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대신에 채용박람회라.. 모두들 학년이 학년인지라 관심이 가긴 했으나 수업이 연속해서 있는 조원들을 비롯 모두 같이 시간을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조원활동을 처음으로 시작한다는 명분아래 우리는 조원 모두 채용박람회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모두 같이 가자고 소리쳤던 나는 집이 광주가 아닌 관계로 염주체육관까지 어떻게 가야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다행히 광주 토박이인 한 조원의 도움으로 염주체육관까지 염주체육관 근처가 집인 조원두명만 빼고 모두 함께 학교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였다. 평소 말을 별로 하지 않던 조원들이라 내심 팀플레이에 대하여 걱정을 하던 나였으나 버스 맨 뒷 좌석에 앉아 조원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불안했던 내 마음은 점점 희망적으로 바뀌었다.
기쁜 마음으로 염주체육관에 도착해 우리 조는 채용박람회 안내서와 팜플렛을 받아본 뒤 순서대로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쓰는 요령은 다들 나름대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부분이었으나 나중에 토의한 결과 새로운 점을 많이 알게 되었다. 특히 인상깊었던 점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용지 색깔은 굳이 흰색 용지가 아니어도 된다는 점이었다. 깔끔하고 명료한 인상을 주기 위해 당연히 용지는 흰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깬 부분이었다. 그리고 좀더 개성적인 자기 소개서를 위하여 지원자들이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회사마크를 종이에 삽입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격증이 있다면 그 자격증 사본은 반드시 부착해야한다는 것과, 1차 필기 시험만 합격했다하더라도 그 사실을 기재해주어야 한다는 점도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부분이었다. 나만 봐도 1차시험만 붙은 경우 그 사실을 적지 않았다. 이유인즉 왠지 별일도 아닌데 괜히 쓸 거 없어서 쓴 것 같은 인상을 줄까 염려스러워서였다. 그러나 2차시험도 곧 붙을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그러한 사실도 적어줘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또 자기 소개서를 쓰는 부분에 있어서 우리 조는 정말 많은 새로운 점들을 깨닫게 되었다.
"자기소개서를 왜 쓸까요", 기업에서는 왜 자기 소개서를 요구할까요?"라고 되려 묻는 안내원으로부터 이제까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점들을 알게 되었다. 자기 소개서는 그 업종이 요구하는 특성에 자신의 성격이 부합하는지, 또 그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특성을 갖추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아보기 위하여 실시하는 것이란 단순하고도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예전에 미처 몰랐던 사실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되었다. 그래서 자기 소개서를 쓸 때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구직자가 생각하는 것이 일치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고 입사 후 계획이나 자기 포부 등은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서류를 심사하는 사람들은 수백 수천 장의 똑같은 서류를 보기 때문에 시각적인 효과를 위하여 자신의 적성검사나 심리검사 결과 등을 도표나 그래프로 만들어 자기소개서 일부로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에 대한 내용을 끝내고 다음으로 이미지 메이킹 수업을 잠깐 듣고 직접 채용을 위하여 나온 여러 기업들 창구를 대충 둘러보았다. 기업 창구들 다음에 줄지어 선 곳에는 나름대로 개성 있는 직업창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칵테일 바텐더나 웨딩 매니저, 애견미용사, 경호 경비등 고등학교 때 한번쯤 꿈꿔봤던 그러한 직업들을 알려주고 또 소개해 주는 창구가 개설되어 있었다. 그 날 우리조는 이 직업 창구쪽을 쭉 둘러보다가 이미용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적성검사와 심리검사 등을 직접 받을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우리조 원 대부분이 12시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체육관을 나와 택시를 타고서 학교로 향했다. 또 아쉽지만 수업 때문에 식사는 다음 정모임으로 연기해 두기로 하였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학교로 향하면서 느낀 점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서로 꽤 많이 친해졌구나,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있구나" 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모두들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던 피곤한 하루였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는 팀원임을 알아 가는 중요한 날이었다는 것을 속으로 생각하면서 우리 조는 견학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