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수박 / 진서윤]
수박 / 진서윤
수박밭에는 여물지 않은 태양들이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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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각산의 바람과 노래 원문보기 글쓴이: 흐르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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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심사평 |
신선한 발상에 언어감각 더해 |
김경복
유홍준
박서영 올해 시 부문에는 많은 작품이 투고되어 저마다 재기와 패기를 선보였다. 다만 일상생활에 지친 감상적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는 점에서 시의 생기가 피로사회의 여파로 다소 잠식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게 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 의식을 언어적 세련미로 형상화해낸 뛰어난 시들이 꽤 발견되어 그나마 안도할 수 있었다. 최종 심사에 오른 작품 중 ‘거푸집’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패기 있게 시적 대응을 했으나 형상성이 너무 사변적이고 무거워 주저하게 되었고, ‘꼬리에 꼬리를 밟아본 꽃’은 표현의 신선함과 삶에 대한 인식의 재치는 돋보였으나 작위적인 전개와 구성이 문제되었다. ‘기린을 소재로 한 얼룩’은 산업도시 사회의 고독과 단절을 잘 포착했으나 감상에 치우친 면이 강했고 무기력하게 마무리한 점이 아쉬웠다. ‘허물어진 것들은 따뜻하다’는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작품이다. 허물어진 집이 재로 다시 건축된다는 발상이나 “따스함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저 집의 일생은 불이었다”라는 표현은 매우 신선하고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세련된 진술과 자못 낯익은 시상들은 어디에선가 본 듯한 느낌이었고, 신인으로서 가져야 할 패기를 놓쳐버리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당선작 ‘수박’은 이미지의 참신함이 돋보였다. 수박의 성장을 인간의 삶에 비유해 삶의 여러 단면을 성찰하고, 무엇보다 그 시적 전개마다 놀라운 언어감각이 심사위원들을 감동시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수박밭’과 ‘밤하늘’의 연계성을 지상의 어둠과 우주의 비밀로 해석해 감각적인 언어로 잘 꿰매고 있어 발상의 신선함을 샀는데, 이러한 점은 투고한 다른 작품들에도 고루 나타나고 있어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그에 합당한 언어 감각과 형상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선자가 더욱 정진해 한국시단을 밝히는 푸른 별이 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김경복·유홍준·박서영> |
[2013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수박 / 진서윤]
수박 / 진서윤
수박밭에는 여물지 않은 태양들이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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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각산의 바람과 노래 원문보기 글쓴이: 흐르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