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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전문]
거짓과 강행 속에 성직자까지 구속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중단되어야 한다“이들이 잠자코 있으면 돌들이 소리지를 것이다.” (루카 19, 40) |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아니라는 점과 절차적 불법성들이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공개한 ‘총리실 크루즈선박 입출항기술검증위원회’(기술검증위) 회의록을 보면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의 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한 기술검증위의 시뮬레이션에 대해 정부는 결과를 조작할 것을 요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민항에 걸맞는 설계작업도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해군기지 건설공사에 있어서 정부가 조작을 종용한 외압 의혹을 전면 공개해야 할 것이며 책임자 문책, 민군복합항 안전성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와 같은 상식적인 해결 수순은 커녕, 거꾸로 불법공사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조작 의혹과 각종 불법성들이 불거짐에 따라 공사중단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백지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이제는 24시간 공사를 시작하고 공사 인부로 외국인 노동자 2백여 명을 투입하였다. 최근 정부와 국방부의 이러한 초조한 행보는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해서 제주해군기지 예산을 빨리 쓰고 공정률만을 높여 마치 되돌릴 수 없는 사업인 양 내보이기 위함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는 무리한 공사 진행을 위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 성직자들을 함부로 억누르고 폭력적으로 연행하였고 10월 26일에는 급기야 성직자인 천주교 예수회 이영찬 신부를 구속하기에 이르렀다. 24시간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강정마을에 평소보다 더 많은 경찰병력을 교대로 배치하였고, 강경진압 일변도로 경찰폭력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만연하게 되었다. 주민과 활동가, 성직자에게 가해지는 경찰들의 폭력은 용인되고, 거꾸로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저항은 연행으로 이어졌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과연 한반도 평화를 도모하는 일인지, 오히려 위협하는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인지 정부와 국방부는 치열하게 재고해보아야 한다. 선정과정과 건설과정 또한 적법해야 하고, 건설과정 때문에 또 다른 평화와 생태가 깨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민감하고 복합적인 동북아시아 정세로 볼 때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오히려 국방에 위해가 될 수 있고, 기지 건설이 환경과 마을공동체를 파괴하기 때문에 강정주민들과 활동가, 성직자들이 반대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경찰병력과 용역직원들의 물리력에 비하자면 턱없이 적은 숫자지만 평화를 지키고자 다치고 연행되면서도 그 자리를 지켜온 이들이다. 국책사업을 반대한다고 해서 국가가 이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일신을 구속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진정한 국익을 추구하려는 국책사업이라면 조작 없이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24시간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건설과정에서의 조작의혹 등을 밝히고 재검토하지 않고, 회피하고 강행하려고만 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식의 공사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성직자인 이영찬 신부를 연행하고 구속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그리스도 신앙의 양심에 따라 정의와 평화를 지키고, 고통 받는 이웃과 함께 연대하는 복음의 삶을 실천하는 사제를 구속하는 초유의 일들이 제주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실천으로 복음을 말하는, 믿음의 지표와 같은 성직자를 구속한 것을 우리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구속된 성직자와 주민, 활동가들을 즉각 석방하고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역사에서 볼 때, 성직자를 구속시키며 강행한 일들이 어떤 결과를 맞고 후대에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숙고하길 바라는 바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목적과 방향에 있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전면 백지화되어야 한다.
2012년 10월 29일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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