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체포 (1639)
마티아스 스토메르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마티아스 스토메르(Matthias Stomer, 1600-1650)는
네덜란드 중부에 있는 위트레흐트주에 있는 아메르스포르트에서 태어났고,
1615년에 로마로 건너가 이후 이탈리아에서 주로 활동한 화가이다.
그는 1630년경에 메시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1630년에서 1632년 사이에는 로마에서 지냈다.
1633년에서 1640년 사이에 나폴리에서 거주하며 작업했고,
1641년에는 시칠리아에 정착했는데,
그는 1650년경에 시칠리아에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스토메르는 예수님의 수난 장면 중에서
특히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고난을 받으신 그 밤에 이루어지는 수난 장면을
촛불을 들고 인물들을 비추는 모습으로 꼼꼼하게 그렸다.
그가 1633-39년경에 그린 <그리스도의 체포>는 나폴리 거주 시기의 작품으로
마태오복음 26장 47-56절, 마르코복음 14장 43-50절,
루카복음 22장 47-53, 요한복음 18장 1-11절이 그 배경이고,
카라바조를 추종하던 화가들이 자주 그린 주제 중 하나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키드론 골짜기 건너편으로 가셨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여러 번 거기에 모이셨기 때문에,
그분을 팔아넘길 유다도 그곳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다는 성전 경비병들을 데리고 그리로 갔다.
그들은 등불과 횃불과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분을 팔아넘길 유다가 그들에게 미리 신호를 일러두었다.
“내가 입 맞추는 이가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붙잡으시오.”(마태 26,48)
유다는 곧바로 예수님께 다가가 “스승님, 안녕하십니까?”(마태 26,49) 하고
나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의 왼손엔 스승을 팔아넘긴 대가로 받은 돈주머니가 들려 있다.
그는 관람자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예수님을 배반한 사람이 당신도 될 수 있다는 듯 경고하고 있다.
유다의 신호가 떨어지자 사람들은 밧줄로 예수님을 포박하고 있다.
예수님을 체포하는 현장 속에 있는 사내들을 각기 다른 표정이다.
횃불을 든 사내는 손가락으로 예수님을 가리키며
체포할 사람이 바로 그분임을 확인하고 있고,
그 뒤에 밀짚모자를 쓴 사내는 어둠 속에서
예수님의 광채를 보고 놀라고 있으며,
머리에 흰 천을 두른 젊은 사내는
조심스레 예수님의 손을 밧줄로 결박하고 있고,
그 뒤에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쓴 사내는
두려운 눈빛으로 예수님의 등을 잡아 결박하는 젊은이를 돕고 있다.
체포되시는 예수님은 수심과 고뇌에 가득 차 있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는 눈빛이다.
그분의 옷은 사랑과 겸손을 상징하는 붉은색 속옷과 갈색 겉옷이다.
그분은 저항도 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하느님 뜻에 순종하겠다는 의지를 결박된 두 손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예수님의 옷은 2천 년 전 팔레스티나의 의상이지만
유다와 예수님을 체포하는 사내들의 옷은 17세기 로마의 의상이다.
스토메르는 성경의 주제를 현재에 접목하여
예수님을 배신하고 붙들고 있는 것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현실임을 고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