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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기획신뢰와 참여를 통해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공동체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 ⑦ 서울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구. 서울의료생협) [서울톡톡] 과도한 검사와 수술 등등의 과잉 진료에, 비급여 진료와 항생제 남용까지... 환자들은 늘 불안하다. 물어물어 용하단 소문만 믿고 찾아간 병원은 긴 기다림 끝에 의사의 진료시간은 단 몇 분. 이것저것 물어보고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기조차 힘들다. 우리 국민들이 체감하는 의료서비스의 현실이다. 하지만 병원 이용자가 주인인 협동조합이라면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까? 환자 우선 의료 진료와 문턱 낮은 병원을 실천해온 서울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서울의료생협)을 찾아가 알아보았다. 과잉진료 없는 병원, 환자가 우선인 병원 "친절하고 설명도 잘해주시고, 무엇보다 환자 입장에서 이해해주시고 배려해주셔서 좋아요. 성북구에 사는데, 친구 소개로 다니고 있어요." 서울의료생협 우리네 한의원에서 만난 김정순(65세)씨는 1년 넘게 의료생협을 이용하며 무척 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서울의료생협은 동작구와 영등포구, 구로구, 관악구가 만나는 대림사거리 근방에 위치해 있다. 조합원에 가입하면 우리네한의원과 우리네 치과, 두 곳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주로 인근 지역구 주민들이 많지만 조합원의 절반이상은 서울 전지역, 경기도 고양 등 타지역 주민들이다. 멀리 지방에서도 먼 거리를 마다않고 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서울의 서남권 중심에 있어 교통이 편리한 탓도 있지만, 서울지역 의료생협 중 맏형격인 생협이다보니 멀리서 찾아 가입한 분들도 꽤 된다. "협동조합 관련 기사를 보고, 의료생협을 찾아 가입했어요. 이곳 서울의료생협은 치과 진료도 한다고 해서 다니고 있어요. 협동조합이라 하니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가입했는데, 이렇게 신뢰할 수 있는 의료생협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고척동에서 왔다는 임지은씨의 이야기처럼 협동조합에 대한 믿음에서 찾아 가입한 조합원들도 제법된다. 그렇다면 의료생협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서울의료생협의 각 병원에 들어서면 '환자 권리 장전'이 먼저 눈에 띈다. 의료생협에서는 환자권리장전을 통해 병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치료 방식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함께 상황에 맞는 치료를 환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의료생협은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가 목적이 아닌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법인이다. 과잉진료가 아닌 양심적인 소신 진료가 원칙이다. 서울의료생협의 우리네 한의원은 값비싼 한약을 권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부분의 한의원에서 권하는 보약도 불필요하게 권하지 않는다. 설사 환자가 원한다 해도 생활개선 등 근본 해결책을 찾아 실천하도록 알려준다. 의료생협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민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생협에서는 지역 모임 등에서 협압, 혈당 체크 방법을 알려주고 다양한 건강 정보를 공유하며 건강 실천활동을 함께 하는 등 사전 예방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의료생협은 지역주민들의 소득 수준을 떠나 누구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건 활동과 건강 증진교육, 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 경제적 복지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무료 거리 건강체크, 장애인 사랑 나눔의 집이나 영등포구 치매지원센터 협약 노인복지센터 후원, 노인요양센터 무료 방문 요양 등 다양한 사회적 기여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의료생협은 의료기관 취약계층 진료비율이 평균 20~30% 이상으로 여타 병원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러한 활동의 결과, 지난 2008년 서울의료생협의 병원 두 곳과 재가 장기요양기관은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활동을 인정받아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지난 3월 총회를 통해 서울의료생협은 '서울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였다. 환자가 주인인 의료생활협동조합 지난해 소비자시민모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3명은 병 · 의원의 진료 · 의료비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당한 의료비가 지불되었음을 눈치챘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영역이다보니 의사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 듯싶다. 상업화된 의료서비스 문제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서울의료생협은 이와 같은 불합리한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해 2002년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의료진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제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일반인들이 모여 만든 조합이다. 이렇듯 의료생협은 지금껏 그 운영에 있어 철저히 배제되어 왔던 이용자들이 운영의 주체로 참여하는 협동조합이다. 여느 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역모임, 소모임, 위원회 등 다양한 조합원 모임이 진행되며, 이를 통해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의료생협에서는 현재 고양, 관악, 구로, 금천, 대림, 동작, 부천, 서대문, 은평, 신길, 신대방, 양천, 영등포, 하안동 등 여러 지역모임과 요가, 영화, 대화 모임, 댄스, 몸대화걷기, 배드민턴, 예쁜글씨, 천연만들기 모임, 산행모임 등 다양한 소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이용위원회, 교육위원회, 보건위원회, 조직위원회, 편집위원회, 경영위원회를 통해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조합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의료생협에서는 매월 정기 이사회나 년 1회 개최하는 대의원 총회를 통해 운영을 평가하고 사업 시행을 결정하며, 관련 내용은 조합원들에게 홈페이지나 소식지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사업 계획도 미리 정해 통보하고 알리는 것이 아니고, 설명회에서 의견을 받고, 적절한 요구는 반영해 세웁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매년 설명회를 거쳐 총회를 개최했습니다. 또한 항시적으로 조합원과 일대일 만남의 기회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편의성 때문에 만남의 활동이 줄어들면 조합의 활동성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서울의료생협 상임이사인 신민욱씨의 설명을 듣자니, 조합원의 민주적인 참여를 위한 고민이 깊어 보였다. 그래서일까? 이곳 의료생협에서는 조합의 크고 작은 문제들도 조합원들이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며 조절한다고 한다. "일반 병원처럼 보상을 바라는 클레임은 없어요. 우리 조합이라 생각들을 하시니 책임지고 풀어가려는 자세를 갖고 계십니다. 의료 서비스를 받는 환자가 아닌, 이용의 주체가 되어야 진정한 협동조합의 주인이라 할 수 있겠지요? 협동조합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봐요." 의료생협도 조합원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협동조합이며 모든 조합원은 출자금을 납부해야 한다. 의료사회적협동조합은 일반 협동조합에 비해 설립 규정이 까다롭다. 서울의료생협도 그 규정에 따라 1인당 1구좌 5만원 이상의 출자금을 납부해야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조합원의 참여와 이용으로 성장하는 협동조합 현재 서울의료생협의 조합원 세대수는 2700세대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을 갖춘 듯 보이는 서울의료생협에도 한 때 어려운 고비가 있었다. "10년동안 경영이 어려웠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정부 등의 보조를 받으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저희 자체적으로 경영도 개선하고, 조합원들의 꾸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용과 출자가 끊이지 않았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개정된 이후, 많은 협동조합이 생겨났고 설립을 준비 중인 곳도 많다. 이들을 면면을 살펴보다 보면 때론 정부나 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바라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듯싶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협동조합에 있어 독이 될 수도 있다. "협동조합도 망합니다. 협동조합의 존폐여부는 실제 조합원의 이용과 참여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조합원 활동에 근거하지 않을 경우 위기의 순간을 넘길 수 없을 것입니다." 비록 협동조합이 일반적인 기업에 비해 생존율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협동조합도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 불패 신화를 이어온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협동조합기본법 개정 이후, 집중된 사회적 관심은 지난 십여년을 묵묵히 협동조합을 일구어오던 이들에겐 내심 걱정과 우려를 갖게 만들고 있다. "협동조합은 단기간 안에 콩나물 키우듯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투하되어야 가능한 것이지요. 단기간 안에 성과가 나오길 바라는 행정편의적인 발상도 있는 것 같아요." 서울의료생협 신민욱 상임이사의 말처럼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의 폭은 넓어졌을지 모르나 내용을 적절히 담아내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새롭게 협동조합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조합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협동조합의 원칙을 지키며 뿌리를 탄탄하게 내릴 수 있도록 하는데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의 성공신화도 만만한 것은 아님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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