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진동계곡 천렵
1.일시: 8월 18일 일요일~19일 월요일
2.참가인원: '딱선생' '바람' '그윽한미소' '남인' 그리고 나.
3.날씨: 장마와 급 물살을 피하고 피해서 날짜를 잡았기에, 물 흐름이 순해서 물놀이 하기도 좋았고, 족대질하기 최적이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족신(족대의 귀신)이 있질 않은가?
느덜 다 죽어 쓰!
출발
각자 사는 곳이 다 틀리고 시간 정하기도 어려운 가운데 어렵싸리 시간 장소를 정했다. 천렵 장소를 섭외하는데도 공력 아닌 공력이 들었으니, 어떤 곳은 휴식년에 걸리고 어떤 곳은 접근하기 쉽질 않아 1박 2일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는데 어려웠다.
장소 섭외를 위해 사발통문을 돌렸으니, 드디어 하나가 얻어 걸렸다.
바로 진동계곡인 것이다.
'남인'의 제수씨께서 여기를 점지해 주셨으니 이 아니 기쁘리오!
아마도 우리중 누구 하나가 천렵 장소를 추천했다면, 한두 인간의 비토를 피할 수는 없었을 터.
그러면 다시 원위치 맴맴을 돌다가, 장고 뒤에 악수 둔다고, 우리는 애먼 곳으로 가고 말았을 것이다.
그것을 한방에 해결해 주었으니, 이것은 관우의 청룡언월도 한방이 아니던가!
해서 우리는 그저 만날 장소와 시간만 정하면 되었으니, 그 장소가 다들 만나기 쉬운 잠실역 7번 출구이다.
'딱선생'은 출발 전날 나를 픽업하겠다고 그 먼 인천까지 오겠다고 협박아닌 협박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고, 콧물까지 나오려 한다.
만나는 시간인 오전 7시 잠실역까지는 충분히 갈 시간이지만, 깜빡 다른 생각에 끄달려 영등포에서 이미 산도림을 지났다는 것을인지하고, 신도림역으로 되돌아가는데 20분을 까먹었다.
잠실역에 10분 늦은 7시 10분에 도착하니, 다들 지랄 발광들이다.
왜 와이(why) 깜빡했냐는 둥,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냐는 둥, 둥둥둥둥둥둥둥소리가 머리를 마구 때린다.
아직도 휴가철이 진행중인지 휴게소에 사람이 인산 인해다.
'남인'은 아침을 먹어서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은 우동으로 통일.
우동한 그릇.
진동계곡을 따라 해미레 팬션에 도착하기까지 산악회 버스가 좌우 천변에 즐비하고, 방태산 산행을 마치고 귀경하려는 산꾼들로시끌벅적 분주하다.
해미레 팬션에 도착하니 아직 우리가 예약한 방이 오후 3시 입실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천변에서 쉬기로 했다.
족신이 물에 들어가 동태를 살피니, 물이 너무 맑아 고기가 없다며, 점심 먹고 하류로 1km 쯤 내려가자고 한다.
지붕도 올리고...
술이 들어가니 각자의 방식대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해 대 토론이 벌어졌다.
핏대는 핏대일 뿐!
돌아서면 우리는 언제나 가까운 친구 아닌가!
언제가 부터 부침개는 나의 몫이 되었는데, 아뿔싸 부침개를 뒤집다가 다 익은 부침개를 떨어트리질 않았는가!
사방에서 눈 화살과 입에서 나오는 독침들이 나의 얼굴에 무수히 박히는 것이 아닌가!
해가 바뀌면서 나의 순간적인 손 스넵이 엇박자를 놓으면서 부침개를 놓쳐 버린 것이다.
아 아 드디어 세월은 나에게도 깡패짓을 하는구나!
슬프고 슬픈 일이다.
토론은 계속 이어지고...
그 반대 급부로 얼굴은 불콰해지면서 말의 톤이 높아만 간다.
부침개의 자태.
천변 점심 동영상.
1km 하류로 동태를 살피러 간다.
작전을 짠다.
오늘도 빠루질은 나의 몫.
그런데 해미레팬션의 빠루는 특이하게도, 오리지날 빠루 역할을 하는 날과 못을 빼는 장도리가 없다.
순수한 쇠 몽둥이다. 나는 오늘 죽었다.
날이 없는 빠루를 휘두르려면 두배는 힘이 더들 것이다.
날이 안선 칼을 쓰는 것과 같질 않은가.
빠루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거나 말거나 우리의 족신은 고기가 어디 숨어 있는지 정확히 짚어내니 쪽집개 무당이다.
아 이런 피래미도 잡다니!
다수의 꺽지와 미꾸라지를 포획하는 우리의 족신.
발 밑은 이끼로 미끌 미끌하지만 넘어지지 않고 요리 조리 피하면서 레이더를 작동한다.
'바람'은 뭘 말하는 것 일까?
저기 고기 많아!
족대로 포위망을 좁히고.
몇번의 족대질로 나의 팔은 이미 그로기다.
날이 없는 빠루로 밑이 없는 바위를 들춰 내려니 힘이 두배는 든다.
내가 힘들거나 말거나 '남인' 은 좀더 세게 세게 바위를 들추라는 것이다.
그래야 꺽지가 들어온다나 뭐라나.
이런 쓰벌!!!
내 몸이 맛이 가는 것과 비례하여 어느덧 해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빠루들랴 사진찍으랴 카메라 챙기는 것을 소홀히 했더니, 급기야는 나의 사랑 캐논 디지탈 카메라가 물을 너무 많이 마셔 배가 터져 버렸다.
익사한 것이다.
헐! 고메라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고기잡는 것을 작파하고 이제부터는 물놀이다.
올갱이도 잡고...
흐미 좋으다!
흐미 좋으다!!
흐미 좋으다!!!
우리는 숙소로 철수하는 중.
내가 하던 빠루로 '바람' 은 물속에서 중심을 잡는다.
그건 어디서 배운 겨?
이런 요리법을 본적 있는가?
수제비를 위에서 던지고 있다.
매운탕과 소등심 그리고 버섯까지.
우리집 쿠쿠 밥솥으로 착각하여 물을 잘못잡는 바람에 밥이 설었다.
해서 거기다가 물을 잔뜩 부어 다시 끓이니 카메라가 사망하듯 밥도사망했다.
등뒤에 꽃히는 눈화살들과 말폭탄들...
그나마 먹을거리가 많아 용서가 된듯 하다.
저녁 동영상.
오늘 고기를 굽느라 그리고 고기 잡는 우리를 따라 다니며 넘어지느라 '바람' 은 열일하며 애썼다.
'딱선생' 은 뭘 보는 겨?
참새 똥꼬?
양평 시골집에서 고기굽는 구양신공을 터득한 '바람' 이 실력 발휘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고기가 맛이 기가막힌다.
어제 저녁에 나는 올갱이 잡고 '그윽한미소'는 어항 놓았는데, 아침 잠이 없는 '남인' 과' 그윽한미소'가 아침에 일어나 어항에서 잡은 고기들이다.
아름답고 아름답다.
튀겨 먹기도 적고 매운탕도 안되고 해서 방생했다.
식사 후에 어제 했던 토론을 이어간다.
생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만 재차 정확히 확인했다.
내가 만든 올갱이 국물.
초등생 입맛인 '바람' 과 절대로 올갱이는 간에 좋다는 확신이 없는 '남인'을 제외하고, 나와 '그윽한미소' '딱선생'은, 내말을 철석같이 믿고 끝까지 마셨다.
오방색인 간 담은 파란 색, 비 위는 노란 색, 폐 대장은 흰 색, 심장 소장은 붉은 색, 신장 방광은 검정색이다.이런 색깔을 섭취하면 오장육부에 좋은 작용을 한다.
간이 춤을 춘다.
속소 출발전 여유를 부리고 있다.
먹다 남은 강냉이가 이 시간을 대변하고 있다.
결국 강냉이도 사망했다.
마무리 시간이 더 바쁜 '그윽한미소'.
다음 천렵을 대비하여 장비를 챙기고 있다.
수영장을 옆에 두고도 수영을 못하고 떠나간다.
홍천으로 빠지는 길에 유명한 방동약수를 들러 가기로 했다.
300년 전에 어느 심마니가 지금 약수터 자리에서 육구만달 산삼을 캤는데, 그자리에서 약수가 솟구쳤다고 한다.
톡 쏘는 맛 외에 철 망간 불소가 함유되어 위장에 특히 좋다고 한다.
좋다면 물불 안 가리는 우리의 친구들.
나도 바가지로 한바기지 먹었다.
탄산이 아주 강하고 이 물로 밥을 하면 밥 색깔이 파랗고 밥맛이 좋다고 한다.
이 구멍에서 용출된다.
짬만 나면 스마트폰에 코를 박는다.
풀을 뜯어 먹는 개.
소화가 안될 때, 스트래스를 받았을 때, 그리고 기타 미네랄이 부족할 때, 풀을 뜯어 먹는다고 한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있다' 는 말은 쓸데 없는 말이라고 치부하는 말일진데, 결코 헛튼 짓이 아니라는 말이다.
고쳐써야 할 말중의 하나이다.
이인원 당구장에서 한게임.
가는 곳마다 식당이 브레이크타임이라 겨우 찾은 홍천 '굴다리 막구수' 집이다.
이 메뉴는 소화에 문제가 있는 '남인' 추천인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특히 감자전이 맛이 있었는데, 감자만으로 감자전을 부치면 잘 부쳐지지 않는다.
해서 보통은 부침가루나 튀김가루를 섞는데, 그러면 맛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집은 100% 감자만으로 전을 부쳤다.
100% 감자만으로 부친 감자전을 먹어 본 사람은 안다 그 맛을!
그러니 맛이 있을 수 밖에...
메밀국수도 메밀 함량이 거의 100%에 육박하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전병 한조각.
예전 나홀로 백두대간을 할 때 홍천 시장에 메밀 전병 잘하는 할머니가 있었는데, 어딜가나 그 맛이 메밀전병의 꼭대기이다.
비슷하긴 하나 전병 속에서 차이가 난다. 담백하면서 톡 쏘는 묵은 김치만 들어간 전병 맛은 아닌 것이다.
할머니 전병을 먹고 싶다.
어디가서 그걸 먹어 보노?
가는 길에 홍천강의 전경을 구경했다.
먹고 노느라 수고들 했다.
내년 천렵을 위해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