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들녘에 한차례 꽃비가 내린 4월이 지나고 있다. 향긋한 봄내음 가득하다. 하얀 꽃을 머리에 인 이팝나무가 멀리까지 영원한 사랑의 향기를 뿜으며 봄을 떠나보내는 배웅의 몸을 곧추세운다. 나의 4월은 어둠 속에서 긴 부활 찬송, 엑술떼(Exsultet)를 들으며 마음의 등불을 밝혔다. 나의 2017년은 ‘내가 죽을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그 일에 앞서 딸네 집에서 가족공동체를 이룬지 두 달째다. 한 지붕 두 가정이 된 우리는 딸이 내어준 안방에 책상을 옮기고 그 위에 볼 책과 컴퓨터와 오디오를 쌓았다. 마치 40여 년 전 신접살림집이나 학창시절의 자취방 같다. 그 공간에서 책을 읽고 음악 들으며 글을 쓴다. 늙어가면서 느끼는 일상의 감정은 봄 날씨처럼 변덕이 심하다. 바깥으로 난 넓은 창으로는 어느 틈에 4월의 벚꽃장마가 지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날에 이팝나무가 꽃을 피웠다. 고사목 같은 노거수가 새싹을 내는 산고(産苦)를 치른다. 벚꽃 흩날리는 아름다운 봄의 계절에 돋은 초록이파리가 푸르른 신록을 꿈꾼다. 2017년의 봄이 사랑과 희망의 연두빛 새잎으로 돋아난다. 오는 9월부터 시작될 예가인문학교실 제5기 강의 주제를 ‘제4차 산업혁명(第四次 産業革命,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으로 정했다. 제1, 2, 3차 산업혁명으로 문명의 발전을 이룩한 인류는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인류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산업시대의 여명기에 접어들었다.
날이 밝으면 디지털과 컴퓨터기술, 그리고 지능혁명(knowledge revolution)의 놀라운 융합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지능사회로의 진화가 실현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기술의 혁명적 변화를 공부하여 그 실체와 진로를 접근해보기로 했다. 새로운 미래는 디지털 기술과 지능혁명이 모든 것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새로운 세계로 진화한 놀라운 미래를 더듬기로 한 것이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의 물결이론(Wave Theory)으로부터 크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다보스 포름‘에서 선언한『제4차 산업혁명(The 4th Industrial Revolution)』의 핵심은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에 이르기까지 미래의 변화를 살피기로 했다. 이 시대는 생물학적 뇌와 인공의 뇌, 클라우드 뇌가 이끌 제4차 산업혁명의 세계는 인공지능과 3D 프린팅, 인터넷과 웨어러블(Wearable),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한 품질향상과 의사결정 기술, 인간을 닮은 로봇기술과 신소재의 등장, 선진국의 대응을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될 지능혁명과 우리의 삶을 전망해보기로 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실체와 진로를 열어갈 제5기 예가인문학교실의 제1강은 ‘제4차 산업혁명의 서막’을 통한 제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다양한 용어풀이하고 제2강, ‘앨빈 토플러가 본 미래의 물결’로 본 미래학 제3강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복합현실의 이해’, 제4강 제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제5강 제4차 산업혁명을 선언한 ‘클라우스 슈밥은 누구인가’ 제6강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융합의 선도 기술’ 제7강 독일, 일본,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각국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과 전략’ 제8강 ‘4차 산업혁명기에 나타날 개인자본주의시대 인재의 조건’ 제9강 인간을 닮은 로봇이 몰려온다. 제10강 ‘제4의 물결이 덮친다.’ 제11강 ‘제5차 산업혁명은 오는가?’ 제12강은 ‘제7의 감각(The Seventh Sense)이란 무엇인가.’로 3개월간의 일정을 짰다. 매주 월요일 저녁 8시부터 100분 동안 강의와 토론으로 진행하면서 지금 학계와 전문인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용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재편하게 될 미래의 산업구조를 학습하기 위해 A4용지 52장 분량의 교안을 정리했다. 오늘 아침 신문에는 맞춤형 다시보기 인공지능텔레비전(AI TV)의 개발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뉴스가 눈길을 끈다.
제5기 예가인문학교실 강의를 위해 크라우스 슈밥의 원서『The Forth Industrial Revolution』와 송경진이 번역한『제4차 산업혁명』를 텍스트로 삼아 하원규의『제4차 산업혁명』,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의『마켓 4.0』, 최윤식 최현식의 『제4의 물결이 온다』와『2030 미래의 대이동』, 기디언 로즈(Gideon Rose) 외 26인이 쓴『4차 산업혁명의 충격』, 박영숙의『세계미래보고서 2055』, 이기근의『다가올 미래, IT 빅픽쳐』,돈 텝스콧(Don Tapscolt)& 알렉스 텝스콧(Alex Tapscolt)의『블록체인혁명』, 오컴의『가상현실』, 정동훈의『가상현실 개념사전』, 타일러 코웬(Tyler Cowen)의『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 호드 립슨, 엘바 컬만『3D 프린팅의 신세계』애비 스미스 럼지(Abby smith Rumsey)의『기억이 사라지는 시대』등을 읽어냈다. 낯선 과학책을 읽는 동안 가르치기 전에 배우는 과정을 통해 서로 성장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올랐다. 이를 뜻하는 고사성어는 중국 오경(五經)의 하나인 《예기(禮記)》의〈학기(學記)〉편에 나오는 말로 “스승은 학생을 가르침으로써 성장하고, 제자는 배움으로써 서로가 진보한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교안 작성을 위한 자료수집과 참고도서를 읽으며 몰두하는 동안 힘겨운 몸살을 앓았다. 제4강 ‘읽고 생각하며 쓰는 삶’을 강의하는 동안 가을의 제5기 인문학 강의 준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교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전당은 우리 부부를 위한 훌륭한 휴식공간이 되었다. 모두 5편의 명화를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영화는 칠레의 시인 네루다가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서 우편배달부와 나누는 은유의 시적 낭만을 펼친 ‘일 포스티노(The Postman)’에 이어 NASA에서 인종차별과 여성차별의 한계를 극복한 흑인 여인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그린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에 이어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사랑과 위로의 매시지를 전하고자한 ‘나의 사랑, 그리스(Worlds Apart)’는 시리아 난민들과의 갈등을 사랑과 화해로 꽃피우는 이야기가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어 영화사의 전설로 1994년 작품인 영화 ‘자전거 도둑(The Bicycle Thief)’는 전후 이탈리아의 현실을 파헤친 네오 리얼리즘의 대표작으로 영화가 세상의 전부인 소년 토토와 낡은 마을 극장의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애틋한 우정을 그린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을 떠올렸다. 교안을 마무리한 주말에는 오랫동안 별른 아일랜드의 슬픈 역사보다 더욱 슬픈 여자의 일생, 세상이 반대한 사랑을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의 선율을 타고 그린 영화 ‘로즈(The Secret Scripture)’는 전쟁의 한편에서 은밀하게 자행된 차별과 편견의 이야기가 기어이 손수건을 꺼내게 했다. 영화가 상영되기 직전까지 시끄럽던 좌석과 심지어 영화 상영 중에 전화를 받는 무례함이 마음에 걸렸으나 엔딩크로징이 끝나고 불이 켜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관객은 단한 명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영화의 전당에서 사온 한 잔의 라떼와 스콘을 손에 든 채 수영강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