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드보이>의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은 박찬욱 감독의 것만이 아니다. 박감독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주연배우 최민식의 열연은 빛난다. 지난 90년 KBS 2TV 주말극 <야망의 세월>에서 '꾸숑'의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최민식이 없었다면 <올드보이>가 오늘날 이룬 영광은 빛이 바랬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까닭도 모른 채 15년 동안 갇혀 살아야 했던 남자. 감금에서 탈출하려는 순간 어이없게 풀려나 마침내 복수를 꿈꾸는 남자. 복수의 끝에 다달아 무심코 저지른 실수가 낳은 비극을 깨달은 채 절규하는 남자. 최민식은 영화 <올드보이>에서 "복수가 성격이 되어버린" 남자 그 자체였다. 복수에 대한 신념으로 뭉친 열연으로 그는 일찌감치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로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가 박찬욱 감독과 함께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 무대에 올라 박수와 환호를 받은 것은 당연하다. 15년 동안 갇혔던 자의 외형적 모습을 위해 복싱을 통해 몸무게를 감량하기도 한 최민식은 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배우로서는 엄청난 체중감량을 감당해야 했다"고 밝히면서 "복수의 신념으로 가득 찬 남자의 이야기에서 빠져나오는 데 무척 힘겨웠다"고 말했다. 이런 힘겨움을 딛고 레드 카펫을 밟은 최민식에게 칸은 낯선 곳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02년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쥔 거장 임권택 감독과 함께 <취화선>으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칸의 붉은 주단을 두번 밟기까지 최민식은 오랜 무명과 조단역의 세월을 지나야 했다. 62년생으로 동국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82년 극단 뿌리의 <우리 읍내>로 연기자로 데뷔한 이후 무명의 연극배우로 살았다. 그리고 88년 스크린 데뷔작 <구로아리랑>을 거쳐 <야망의 세월>에 이르러 비로소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연극영화학과 4학년 당시 선배의 추천으로 출연한 <구로아리랑>이 인생을 바꿔놓았고 이후 몇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입지를 굳혔다. 97년 영화 <넘버 3>에서 보여준 욕쟁이이자 정의감에 투철한 검사 역할과 98년 <조용한 가족>을 거쳐 99년 <쉬리>에 이르러 그는 확고한 '영화배우'로 자리매김하며 한국영화계 대표적인 배우로 거듭났다. 이후 같은해 출연작 <해피엔드>와 <파이란> 그리고 <취화선>을 지나 <올드보이>에 이르러 세계적인 배우의 한 자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현재 <꽃피는 봄이 오면>을 촬영 중이다.
윤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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