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호동 폭포 앞에 선 내 모습. 이날 처음으로 이 명승지를 방문한 곳임>
만물의 쉼터 조무락鳥舞樂골
장마철에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예년에 볼 수없는 빗줄기가 굵고 집중폭우로 인해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세차고 조무락(鳥舞樂)골을 오르는 첫발부터 우리 귓전에는 포말을 일으키며 흐르는 물소리는 장대한 우주의 교향곡이었다. 큰 바위에 부딪혀 포호하듯 힘차게 흐르는 곳엔 더욱 오묘하고 장엄한 교향곡을 들려주었고, 바위틈을 비집고 잔잔히 흐르는 곳엔 조용한 음률을 발하며 흐르는 음악의 온갖 만상을 상상케 하는 조화로움의 화음과 음률을 즐기며 발을 떼어놓으니 별천지에 나와 일행들을 던져 놓는다. 따라서 이 골짜기의 청정미를 더하며 짙은 녹색의 숲과 산그늘은 한결 신선한 느낌을 선사해 온다. 물건으로 치면 일품이다.
당일치기 산행할만한 서울 근교에 물 맑고 경치 좋은 골짜기 어디 없을까하고 생각하다가 망설임 없이 들먹일 수 있는 골짜기가 바로 지난 토요일 우리 상림클럽이 다녀온 가평군 북면 가평천 상류의 조무락 골이다.
오랜 시간동안 노출되지 않은 듯한 ‘비밀정원’마냥 조용하고 깊었다. 본격적인 등산을 할 작정이 아니라면 이 골짜기를 권하고 싶다. 한 없이 맑고 깨끗하며 조용하고 푸른 나무며 물보라 일으키는 물안개와 신선한 바람이 살갗을 문지르며 스치는 계곡 바위틈에 앉아 즐기는 맛이란 어느 즐거움에도 비할 수 없고 오순도순 모여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음식 나눔과 맛은 어는 풍요로운 뷔페가 부럽지 않아 무릉도원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감미로움이 아니겠는가.
<좌로부터 함양군 전성율회장, 그리고 나와 상림크럽 조용국회장- 복호동 폭포구경 마치고>
흔히 수도권 제일의 청정 하천으로 꼽는 가평천은 조물주가 숨겨놓은 ‘비밀정원’인양 빼어난 산세와 바위와 물과 초목이 어우러져 구름과 바람과 새와 하늘이 머물다 가는 곳, 그곳이 바로 조무락 골이다. 조무락(鳥舞樂)골의 글자를 뜯어보면 수궁이 간다. 새조 鳥, 춤출 무舞, 즐거울 낙樂 자의 세 글자가 모여 鳥舞樂 골이다. 아마도 조물주가 이 비밀정원을 만들어 신선들이 즐기도록 하기위해 새들이 조잘대며 노래하게하고 춤을 추게 하며 평화롭게 즐기는 도량으로 만든 곳이 조무락골이기에 이 광경을 엿본 햇님이 살포시 햇살을 나무들 사이로 들이우니 구름이 지나다 쉬어가고, 바람도 덩달아 하늘대며 이리저리 스치며 춤을 추니 나뭇잎들이 살랑 살랑 나부끼며 춤을 추고, 이끼 낀 바위가 덩실덩실 우쭐댄다. 이에 질세라 물보라 일으키며 바위를 때리고 흐르는 맑은 물은 장엄한 교향곡을 연주한다. 그래서 한바탕 얼싸 안고 만물이 머물다 가는 곳, 그 정경을 연출하는 곳이 바로 조무락골이요 만물의 쉼터가 아니던가.
조무락골을 오른다.
한참 걸어 오르니 오른쪽 펑퍼짐한 넓은 밭에 안개꽃 닮은 개망초꽃 무리가 나타나고 이를지나 수풀사이 바위 골 굽이치는 물줄기 콸콸 흐르는 곳에 다다르니 외나무다리가 약 20m쯤 걸려있다. 38교에서 여기까지 쉬엄쉬엄 걸어 오른 완만한 산길 1시간30분. 모두 조심스레 건넨다. 그리고 다시 평탄한 숲길을 걷는다. 오른쪽 숲 밑엔 거센 물소리가, 왼쪽 비탈엔 하얗게 피어난 ‘큰 까치수염’ 무리가 벌과 나비의 세례를 받으며 흔들리는 산길이다. 수풀 사이로 굽이치는 바위 골짜기가 서늘하다 못해 차가운 기운이 감돈다. 잣나무 밭 사이 물이 졸졸 흐르는 돌 밭길을 지나 물길의 본류를 건너 다시 돌 밭길을 오르면 길 왼쪽에 거대한 바위가 버티고 있다. 독 바위로 불리는 집 채 만한 바위다. 바위를 지나 돌아보면 진면목이 드러나는데 엎드린 호랑이의 얼굴 모습이다. ‘복호동’이란 이름은 이 바위 때문에 붙은 걸까. 아무렇게나 생긴 이끼 낀 바위와 나무들 사이를 헤치고 몇 분 동안 기어오르니 힘찬 물줄기가 세단폭포를 이루며 내리친다. 이곳이 ‘복호동 폭포’다. 장쾌하고 쉬원스런 폭포의 위용에 앞도 되어 멍하니 바라만 보며 자연의 오묘함을 감동으로 느끼며 발길을 돌리기에 앞서 기념촬영은 빼놓지 않았다.
<게곡물이 너무 맑고 포말을 일으키며 바위틈을 흐른다.>
다시 산을 오른다. 웬지 매미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계곡의 물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져 일면 불협화음 같지만 일정한 자연의 조화로움의 외침이요 이 화음으로 오르는 산길은 지루함이 없고 힘이 드는 것을 잊게 해준다. 여전히 바위를 치고 흐르는 물보라와 우르릉 쾅쾅 콸콸 흐르는 굉음은 내 귀를 더욱 시원하게 뚫어주며 정신을 산듯하게 일깨워 준다.
점심은 꿀맛이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 데는 언제나 배낭 속의 한 두병 막걸리는 우리 산 꾼들이 가장 선호하는 요즘의 음료다. 이날도 빠짐없이 마신 한두 잔의 막걸리는 프랑스의 이름난 포도주인 ‘보졸레 누보’에 비기랴. 이 막걸리는 요즘 트렌드에 딱 맞는 술이다. 도수가 낮고, 한국적인 고유의 맛이 풍겨 친근감이 있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려 사랑을 받고 있다. 산에 오를 때 가장 선호하고 기호품으로 대접받는 술 막걸리. 두루 두루 둘러앉아 이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싸 가지고 간 점심을 먹은 후 하산한다.
많은 절경을 감상하며 내려오다 마지막 끝자락 계곡 물에 발을 담그니 발이 시려 곧 찬물에서 발을 들어 올려 닦는다. 다시 신발 끈을 조이며 하산한다. 하산 길에 이 조무락골의 주인 텃새인 ‘딱새‘의 둥지를 발견하고는 갓 알에서 깨어 난 세 마리의 어린 딱새와의 만남을 기뻐하며 신성한 생명의 선물이요 인간이란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깨달으며 카메라에 담아 와 여기 올리며 이번 산행의 기록을 마감한다.
2009. 7. 11
가평군 조무락골 산행을 마치고
<내 카메라에 담겨온 이 조무락 골의 텃새인 딱새. 새 생명 세마리가 알에서 깨어나 있다.>
<딱새의 전형적인 집이다. 이 싱그런 나무 가지 위에 집을 지어 알을 품어 새끼를 부화한 자연의 시니비
바로 그 장면이다. 자연과 새와 사람은 머드 자연의 힌 부분이다.>
첫댓글 조무락골 산행을 마치고 기고한 상림카페 칼럼을 이곳에 전재합니다. 군산악인들이 많이 참석하였기에 참고가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많이 읽어주시어 공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연의 관찰력과 그 세심한 기행문, 가히 최고의 산행 에세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강건하시길 빕니다.
이 글의 문장을 통해 새소리 물소리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낍니다. 자연은 아름답고 순수하지요. 감동적인 골자기이네요...
자연에 느낌이란 그때마다 다른가 봅니다.다시한 생각나게 하여주심에 감사드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