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 최하위의 아이들
북유럽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핀란드와 덴마크 아이들의 행복지수도 높을 것이다. 어른의 삶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아이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울 뿐이다. 이 아이들은 공부 기계로 전락한지 오래 되었다. 아주 옛날 아이들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은 시절과 비교해도, 과히 불행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사회는 각자의 역량에 맞게 삶을 살게 해 준다. 즉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이들에게 이런 것은 기대할 수 없다. 모든 입시생이 의대와 법대만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불균형이 너무 심해, 오로지 돈에 목을 건 사람들이 한국인이다. 다른 것으로 삶을 살줄도 모르고, 자신의 인생을 증명하지도 못한다.
청렴한 사람은 공무원을 하고, 사리에 밝은 사람은 기업가를 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이 의사를 하고, 판단을 잘하는 사람이 법률가를 하는 것이 맞다. 이렇게 분별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모두 똑같은 붕어빵이 되어 삶을 산다. 그리고 그 길에서 탈락한 사람에게는 무서운 벌을 내린다. 즉 승자 독식의 단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국 사회이다.
예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한국에서 기업을 하다 망하게 되면 재기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전 의욕을 꺾는 사회에서 어떻게 위대한 기업이 탄생할 수 있겠는가? 사회 전체가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모두 안전빵을 원하고, 그래서 모두 의대와 법대를 지망한다. 삶은 이 순간에만 존재하건만, 시간과 세월을 희생시키고 그 대가로 돈을 벌게 된다.
이런 사회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승자는 승자대로 억울함이 쌓여 있을 것이고, 패자는 패자대로 신세한탄만을 할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모든 재산 또한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 모두 돈을 벌어 집과 건물을 장만하기에 바쁘다. 이것이 한국에서 불패 신화를 그동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에게 닦달하여 성적만을 요구한다.
그 다음에는 명문대에 진학하기만을 원한다. 또 그 다음에는 대기업에 취업하여 돈을 많이 벌 것을 기대한다. 끊임없이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한국인은 오늘도 돌고 돈다. 제정신을 지닌 사람은 거의 없을 지경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려면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데, 한국인에게 이것은 사치와 다를 바 없다. 이러니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항상 최하위다.
아이들만이라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데, 어려서부터 조기 교육이니 하며 간섭과 조언이 지나치다. 건강한 사회는 각자 아이들의 개성에 맞는 교육 방법을 적용할 것이다. 일률적인 교육은 산업화 시대에 공장 근로자를 양성하는 방법이었다. 지금과 같은 지식 사회에는 스스로 공부하고,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한국이 전체적으로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는 사회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보화와 지식 시대에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은 자신의 본모습을 잘 이해할 때 발휘되는 역량이다. 현재 세계적인 기업들은 모두 서양에 있다. 한국에 있는 기업은 어느 하나 창의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하청 기업과 같은 모습을 띄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이것은 이제 한국보다 후진국형 나라에 일자리를 빼앗기게 되어 있다. 그들의 인건비가 한국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이 없고, 자녀를 취업시키고 싶은 회사가 없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니 모두 돈만 많이 벌 수 있다고 여기는 의사와 변호사만을 시키려 한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의 아이들은 오늘도 학원가를 불철주야 서성거리고 있다.
아이들은 힘이 없으니 위에서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한다. 그래서 한국 아이들은 전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항상 꼴찌이다. 공부 밖에는 자신을 증명할 도구를 찾지 못하니, 아이들의 삶의 만족도 또한 최하위다. 사람은 자신의 본능대로 따를 필요가 있다. 아이 때는 친구들과 놀아야 하고, 운동을 하며 몸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당분간 어떤 정치인이 리더가 되더라도, 한국 아이들의 이런 삶의 패턴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 너무 많은 후유증을 안겨주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한국은 너무 빨리 발전한 것이고, 이 속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은 존중받지 못한다. 한국의 아이들이 가장 약자에 속하니, 이들의 마음은 오늘도 곪아 터지고 있다.
김신웅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