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발심하던 인연
이 때에 선재동자는 밤차지신에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
이 묘한 행을 닦은 지는 얼마나 오래 되었나이까?”
“선남자여, 그대가 묻는 이 일은 알기 어렵고 믿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고 증득하기 어렵고 들어가기 어려우며,
드러내어 보일 수도 없고 일으켜 낼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어서,
모든 세간의 하늘 사람·세상 사람·성문·독각들도 알지 못하느니라.
오직 여래의 위력으로 가피하심을 받고 선지식의 거두어 줌을 입어,
넓고 큰 복덕과 지혜를 닦은 이라야 하리니
그는 마음이 견고하고 좋아함이 깨끗하여,
용렬한 마음이 없고 물든 마음이 없고 아첨하는 마음이 없고 산란한 마음이 없고
야비한 마음이 없고 캄캄한 마음이 없고 널리 비치어 열리는 일체지의 광명한 마음을 얻고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여 성취하려는 마음을 내고
모든 번뇌와 마군들이 무너뜨릴 수 없는 마음을 가졌으며,
온갖 것들을 일체지로 나아가는 데 장애가 없는 마음을 일으켰으며,
세간의 모든 나고 죽는 일과 물드는 마음을 좋아하지 아니하고,
모든 여래의 청정하고 묘한 낙을 관찰하며,
중생들의 근심하고 슬퍼하는 고통 바다를 없애며,
부처님 여래들의 공덕과 법 바다를 닦으며,
모든 법의 참 성품이 공한 경계를 살펴보며,
넓고 크고 깊고 깨끗한 온갖 신심과 이해를 갖추며,
모든 나고 죽는 폭류(暴流)에서 뛰어나며, 모든 여래의 지혜 바다에 들어가며,
위없는 법의 성중에 결정코 이르며, 여래의 경계에 용맹하게 들어가며,
여래들의 지혜 자리에 빨리 나아가며, 일체지의 힘을 성취하며,
십력을 끝까지 얻은 까닭이니라.
이러한 사람이라야 이 세상에서 능히 알고 들어가고 믿고 이해하고 유지하고
분명히 알고 순종하여 닦아 행할 것이니라.
그 까닭을 말하면,
이것은 여래의 지혜의 경계이므로 모든 보살들도 알지 못하는 것인데,
하물며 다른 중생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나 내가 이제 부처님의 위력을 받들어 교화를 받을 만한 중생들로 하여금
마음이 빨리 깨끗하여지며,
선근을 닦은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이 자재하게 하여,
그대의 물은 것을 자세히 말하니라.”
이 때에 능개부일체수화안락 밤차지신이 이런 뜻을 거듭 밝히려고
삼세 여래의 경계를 관찰하면서 게송을 읊었다.
부처님의 제자여, 그대가 묻는
부처님의 가이없는 깊은 경계는
생각 못할 세계의 티끌 겁에도
끝까지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니
욕심 많고 성 잘 내고 어리석어서
교만하고 무명 번뇌 덮인 이들과
때 낀 맘에 얽혀 있는 모든 중생들
부처님의 고요한 법 알지 못하리.
아첨하고 흩어져서 마음 흐리고
간탐 질투 따르는 듯 못 버리는 이
번뇌 업에 얽매여서 헤매는 이는
부처님의 이런 경계 알 수 없나니
계와 처와 온(蘊)에 집착
내 몸이란 좁은 소견 버리지 못해
마음·생각·소견까지 잘못된 이는
부처님의 고요한 곳 알 바 아니다.
고요하고 깊고 깊은 부처 경계는
본성품이 참되어서 분별 없나니
나고 죽는 세상 일에 집착한 이는
의지 없는 평등법에 들지 못하네.
부처님의 좋은 가문에 태어나고서
부처님의 보호를 항상 받았고
부처님의 법장까지 지닌 이라야
그런 이의 지혜 눈이 보는 경계리.
진실한 선지식을 친히 섬기고
착한 법을 좋아하여 만족 모르고
부처님의 힘을 구해 법을 받은 이
이 법을 얻어 듣고 기뻐하오리.
마음이 깨끗하여 분별이 없고
온갖 것에 집착 없기 허공과 같고
지혜 등불 자재하여 무명을 깨고
이렇게 때 없는 이 아는 경계며
대자대비 큰 마음이 세상을 덮고
삼세의 중생 바다 두루 들어가
마땅하게 그지없이 이익하면서
깊은 행을 닦는 이의 아는 경계며
마음이 항상 기뻐 고집이 없고
내 것이란 온갖 것을 모두 버리고
큰 변재로 평등하게 법을 보시해
아무 애착 없는 이의 아는 경계며
흐린 마음 다 여의어 허물이 없고
끝까지 조복하여 근심 없으며
부처님의 교법 따라 행을 닦아서
이렇게 때 없는 이 아는 경계며
마음이 동치 않고 분별이 없고
모든 법의 참 성품을 깨달아 알고
번뇌와 모든 업을 아주 여의어
이렇게 해탈한 이 아는 경계며
고달픈 생각 없고 안 물러가고
일체지 용맹하게 닦고 닦아서
더 훌륭한 계율에 머물러 있는
이러한 대장부의 아는 경계며
그 마음이 모든 삼매 깊이 들어가
끝까지 깨끗하여 번뇌가 없고
일체지 원인을 이미 닦아서
고요한 데 든 이들의 해탈 경계며
온갖 법의 모든 차별 분명히 알고
끝이 없는 깊은 법계 잘 들어가서
중생을 모두 건져 남김 없는 이
이런 지혜 얻은 이의 해탈 경계며
중생들의 참 성품을 분명히 알고
생멸하는 세상 바다 집착이 없어
그림자가 마음 물에 나타나듯이
중생을 인도하는 이의 경계며
삼세의 부처님들 바다로부터
방편과 원력으로 태어나시고
오랜 세월 많은 세계 행을 닦아서
보현행을 하는 이의 해탈 경계며
여러 가지 법계문에 두루 들어가
시방 삼세 세계들을 모두 다 보고
생겨나고 없어지는 겁까지 보되
둘로 보지 않는 이의 아는 경계며
시방 법계 많은 세계 티끌 속마다
부처님이 보리 나무 아래 앉아서
부처되어 중생 교화하심을 보는
걸림없는 눈으로써 보는 경계라.
그대가 한량없는 오랜 세월에
선지식을 받들어 친히 섬기며
중생들을 이익하려 법을 구하니
이 말 듣고 기억하여 잊지 말아라.
비로자나부처님의 엄청난 경계
가이없고 한량없고 알 수 없는 일
부처님의 신력 받아 지금 말하여
그대의 깊은 마음 깨끗하게 하네.
“선남자여, 지난 세상의 세계해(世界海) 티끌 수처럼 많은 겁 전에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비로자나 바다의 진금 마니산이요,
그 세계해 가운데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은 법계를 비추는 지혜 산 고요한 위덕왕[普照法界慧山寂靜威德王]이었다.
선남자여, 그 부처님이 지난 세상에 보살행을 닦을 때에 그 세계해를 두루 깨끗이 하였으니,
그 세계해 가운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종(世界種)이 있고,
낱낱 세계종마다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가 있고
낱낱 세계마다 세계의 티끌 수 겁이 있고,
낱낱 겁마다 한량없는 여래께서 나시었으며,
낱낱 여래마다 세계해 티끌 수 수다라를 말씀하였고,
낱낱 수다라마다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에게 수기를 주시며,
부처님의 가지가지 신통력을 나타내고 가지가지로 중생들을 조복하는 법문을 말씀하고,
가지가지 법 수레를 운전하여 한량없는 중생들을 제도하였다.
선남자여, 저 비로자나 바다의 진금 마니산 세계해 가운데 한 세계종이 있으니
이름이 넓은 문이 나타나는 장엄 짐대[普門現前莊嚴幢]요,
그 세계종 가운데 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온갖 보배빛 길상하게 비치는 광명[一切寶色吉祥普照光明]인데,
온갖 화신 부처님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으로 자체가 되어, 모양은 하늘 성과 같으며,
모든 여래의 보리도량을 나타내는 마니보배로 장엄하였으며,
모든 보배 구소마꽃 바다 위에 머물렀으니 깨끗한 것 더러운 것이 섞이었다.
이 세계 안에 수미산 티끌 수의 사천하가 있는데,
그 복판에 한 사천하가 있으니 이름은 온갖 보배산 짐대[一切寶山幢]요,
그 사천하는 낱낱 천하의 너비와 길이가 한량없는 백천 유순이요,
그 낱낱에 각기 1만의 큰 성이 있으며,
그 염부제에 한 왕도가 있으니 이름이 보배 사라로 장엄한 구름 등불[妙寶娑羅莊嚴雲燈]이요,
십천의 큰 성으로 권속이 되어 둘러쌌다.
염부제 사람의 수명이 1만 년 되던 때에 한 전륜왕이 났으니
이름은 온갖 법 원만한 보배 일산 큰 사자후 소리[一切法圓滿寶蓋大師子吼聲]이며,
그 전륜왕에게 5백 대신과 6만 궁녀와 7백 왕자가 있었고,
그 왕자들은 몸이 단정하고 건장하고 용맹하여 엄청난 위력이 있었으므로,
전륜왕의 위엄과 덕망이 염부제에 널리 퍼지어 대적할 이가 없었다.
그 세계에 겁말(劫末)이 닥쳐와서 오탁(五濁)의 일이 생겼으니,
백성들의 목숨은 짧아지고 재물은 적어지고 형색은 초라해지고
앉고 서고 오고 가는 데는 고통이 많고 낙은 적으며,
열 가지 선한 일은 닦지 아니하고 나쁜 짓만 지으며,
서로 다투고 서로 빼앗고 거짓말로 속이고 말을 꾸미고 이간을 붙이며,
나쁜 말로 욕설하고 남의 잘되는 것을 시기하며,
옳지 않게 탐내고 잘못된 소견의 숲과 벌판에 들어가게 되며,
이러한 인연으로 비바람이 고르지 못하고 곡식이 흉년들며
약초나 꽃 나무나 동산의 숲이나 들의 풀들이 모두 타 죽고,
의식(依食)이 곤란하고 병이 많이 돌아서,
사방으로 떠돌아다니며 의지할 데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모두들 왕도로 모여와서 한량없는 백천만억 명이 사면으로 둘러싸고 큰 소리로 외치며,
두 손을 들기도 하고 합장도 하고, 머리를 땅에 조아리기도 하고 손을 들어 가슴을 치기도 하며,
무릎을 꿇고 부르짖기도 하고 몸을 솟아 크게 외치기도 하며,
머리카락이 흩어지고 의복이 남루하고 살가죽이 터지고 얼굴에 빛이 없으며,
이런 중생들이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음성과 가지가지 말과
가지가지 하소연으로 왕에게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우리들이 가난하고 곤궁하고 기갈이 심하고 추위를 막지 못하며,
여위고 병들고 온갖 고통이 핍박하여 가지가지 액난을 참을 길 없사와,
이 몸이 장차 부지할 수 없으며 의지할 데도 없고 구해 줄 이도 없고 하소연 할 데도 없사오니,
마치 중죄를 지은 죄수가 옥중에서 죽기를 기다리듯 하여이다.
우리들이 이제 하는 수 없사와 대왕께 돌아왔나이다.
대왕께서 안락을 주실 줄 믿사오며, 불쌍히 여기실 줄 아오며,
사랑하실 줄 아오며, 생명을 건져주실 줄 아오며, 거두어 주실 줄 아옵고,
보배를 얻을 줄 아오며, 다리를 만날 줄 아오며, 길을 찾을 줄 아오며,
배를 만날 줄 아오며, 보배 섬을 볼 줄로 아오며, 재물을 얻을 줄 아오며,
천궁에 오를 줄 아오며, 원수를 떠날 줄 아오며, 모든 고통을 소멸할 줄 아옵나이다.’
이 때에 대왕은 이 말을 듣고 백만 아승기 대비문(大悲門)을 얻고
일심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내어 관찰하여 열 가지 불쌍히 여기는 말을 하였다.
'애닯다, 이 중생들이 밑이 없는 생사의 구렁에 빠졌으니
내가 건져내어 그들로 하여금 구렁에서 뛰어나와 여래의 일체지에 머물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 번뇌가 몸과 마음을 시끄럽게 하니,
내가 구호하여 가지가지 선한 업에 머물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 언제나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데 가지가지 공포를 느끼나니,
내가 의지처가 되어 그들로 하여금 속박을 여의고 몸과 마음의 안락을 얻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세간의 갖가지 공포가 항상 그 몸을 핍박하나니,
내가 구호하여 온갖 액난을 면하고 여래의 일체지의 길에 머물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지혜의 눈이 없어 매양 내 몸이란 의혹에 덮였으니,
내가 방편을 지어 그 의심하는 소견의 가리워짐을 끊어 없애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항상 어리석은 데 미혹하여 선한 법을 여의었으니,
내가 지혜의 횃불이 되어 그 무명을 비추어서 그들로 하여금 일체지의 성을 보고 끝까지 해탈케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가지가지 간탐과 질투와 속이는 일로 마음이 흐리어졌으니,
내가 알도록 일러주어 깨끗한 법신을 증득케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모든 세계의 나고 죽는 바다에 빠져 있으니,
내가 배가 되어 건져내어서 일체지 바다에 들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팔다리와 모든 기관이 억세어서
조복하여 지도하는 부처님을 여의었고 모든 세간에 조복할 이가 없으니,
내가 잘 이끄는 이가 되어 그들로 하여금 모든 선근을 성숙하고 부처님의 위신을 갖추게 하리라.
애닯다, 이 중생들이 소경과 같아서 바른 길은 보지 못하고 잘못된 길에서 헤매나니
내가 지혜 눈을 뜨게 하고 인도하여 일체지의 문에 들어가게 하리라.’
저 대왕은 이렇게 열 가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대왕은 이렇게 말하고는 왕도에 모인 여러 군중들 속에서
북을 치면서 알아듣도록 다음과 같이 선포하였다.
'내가 지금 모든 중생들에게 필요한 대로 보시하여 모두 만족케 하겠노라.’
즉시에 염부제 안에 있는 큰 성 작은 성, 그리고 시골까지에 명령하여,
나라에 딸린 창고를 열어 놓고 여러 가지 물건들을 꺼내어 네거리에 쌓아 놓았다.
금·은·비유리·마니 따위의 보물과 의복·음식·꽃·향·화만·일산·바르는 향·가루향·
가지가지 영락·궁전·집·평상·좌복과 온갖 재물이 없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광명이 번쩍하는 큰 마니보배 짐대를 세웠으니,
그 광명이 몸에 비치는 대로 편안하여지고 컴컴한 어리석음이 소멸되며,
환하게 비치어 바라던 대로 만족하게 되었다.
또 가지가지 몸을 화현하여 모든 중생들을 섬기고 공경하여 공양하였고,
또 온갖 질병에 필요한 약과 살아가는 데 쓰는 도구를 보시하느라고
가지각색 그릇에 여러 가지 보배를 담았으니,
곧 금강 그릇에는 여러 가지 향을 담고 보배향 그릇에는 여러 가지 옷을 담았으며,
마니보배로 아름답게 장식한 연과 가마와 수레를
훌륭한 영락과 보배 휘장과 보배 그물로 덮고 드리웠으며,
가지가지 훌륭한 짐대를 세우고 창고를 열고 이런 살림살이 기구들을 꺼내어 보시하며,
또 모든 도시와 시골과 산과 숲과 강과 처자와 권속들을 보시하며,
임금의 자리와 머리·눈·귀·코·입·혀·이빨·손·발·가죽·살·염통·콩팥·간·허파·창자·기름·힘줄 따위와
안과 밖에 있는 온갖 것을 모두 버리어 보시하였다.
그 때에 보배 사라(娑羅)로 장엄한 구름 등불 왕성의 동문은
이름이 마니산위덕(摩尼山威德)이요,
그 문 밖에 보시하는 장소가 있으니,
땅이 넓고 깨끗하고 평탄하여 구렁[坎]이나 가시밭이나 자갈 따위가 없고,
모두 아름다운 보배로 이루어졌으며,
훌륭한 꽃을 흩었고 온갖 향을 피우고 수없는 마니보배로 찬란하게 꾸몄으며,
보배 등불을 켜서 두루 비쳤으니,
불빛이 아름다우며 위덕 있는 향기 구름이 허공에 가득차고,
한량없는 보배 나무가 줄을 지어 둘러섰는데 보기 좋게 장엄하였다.
그리고 가지가지 천상과 인간의 궁전과 누각과 가지가지 장엄과
가지가지 짐대와 깃발과 가지가지 비단 일산에서는 항상 광명이 비치어 나오고,
보배로은 구소마 그물과 모든 향왕 보배 그물로 위를 덮었으며,
보배 풍경에서는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고,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악기에서는 훌륭한 음악을 자아내며,
이런 것들을 모두 보배로 장엄하였으니,
이것은 모두 보살의 깨끗한 업으로 이루어지는 과보였다.
그 복판에는 사자좌를 놓았는데 열 가지 묘한 보배로 땅이 되고,
열 가지 보배로 된 난간에서는 큰 광명이 흘러나오고,
열 가지 보배 나무들은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둘러섰으니 모두 아름다웠으며,
미묘하고 견고한 금강 바퀴로 밑을 받쳤는데 보배로 만든 용신상이 받들고 있었으며,
가지각색 보물로 장식하였으며, 구슬로 만든 휘장 사이에는 공덕 모양[德相]을 그리었고,
가지각색으로 섞어가며 장엄하였으며, 보배 짐대와 보배 깃발 들이 줄을 지어 둘러섰고,
방울 그물과 마니 그물과 꽃 그물과 마니왕 그물이 위에 덮였으며,
한량없는 보배 향에서는 향 구름과 보배 옷들이 항상 나와서 간 데마다 널리었다.
그리고 하늘 풍류보다 지나가는 백천 가지 음악을 항상 잡히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며
그 위에는 보배 일산을 받았는데,
한량없는 보배 불꽃 광명이 뻗히는 것이 마치 염부단금이 깨끗하고 찬란한 듯하며,
수없는 꽃과 영락을 드리우고 마니보배로 띠가 되어 사이사이로 줄지어 꾸몄으며,
가지각색 마니 요령에서는 묘한 소리가 나와서 중생들에게 열 가지 선한 일을 행하기를 권하였다.
이 때에 온갖 법 원만한 일산 사자후 전륜왕이 그 사자좌에 앉았으니,
훌륭한 몸매를 갖추어 얼굴이 단정하고 신수가 원만하고 가장 훌륭하여 세상에 짝할 이가 없었다.
비로자나 마니 보왕으로 만든 관을 쓰고 나라연 같은 몸이 무너뜨릴 수 없으며,
사지 백체가 모두 원만하고 성품이 어질며 왕가에 났으므로 재물과 법에 모두 자재하며,
변재가 막히지 아니하고 지혜가 총명하며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니,
백성들이 명령을 어기지 아니하므로
모든 중생들이 그 임금의 한량없고 끝없는 훌륭한 공덕을 찬탄하며,
치성한 광명은 제석천왕보다 지나가서 보는 이가 만족할 줄 모르며,
공중에 큰 일산이 세워졌는데 백천 개의 마니보배로 살이 되었으며,
수없는 보배 불꽃과 길상한 위덕 광명으로 장엄하였고,
염부단금에서 청정한 광명을 놓아 위에 덮었으며,
가지각색 보배 그물로 장엄하고 진주 영락이 두루두루 드리웠으며,
보배 노끈으로 풍경을 달았는데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여 항상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그 소리가 하늘 풍류보다 훌륭하여 세간을 깨우쳐 선한 행을 칭찬하며,
또 보배 실로 짜서 만든 부채가 있어 향기로운 바람을 일으켜서 위엄과 공덕을 드러내었다.
염부제 안에 있는 수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중생들이
가지가지 나라와 가지가지 종족과 가지가지 권속과 가지가지 형상과 가지가지 의복과
가지가지 말과 가지가지 마음과 가지가지 욕망으로, 제각기 가지가지 재물과
가지가지 세간살이와 가지가지 소용품을 구하려고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이 전륜왕을 쳐다보고 가지가지 말과 가지가지 해석과
가지가지 변재와 가지가지 글귀로 이 왕을 칭찬하기를,
큰 지혜 있는 사람이며, 복덕의 수미산이며, 훌륭한 공덕이며 두렷한 보름달이며,
자재를 얻은 이며 걸림없는 장부며 보살의 원에 머무른 이며
굉장한 보시를 행하는 이라고 하였다.
이 때에 그 전륜왕은 모인 이들이 자기에게 구걸하는 것을 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고,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내고, 즐거운 마음을 내고,
소중한 마음을 내고, 넓고 큰 마음을 내고, 선지식이란 마음을 내고,
계속하는 마음을 내고, 정진하는 마음을 내고, 물러가지 않는 마음을 내고,
보시하는 마음을 내고, 두루한 마음을 내고, 평등한 마음을 내고, 깨끗한 마음을 내고,
성취하려는 마음을 내고, 빠른 마음을 내고, 가지가지 선지식을 보는 마음을 내었다.
선남자여, 그 임금이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고 크게 즐거워서 잠깐 동안 지나는 것은
설사 전륜성왕으로서 끝없는 겁이 다하도록 받는 쾌락으로도 미칠 수 없으며,
이와 같이 도리천왕·야마천왕·도솔타천왕 들로서
백천억 나유타 겁이 다하도록 받는 쾌락으로도 미칠 수 없으며,
선화천왕이 수없는 겁에 받는 쾌락으로도,
자재천왕이 한량없는 겁에 받는 쾌락으로도,
대범천왕이 가이없는 겁에 받는 범천의 쾌락으로도,
광음천왕이 헤아릴 수 없는 겁에 받는 하늘의 낙으로도,
변정천왕이 다함 없는 겁에 받는 하늘의 낙으로도,
정거천왕이 말할 수 없는 겁에 고요한 데 머무는 낙으로도 미칠 수 없었다.
마치 어떤 인자하고 효성 있고 우애 깊은 사람이 세상의 난리를 만나서,
부모·형제·자매·처자와 안팎 일가들을 모두 잃었다가
뜻밖에 넓은 들 길에서 서로 만나 받들어 섬기고 어루만지고 하면서 만족할 줄 모르듯이
이 임금이 구걸하는 이들을 보고 사랑하고 기뻐하고 뛰놀고 경사스럽고
다행하게 여기는 마음도 그와 같았다.
선남자여, 이 때에 그 임금이 선지식으로 말미암아
부처님 보리에 대하여 이해와 욕망이 늘었고,
모든 근이 성취되고 믿는 마음이 깨끗하고 즐거움이 원만하여 헤아릴 수 없었다.
그 까닭은 이 보살이 모든 행을 부지런히 닦아 일체지를 구하면서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이 게으르지 아니 하였고,
모든 중생의 옷과 음식을 만족하려 하였고,
보리의 한량없는 즐거움을 얻으며 하였고,
모든 착하지 못한 마음을 버리려 하였고, 모든 선근을 쌓으려 하였고,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 하였고, 살바야의 도를 항상 관찰하려 하였고,
일체지의 법을 항상 닦으려 하였고, 모든 중생의 소원을 만족하려 하였고,
모든 부처님의 공덕 바다에 들어가서 모든 마군과 번뇌의 장애를 깨뜨리고
모든 부처님의 교법을 받아 가지며, 일체지의 장애 없는 도를 행하려 한 까닭이다.
일체지의 흐름에 깊이 들어가 모든 법이 항상 앞에 나타나며,
대장부가 되어서 어른다운 법에 머물며,
온갖 넓은 문으로 선근의 광을 쌓으며,
모든 고집하는 마음을 버리고 세간의 모든 경계에 물들지 않으려 하였다.
모든 법의 성품이 허공과 같음을 알았으며,
와서 구걸하는 이에게 대하여 외아들인 생각을 내고,
부모 같은 생각을 내고, 복밭이란 생각을 내고, 선지식이란 생각을 내고,
만나기 어려운 생각을 내고, 신세 진다는 생각을 내고, 보호할 생각을 내고,
견고한 생각을 내고, 길잡이 스승이란 생각을 내고, 여래란 생각을 내었다.
그래서 처소도 가리지 않고 족속도 가리지 않고 모양도 가리지 않고,
오는 대로 그들의 욕망과 같이 어느 장소에서나 어느 나라에서나
그가 구하는 대로 그가 좋아하는 대로 사랑하는 마음이 평등하여 걸림이 없고
크게 버리려는 빛이 모든 것에 비치어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서 군색한 것이 없게 하려 하였다.
다시 말하면, 음식을 구하는 이에게는 음식을 주고,
의복을 구하는 이에게는 의복을 주고,
향과 꽃을 구하는 이에게는 향과 꽃을,
화만과 일산을 구하는 이에게는 화만과 일산을,
그와 같이 짐대·깃발·영락·궁전·동산·코끼리·말·수레·평상·이부자리·금·은·마니·진주·
비유리·옥·가패 등 모든 고방의 온갖 보물과
권속·궁녀·아내·성시·촌락·숲·동산·가옥 등을 달라는 대로 모두 보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