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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욜 새벽의 아침 이른 시간.(05:30) 동백이와 만보 분주하다. 마눌이 이웃 아줌씨들과
기차타고 강원도 정선 5일장을 보러가기 때문이다.
마눌 동백이가 정선에 가면 가는 거지, 만보 또한 새벽잠을 설치며 왜 부산을 떠는가 하면
말년에 찬밥을 빌어먹지 않기 위한 심산의 포석인 것이다.‘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던가. 굳이 말하자면 마눌을 약속장소인 구로 전철역까지 태워주고 나중에 돌아올
떡고물의 욕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떡고물을 구체적으로 떠버리자면 이렇다. 마눌이 좋아하는 일을 순간순간
포착하여 A/S를 하면 자동으로 포인트가 적립돼, 노후 질 좋은 종신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말함이다. 만보만이 할 수 있는 봉창, 소리인줄 알지만 암튼 내 생각은 그렇다.
바로 이웃에 사는 운택이 엄마가 일찌감치 집으로 왔다. 마눌도 모든 준비 끝내 수원에서
출발한 노정이 엄마와 만나기로 약속한 구로역으로 출발(06:20)이다. 일욜 좀 이른 아침.
집 앞 공원정문 앞 차도에는 여러대의 관광버스가 길게 줄서있다. 울 동네사람들이 시월
의 아름다운 단풍구경을 가려고 대절한 관광버스가 틀림없다. 공원 앞에서 동렬 엄마를
태워 구로역과 연결되어 있는 애경백화점 앞에 조금은 들떠 있는 아줌씨들을 정중히 내려
드림으로 만보가 해야 될 일을 훌륭히 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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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벗 삼아 수다 떨며 기차타고 마눌과 함께하는 네 명의 아줌씨들은, 고척동에
우리 부부 명의로 된 작은 연립주택을 처음 장만해 이사와 알게 된 이웃, 이웃사촌들이다.
큰놈 준이 태어나던 해, 1987년부터 아래윗집 옆집에 살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서로
집안을 오가며 ‘멀리 있는 친척은 이웃사촌만 못하다’라는 말을 실감하며 친하게 지내
좋아들 했었는데, 세월~의 흐름에서 오는 변화(이사)로 서로 떨어져 살아 자주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오늘과 같이 가끔 만나 옛정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아줌씨들의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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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22:50) 마누라 마중을 나간다. 애경백화점 앞에는 영업용 택시들이 길게 줄 서
뜨문뜨문 오는 손님을 기다린다. 말 그대로 나라비 줄섰다. 택시요금과 비슷한 대리운전의
영향 탓도 조금 있겠지만, 경기가 안 좋은데서 오는 사회전반적인 문제 문제다.
과거 우리의 희망 젊은이들은 자유화를 열망하며 몸을 던져가며 데모를 했다. 전쟁을 겪은
노인 보수층은 전혀 변함이 없는 북한과 대치하는 현 상황을 준전시 상태라 못 박고,
국보법 폐지는 “나 잡아먹어라” 문열어주는 꼴이라며 반대 데모를 한다. 세대간 이념과
사상의 차이에서 오는 갭을 어떻게 극복해야 되나... 우리사회는 지금 만보가 켜 놓고
마눌을 기다리는 11살 먹은 세피아 비상 깜빡이등처럼 깜빡 깜빡이는 세상에 살고 있다.
에이 골치 아픈 세상~ 그만 생각을 접자.
차안 스피커를 통해 감미롭게 흘러나오는 음악에 지그시 눈을 감았다. 조금 있으면 마눌이
올 텐데... 모처럼 만의 나들이... 재밌는 여행이었어야 되는데...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귀에 익은 접시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차 문이 열린다.
“잘 다녀왔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수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줌씨들 돌림빵 인사를
건넨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한 것뿐인데 뭘요.” 일욜 밤늦어 한적한 차도를 향해
힘껏 악세라다 밟는다. 부~아앙~~
하루 종일 수다 떨어 피곤 할 법도 한데, 아줌씨들은 무슨 할 얘기가 그리도 많은지 연신
주절 주절이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사는 두 아줌씨 내려드리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23:40. 인기척에 어머니, 두 새끼들 나와 간단한 브리핑 끝낸 동백이, 울 방에 들어오자
마자 가방을 뒤져 주섬주섬 그곳 정선에서 관광한 기차표를 비롯한 각종 자료(팸플릿)를
만보 앞에 꺼내놓고 훌러덩 샤워하러 들어간다.
몸에 물을 뿌리면서도 곤드래 밥은 이렇고... 올챙이국수는 저렇고... 화암동굴은
그렇고 그렇다며 열나 나불나불 내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동백아줌마 지금 만보와 살아
가는 모습이다.
결혼생활 21년...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해버린 세월~에 마눌 또한 분명 변하고 있지만,
질리지 않고 예쁘게 보이는 것은 누구 말대로 사랑보다는 정(情)에서 오는 그 무엇의
보이지 않는 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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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혹시 정선5일장 얘기를 만보가 글을 쓰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동백이 그곳의 각종
팸플릿을 챙겨왔단다. 만보를 끔찍이 생각하는 진정한 맘‘짱’마눌 동백님이 이뻐
생각지도 않은 그곳 정선 얘기를 끌쩍거리게 됐다.
♡ 동백이가 다녀와 만보에게 전해 준 ‘정선5일장 열차여행’ 이모저모 ♡
청량리역 출발(08:10) → 정선역 도착(12:40) → 도보(15분)로 정선장터에 도착, 점심
<곤드래 밥> 및 장터 구경(14:00) → 근처 화암동굴을 비롯한 관광지 구경(택시대절
50,000원) → 장터로 빽 도 하여 간식(올챙이국수) → 정선역 출발(17:45) →
청량리역 도착(22:15)
♣ 곤드래 밥(5,000원) : 콩나물밥과 같이 곤드래를 넣어 쪄서 나오는데, 양념 된장을
섞어 먹는 맛이 별미.(곤드래는 나물이름)
♣ 올챙이국수(2,500원) : 재료가 옥수수 가루라 끈기가 없어 올챙이처럼 작게 뚝뚝
끊어져 붙여진 이름.
★ 열차 정보
운 행 일 : 매월 2, 7, 12, 17, 22, 27일 (장날 당일)
열차시각 : 청량리역(08:10) → 양평역(09:02) → 원주역(10:01) → 제천역(10:44) →
증산역(10:06) → 정선역(12:37)
올 때 : 정선역(17:45) → 청량리역(22:12)
정선역 ↔ 정선장터 1.3km구간(도보 15분) 시내버스 750원, 택시 기본요금(1,500원)
▶ 열 차 : 관광열차라 미리 예약을 해야 된다. 입석이 없어 쾌적한 분위기.
▶ 장 터 : 각종 산나물을 비롯한 약재 농산물이 주류를 이루며 생필품 또한 많다.
▶ 먹거리 : 올챙이국수, 곤드래밥, 황기백숙, 메밀과 감자로 만든 각종 음식.
▶ 살거리 : 황기, 황기차, 당귀, 인진쑥 등 각종약재, 더덕, 고추, 찰옥수수,
각종 마른산나물, 정선 한우고기
▶ 볼거리 : 택시로 정선 관광(코스별 50,000원)
<제1코스> 정선출발 → 화암동굴 → 약초시장 → 정선역 도착
<제2코스> 정선출발 → 용마소 → 거북바위 → 호표주 → 화암약수 → 소금강 →
물운대 → 석공예단지 → 약초시장 → 정선역 도착
<제3코스> 정선출발 → 난항로원 → 아우라지 → 오장폭포 → 동강전망대 →
약초시장 → 정선역 도착
▶ 관광버스를 이용 정선과 연계 된 관광을 할 수 있음
(요금 코스에 따라 (6,000원~8,000원)
관광지 입장료별도. -오후2시 이후에는 관광버스 이용 못함-
041017 만보의 ~살가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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