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경보 추가 포격에 두번 놀라 NLL 이남 떨어진 北미사일(종합)
뉴스1, 윤왕근 기자, 최창호 기자, 이재춘 기자, 한귀섭 기자, 2022. 11. 02
북한이 2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우리 영토 최동단 경북 울릉지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돼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긴장감에 휩싸였다.
또 북한 탄도미사일이 강원 속초로부터 동쪽으로 57㎞ 공해상, 동해안 '코앞'에 떨어지면서 속초와 고성 등 동해안 최북단 접경지역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같은 날 오후 북한이 강원 고성 일대 동해상 완충구역에 100여 발의 포병사격을 실시, 이를 들은 지역주민들이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다.
1. '웽' 사이렌에 놀란 울릉도, 공습경보에 대피하였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2일 오전 8시55분쯤 경북 울릉군에 공습경보가 발령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울릉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55분쯤 섬 전체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공무원과 주민들은 군청 지하대피소 등으로 황급히 대피했다.
50대 주민 A씨는 "출근길에 갑자기 '웽'하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승용차 라디오를 통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방송을 들었다"며 "미사일이 울릉도 쪽으로 날아올 것 같다는 불안감으로 가슴을 졸였다"고 전했다.
울릉군 북면 평리 김이환(69) 이장은 "북면은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곳이어서 주민들이 더 긴장했다"며 "울릉군에서 20분 단위로 마을방송을 통해 상황을 알렸다"고 말했다.
이날 공습경보로 오전 포항을 출항해 울릉 도동항으로 가던 정기여객선이 회항하는 소동도 있었다.
한편 이날 울릉군 전역에 발령된 공습경보는 5시간여 만인 같은 날 오후 2시2분 경계경보로 하향됐다.
2. 뒤늦은 대피 문자, 미흡대처에 울릉 주민 혼란이다.
이날 공습경보가 내려진 울릉지역에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 미흡으로 주민들이 혼란을 겪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
울릉군 주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요란한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지만 울릉군은 아무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이후 오전 9시19분쯤 울릉도재난안전대책본부가 '울릉알리미'를 통해 '공습경보' 상황을 주민들에게 전했다. 공습 경보를 발령한지 24분이나 지나서다.
'울릉알리미'는 휴대폰을 등록한 섬 주민들에게 정기여객선 입항 시간 등을 알려주는 문자 서비스다.
울릉군 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송한 문자에는 '북한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 발사, 울릉군 지역에 공습경보 발령, 지하시설 등으로 대피해 달라'는 내용이다.
문자를 받은 주민들은 "섬에는 마땅한 방공호(대피소)가 없다. 군에서 어느 곳으로, 어떻게 대피하라는 안내가 전혀 없었다"며 "주민 대피령과 공습경보가 해제됐는지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공습경보와 관련해 '울릉알리미' 등으로 주민들에게 전달했지만 혹시 내용을 받지 못한 주민들을 위해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가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3. "불안해서 못살겠다" 동해안 접경지 주민도 놀란 가슴이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울릉지역 주민 뿐만 아니었다. 북한의 미사일이 속초앞바다서 불과 57㎞ 떨어진 공해상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속초와 고성 등 동해안 접경지 주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이날 북한의 도발로 동해안 최북단 어장인 저도어장 조업이 오전 10시를 기해 폐쇄되면서 고성지역 어민들이 생업에 차질을 빚었다.
고성 현내면 저진리 어로한계선 북측 구역에 위치한 저도어장은 14.6㎢ 규모로 북방한계선(NLL)과 불과 1.8㎞ 가량 떨어져 있다. 저도어장은 1972년 4월 최초 개방 이후 매년 4월 초~12월 말 고성지역 어업인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한명철 고성군 현내면 번영회장은 "오전 미사일 도발 이후 어민들이 조업을 하다가 피난을 나오는 등 지역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며 "한두번도 아니고 최근 계속 이러니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접경지를 고향으로 둔 것을 원망할 수도 없고, 정부가 접경지 주민들을 위한 안전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해안 최북단 마을인 고성 현내면 명파리 주민들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종복 고성 현내면 명파리 이장은 "다른 도발과 달리 이번에는 북방한계선 이남으로 미사일이 떨어져 어장이 폐쇄돼 생계에 타격이 크고 주민들도 깜짝 놀란 상태"라고 전했다.
실향민 거주지인 속초아바이마을을 찾은 관광객 김유진씨(30·서울)는 "최근 속초가 서울과 가까워져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오고 있다"면서도 "저기 보이는 속초앞바다에서 불과 50여㎞ 떨어진 곳에 미사일이 떨어졌다니, 북한과 가깝고 아직 휴전국이라는 것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4. '두두두두' 北 추가포격에 두번 놀란 고성이다.
이 같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로 긴장에 휩싸였던 강원 동해안 접경지는 오후 들어 동해상에서 추가 포격 소음이 들리자 공포에 떨기도 했다.
한명철씨(고성 현내면 거주)는 "오후 1시 30분 정도였나, 금강산콘도(현내면 마차진리) 앞에 있었는데 갑자기 두두두두하는 사격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며 "굉장히 큰 소음이 수분 동안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씨는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 소식 이후 또 이 같은 사격 소음을 들은 주민들이 놀라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주민 최태욱씨도 "아까 오후 2시쯤 '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 하는 총쏘는 소리를 여러번 들었다"며 "그 소리가 포격 이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그때 뿐 아니라 한 30분 전(오후 4시쯤)에도 포격 소리 같은 게 들렸다"고 덧붙였다.
실제 고성 최북단인 현내면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간성읍 지역에서도 오후 4시 전후로 사격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고성 간성지역 주민 A씨는 "지금(오후 4시20분쯤)도 무슨 훈련하는 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간성읍 주민도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것을 보니 북한 쪽 소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5. 잇단 北도발에 강원 안보관광 '올스톱'이다.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로 강원 접경 지역의 안보 관광지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먼저 화천군은 오는 3일까지 지역 부대의 요청에 따라 백암산 케이블카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고성 통일전망대와 철원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공원, 인제군 DMZ 테마탐방 노선 등도 방문객 출입 통제에 들어갔다. 또 양구 두타연 등 도내 접경지역 안보 관광지가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이날 여행을 온 타지역 시민들은 관광지 출입이 통제되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철원 민통선 농사를 짓는 서경원씨는 “큰 동요는 없지만,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신경은 쓰인다”면서 “정부가 빠르게 대처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도내 한 군 관계자는 "또 다시 이런 일이 있어 매우 당황스럽다"면서 "매번 북한 도발로 인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보니 지역 관광에 상당한 영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합참은 이날 “오후 1시 27분쯤 북한이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 완충구역 내로 발사한 100여 발의 포병사격을 포착했다”며 “이는 명백한 ‘9·19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또 앞서 이날 오전 이날 동·서해상으로 북한이 SRBM을 포함해 10발 이상 다종의 미사일을 발사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가운데 이날 오전 8시51분쯤 북한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3발 중 1발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26㎞ 지점 공해상에 떨어졌다고 합참이 전했다. 강원도 속초로부터 동쪽으로 57㎞, 울릉도로부터 서북쪽으로 167㎞ 거리 해상이다.
wgjh6548@news1.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