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人가구만
소득 나홀로 감소
빈곤율 OECD 최고
노인공동가정 인기
생활비 90% 절약
심리적 안정 효과도
서울 은평구 갈현1동에 소재한 '노인의 집'
66평방미터 남짓한 공간에 방 4개와 식당 1개로 이뤄진 이곳은 현재 노인 4명의 안식처다.
김정수 씨(가명. 82.남)는 "이횬과 사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몇 명 있던 자식들과 연락이 두절됐다"며 "나이가 들어 일자리를 얻기도 어렵고 생계도 막막했지만 여기서는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노인의 집을 관리하는 이빛나 사회복지사는 "3~4명의 노인이 함께 생활하면서 심리적인 고독감을 완화할 수 있어 독거노인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은평구는 구내 5곳에 노인의 집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2008년 노인의 집을 운영할 때만 해도 거주기간에 제한이 없었다. 그러나 독거노인이 급증하면서 노인의 집을 찾는 노인들도 늘어나 급기야 지난해 7월 서울시는 최대 8년으로 거주기간을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실업.가계부채 등 경제적 위기-> 가족해체->빈곤화 '의 암울한 시나리오가 고착되고 있다. 가족 해체가 빈곤층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족 해체 후 홀로 남게 된 노인들의 소독 감소로 인한 생활고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6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2만원)에 비해 4% 줄었다. 2인 가구 이상의 전반적 가계소득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1인 가구만 유독 소득이 줄어들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1인 가구의 소득은 더욱 심각하다. 1인 가구의 실질소득은 불과 138만원으로 1년 전(148만원)보다 6.8%줄었다. 김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인 가구 중 50대 이상 고령층 취업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 말 기준으로 노인 1인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820만원, 한 달 68만3000원 정도다. 특히 홀로 사는 여성 노인의 연평균 소득은 736만원으로 남성 노인 1인 가구(1288만원)의 57%에 불과한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인 1인 가구의 상대 빈곤율 (중위소득 대비 50% 이하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높은 76.6%에 달했다. OECD평균(30.7%)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유럽의 경우 독일(15%) 프랑스(16.2%) 등 대부분이 10%대에 머물렀고, 심지어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는 미국(41.3%)도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낮다.
이런 가운데 최근 노인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 은평구 노인의 집과 같은 '공동가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혈연이 전혀 없는 독거노인들을 묶어 가족처럼 생활하도록 함으로써 생활비와 관리비용 등을 줄이고 상호부조를 활성화해 빈곤을 억제하는 방안이다. 아직 시작 단계라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서울 은평구, 전북 김제시, 충남 논산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도하는 노인 공동가정이 있다. 노인들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 효과뿐 아니라 경제적 혜택도 상당하기 때문에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확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분석해보니 노인 한 명이 따로 살 때에 비해 공동가구를 구성하면 연간 생활비를 약 93%나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452만원에 달하던 냉,난방비(80만원)와 식비(372만원)는 함께 살면서 280만원(냉난방비 30만원. 식비 250만원)으로 줄었다. 또 의료기관 이용횟수가 월 1.4회에서 0.5회로 줄면서 의료비 지출도 18만5000원에서 5만3000원까지 줄었다.
독거노인의 안전 확인에 소요되던 정부 예산 42만원은 노인들이 서로 안전을 챙기게 되면서 전액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경로당 등을 개.보수하면서 설치비용은 2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며 "조사결과 노인들의 외로움을 줄고, 규칙적인 생활과 영양섭취가 가능해져 육제적, 정신적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