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네요. 수박 600평 노지고추 400평을 거의 혼자 관리하다시피하는데 짬이 안 나네요. 그 바쁜 와중에 장마까지 와버려 일은 밀리고, 비만 안 온다 싶으면 질척한 밭에 들어가 일하고... 사진 찍고 할 여유가 없습니다.
"이번 장마(태풍)에 2400여주의 고추가 다 기울어졌습니다. 하나씩 잡아서 바로 세워주는데 저런 놈이 보이더군요. 40년 넘게 논이었고 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밭으로 고추를 심었는데 역병 같은 게 올 리 없습니다. 청고병도 아닌 듯했습니다. 내 밭의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압니다. "습해"로 규정하고 비닐을 벗기자 생각했습니다. 풀이요? 의도했던 바입니다. 안 그래도 이제 고온기라 바닥비닐을 벗길까 말까 했는데 이유까지 생긴 거지요. 초생재배를 하려고 했습니다. 선호미로 한번 매어줬고 그 사이 고추가 저렇게 자랐으니 이제 초생재배로 내년 농사 준비해야 된다 생각했습니다. 7,8월 풀 관리가 내년 농사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자라면 예취기로 베어주고, 자라면 베어주고... 헛골이 넓긴 하나 성에 안 찼는데 이제 거의 전 바닥에 풀이 올라오게 생겼습니다...'
"십여 주 이런 놈이 나왔습니다. "습해"라 확신할 수 있었던 게 이미 젖담아 버린 놈은 할 수 없지만 젖담으려는 놈을 바로 세워주고 우선적으로 바닥 비닐을 싹 벗겨 버렸습니다. 다음날, 다다음날 확인해보니 젖담으려는 놈들이 살아나더군요. 이미 젖담아버린 놈들은 할 수 없었구요...)
"어떤 게 나을까 생각했습니다. 완전히 벗길까, 고추 주위만 벗길까, 양 가를 벗겨낼까..."
"완전히 벗겨낸 사진입니다. 위의 사진은 양 가를 35cm 정도씩 잘라낸 사진이구요. 완전히 벗기기엔 고추 주위가 예취기의 사각 지대라 조금 부담이 되긴 했습니다. 호미질은 정말이지 극구 사양하고 싶거든요. 반반씩 했습니다. 어떤 쪽이 나을지 비교도 할 겸."
"어떤 고랑은 풀이 많고 어떤 고랑은 풀이 별로 없어요. 아마 첫 선호미를 김을 매어줄 때 깔끔하게 잘 된 놈은 풀이 적고 잘 안 된 놈은 이번 장마에 급속도로 살아나 우거진 듯합니다. 참, 고춧대 박힌 게 새로울 수도 있는데, Y자 박기로 고추지지대를 세웠습니다. 품을 벌린다는 장점은 있어야 고춧대가 많이 들고 2차줄 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정말 복분자 말뚝 같이 고추 말뚝을 만들어야 되나 생각도 듭니다."
"우리 고추밭 전경입니다. 오늘 바닥 비닐을 다 벗기고 6차 방제를 했습니다. 400리터 기준, 유화제 2.2리터, 황토유황 1.4리터, 산야초 우린물 15리터, 칼슘액비 2리터, 천매암 우린물 40리터, 생선아미노산 0.5리터 이렇게 넣었습니다."
"여기가 서해안이라 평소에도 습도가 높습니다. 장마철이 되면 죽음이지요. 고온다습한 날 땀 줄줄 흘리며 일하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곤 하는데 그런다 모기라도 몇 방 물리면 씨발,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사진상으론 안 보이는데 옆이 대밭이라 모기 끝내주게 많거든요.
그런데 장마가 되면 식물은 제 세상을 만난 듯합니다. 딱딱해서 뿌리 뻗기도 쉽지 않은 땅이 흐물흐물해지고 있거든요. 힘들지 않게 뿌리가 뻗어나갑니다. 땅속의 양분이 흐물흐물한 흙 속에 그냥 묻어납니다. 그렇게 뿌리를 뻗고 나면 비가 안 와 땅이 딱딱해져도 평생을 살아갈 기반을 갖추게 됩니다. 뿌리는 장마 때 많이 뻗어 놨으니까요.
장마가 되면 모든 식물이 잘 자라는데 유독 인간이 심은 작물만이 잘 자라지 못하는 경우고 있고,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간 위주로 작물을 개량하다보니 자기 본위의 본질을 잘 발위하지 못하는 거지요. 이번 수박 농사하면서 20년 넘게 수박하신 분한테 들었는데 옛날엔 안 그랬는데 지금의 수박 종자는 빨리 크게, 개량되었다더군요. 그래서 "하나 달기"를 빨리 끝내지 못하면 옛날 수박처럼 끈기 있게 수박을 키우지 못한답니다. 제가 봤을 때 고추도 많이 개량되었구요. 인간의 입맛과 편리와 수확량에 초점을 두고 분명히 개량되었을 건데, 그래서인지 식물 본위의 본질을 많이 잃어버린 작물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ps> 고추 전 재배 과정을 올린다는 첫글의 약속을 벌써부터 지키기 못하게 됐네요. "농사 짓는 거만 생각하자" 그 다음일은 그 다음에 생각하자, 이런 마음을 먹다 보니 사진 찍기는 항상 소홀하게 되었습니다.(원래 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구요.) 그리고 방제 과정이야 항상 거기서 거기인데 저도 사진기에 담는다는 게 좀 그렇다군요.
첫댓글 안녕하십니까..
고추에 습해를 제거하면
고추가 안 떨어져서 비닐을 제거 하신것인지요..
풀이야 어짜피 제거 해야 되는 품목이고요
6월 중순 이후 비닐은 제초 기능 외엔 고추에게 덕 되는 게 없습니다.
까만 비닐 기준, 장마 중간이나 후나, 해가 짱 뜨면 보통 비닐 속 온도가 45도에 이릅니다. 뿌리 성장에 지장을 초래하는 온도죠. 한여름엔 최고 80도까지 올라가는데 고추 뿌리가 거의 성장을 안 합니다. 사람이 주는 비료 먹고 살죠. 그래서 요즘 고추는 한손으로도 다 뽑힙니다. 과거엔 고추를 손으로 뽑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더군요.
고충으로 농사지으시는거 잘 알고 풍년을 기원합니다.
힘드신 만큼 보람도 있으셔야죠.
이곳에서 댓글을 받으니 반갑네요. 고맙습니다, 로얄님.
고생 하시는 아빠짱님께 도움 못드리는 맘
아련합니다
힘든 뒤에 오는 성취감 맞보시는 님 되시며
자연이 도움주어 풍작만 있으시길 바래요!
"풍작만 있으시길" 그랬으면 저도 좋으련만 어떨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됩니다. 고맙습니다, 왕왕공주님.
어머머 거지 빨간 고추란것 봐되는 것이구나 이해가 되요
제것은 아직 파란 고추 뿐이라 신기해서
저렇게 노력해서 가을에 고추가 수
그러니 농사가 자식이라는 말
본격적인 홍고추 수확은 7월 20일 전후입니다. 한사김님의 고추도 이제 곧 빨개질 것입니다.
모든 풀이 어우러져야 되는 게 자연의 순리인데, 한 작목만을 키우다 보니 당연히 노력이 많이 되지요. 고맙습니다, 한사김님.
더 이상의 피해없이 좋은 결실 맺게 되길 기도할게요.
감사합니다, 이쁜시아님. 제가 이쁜시아님 댓글만 빠뜨렸네요. ^^
비닐 피복 벗겨버렸다면 일손이 몇배로 들것같은 예감입니다.
습도와기온이 올라갈수록 잡초들은 신나 춤을추는거 같거든요 .
잡초들 때문에 품이 배로 들진않을까요 ?
초생재배 해보려고요. 길면 베어주고, 길면 베어주고. 물론 예취기로이지요.
전 아직까지 땅을 살리는 데 풀만큼 중요한 건 없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제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 믿음을 따라 가보려고요.
저희도 농장에 친환경 농법의일환으로 초생재배를 하고 있는데, 풀이 장난이 아닙니다.
예초기작업하고 며칯뒤보면 언제 깎았나 싶을정도로 잘자라버려요.
아, 네 저도 작년에 경험했습니다.
근제 지가 그래봤자 8월 장마까지지요. 9월달 들어서면 맥 못춥니다. 9월 풀은 별로 무섭지도 않구요.
글세요. 저도 그때까지 고추 딸 수 있으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장마철에 무더위까지 돌아 서면 풀 , 풀 ,,풀 이 자라나는 밭 사이 사이
"아빠 장 "님의 농사일지를 보노라니
친정 어머님 생각이 나네요.
풀과의 전쟁 이라고 할정도로 돌아서면 나는 풀 하지만
그 수고의 댓가로 고추 농사는 고 품질로 수확이 잘 되시기를 기도 할께요.
한 가지 풀이 독점해서 나지 못하는 게 자연의 순리인데 "경작"은 그 순리를 거스르는 거 아닙니까. 그 댓가는 치르야죠.^^
저도 풀이 작물에게 결코 해가 되지 않으면, 땅을 살리는 데 가장 효과적이 방법이다, 라는 제 생각이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집에도 고추를 500포기 심어서 가뭄도 안타고 아주 잘 자랐는데 비가 많이 온 후로 고추가 시들거려서 열폭 정도 뽑아버리고 지금도 20여포기가 시들시들한데 아침에 가보면 싱싱해 있고 낮에는 시들거리고 뽑아서 뿌리를 가지고 식물 병원에 갔더니 수분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비닐을 벗겨볼까요? 장마가 이번주로 끝이 난다고 하는데 장마가 지나야 되지 않을까요
비닐을 벗기는 게 장마 때문은 아닙니다.
7월 하순 고온기가 되면 검은비닐피복 밑의 땅의 온도는 70도까지도 올라갑니다. 뿌리성장은 고사하고 장애나 안 입으면 다행입니다.
다른 작물은 괜찮은데 유독 고추만 그렇다는 게 저도 궁금하나 몇 가지 추정은 합니다.
뿌리가 천근성이라 그렇다. 깊이 뻗지 못해 그렇다. 자꾸 개량되며 고추 체질이 약해졌다, 등.
선택은 본인 몫이죠.^^
그래도 고추농사 잘 지으시네요
붉은 고추는 얼매나 수확하셨는지요?
올 장마에 힘드셨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