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큰 영토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있어 지역마다 다른 특성을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경험은 물론 중국 내 다른 도시의 사례를 다른 곳에 그대로 적용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인데 믹스 앤 라이스 김해영 사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김 사장은 한국에서 성공한 모델이라면 중국인도 좋아할 것이란 강한 자신감으로 중국 내륙인 화중지역에서 요식업을 시작했다가 쓴맛을 봤고 3년간 새로운 모델을 시도한 끝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가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잘못된 네 가지 생각’을 KOTRA의 도움으로 정리했다.
1. “중국인들은 한류 때문에 한국 것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것”
한류의 열기가 점차 수그러드는 연안지역과 달리 화중지역은 한류의 영향이 남아 있고 한국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류 때문에 한국 것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해다.
성공의 관건은 한류를 어떤 키워드로 상품화해 그들에게 인지시키고 선호하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다. 한류는 분명 다른 외국 기업, 특히 일본 기업보다 중국 소비자에게 호감을 갖게 하고 관심을 유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아직 그것을 모태로 상품화할 수 있는 우리만의 독특한 아이템이 부족하다. 반면 중국인은 일본을 싫어하지만 일본은 자신만의 문화를 상품화해 대중에게 다가간 아이템이 무궁무진해 우리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필자도 중국에서 피자를 주 아이템으로 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로컬 경쟁자보다 10배는 멋지게 만들었지만 “왜 한국 사람이 피자를?”이라는 질문에 적절한 답을 주지 못해 보기 좋게 실패했다.
2. “껌 한개만 팔아도 13억개니까 1원만 이익을 남겨도 13억원을 번다”
13억 명의 인구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소비시장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전 세계 인구 70억이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
그 큰 지역과 많은 사람에게 마케팅을 하고 수많은 경쟁자와 경쟁하다 보면 껌 한 개에 1원의 이익을 남기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많은 전문가가 중국 시장을 지역별, 연령별로 세분화하고 타깃을 명확히 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우리는 그 진리를 망각하곤 한다.
필자 또한 패밀리 레스토랑의 위치를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시내 중심으로 정했다. 지역 선정을 위해 여러 곳을 다니던 중 엄청난 사람들이 길을 가득 메우던 시내 중심가를 본 순간 “이거다. 저 중에 0.1%만 손님으로 와도 대박이다!”를 외쳤다. 이런 단순한 논리로 사업하게 되면 매장에 손님보다 직원이 많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3. “관시를 맺으면 사업이 무조건 잘 될 것”
중국은 5000년을 넘게 이어온 관료사회다. 공무원의 권한이 막강하고 국민도 순종적이다. 따라서 공무원에게 잘못 보이면 좋을 게 없다.
연안 대도시에 비해 중부 내륙지방의 공무원은 서비스의 질이 훨씬 떨어진다. 상하이 출신 중국인 사업가가 이곳에 와서 매우 당황해 하는 경우를 보았다.
하지만 관료사회인 만큼 법과 원칙도 분명히 있으며 이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업을 진행하면 ‘관시’에 기대지 않고도 일을 처리할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을 확신하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시장은 환경 관련 사업, 문화 사업, 장치 사업 등에 비해 인허가 절차상 크게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이 없다. 그러므로 먼저 관련 규정과 원칙을 숙지하고 관례상 허용되는 부분을 살펴 대응하면서 공무원의 체면을 살려주면 순조롭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민관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자도 쇼핑몰 로케이션 관련 담당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뇌물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과의 지속적인 미팅과 친분을 쌓으려는 노력 그리고 적절한 호의를 통해 정상적인 절차로 해결했다.
‘관시’는 돈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유머와 인간적인 매력으로 쌓아가는 것이다. 지금 거울을 보며 당신의 표정을 바꾸고 열정적인 확신을 가져라. 그러면 그들이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4. “중국인들에게 진정한 품질과 서비스를 보여주면 분명 선택할 것”
중국 특히 내륙지방을 다니면 최하급의 상품, 정체성을 불분명한 외국 식음료, 최악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최고의 서비스와 상품을 경험해온 우리가 볼 때 이들에게 ‘진짜가 무엇인지 알려주자’는 일종의 사명감까지 들 정도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자. ‘왜 이런 게 팔릴까? 정말로 진짜를 몰라서, 없어서 이런 것들이 팔리는 걸까?’ 정답은 ‘아니다’다. 그들도 자신이 먹고 쓰는 게 진짜가 아니고 원조가 아니란 걸 안다. 그런데도 그것들을 선택한다.
첫째는 가격이다. 싸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매우 실용적이기 때문에 산다. 예를 들어 슈퍼에서 물건을 담아주는 비닐봉지는 정말 휴지처럼 얇다. 생수 한두 병 넣으면 찢어질 판이다. 세 병을 사면 봉지 두 개에 담아준다. 그런데 대부분 생수 한두 병에 과자 몇 봉지를 사는 소비자는 큰 불만이 없다. 이런 슈퍼 주인에게 품질 좋은 비닐봉지를 쓰면 손님이 만족하고 경쟁자에 비해 서비스가 더 좋으므로 유리할 거라고 설득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이곳에서 파는 많은 제품은 고장이 잦고 기본적인 기능만 갖춘 것들이다.
필자가 이곳에서 생활하고 사업하며 느끼는 것은 나조차 그런 제품을 이미 많이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6개월에 한 번씩 밥솥을 바꿔도 비싼 밥솥을 사는 것보다 이익인 경우가 있다.
둘째는 문화적으로 해석된 제품이어서 선택하는 것이다. 한국인이 중국에 와서 한식을 먹으면 원조와 다르다고 느끼는 게 당연하다. 중국의 식자재, 중국인의 식문화에 맞춰 변화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럼 그것을 ‘한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실 이는 중국인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대장금’의 여파로 크게 성장한 한국음식 레스토랑 체인은 한족의 것이지 한국인의 것은 아니다. 한국이나 일본은 서양 문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배경이 있으므로 진짜 상품에 매우 민감하지만 중국은 정치적, 문화적으로 자기 것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따라서 그들 나름대로 해석된 상품이나 서비스 방식을 두고 ‘진짜 원조가 모르니 알려주겠다’며 접근하는 것은 큰 오류가 될 수 있다.
단 기존 방식을 뒤엎는 혁신적인 시도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좋은 방법이다. 진짜를 알려주더라도 ‘너희 생각이 틀렸다’가 아닌 ‘이게 혁신이자 새로움이다’라는 입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라. 많은 중국인이 지갑이 두터워지면서 그들도 이제는 점점 더 새로운 것에 목말라 하고 있다.
<KOTRA 우한무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