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인이 일찌감치 남편을 여의고 아녀자의 몸으로 힘들게 아이를 가르쳤다. 그런데 그 가르치는 방법이 아주 독특해 그 소문은 삽시에 온 동네로 퍼져나갔다. 그 부인은 여름에는 발을 드리우고 발 밖에 아들을 꿇어앉혀 놓고 글을 가르치는 겨울에는 방 안에 병풍을 치고 병풍 뒤에서 글을 가르쳤다. 어느 날, 이상하게 여겨온 이웃 사람이 그 부인을 찾아와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러십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저는 아녀자의 몸입니다. 따라서 제 아들이 글을 잘 읽으면 제 얼굴에 화색이 돌 것이고, 그것은 본 아이는 교만하고 방자해져 글을 깨우치는 데 게으름을 피울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아이가 글을 잘 못 읽으면 제 얼굴에 노기가 띨 테고 그렇게 되면 아이는 비굴해지고 주눅이 들어 더욱 글에 흥미를 갖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을 들은 이웃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돌아갔다. 이 일화는 당대 명필로 이름을 떨친, 바로 서포 김만중의 대부인 윤씨의 이야기이다. 이 서포 김만중의 대부인 윤씨가 새삼스럽게 현대의 추앙받을 어머니상으로 손꼽히는 이유를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