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게 다른 어떤 두 단어의 어감 차이를 느낄 때면 한국어란 참 아름답고 깊은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감각적인 언어라는 묘사가 잘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동의어들을 비교하다 보면 사르륵 소리가 날 것 같은 고운 천 몇 겹을 겹쳐두고 그 빛깔을 서로 비교하는 작업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런데 우리말 어감사전이 있다니! 제목만으로도 저절로 눈길이 가는 책이었다.
책 앞부분 들어가는 말에 적혀 있는 것처럼, 이 책은 '한국어를 모어로 쓰는 독자에게는 암묵적 지식을 명시적 지식으로 끌어올리고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독자에게는 유의어라는 허들'을 쉽게 넘도록 도와주는 책이라는 설명이 딱 알맞다. 작가님이 평생을 사전 편찬에 몸담은 분이라는데, 어쩐지 한국어에 대한 감각이 너무 탁월하다 싶었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절로 탄성이 나오기도 하고 이걸 이렇게 명확한 언어로 풀어서 정리할 수 있다는 게 너무 부러웠다.
교실에서도 종종 아이들에게 동의어 차이를, 특히 내가 느끼는 그 미묘한 어감 차이를 설명해주곤 한다. 그런데 사실 말하면서도 내심 '이게 맞나?'할 때도 있는 것 같다. 그저 내가 읽고 경험하고 느꼈던 그 수많은 한국어 발화 상황들 가운데에서 적절한 예를 찾아 얼기설기 쌓아서 보여줄 뿐이지.. 아이들 앞에서 이렇게 뭔가를 풀어내다가 문득 내 언어의 한계를 느낄 때면 아직도 나는 멀었구나, 책 좀 더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123쪽 ) 동감과 공감
-동감의 의미가 단선적이라면, 공감의 의미는 복합적이다. 동감은 단순히 상대와 의견이 일치하는 것을 가리키고, 공감은 의견 일치에 그치지 않고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상대와 같은 마음이 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동감은 '이다'와 결합할 수 있지만 공감은 그럴 수 없다.
-공감은 '느끼다','가다','얻다','불러일으키다'와 호응할 수 있으나 동감은 그럴 수 없다.
180쪽)
"배움이란 평생 알고 있었던 것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소설가 도리스 레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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