문에 점차 흔들기를 덜하게 된다. 이때 양쪽 물체의 무게는 약 10kg이 적정하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방법은 말에게 충분한 운동을 시키는 것이다. 운동을 충분히 한 말에게는 어깨 흔들기 같은 버릇이 잘 생기지 않는다. 마방 내에서 빙빙 도는 말도 있다. 이런 말 역시 운동부족이거나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심심하고 지루해하는 말을 달래주기 위해 반려동물을 마방에 넣어주는 방법도 있다. 외국의 경우는 염소 같은 동물을 마방에 넣어 주기도 하는데, 그러면 친구가 되어 서로 잘 지낸다고 한다. 무료함이 덜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