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7 01:57:30
368차 청계산 산행기
2011. 11. 25. / 한산도도다리 박모철
산행일: 2011년 11월 20일
참석자: 도다리(대장), 민영, 문수, 진운, 재봉, 병욱, 택술, 은수. 총 8명
10시 정각 옛골토성 식당 옆에 택술, 은수를 제외한 여섯이 모였다. 회사일로 참석이 힘들다던 은수가 30~40분 늦겠다며 먼저 올라가라며 산행코스를 묻는다. 이수봉에서 매봉을 거쳐 원터골로 하산할 것이라고 코스를 알려주고 나니, 온다 간다 소식도 없던 택술이 굴다리 도착 2~3분 전이라며 기다리란다. 택술이 2~3분이면 10~20분은 족히 기다려야 될 거라며 반신반의 하는 사이 굴다리에 이미 도착했는데 어딧냐고 바로 전화가 울린다.
10시 20분경 들머리를 출발하여 이수봉을 향한다.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고 예보된 탓에 잔뜩 껴입고 왔더니 산행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겉옷을 벗을 수 밖에 없다. 늘상 정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나무그늘에 퍼질고 앉아 막걸리 타령하던 병욱을 비롯 어느 누구도 쉬었다 가잔 사람이 없다. 추운 날씨 탓이다. 나와 함께 뒤쳐진 재봉이도
“일마들이 우짠 일로 함 쉬어 가잔 소리도 없이 내 뺏뿐노? 안 그래도 심사 뒤틀린 도다리 대장을 여~ㅇ 우습게 보는가배?”
라며 뼈 있는 농을 던진다.
11시 30분경, 이수봉 정상이 저 만치쯤 보일 무렵, 뒤 늦게 쫓아 온 은수가 합류했다. 점심께나 만날까 했더니 예상보다 훨씬 빨리 쫓아 왔다. 역시 고수다.
정상은 추운 날씨에도 사방에서 올라온 등산객으로 붐빈다. 순서를 기다려 기념촬영을 하고 바로 아래쪽 헬기장으로 옮겨 점심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다. 점심 전에 술 한잔 하지 않고 자리 깔기는 도다리 산행 이후 첨이다. 보따리를 풀자마자 술병이 쏟아진다.
도다리도 막걸리 한 병, 병욱이도 한 병, 소주도 콘 놈으로 한 병, 은수가 직접 담근 오디주가 한 병, 택술이가 양주들 특수 플라스틱 용기에 나눠 담아 왔다. 오디주 반 병에 막걸리 한 병을 겨우 비우니 더 이상 술 욕심 부리는 사람이 없다. 병욱이 자기가 갖고 온 막걸리를 비워야 한다며 꼭지를 딸려는 것을 겨우 말렸다. 각자 준비한 도시락, 김밥, 시루떡, 고구마에 따뜻하고 헤이즐넛 향이 가득한 커피, 컵라면까지 빈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매봉으로 향한다.
택술은 하산 후 접선(?) 약속이 있다며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 한단다.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
식후에도 재봉과 함께 뒤로 쳐지다 보니 먼저간 다섯은 금새 뒷모습도 안 보인다. 막걸리 두 잔에 오디주, 양주 한 모금 때문인지, 그렇잖아도 왼 무릎이 불편한 한 차에 크고 작은 오르막길을 따라 잡기에 부친다. 기온이 갑자기 많이 떨어진 탓에 음지를 걸을 땐 손도 시리고, 산 등성이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땐 가을이라기 보담 겨울이란 느낌이 앞선다.
당초 원터골로 하산키로 하였으나 병욱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화물터미널 쪽으로 날머리를 변경하였다. 매봉에 도착하기 전 중간에 이정표를 보니 원터골 1,500미터, 화물터미널 2,800미터란다.
화물터미널 하산길은 멀긴 해도 완만하게 뻗었고 날머리 쪽이 붐비지 않아 양재역으로 하산주 하러 가기도 편리하단다.
‘어쨌거나 날을 춥고 다리는 아픈데 1.3키로나 더 걸어야겠네’ 도다리 혼자 속으로 궁시렁 거리는 소리다.
화물터미널을 들머리로 하여 청계산은 몇 차례 올랐지만 거꾸로 내려 오긴 이번이 첨이다. 이리로 올라 간 청계산 매봉은 되게 멀게 느껴지더니, 내려오는 길은 더 멀어 보인다. 오랜 산행의 말미라 그렇지 싶다.
지난 여름 350차 산행 이후 여차저차 개인적인 일에다, 회사일로 주말이 비지 않아 오랜만에 산우회에 나왔다. 간밤엔 영문도 모르고 한 취객으로부터 얼토당토 않은 욕을 바가지로 먹긴 했다만, 함께한 산우들의 위로(?) 덕분에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양재역 부근에서 하산주 한 잔 하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한다. 함께한 산우들, 오고팠지만 함께하지 못한 산우들 올해 남은 산행에서도 자주 얼굴 봤으면 좋겠다.
2011. 11. 25 도다리 씀
추신: 해외 출장으로 산행기가 늦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