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길게 이것밖에 없는가 봅니다.
실없이 한번 되적어 보았습니다.
회원님들, 5박6일간 일본문화답사 여정의 마지막 밤을 팬스타 드림호 카페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첫날은 여행의 설레임과 조바심으로 감정을 삭였지만, 지금은 귀국하는 편안함으로 한결 몸과 마음이 자유롭습니다.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로 인식되는 일본을 회원님들과 함께 하였음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동아시아의 축을 형성하고 있지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극단적으로 헤쳐 온 것 같습니다. 우리의 문화가 융성할 때 그들은 초라한 삶을 영위하였으며, 그들이 치솟는 힘을 주체할 수 없었을 때 우리는 그들을 몰라 지배당하였고, 여하튼 우리와 일본은 마치 널뛰기 하듯이 상반되는 모습으로 지금껏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다녀왔던 오사카, 나라, 교토는 흔히들 일본 내의 한국문화 트라이앵글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그곳은 역사 이래로 우리 한국과 가장 많은 교류와 역사적 연관성이 있으며, 그로 인한 문화의 유사성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곳을 오래전부터 가고 싶어 했지만 여러 이유 등으로 이제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저는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세 가지의 생각을 정리하여 회원님들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한국을 여행오는 일본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들은 우리나라에 있는 일본관련 유적에 관심이 많습니다.
울산 남쪽에 서생포왜성이라고 있습니다. 가토기요마사가 임진왜란이 장기전에 들어가자 일본과 가까운 그곳에 석성을 쌓고 주둔하던 곳입니다. 일본여행객들이 그곳에 와서 눈물을 줄줄 흘립니다. 일본식 석성을 쌓는데 울산지역 우리 백성들 수없이 끌려가 고생을 하였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바로 그 옆에 있는 조선시대 만호성을 부수고 도로를 개설하고 있습니다. 서생포왜성은 고쳐 쌓고 하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우리 유적은 나 몰라라 하고 부수고 있습니다. 울산에서 누구도 법원에 도로개설중지 가처분신청이라도 한번 해보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가 여행한 오사카, 나라, 교토를 다녀온 선배들 얘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저는 고고미술사를 전공하였는데 일본을 다녀온 많은 분들에게서 교토의 광륭사 반가사유상, 연화왕원의 관음보살상, 교토국립박물관 다 좋지만 이총(귀무덤)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총은 임진왜란에 참전한 왜군이 당시 조선군인들-민간인도 많았겠지만-의 코를 베어서 전쟁의 성과로 보낸 것을 매립해 두었다 합니다. 숫자를 늘이기 위해 코보다는 숫자가 배가 되는 귀를 베어서 소금에 절여 보냈다 했답니다. 통곡의 한이 서린 곳입니다. 선배들도 이총에 도착하면 우리처럼 어둠이 깃드는 시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애국가를 부르고 난 다음, 여성들 먼저 버스에 타게 하고는 토요토미가 숨어있는 풍국사를 향하여 오줌을 갈겼다 합니다. 그들은 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저는 이번 여행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우리들은 어둠이 잦아드는 이총 앞에서 아직도 이국땅을 떠돌고 있을지 모를 그분들의 영혼을 안식케하는 묵념을 올리고 조용히 그곳을 떠나왔지 않습니까.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정신 의식이 일본을 앞질러 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때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우리들이 묵념을 올리고 있을 때, 저는 맨 뒷줄에 서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 저곳에 우리 할아버지의 귀도 있겠지, 할아버지의 힘으로 오늘 제가 여기 서 있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일본이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제 눈으로 느꼈습니다. 아마 우리 세대에 우리는 경제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일본을 추월하게 되는 경이로움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이미 문명의 즐거움을 쫓다가 지쳐버린 인류의 극단적인 어두운 면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문화의 성장은 오래전에 멈추어 버렸고, 근대에 형성된 서구 문명의 극치에 갈팡질팡하는 학생들과 청년들, 노인들을 보았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침착한 그들의 냉정한 모습에 오히려 제가 더 놀라 자빠질 뻔 했습니다. 만만한 일본은 아닌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말씀은 다음 세대에 당부하는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지금도 쉬지 않고 구르고 있습니다. 역사의 널뛰기는 이제 우리가 튀어 오르고 있으며, 일본은 내려가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운명은 분기점을 지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저는 다음 세대의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일본의 손을 잡아 주라고 하고 싶습니다. 침몰하게 그냥 두지 말고 그들의 손을 잡아 이끌어 주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우리만 잘 되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동반상승, 즉 동반성장하는 win-win의 자세를 보여주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곧 8~9세기 동아시아의 문화가 융성하게 발전하여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였던 것처럼 동양의 르네상스를 이룰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입니다.
여러분, 앞에 준비된 잔을 모두 높이 들고서,
제가 울산문화아카데미를 선창하면 여러분들은 다같이 위! 하! 여! 를 외치면서 여 버립시다.
에필로그
건배사에서 들려 드렸던 두서없는 얘기를 정리하다가 좀은 윤색이 되었나 봅니다.
10여년 전 중국을 여행할 때였습니다.
한나라 무제의 무덤에 올라 소변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해거름의 창밖 풍경을 보았습니다. 시골길이라 민가도 보이지 않는, 우리 버스 때문에 먼지만 사납게 풍기는 더운 여름의 끝이었습니다. 누렇게 빛바랜 런닝셔츠에 황사먼지로 뿌옇게 찌든 듯한 노인을 보았습니다. 해는 서산에 걸렸고, 노인의 허리는 휘어지고, 다리는 오그라들어 걸음은 느렸으며, 어깨위에는 작대기에 꿴 무명자루 하나를 멘 그야말로 삶의 즐거움이라고는 차마 눈 닦고 봐도 찾아 볼 수 없는 늙은이였습니다. 버스는 점차 노인과 가까워졌고, 이내 노인의 모습을 확인한 저는 까무러칠 정도로 놀랐습니다. 세상에서 그렇게 즐거운 표정을 한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편안하고 즐거울 수가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버스 때문에 먼지를 뒤집어쓰면서도 묵묵히 걸어가는 할아버지에게 저토록 즐거운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어깨위의 자루일까, 석양에 기다리는 가족일까, 그리고 집은 아직도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걸까?
노인의 미소가 중국의 숨은 힘이라고 느꼈습니다.
여유만만함 속에 움직이는 중국과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한 시한폭탄 속에서 냉정을 잃지 않는 읿본과의 사이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르네상스는 그 둘의 사이에서 먼저 손을 내미는 우리의 역할에 따라 미래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무기 올림
첫댓글 교수님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글로써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우리의 서글픈 역사의 현장 耳塚, 저의 부친이 갔었던 자리를 더듬어 보았던
오사카, 나라 .....어렸을 적 늘 들으며 자랐지요.그러면서도 배울점은 공기밥과 예의 범절.
우리가 뼈아프게 느껴야 할 감정들은 무엇일까요?
늘 당파싸움에 노론,소론 이권다툼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사회정치.....
항상 지진과 태풍에 흔들리는 나라
어쩌면 사무라이 정신은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나갈 자구책을열심히 찾는 동안 청소년은 서구문물과 사상에 흔들리고 있는것은
사실이지만,정신력의 무장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짧은 반바지와 스타킹차림의 유치원생들의 모습 중.고 학생들의 아주 촌스런 교복차림.어느 나라던
시련없이 영웅호걸이 만들어 지겠습니까?
우린 역사 과목조차도 없애는 모순점........
이번 일본 여행은 참으로 유익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동방예의지국이었기에 예절책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던 우리 민족의
긍지........상대방의 장점은 배우고 부족한 점은 그만큼 배워
채워져야 하는 마음가짐이고자 합니다.
이제는 더이상의 슬픈역사와 왜곡됨에 흔들리지 말아야 하겠지요.
독도지킴이가 외롭지 않도록 모든 울산의 마음을 보태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교수님의 글 잘 읽었고 두서없는 답글을 달았습니다.
건강하세요.
깨알같은 교수님의 글에서 넘 많은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담기회에 꼭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동안 애 많이 쓰셨습니다^^
채무기 교수님의 일본답사 이야기 머리속으로 그림이 나옵니다.
아즉까지도 욱일승천기 흔들며 동남아 든로정신대 특히 우리할머니
들에게 사죄하지 않고 안하무인으로 나오는 섬나라
그들은 독일대통령이 나치가 저질렀던 프랑스 조그마한 마을로
찾아와 직접사죄하는 모습을 보고도 반응없는 아베의 천인공노한
언행과 행동들 그리고 그런아베를 지지하는 국수주의 일본
그런 섬나라 일본이 겪고있는 자연재해 인재 등 을 지켜보면서
일본의 문화재들을 우리나라로 무상위탁 보관할 날들이 머지않았을지
도모른다 는 상상에 자꾸만 실 실 웃음이 떠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