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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10
S#1. 치킨 집 앞 (밤) (NEW 9부 엔딩에 이어서..)
/양 어깨에 사발 올리고 조심조심 걷는 김선..!
/왕에게 시집가던 날, 가마 타고 가다가 문 살포시 열고 누군가 보는 김선..!
/활터에서 누군가 몰래 훔쳐보며 좋아하고 있는 김선..!
/궁궐 계단 위 선 채 슬픈 눈으로 누군가(김신) 보는 김선..!
/화살 맞고 피 흘리며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의 김선..!!
과거 김선의 얼굴에서 현재 써니의 얼굴로 오버랩 되면서,
써니 : (???) 왜 그래요?
저승 : !!!! (써니의 전생 보고 말았다!) 대체 왜..!!
그런 두 사람 어깨너머로, 가게 안에서 두 사람 지켜보고 있는 도깨비의 굳은 얼굴.
써니 : 뭐가. 괜찮아요? 안 그래도 하얀 얼굴 더 하얘졌는데?
/도깨비 : (7부) 니가 본 이 여인은 누군데. 내가 아는 이 여인은.. 내 누이야.
저승 : !!!... (혹시 써니씨가 도깨비의 누이? 그저 써니 망연자실 보고 섰는데..)
S#2. 치킨 집 (밤)
도깨비는 ‘김선’이라는 이름에 꽂혀 밖에 선 두 사람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은탁 : (일각 테이블 치우며) 아주 뚫어지겠네 뚫어지겠어.
도깨비 : (그제야 은탁 보며) 지은탁.
은탁 : 갑자기 지긋하게 봐도 늦었거든요?
도깨비 : 너네 사장님은 어떤 분이시니.
은탁 : 아 나 이 질문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은데. 저승아저씨한테. 그 다음 질문은 뭘 해주면 좋아하니, 인 거 같은데.
딱 보면 몰라요? 예쁜 분이잖아요! 엄청 예쁜 분!
도깨비 : 나는.. 예쁜 사람을 찾고 있는 게 아니야.
은탁 : (빡!) 나 이 말도 어서 들어본 거 같은데?
도깨비 : (어느 샌가 또 시선 창밖의 써니에만..)
S#3. 치킨 집 앞 (밤)
써니와 저승 여전히 의문 가득한 시선들 오가고 있고.
써니 : (?) 진짜 왜 그래요. 왜 뭔데. 설마 여자랑 손 첨 잡아 본 것도 아닐, (!) 아 사이즈 딱 나왔네 내가?
저승 : ?!! (보면)
써니 : 전화번호도 없다 생기고 진짜 이름도 안 알려주고 손 좀 잡았다고 정색하고 유부남이에요 혹시?
저승 : (띵!) 아니요.
써니 : 그럼 나머지 하나네. 맨날 까만 옷에, 어쩐지 얼굴이 너무 하얗다 했어. 국정원이에요 혹시? 집에서 맨날 댓글 달아요?
저승 : (띵!) 아니요.
써니 : 그럼 저승사잔가?
저승 : !!!!!
써니 : 안 웃네. 농담인데.
저승 : (표정 관리 못하고 얼어서 보는데)
써니 : 일단 유부남, 국정원 아니면 됐어요. 들어가요. 추워. (휙 들어가 버린다)
저승 : (멍하니 보다가) 그런 써니씨는 누구십니까..
S#4. 치킨 집 (밤)
써니 가게로 들어오더니 그대로 냉장고로 가 술 꺼내면,
은탁 : 술.. 드시게요?
써니 : 어. 기분도 딱 치맥이야. 너도 음료 한 잔 해.
도깨비 : (그런 써니 뚫어져라)
은탁 : (이씨! 저럴 줄 알았어!)
Cut to. 짠! 잔 부딪히는 네 사람. 치킨 안주에 술 마시는 세 어른과 콜라 마시는 은탁.
은탁과 저승은 저기압이고, 써니는 원샷하고 도깨비는 그런 써니 또 뚫어져라 본다.
써니 : (잔 탁 내려놓으며) 거기 오라버니. (도깨비 보며) 나 왜 자꾸 봐요? 아까부터?
도깨비 : 이름이 아는 사람이랑 동명이라 신기해서요. 이름이 진짜 김선이에요? 이름에 한자 뭐 써요?
써니 : 한자 안 쓰고 영어 써요. 에쓰유엔엔와이(SUNNY).
도깨비 : 혹시 나 어디서 본 적 없어요?
써니 : 며칠 전에 봤잖아요. 요 앞에서.
도깨비 : 그때도 그렇고 좀 전에도 그렇고 왜 자꾸 나한테 오라버니라고 합니까?
써니 : 그럼 이거 저거 야 너 할 걸 그랬나?
저승 : (그 와중에 흐뭇하고)
도깨비 : (끙) 이 자랑은 정확히 무슨 사입니까? 이 자가 뭔진 알고 만나시는지,
은탁과 저승 동시에, 콱! 찌르고 테이블 밑으로 발 퍽! 치면,
써니 : 반지 주고받은 사이?
은탁 : 그 반지가.. 그런 뜻이었어요?
써니 : 알바생? 질문 잘했어. 그 반지, 무슨 뜻이었어요?
저승 : (...) 반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반지 좀 다시 돌려주시겠어요? 전에 봤던 카페. 내일 오후 한 시.
써니 : (빡!) 이건 또 무슨 뜻일까?
저승E : 사실 하나.
S#5.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가내복 차림의 저승, 노트에 세로 서체로 써 내려가며 중얼거리고 있다. (저승의 대사에 맞는 영상 함께 흐른다)
저승 : 족자 속 여인과 써니씨의 전생은 같은 얼굴이다. 사실 둘, 족자 속 여인은 김신의 누이이다.
그럼 질문. 써니씨는 김신 누이의 환생인가? (갸웃) 아직은 글쎄. 다시, 사실 하나. 나는 족자를 처음 본 순간 울었다.
사실 둘. 나는 써니씨를 처음 본 순간 울었다. 그럼 질문. 나는 왜 울었지? 내 감정의 정체는 뭐지?
그 둘의 역사와 내 지워진 기억이 관련이 있는 걸까? (갸웃) 이것도 글쎄...
생각 깊은 얼굴의 저승이고...
S#6. 도깨비 집/ 주방 (밤)
도깨비 일각에서 커피 타고 있고, 은탁, 냉장고에서 수분음료 꺼내며 승질 내고 있다.
은탁 : 하, 차! 닭 한 마리 얼마냐, 가게를 통째로 사니 마니 그렇게 큰소리를 치더니 닭값 저승아저씨가 냈잖아요!!
도깨비 : 그 부분은 내가 경황이 없어서,
은탁 : 뭔 경황이 그렇게 내내 없었을까? 아니 돈도 안 낼 거면서 사장님이랑 저승아저씨랑 무슨 사인지는 왜 궁금해?
왜~ 아주 나한테 보이는 거 다 말해봐~ 막 이러지? 하여간 남잔 다 똑같아. 인간이든 도깨비든 저승사자든.
도깨비 : 니가 생각하는 그런 장르 아니야.
은탁 : 그런 장르 맞던데. 이제 나한테 아무 것도 숨기지 말랬는데 내가.
아 혹시 이 날을 기다렸나? 그래서 나 그 닭집에 붙인 건가? 우리 사장님 예뻐서?
도깨비 : 이제와 말이지만 내가 무슨 수로 알바를 붙여.
은탁 : (?) 그건 또 뭔 소리예요?
도깨비 : 난 그저 범위를 좁혀줬을 뿐이야. 닭 집이라고 범위를 좁혀주면 거기에 올인 할 테고,
붙는다고 하면 자신감 있게 임할 테고, 그걸 본 누군가는 뽑을 테고.
은탁 : 와 뭐 그런 개뻥을!
도깨비 : 뭔 뻥?!
은탁 : 그럼 내 소원 두 개가 그냥 남았네. 알바랑 남친.
도깨비 : (빡!) 너 왜 자꾸 남친 물고 늘어져. 태흰가 뭐시긴가 다리몽댕이 확 부러뜨려서 확인 시켜줘? 내가 니 남친인지 아닌지?
뭐 하나 부러뜨려 놔야 니가 아 내 남친이 성격 괴팍한 도깨비였지 하지 아주! (확 가버린다)
은탁 : 아니 왜 자기가 화를, (하는데)
도깨비 : (다시 돌아온다)
은탁 : (쫄아서) 뭐요. 나 별 말, (하는데)
도깨비 : (은탁의 어깨 토닥, 머리 쓰담 한다)
은탁 : (!!.. 왜 이러지? 하는 얼굴로 보면)
도깨비 : 아까 알바하는 거 보니 맘 아프더라. 난 제대로 처음 봤잖아. 잘 자. (하더니 다시 간다)
은탁 : (멍하니 섰다가..) 피... (음료 괜히 막 비틀며, 몸 베베 꼬는데...)
S#7.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김선의 족자 펼쳐놓고 아련하게 보는 도깨비.
도깨비 : 잘 지내고 있느냐.. 오라비는 비로소... 잘 지내는 것 같다. (슬프게 웃고)
S#8. 카페 (다음 날 낮)
족자 속 김선의 얼굴에서 써니의 얼굴로 오버랩 되면서, 저승과 마주 앉은 써니다.
저승 : ...반지는.
써니 : (반지 낀 손 탁 들어 보이면)
저승 : (난감하고) 반지는 제가 잠깐 맡았다 다시,
써니 : 이유 말해주면요.
저승 : 조사할 게 있어서. 조사 성격상 자세한 건 좀. 근데 써니씨는 그때 왜 하필 이 반지를 집으셨나요.
써니 : 딱 내 거 같아서요.
저승 : (!) 반지 껴보셨을 때 혹시 뭔가 느껴지신 거 없나요?
써니 : 느껴졌죠 딱.
저승 : ! (긴장해 보면)
써니 : 이 남자 만나려고 집었구나.
저승 : !!!
써니 : 첫눈에 나 보고 우는 남자. 양보도 않는 남자. 만남은 짧고 기다림은 긴 남자.
근데 그 남자가 이렇게 반지를 줬다 뺏을 줄은 몰랐죠. (반지 빼주며) 자요.
저승 : 감사합니다. 곧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써니 : 조사 성격이 어떤 성격인진 모르겠지만 내 성격도 만만치 않으니까 조사 끝나면 내용 공유해요.
나도 그 반지에 지분 있으니까. 갈게요. 오후 장사해야 해서. (가는)
저승 : (그 와중에도 멀어지는 써니 멋있어서, 물끄러미 써니 뒷모습만...)
S#9. 도깨비 집/ 주방 (낮)
도깨비와 저승, 각자 식단에 맞춰 점심 식사 준비 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요리하며 대화 나누는 두 사람.
저승, 생각 잠긴 듯 골똘한데.
도깨비 : (그런 저승 보다) 몰라서 그러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그 식단에 그 드레싱은 좀 아니지 않냐?
저승 : ? (보면 샐러드 위에 고춧가루 수북하고) 아.
도깨비 : 정신 차리고 점심 차려. 반지 뺏는 거 실패했냐?
저승 : (다시 재료 세팅하며) 잠깐 빌린 거야.
도깨비 : 그걸 뺏었다고 하는 거야. 준 걸 왜 빌려. 어제 보니 손도 잡던데. 왜 전생에 원수진 일이라도 봤어?
저승 : 떠보지 마.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고 봤어도 입 밖에 낼 수 없어 규정상.
도깨비 : 아주 양심사자 나셨네. 그런 분이 저승사잔 거 숨기고 인간을 만나나?
저승 : 넌 같은 처지에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
도깨비 : 뭐가 같은 처지야. 난 운명적인 사랑이고. 두부에 케찹 그만 뿌리고.
저승 : (보면 연두부 위에 케찹이고) 아.
도깨비 : 내 누이도 김선이었어. 이름이.
저승 : !!!
도깨비 : 그래서 좀 싱숭생숭했어 밤새.
저승 : 환생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른다며.
도깨비 : 다른 얼굴로 태어났음 알아 볼 방도가 없지. 인간의 길흉화복이 보이는 게 전부라.
저승 : 만약에 누이가 환생했고 마침내 만났어. 그 뒤엔 어떻게 돼. 어차피 니 누이는 전생의 기억도 가지고 있지 않을 텐데.
도깨비 : 그냥 뭐 이 생에선 평안한지.. 무병장수한지... 사랑은 받고 있는지... 그런 거 궁금한 거지 뭐.
저승 : ......
도깨비 : (담담히) 예뻤는데. 우리 못난이. (김선 생각 떠올라 물끄럼 하고..)
/-1. 도깨비 집/ 거실 (낮)
외출복 차림으로 계단 내려와 주방으로 가는 은탁. 도깨비와 저승의 목소리 들려온다.
저승E : 더 좀 해봐. 말 나온 김에.
도깨비E : 뭘.
저승E : 니 얘기.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은탁 : !!! (그 자리에 멈춰 서는데....)
/-2. 도깨비 집/ 주방 (낮)
도깨비 : !!.... (사이) 한번 말했잖아. 장군이었다고. 고려의 무신이었어.
저승 : 전쟁터에서 죽은 거야?
도깨비 : 아니. 내가 지키던 주군의 칼날에.
저승 : !!!
/-3. 도깨비 집/ 거실 (낮)
은탁 : !!! (그 자리에 멈춰 숨죽이고 듣는데...)
도깨비E :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4. 도깨비 집/ 주방 (낮)
도깨비 : 나도 한 번도 얘기해 본 적 없는 얘기라. 거기 소금 좀.
저승 : 어. (건네고)
도깨비 : (받아 요리하며) 한 아이가 태어났어. 태어나 보니 황제였던 아비는 이미 죽고
(E) 어미의 신분은 미천했고 그 마저도 병들어 죽고 아버지뻘의 큰 형이 황제였지.
/은탁 : (거실 일각에 아예 주저앉아 가만히 얘기 듣고 있고)
도깨비 : 황실에 그 아이의 편은 아무도 없었어. 오직 국자감의 박사이자 스승인 ‘박중헌’밖엔.
저승 : (깊이 빠져들어 듣는)
S#10. 개경/ 궁궐/ 황자의 처소 (낮)
/세 살배기 왕여, 젊은 박중헌(간신)에게 글공부를 배우고,
/왕여를 업고 걸으며 서책을 읽어주고,
/잠든 왕여를 누여 토닥이고,
/곱게 간 미음을 먹이고, 장하다 머리를 쓰다듬어 격려하고,
/논어, 효경, 유학, 점차 어려운 책들로 바뀌어가는 교재들 위로,
도깨비E : 박중헌을 만나고 아이의 주변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 황위를 이을 조카가 죽고 의문을 품은 대군들도 죽고
마침내 큰 형인 황제도 죽어. 모두 왕가의 유전으로 인한 병사였으나 훗날 아이는 알게 돼.
S#11. 도깨비 집/ 주방 (낮)
도깨비 : 그들 모두가 독살 되었다는 것을.
저승 : (!!!) 오랜 시간을 들여 모두를 독살하고 아이를 황제로 세웠다는 건가? 박중헌 그 자가? 대체.. 왜?
도깨비 : (씁쓸..) 용포를 줄일 새도 없이 아이는 황좌에 올랐어.
S#12. 개경/ 궁궐/ 편전 (여러 해 후) (낮)
높은 계단 위, 왕좌에 앉은 어린 왕, 왕여(7세). 용포와 건이 크다.
왕여의 아래로 대신들 쭉 늘어서 있고,
오로지 한 사람, 박중헌만이 대신들보다 몇 계단 위에서 꼿꼿하게 그런 왕여를 더 없이 감격한 눈으로 보고 있다.
중헌E :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어 황제가 될 수 없다하니, 내 손으로 황제를 만들고 키워 이 세상을 내 황제의 발아래,
그 황제를 내 발아래에, 그리하여 천하를 내 발아래 둘 것이다.
대신1 외 대신들, 왕여 향해 “천수를 누리소서.” “만수를 누리소서.” 일제히 머리 조아리는데..
Cut to. (10년 후) (밤)
대신1, 왕여(17세)에게 보고하고. 중헌, 심기 불편한 얼굴로 꼿꼿하게 서 있고.
대신1 : 선황제 폐하의 고명을 받들어 국혼 날짜가 정해졌사옵니다 폐하.
왕여 : 상장군 김신의 누이라지?
대신1 : 김신의 인품과 그 집안의 청렴함은 어느 문벌과 견주어도 결코 빠짐이 없사옵니다.
중헌 : (똥 씹은 표정으로) 무신 나부랭이 누이와의 국혼이라. 선황제께서 마지막 숨은 좀 아끼셨으면 좋았을 것을.
(협박하는 눈빛으로 대신1 보면)
대신1 : (중헌에 굴하지 않고) 선황제께선 김신은 충직한 부하이자 전장에서 생사를 함께한 든든한 전우이며
믿을 수 있는 친우라 하셨습니다.
중헌 : (그런 대신1 노려보는데)
왕여 : !!... (중헌의 심기 불편함 의식하는데)
도깨비E : 선황제의 유언은 왕권을 보다 탄탄하게 하려던 박중헌의 계획에 변수가 됐지.
S#13. 개경/ 궁궐/ 상왕의 내전 (몇 개월 전) (밤)
쿨럭하고 깊은 기침하는 선황제. 병색이 짙다.
얼른 탕약을 건네주는 궁녀(여후배). 힘겹게 탕약을 마시는 선황제.
궁녀, 빈 탕약 그릇을 받고 물러가면.
선황제 : 황자도 대군들도 비명에 가니 이제 ‘여’ 하나 남았다.
혹여 여가 황좌에 오르거든 여와 자네 누이를 혼인시켜 여를 지켜다오.
김신 : !!!
선황제 : 옳은 길만 걷게 하고 그른 선택을 계책하고 무엇보다, 죽지 않게 해다오.
김신 : !!!
선황제 : (쿨럭쿨럭 기침하고, 슬픈 어조) 돌보지 않음으로 돌보았다 전하라. 그리고, 이런 당부를 하는 그대의 주군을.. 용서하라.
김신 : (!!!...) 명을, 받듭니다.
선황제의 부탁이, 김신의 화답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일각의 대신1(10년 전이라 좀 젊은 모습)은 눈가에 눈물 고여 그런 두 사람 보는데...
S#14. 개경/ 김선의 사가/ 마당 (다른 날 낮)
단정한 얼굴의 김선, 양쪽 어깨, 머리 위에 사발 올려놓고 걸음걸이 연습하고 있다.
일각엔 상궁과 궁녀들 매서운 눈빛으로 지켜서 있다. 그런 마당의 낮은 담장 너머엔,
/-1. 담 너머 (낮)
멈춰서는 누군가의 비단신과 비단 옷자락 보인다. 바로, 사복 차림의 왕여다.
왕비가 될 여인이 누군가 싶어 몰래 보러 왔는데..
마당 안 일각의 시종1과 노비들, 애기씨의 본 적 없는 고군분투에 킥킥 웃는데,
상궁, 매서운 눈초리로 노비들 보면, 우르르 몰려 사라지는 노비들이고.
김선도 웃음 참을 수 없어, “하하” 맑게 웃는데, 그 순간, 담장 너머의 한 눈빛과 마주치고 만다!
홀린 듯 김선 보고 있는 여다!
그 찰나, 중심 잃은 김선 어깨의 사발, 쨍그랑! 두 사람의 미래처럼 떨어져 산산조각 나고 만다!
그렇게 서로 시선 얽히는 왕여와 김선인데..
/-2. 김선의 사가가 보이는 거리 일각 (낮)
그런 두 사람의 모습, 착잡하게 보고 있는 김신이고.
S#15. 개경/ 마을 길 (여러 날 후) (낮)
김선 입궁 날이다. 궁녀들과 군사들, 가마 앞뒤로 따르고 있고, 김선이 탄 가마 지나가면, 백성들 비켜서며 예를 갖춘다.
김선은 뭔가 섭섭한 표정으로 가마의 쪽 창문 빼꼼 반만 열고 바깥 살피는데, 아무도 없다.
시무룩한 김선의 옆모습 오버로, 반쯤 열린 창문 밑, 한 걸음 뒤에서 묵묵히 따라 걷고 있는 누군가의 발 보인다. 김신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김선, 입 삐죽하며 이번엔 확 창문 다 여는데, 엇! 정갈한 모습의 김신, 가마 바로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다.
김선 : (반갑고 밉고) 아침나절 내내 안 보이셔서 이대로 오라버니 얼굴도 못 보고 시집가는 줄 알았습니다.
김신 : 그리 할 것을. 못난 얼굴 뭐 예뻐서 보러 왔나 모르겠다.
김선 : 오라버니께서 이리 귀히 여기시니 입궁하는 길이 아주 꽃길입니다. (째릿)
김신 : .... (마음 아파 그저 묵묵히 걷는)
김선 : 헌데요 오라버니. 폐하께선 어찌 생기셨습니까?
김신 : 너는 어찌 성품이 아니라 외견부터 궁금해 하는지. 걱정마라. 성안이 아주 훤하시다.
김선 : (눈 반짝) 참말이십니까? 저 어떻습니까? 저 오늘 예쁩니까.
김신 : 못생겼다.
김선 : (빡!) 그럼 폐하께도 안 예쁘겠지요? 그땐 집으로 돌아와야겠지요?
김신 : 폐하께선 이미 널 보셨다.
김선 : 저를요? (뭔가 떠올리는)
>>인서트 플래시 백
걸음걸이 연습하던 날 담 너머로 눈 마주쳤던 누군가, 사복 차림의 왕여다.
/다시, 마을 길
김선 : 혹, 그 얼굴에서 빛이 나던, 히. 보러 오셨었구나. 폐하께선 저 뭐라셔요?
김신 : 못 생겼다 하시더라.
김선 : 치... 못생긴 누이 자주 보러 오셔야 합니다. (괜히 눈물 핑 도는데)
김신 : (역시 눈가 벌게져) 전장을 떠도는 오래비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여겨라.
김선 : (눈물 그렁한) 누가 모릅니까... (이내 웃음으로 화답하고) 제 걱정은 마셔요. 행복해질게요 오라버니.
김신 : (행복을 꿈꾸는 여동생이 못내 가슴 아픈데..)
상궁E : 폐하 드십니다.
S#16. 개경/ 궁궐/ 왕비의 침소 (밤)
/김선, 후다닥 치마 올려들고 총총 달려 복도를 지나
/마루까지 한달음에 달려오는데. 그러다 꺅! 스텝 꼬여 마루 밑으로 넘어질 위기인 그때! 쑥- 들어오는 손이 김선의 몸을 감싼다.
질끈 감았던 눈 뜨면, 왕여의 얼굴 보인다.
김선 : !!! (이게 무슨 상황이지? 눈만 깜빡..)
쏟아질 듯한 달빛이 두 사람 밝히고, 두 사람 시선 오래 얽히는데..
왕여 : (보다가) 무거운데.
김선 : (헉! 화들짝해 왕여 팔에 지탱해 몸 바로 세우고 급히 손 놓고) 무정하신 어떤 분이 심중에 계시어.
왕여 : !! (김선의 언중유골에 미안하고..) 어딜 그리 급히.
김선 : 폐하를 뵈러.
왕여 : 내가 갈 것인데.
김선 : 서로 오면 더 좋을 듯 하여. (괜히 서러워 눈가 촉촉해지면)
왕여 : !!!... (김선의 기다림이 느껴져, 마음 들킬까, 외려 건조한 눈빛이고)
S#17. 개경/ 궁궐 편전 (다른 날 낮)
중헌, 왕여와 독대 중이다.
중헌 : 미천한 것을 쥔 손아귀에는 힘을 적당히 줘야 하는 법입니다.
소중해 꼭 쥐고 나면 그 미천하고 소중한 것은 반드시 죽습니다. 그 손에 의해.
>>인서트 플래시 컷
먼발치에서 왕여와 김선의 수줍고 행복한 한때 매서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던 중헌.
왕여 : !! (중헌의 숨겨진 뜻이 두렵고)
중헌 : 미령한 나이, 미천한 외가, 외가보다 더 미천한 처가.
삼작일 몇몇 대신들과 문하시중 신철주의 술자리에서 오간 대화라 하옵니다.
왕여 : ...틀린 말이 없지 않은가.
중헌 : 틀린 말이 없을수록 틀렸다 하시는 겁니다. 황실을 욕보인 신철주의 목을 쳐 틀렸다 꾸짖으시어 강건함을 보이시옵소서.
왕여 : !!!
S#18. 개경/ 궁궐/ 왕비의 처소 (낮)
김선, 중헌과 독대한다. 중헌, 왕비 앞임에도 수그림 없이 도도하다.
김선 : 더는 어심을 흔들지 마세요. 더는 폐하의 눈을 가리지 마세요. 문하시중의 죽음은 처사가 옳지 않았습니다.
중헌 : 모두 소신의 처사가 옳다 하는데 황후만이 틀렸다 하십니다.
김선 : 그대가 정녕,
중헌 : 소신이 눈을 가린 것인지 폐하가 눈을 감은 것인지.
김선 : 네 이놈!
중헌 : 네 이년!!
김선 : !!! (하얗게 굳는데)
중헌 : 낳기는 선황이 낳았으나 내가 키워냈으니 내가 여의 아버지가 아닐 것이 없다.
여를 황좌에 앉힌 것도 여의 손에 천하를 쥐어 준 것도 나다. 내 말이 틀리느냐.
허니, 한낱 무신 나부랭이의 누이 주제에 훈계는 집어 치워라.
김선 : !!!!
중헌 : 니가 훈계할 자는 내가 아니라 네 오래비다. 무덤이 돼라 보낸 변방에서 네 오래비는 거듭 승전보를 전하니
그 의중이 흉악하지 않은가.
김선 : !!!!
중헌 : 한 나라에 왕이 둘이라 한다. 한 하늘에 해가 둘이라 한다. 이것이 역모가 아니면 무엇이 역모란 말이냐.
김선 : !!!!
S#19. 개경/ 궁궐/ 편전 (밤)
흐린 불빛에 날카롭게 빛나는 검과 검집이 환관의 손에 받쳐져 김신의 앞으로 온다.
황좌의 왕여, 창백한 얼굴로 김신 내려다보고 있고,
김신 영문을 몰라 자기 앞에 온 크고 날카로운 검 보다, 왕여를 보면,
왕여 : 분노와 염려를 담아 검을 내린다. 될 수 있는 한 멀리 가고 할 수 있는 한, 돌아오지 말라.
김신 : !!! (믿을 수 없어 보면)
왕여 : (건조하게 보면)
김신 : 폐하 그 말씀은... 폐하 어찌 그런... (분함 꾹 누르고) 폐하의 고려이옵니다. 변방을 수비하라 명하시어 변방을 지켰고,
적을 멸하라 명하시어 적을 멸하였고, 누이가 여기 있고 백성이 여기 있는데,
왕여 : 황제의 근심을 이젠 그대가 하는구나.
김신 : !!!
왕여 : 장렬히 죽었다 기별하라. 애통하다 기별할 것이니. 어명이다.
김신 : !!!
Cut to. (낮)
왕여, 높은 왕좌에 앉아 있고 김선 단단한 얼굴로 왕여 보고 섰다.
일각엔, 중헌 조아리고 있으나 편전의 주인처럼 서 있다.
김선 : 부디 문신에만 편중치 마시고, 무신이라 천대치 마시고,
왕여 : !!!
김선 : 부디 변방을 도는 상장군 김신을 불러들여 폐하 곁을 지키게 하시고,
왕여 : !!!
김선 : 무엇보다 부디, 박중헌을 멀리 하시고,
왕여 : 결국 그리 되더냐. 네 보잘 것 없음이 결국 욕심이 되더냐.
보잘 것 없는 네가 보잘 것 없는 네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라더냐 네 오래비가!
김선 : 폐하!
왕여 : (김선의 말이 틀린 말이 없어, 더 패악부리는) 왕이 백성을 지키는 것이다! 어찌 한낱 백성이 왕을 지킨단 말이냐!
네가 지금 무엇을 청한지나 알고 청한 것이냐! 네 오라비라는 자는,
>>인서트 플래시 백 (1부)
왕의 검으로, 적들을 베며 죽을 힘을 다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김신이다.
적도 김신도 헉, 헉, 거친 숨 토해내며, 서로 부딪히는 칼날이 무겁고 거칠다.
왕여E : 승산 없는 전장에서 번번이 살아 돌아와 저잣거리의 신이 돼간다.
/다시, 편전
왕여 : 내 그리 돌아오지 말라 일렀거늘 번번이 개선을 하여 내 무능을 비웃는다.
그런 니 오라비가 든 그 검으로 날 지킬지 날 벨지 어찌 아느냐!
김선 : 폐하!
왕여 : (눈에 불꽃!) 그 누구도 내 백성의 신이 될 수는 없다. 그리하여 반역인 것이다!
김선 : 폐하...!!
그 모습 다 지켜본 중헌, 왕여의 병든 마음에 또 다시 세치 혀를 놀린다.
중헌 : 한낱 무신 따위가 득세하니 문신의 세가 기울어 황실의 권위 또한 풍전등화이옵니다.
상장군 김신의 목을 쳐 틀렸다 꾸짖으시고 강건함을 보이시옵소서.
왕여 : ..!!!
김선 : !!!
도깨비E : 박중헌의 입에서 결국... 김신의 이름이 나오고 말았지.
S#20. 개경/ 궁궐 안 (낮)
/성문이 열리고... /김선은 처연하게 서 있고... /김신, 죽을 힘을 다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고,
/중헌은 어린 왕에게 검은 혀로 뱀의 말을 속삭이고, /어린 왕의 질투와, /결국 처참히 죽어가는 김신과 김선 오누이.. 그 위로,
도깨비E : 그게.. 누이의 마지막 모습이었어.. 무신의 누이였고 기품 있는 황후였어.
황제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었고... 나는 결국 닿지 못 했어.
S#21. 다시 현재, 도깨비 집/ 주방 (낮)
도깨비와 저승, 여전히 조리대 앞에서, 손 놓고 서서,
도깨비 : 닿지 못 할 걸 알면서도, 다 알면서도 나는, 나아가는 것밖에 할 게 없었어.
그 자리는 내 마지막 전장이었고 난 거기서 죽어야 했으니까.
/은탁 : !!!... (여전히 오롯이 듣고 있고...)
저승 : 대체 왜.
도깨비 : 어명을 어기고 돌아왔고, 어린 왕의 질투와 두려움을 간과했고, 여를 지켜달란 선황제의 당부가 잊히지 않았고,
가노들의 죄 없는 목숨은 살려야 했고, 무엇보다,
저승 : (보면)
도깨비 : 내 누이가 죽음으로 그 멍청일 지키고 있었으니까.
저승 : !!!
도깨비 : ..... (아직도 가슴 아픈 얼굴인데)
저승 : (위로할 말 못 찾아 그저 보는데)
도깨비 : (추스르며) 전생의 기억도 없는 자 앞에서 너무 많이 떠들었군. 음식도 다 식었고.
저승 : 궁금한 거 하나 더 있어.
도깨비 : (보면)
저승 : 혹시 이런 반지 본 적 있어? (반지 보여주는)
도깨비 : 나 주려고 뺏어온 건 아니지? 나 너랑 그런 사이 되기 싫어.
저승 : 집중 좀 해! 잘 봐. 유심히. 본 적 없어?
도깨비 : (빤히 보다) 너 혹시.. 너 진짜 내 여동생이다 싶어? 내 과거사도 그래서 물은 거지.
반지 껴 봐 어떻게 되나 보자. (다가가면)
저승 :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도깨비 : 선아. 그래서 지금 사랑 받고 있는 것이냐.
은탁E : 오붓한 시간 방해해서 죄송한데요.
저승 : 안 오붓해!!
은탁 : (픽)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도깨비 : 어디 가는데. 같이 가. 너 이제 나랑 세트 해야 돼.
저승 : 그래. 세트로 얼른 나가. 나 지금 혼자 있고 싶어.
도깨비 : 우리 선이도 혼자 있는 걸 좋아했지..
저승 : 가! 나가라고!
S#22. 책방 골목 (낮)
은탁과 도깨비 나란히 걷고 있다.
은탁 : (발밑만 보고 걸으며) 꽃 사서 한번 꼭 오라고. 정현이가. 자기 파주에 있다구.
도깨비 : 캐나다보다 가깝고 좋네.
은탁 : (끄덕하며 여전히 발밑만 보고 걷는)
도깨비 : ? (분위가 뭔가 이상한데? 싶은데)
은탁 : (뜬금없이) 근데요 아저씨 꽃이랑 엄청 잘 어울려요. 아무 꽃이나 다.
도깨비 : ?
은탁 : 아저씨 엄청 제 스타일이에요. 아무 때나 다.
도깨비 : ??
은탁 : 아저씨 성격도 엄청 좋아요. 아무렴요. 다.
도깨비 : 나 뭐 잘못했니?
은탁 : 아니요?
도깨비 : 그럼 너 뭐 잘못했니?
은탁 : 아니요?
도깨비 : 그럼 뭘까 이 뜬금없는 고백은?
은탁 : 위로? 응원? 있어요 그런 거.
도깨비 : (보다가) 뭐 구체적으로 어떻게 엄청 니 스타일인데 내가.
은탁 : (보다가, 슬프고 따뜻하게) 이상하고 아름답죠. (진심 전하면)
도깨비 : !!.. (그런 은탁을 보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S#23. 납골당 (낮)
꽃 사들고 납골당 찾아온 은탁. 도깨비, 쫄래 쫄래 따라오고.
은탁 : 어! 여깄다. 고,정,현.
은탁, 어느 납골함에 멈춰 선다.
납골함 안에 조화들, 인형들, 사진들 놓여있고. ‘1971년 03월 02일~1989년 02월 16일 고정현’ 적혀 있다.
납골함 앞에 꽃다발 내려놓고 “나 왔어” 히. 웃는 은탁. 그 모습 일각에서 지켜봐주는 도깨비.
은탁, 납골함 안 이것저것 본다. 교복 입은 독사진도 보고, 옆에 놓인 사진 속 여고생 둘도 보고.
그 순간, 어? 눈 비비고 다시 보는데, 정현 옆에서 웃고 있는 소녀, 19살의 은탁모다!
은탁 : (?!!) 엄..마? 엄마.. 맞는..것.. 같은데? 엄마 맞는..데?
도깨비 : ?? (그런 은탁 보고, 왜 저래?)
은탁 : (놀라서 도깨비 핵 돌아보며) 아저씨 문! 문! 오픈!! 도서관으로 빨리요!
S#24. 도서관/ 락커룸 앞 (낮)
문 열고 나오는 도깨비와 은탁.
은탁, 미친 듯이 주변 살피며 정현 찾는데.. 저만치 정현, 책 보며 서 있다.
그러다가 은탁 발견한 정현, 책 탁 덮고는 뛰어오는 은탁 보며,
정현 : (환하게 웃으며) 조심해. 넘어질라.
은탁 : (헉헉) 우리 엄마 친구였어? ..요? 우리 엄마 알아요? 지연희씨 알아요?
정현 : (웃으며) 내가 왜 니 옆에 있었겠냐. 연희 딸내미니까 있었지.
은탁 : !!!
정현 : 우리 땐 진짜 다리미로 다려서 코팅했어. 연희가 많이 도와줬다 내 거.
은탁 : 하..! (놀랍고 반가워 눈물 핑 돌아 비명 같은 탄식 뱉으며 손으로 입 막는데!)
정현 : 고등학교 때 약속했거든. 서로 애기 낳으면 예쁜 옷 해주기로. 옷은 못 해줬지만 연희 돈은 내가 지켰다.
은탁 : ?!!
정현 : (락커룸 가리키며) 열어봐. 비번은 486.
은탁 : (열어보면 통장 수북이 들어 있다, !!!) 이 통장 설마.
정현 : 어 맞아. 니네 이모가 맨날 없어졌다고 했던 그 통장. 그거, 연희 보험금이잖아.
은탁 : !!!
정현 : 젤 위에 있는 게 최근 거니까 찾아다 대학 등록금 보태. 합격 축하한다.
은탁 : (손에 통장 든 채) 이거 때문에 못 가고 여기 떠돈 거예요? 나 때문에?
정현 : 떠돌던 차에 너 크는 거 보는 재미에 좀 늦긴 했어. 난 이제 가서 연희랑 수다나 떨어야겠다.
은탁 : (!!) 간다구요? 지금요?
정현 : 가서 니 엄마한테 빠짐없이 다 전해줄게.
(은탁 머리 쓰다듬으며) 니 딸 참 착하다고. 공부도 잘한다고. 대학도 좋은 데 갔다고..
은탁 : (흐흑 참았던 울음 터지고)
정현 : 자 그럼 안녕.
은탁 : (!) 벌써요?
정현 : (흐릿해지며, 손 흔들면)
은탁 : 감사합니다.. 다 감사해요.. 울 엄마랑, 거기서도 두 분 꼭.. 친구하시구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 잘 가 고정현.. (손 흔들어주고)
그렇게 빛으로 승천하는 정현이고.. 작별하는 은탁인데. 그 모습 지켜보는 도깨비고...
S#25. 바닷가 (낮)
은탁, 바닷가에 앉아서 하염없이 해안선을 바라보고 있다.
은탁 : 엄마.. 엄마한테는 진짜 좋은 친구가 있었네요. 아니 사실.. 내 친구였어요.
나 엄마가 해주는 거는 다 좋았어요. 떡도, 잔치도, 목도리도, 정현이도, 다요.. (눈물 핑..)
도깨비 : ... (그런 은탁 어깨 토닥토닥 해주면)
은탁 : 아저씨두요. 고마워요 문 열어줘서. (도깨비 향해 예쁘게 미소 지어주고)
도깨비 : 내가 그렇게 큰 사람이다.
은탁 : (까르르 웃고)
그런 두 사람의 예쁜 뒷모습 위로,
도깨비E : 비웃은 거야?
은탁E : 아 비. 그러고 보니 요즘 비 안 오네요?
도깨비E : 자제하는 중이야. 나사에서 잡아갈까봐.
은탁E : (또 까르르 웃고)
S#26. 도깨비 집/ 거실 (밤)
테이블에 은탁이 찾은 통장들 가득 놓여있고, 도깨비와 김비서 마주 앉아 있다.
도깨비 : 오랜만이야.
김비서 : 하나도 안 변하셨습니다. 여전히 반말이시구요. (싱긋)
/(7부) 가구 매장, “유재신씨!” 버럭하던 앳된 김비서.
도깨비 : 알다시피 보다 복잡한 사람이라.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김비서 : 네.
도깨비 : (통장 가리키며) 보험금이 있어. 한 아이의 엄마가 죽기 전에 남겨놓은. 아이는 내년 9월이 돼야 스무 살이 돼.
따라서 현재 이 돈은 법적 후견인인 이모의 동의 없인 인출이 어렵지. (덕화가 찍은 이모네 신상자료 파일 내밀고)
김비서 : (파일 받아 넘겨보며) 보험금이 제 주인에게 가야겠군요. 정당하게.
도깨비 : (끄덕하면)
김비서 :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럼 전. (하고 일어나는데)
도깨비E : 아. 한 가지 더.
김비서 : 네. (일어선 채 경청하면)
도깨비 : (일어나 김비서 보더니) 제대로 잘 커줘서 고맙고.
김비서 : (!!!...) ..감사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에. (깊게 인사하고 나간다)
도깨비,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좀 먹먹한데...
이모E : 언닌 죽었지,
S#27. 구치소 (다른 날 낮)
접견실에 마주보고 앉아있는 이모와 김비서다.
이모 : 애는 어리지, 보험금은 나왔지, 근데 빚이 있으면 후견인이 될 수 없대지, 그러니 어떡해. 다정도 병이지.
후견인 되려고 그 빚을 다 갚았네 내가! 그래서 보험금을 딱 받았지. 근데 내 통장으론 못 넣잖아.
김비서 : 사채를 써서 은행 빚을 갚으셨으니까.
이모 : 그렇지! 그래서 일단 은탁이 그 기집애 통장에 넣었는데 근데 그 망할 통장이 계속 없어지는 거야!
그러니 이 통장이 얼마나 반갑겠어 내가! 알아 들었나 모르겠네?
김비서 :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녹음 완료 버튼 누르고) 법은 알아들을 겁니다. 보험금을 편취하려 하였다. 인정하셨고,
이모 : 다, 당신 뭐야. 뭔데 개수작이야! 편취라니! 불면 꺼질까 쥐면 깨질까 아주 금이야 옥이야 키웠어 내가!
김비서 : (사무적)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마시구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겠습니다.
일, 깔끔하게 지은탁양에게 전액 반환하고 출소하는 간단한 방법.
이, 지저분하게 양육비를 주장하며 출소(出訴;소송을 제기함)하는 복잡한 방법. 일 이 중에 찍으세요.
이모 : 당신 사람 잘못 봤어. 내가 어두운 쪽으로 지인들이 쫙 있는데,
김비서 : (어둠의 포스) 사람은 아줌마가 잘못 봤어. 어두운 쪽은 내가 더 잘 알거든.
이모 : (허걱! 깨갱..)
S#28. 덕화 본가/ 서재 (낮)
유회장, 김비서의 보고 듣고 있다.
유회장 : 나으리 일은.
김비서 : 잘 처리했습니다. 덕화군도 지시하신대로 조치했습니다. 책상 하나, 의자 하나, 매장 신입사원부터 차분히 배우라고.
유회장 : (끄덕 끄덕)
S#29. 가구 매장 (낮)
후- 기막힌 얼굴로 매장 가운데 딱 서 있는 덕화. 그때,
매니저 : 유덕화씨? (하며 다가오자)
덕화 : (거만하게) 네. 유덕홥니다. 매장이 깔끔하고 좋네요. 일 보세요. (일각 아무 책상에나 앉아서 괜히 책상 만져보는데)
매니저 : 제품 설명섭니다. (제품설명서 건네며) 내일까지 다 외우시구요.
덕화 : (괜히 안 들리는 척 책상의 버튼 막 눌러 움직여보며) 오 올라가. 오 내려가. 오 꺾여. (매니저 보며) 오 아직 서 있어.
매니저 : (빡!) 유덕화씨!
덕화 : (또 거만하게) 저기, (명찰보고) 장일옥 매니저님? 매니저님이 사실을 알면 되게 놀랄 사람이거든요 제가?
이미 높은데 바닥부터 시작하는 그런 멋진 놀랄 사람?
매니저 : 회장님 손자인 거 압니다. FM대로 하라는 회장님 지시가 있으셨거든요.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을 위한 상품에서 떨어지시구요.
덕화 : (바로 설명서 받으며) 그니까요. 제가 이걸 하루 만에 다 외우면 매니저님 되게 놀라시겠죠? (비굴하게 웃는데)
S#30. 세탁소 (낮)
세탁소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저승. 그러다 써니가 잡았던 자기 손 보는데.
저승 : 드라이 맡긴 모자 찾으러. (심란한 얼굴)
주인 : 아 그 모자. 모자가 아주 원단이 좋아요. 이태리젠가?
저승 : (생각은 어디 멀리, 의무적 대답) 메이드 인 헤븐입니다.
주인 : 아 어쩐지. 거기가 원단이 좋아. 잠깐만요. (안쪽으로 가며) 갑자기 왜 이렇게 춥냐.
저승, 팔짱 낀 채, 물끄러미 창밖만.. 머릿속으론,
/자기이 본 써니의 전생 속, 웃던 모습과, 죽던 모습 흘러가고...
저승 손 안의 핸드폰은 꽁꽁 얼어가고... 그때, 벨소리 울린다.
놀라 자기 손 보면, 꽁꽁 언 핸드폰 액정에, ‘선희 아니고 써니’ 보인다. 바로 얼음 녹인다. 물방울 사방으로 튀고,
저승 : (젖은 핸드폰 그대로 받아 긴장한 목소리로) 여보세요.
써니F : 조사 아직이에요?
저승 : (괜히 변명) 게을리 하진 않았는데, 예. 아직.
써니F : 복잡한 조산가보네. 뭐하고 있었어요?
저승 : 써니씨 손을 한 번 더 잡아 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써니F : 미친다. 그럼 오늘 잡으면 안 돼요?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저승 : 오늘이요?
S#31. 도깨비 집/ 거실 (밤)
외출복 차림의 저승, 방에서 나오는데 커피 들고 스치던 도깨비, 그런 저승 보고 지나치다 다시 휙 돌아본다.
/9부에서 미리 봤던 이별하는 모습 속 저승이 입은 옷과 같은 차림이다.
도깨비 : 오늘이냐?
저승 : 뭐가?
도깨비 : 그 옷 안 입으면 안 돼?
저승 : 왜 이상해?
도깨비 : 아니다. 내 조언이 너의 오늘에 변수가 될까 싶었는데.
신발이나 편한 거 신고 가. 돌아오는 길이 멀 테니까. (들어가며) 옷은 이상해.
저승 : (빡!) 빨래 탈수 다 되면 널기나 해!
S#32. 치킨 집 (밤)
테이블 위에 아이섀도우 팔레트 여러 개 놓여있다.
써니, 아이섀도로 화장하고 있다. 맞은편엔 포장한 치킨 두고 앉은 친구(백화점), 부럽게 보고 있고.
친구 : 복 받은 년. 누군 집에서 혼자 닭다리나 뜯는데 12월 31일에 데이트라니. 대견하다. 친구야.
써니 : 오늘 데이트 컨셉은 따뜻하고 달달하게, (눈 막 홀리듯 뜨며) 예뻐?
친구 : 드럽게 이쁘지.
써니 : 데이트 중에 한 살 더 먹는 거 티 나면 안 되니까. (요염한 포즈) 우!
S#33. 번화가 거리 (밤)
2016년의 마지막 날. 거리는 인파로 붐빈다.
저승, 팔짱 꽉 낀 채 사람들과 손 안 스치려고 안간힘 쓰고 걷고 있다가 일각의 누군가 보더니 미소 번진다.
써니가 가볍게 손 흔들고 있다.
저승 : 늦어서 미안해요. 사람이 많으면 걷기가 힘들어서요.
써니 : 그래도 한 살 더 먹기 전엔 왔네요. 보신각 쪽으로 걸을까요?
저승 : 그 전에,
써니 : (보면)
저승 : 손 좀 잡겠습니다.
써니 : 이렇게 바로요? 이렇게 대뜸?
저승 : 기다리기엔 제가 너무 궁금해서요. (손 내밀면)
써니 : (이번엔 써니가 꽉! 팔짱끼더니) 사람 심보 참 이상하죠? 괜히 튕기고 싶네? 손잡고 싶어요? 내 손?
저승 : 네.
써니 : 나두요. 나도 손도 잡고 싶고 포옹도 하고 싶어요 김우빈씨랑.
저승 : !
써니 : 근데 적어도 내가 누구 손을 잡는지 누구 품에 안기는 진 알고 안겨야죠.
저승 : !!!...
써니 : 아직 제 질문에 대답 안 해줬잖아요. 정체가 뭐냐구요. 김우빈씨. 내 본명 어떻게 알았는지도 아직 대답 안 했고.
잘생겨서 넘어가주는 건 올해까진데. 두 시간 후면 내년이고.
저승 : ......
써니 : 너무 무리한 요구예요?
저승 : ...미안합니다.
써니 : 알았어요. 그럼 그만할까요 우리?
저승 : !!!
써니 : 길 안쪽으로 몰아넣는 것도 제도샤프로 수학문제 푸는 것도 귀엽고 다 좋은데, 더는 안 되겠네요.
그냥 내가 차일게요.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우연히 마주쳐도 인사하지 말구요.
저승 : ?!!....
써니 : 해피 뉴 이어. (쿨하게 가버리고)
저승 : !!! (그런 써니 뒷모습 아프게 보다가, 그저 놓치는데..)
S#34. 도깨비 집/ 이곳 저곳 (밤)
/외출복 쫙 빼입고 다리 달달 떨면서 시계 보며 은탁 기다리는 도깨비.
/탁상시계, 11시 30분 지나가고 있고...
/외출복 쫙 빼입고 은탁의 방 앞에서 화난 얼굴로 노크 하려다, 흥! 가는 도깨비.
/거실의 괘종시계 11시 59분 지나고 있고,
다다다, 계단 내려와 휙- 시계 앞 지나 도깨비 방 막 노크하는 은탁.
은탁 : 아저씨. 아저씨!
도깨비E : 들어와.
/-1. 도깨비 방 (밤)
은탁 : (문 열고 들어가면)
도깨비 : (몸 일으키며) 무슨 일이야. 자고 있었는데.
은탁 : 그러고요?
보면, 도깨비 외투까지 완벽하게 입은 상태로 침대에 반쯤 누워있다.
거실의 괘종시계소리 들려온다. (땡, 땡, 6번 정도 치고 있다)
도깨비 : 어! 나 이러고 자 왜!
은탁 : 아 알았구요, 아저씨 잘 들어봐요.
도깨비 : 뭘.
하면, 거실의 괘종시계 땡, 땡, 땡, 세 번 더 쳐서 12시 땡! 된다!
은탁 : 아저씨 12시 땡! 1월 1일! 새해! 저 방금 어른 됐어요! (꺅! 좋아라하면)
도깨비 :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옷은 왜 챙겨 입었어.
은탁 : 나갈라구요. 선약있어요. 저 이제 어른이니까.
도깨비 : (빡!) 너, 와, 이 오밤중에 뭔 선약이야! 너 대체 정신을,
은탁 : 아저씨랑 선약인데.
도깨비 : (바로) 그래서 옷 딱 입고 아까부터 내가 어?
은탁 : 바보. 꼭 말로 해야 아나?
도깨비 : 어! 앞으론 꼭 좀 하자. 사람 피 말리지 말고. 나가자고? 뭐 하고 싶은데.
은탁 : 해줄 거예요?
도깨비 : (괜히 딴 거 기대) 뭐가 됐든 니가 하라고 하면 그것까지 하고.
은탁 : 술이요! 술! 술! 술 사주세요! 포장마차! 소주! 닭똥집! 낭만 가득!
도깨비 : ....
은탁 : (...?) 왜요? 자 그럼 가보십시다 낭만 속으로!!
S#35. 포장마차 (밤)
쪼르르 소주로 채워지는 소주잔 두 개. 사람 몇 없이 한적하다.
닭똥집에 소주 놓고 앉은 도깨비와 은탁.
은탁 : (소주잔 들고) 자! 어른끼리 건배!
도깨비 : (소주잔 쨘 해주고) 너 괜찮겠, (하는데)
은탁 : (원샷하고) 캬. 낭만적이야. (이내) 아 써. 으. 소주 원래 이래요?
도깨비 : 모든 술은 다 써. 그게 달아지면 진짜 어른 되는 거고.
은탁 : (냉큼 잔 내밀고) 그럼 한 잔 더. 따르시오~ 부으시오~
도깨비 : (픽, 술 따라준다)
은탁 : (또 홀짝 마시고) 오 달, (허나 아직은) 으 써. 아.
도깨비 : (그런 은탁 귀엽게 바라봐주는데)
자전거남E : 그림 좋은데~
산통 다 깨는 멘트에 보면, 저만치에 불량배들 등장이다. 바로, 자전거남(깁스)이다.
은탁 : 이 진부한 전개 뭐지? 아저씨가 섭외했어요?
도깨비 : 그건 아닌데 구면이긴 하네.
자전거남 : 내가 너 이 동네 살 줄 알았어. 내가 너 엄청 찾아다녔거든? (일행들에게) 저 새끼야. 나 이렇게 만든 새끼.
불량배들 : (야구방망이, 각목 등등 위협적으로 척! 척! 어깨에, 땅에)
자전거남 : 내 손은 이렇게 아작 내 놓고 팔자 좋게 여자랑 놀고 있어? 너 오늘 디졌어.
도깨비 : 오늘? 진짜? 나한테 보이는 거 다 말해봐.
자전거남 : 뭐래는 거야!
은탁 : (으이구.. 절레절레)
도깨비 : 너 재밌으라구. (일어나며) 안주 먹고 있어. 술은 나랑 마시고. 금방 올 테니까.
(하고 불량배들에게) 우리의 전장은 밖이다. 나와. (하고 휙! 사라진다)
불량배1 : 뭐야. 어디 갔어.
자전거남 : 저 새끼 이상하다고 했잖아. 야 나와! (하며 포장마차 밖으로)
주인 : (은탁 곁으로 빠르게 붙으며) 아우 남친 저러고 나가도 괜찮아? 저 놈들 이 동네에서 아주 악질인데.
은탁 : 아유 괜찮아요. 어디 가서 맞고 다닐 냥반 아니에요.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주인 : ???
/-1. 포장마차 밖 거리 (밤)
불량배들 우르르 나오면, 도깨비, 일각 쓰레기 버려진 곳에서 버려진 마대걸레 하나 들더니 뚝 부러뜨려 검처럼 딱 들더니,
도깨비 : 간만에 클래식하게 상대해볼까? 전직 무신이었거든 내가.
자전거남 : 난 현직이 무직이다 이 새끼야. 너 때문에.
도깨비 : 대장부의 삶이 그래서 쓰나. 자네들도 마찬가지고. 그것이 오늘 안 봐주는 이유야. 아플 거야. 참든지.
자전거남 : 뭐래는 거야. 야, 조져버려!
자전거남 비롯한 불량배들 대여섯 명, 한꺼번에 도깨비에게 달려드는데!
도깨비, 막대기 하나로 달려드는 불량배들 멋지게 상대하고!
은탁, 포장 천 틈으로 그 모습 지켜보며 소주 홀짝 홀짝 마시고.
도깨비의 검 휘두르듯 절도 있고 군더더기 없는 몸놀림에 줄줄이 나가떨어지는 불량배들!
마지막으로 막대기 칼집에 넣듯 멋지게 넣는 시늉하는 도깨비,
Cut to. 은탁과 다시 소주 마시는 도깨비.
은탁 : 자 첨부터 다시 낭만 시작해 보십시다. 건배! (짠! 하고 원샷 하더니) 캬-
도깨비 : 아직도 낭만적이야?
은탁 : (크게 끄덕 끄덕) 아까보다 더요. 흐릿한 불빛, 소박한 안주, 쓴 소주, (불량배들 쓰러진 자리) 비정한 정서!
도처에 낭만이 가득! 완벽해!
도깨비 : 완벽하기엔 하나 빠졌다.
은탁 : 뭐요?
도깨비 : (몸 깊이 숙여 은탁의 입에 입술 포갠다!)
은탁 : (소주잔 든 채) ?!! (심장 쿵쿵! 볼 발그레!! 난리 났는데)
도깨비 : 첫 키스.
은탁 : 첫 키스 아닌데.. 나 첫 키스는 그때..
도깨비 : 그때 그건 아니야. 이게 첫 키스야. (하며 떨리는 은탁의 손 꼭 잡더니)
온 마음을 다해.. 부드럽고 따뜻하게 다시 키스하는 도깨비고...
꼭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예쁘게 입 맞추고, 서로를 향해 웃는 도깨비와 은탁인데..
S#36. 도깨비 집/ 저승 방 (밤)
다크서클 턱까지 내려 온 저승사자, 처참한 몰골로 침대에 앉아 있다.
저승 : 그녀가 차였는가, 내가 차였는가.. (시름겹게 앉아 있고..)
S#37. 도깨비 집 전경 (다음 날 아침)
S#38. 도깨비 집/ 식당 (아침)
퀭한 저승과 기분 좋아 보이는 도깨비, 식사 준비하러 나왔는데,
이미 분주한 은탁 보인다. 멸치 다시 끓고 있고, 떡국 떡 불려놓고, 지단 부칠 달걀물 푸는 등 떡국 준비하는데.
저승 : 뭐하는 거야 기타누락자.
도깨비 : 그러게. 너 뭐해.
은탁 : 굿모닝입니다. 새해기도 하구 아저씨들한테 고마운 것도 너무 많고 해서 떡국 끓이던 중이요. 메밀묵도 무쳤는데.
도깨비 : (뭉클) 새해부터 기특하군.
은탁 : (분주하고) 스키장 알바비 들어와서 소고기도 좋은 걸로 샀어요.
저승 : 내 떡국엔 소고기 빼주고.
은탁 : 네. 아저씨들이 막 밤안개 낀 날 모델처럼 쿵쿵 걸어오시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라니.
그때 아저씨들 진짜 멋졌는데. 무서운 와중에도 완전 짱 멋졌어요. (엄지 척)
도/저 : !!
은탁 : (냉장고 살피며) 좀만 기다리세요. 아 대파. 대파를 안 샀네.
도깨비 : 떡국에 대파 없으면 퍽 난감하지.
저승 : (끄덕) 대파 중요하지. 가볼까.
도깨비 : 어디 한번 그래볼까.
S#39. 어느 길 (아침)
아침안개 자욱한 거리. 안개 속을 걸어 나오는 두 개의 검은 실루엣.
점점 선명해지면, 2부 엔딩처럼 안개 속을 걸어오는 얼굴, 바로 도깨비와 저승이다!!
보면, 손에 검은 봉지들, 봉지 바깥으론 대파 삐죽 솟아 있다.. 그런 두 사람 뒤로 역시나 후광 비춰지고.
그렇게 멋지게 렌웨이 하는 둘인데, 빵빵-!! 오토바이 경적소리. 후광은 오토바이 불빛이었던 것.
오토바이남 : 야 이 미친놈들아! 새해부터 죽고 싶어? 인도로 안 다녀?? (일갈하고 가는데)
도깨비 : 저 자가 인도로 다니라고 지금, 새해 덕담을.. 한 거 같은데.
저승 : 덕담이 고마우니 해코지는 않으마. 새해 복 많이 받게!
도깨비 : 우린 멋지니까! 해피 뉴 이어!!
S#40. 도깨비 집/ 식당 (아침)
은탁 : (따끈한 떡국 탁, 탁 놓이며) 맛있게 드세요.
저승 : 맛이 있어야 맛있게 먹을 텐데.
은탁 : 저 요리 잘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저씨들. (흐뭇)
도깨비 : 그래. 너도 복 많이 받고. (훈훈한데)
저승 : 나 써니씨랑 헤어졌어. (산통 확 깨는)
도깨/은탁 : (한 술 뜨려다 삐끗)
도깨비 : 넌 그런 말을 무슨 은탁이가 만든 새해 떡국 먹는 밥상머리에서 해!
저승 : 어제 헤어져서 오늘 말하는 건데.
은탁 : 뭐라면서 헤어지자고 했는데요?
저승 : 내가 차일게요.
은탁 : 그건 내가 차였으니까 니가 먼저 연락하란 뜻이죠.
저승 : 내 정체를 묻더군.
은탁 : 아. 그건 쎄다. 근데요. 저승사자는 좀 부정적이니까 천사라고 하는 건 어때요? 같은 장른데.
도깨비 : 힘내고. 파이팅. 다 그러면서 크는 거다. 삼백 살이면 한창 아프고 그럴 때지. (저승의 팔목 정도 토닥 하는데)
저승 : (그런 도깨비 빤히)
도깨비 : 왜.
저승 : 다시 사실 하나. 답을 얻기 위해서는 답과 가까운 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도깨비 : (?) 뭔 소리야.
저승 : (자기 팔목에 올려진 도깨비의 손 슥- 깍지 껴 꼬옥 잡는데)
도깨비 : (벌떡 일어나 푸른빛으로 화르륵!!!) 뭐하는 짓이야! (잡힌 손 든 채!)
저승 : 역시 너한텐 아무 것도 안 보이는군. 그저 따뜻할 뿐.
도깨비 : (화르륵!!) 사자가 도깨비 손에 깍지를 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분노한 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콰르릉!)
저승 : 잘 먹었어. (은탁에게만 인사하고 가는)
도깨비 : (잡힌 손 여전히 든 채) 이 손 어떡해. 어떡할 거야! (하는데 누군가 또 손잡는다. 보면 은탁이다)
은탁 : (도깨비 손에 애기 다쳤을 때처럼) 호~ 소독. 이럼 됐죠?
그 순간, 은탁의 호~ 하는 입술에 간밤에 키스했던 기억, 확! 스쳐가는 도깨비. 순간 볼 빨개져 얼른 은탁에게 잡힌 손 거두며,
도깨비 : 됐, 네. 다 됐네 소독이. 괜찮아. 걱정 마. (눈 둘 곳 모르는데)
은탁 : 손 그거 좀 잡아주지 많이 힘들어서 그러는 거 같은데.
도깨비 : (이씨!) 너 지금 누구 편드는 거야.
은탁 : 우리 사장님 편이요. 그니까 떡국 값해요. 알았죠?
도깨비 : 뭐 어쩌라고.
S#41. 길거리 (낮)
도깨비와 저승, 길거리 걷는데. 저만치 군고구마 파는 노점 있고.
(도깨비와 은탁, 커플 패딩 차림. 저승은 흰색 옷, 써니는 노란색 옷차림)
저승 : (?) 왜 이리로 가. 슈퍼 가자며.
도깨비 : 앗! 군고구마잖아! 와 나 군고구마 처음 먹어봐. 진짜. 진짜 처음이야. (끌고 가면)
저승 : 군고구마를 처음 먹는 게 아니라 군고구마 처음 먹는 연기를 처음 하는 것 같은데. (영혼 없이 끌려가다가) !
보면, 군고구마 리어카 앞에 써니와 은탁 서 있다.
써니 : (역시나 그런 저승 보고) !
은탁 : 세상에, 역시 일일생활권, 지구촌 한마당 시대!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죠?
저/써 : ... (그저 서로 보고만 있는데)
도깨비 : (저승 쿡 찌르는) 뭐해. 이런 우연 앞에서.
은탁 : (써니에게 소곤) 두 분.. 인사 안 하세요?
써니 : 우연히 마주쳐도 인사 안 하기로 해서.
저승 : !
은탁 : 하하.. (“뭐라도 좀 해봐요!” 도깨비에게 눈짓 막 하는데)
도깨비 : 두 사람 전체적으로 오늘 노른자와 흰자 같네. 계란 후라이.
세 사람 : (확! 도깨비 째려보면)
도깨비 : 아 미안. 콩나물이네. (저승) 줄기. (써니) 머리. (저승) 좋아하잖아.
은탁 : (빡!!!)
S#42. 도깨비 집/ 거실 (낮)
현관 들어오는 세 사람.
은탁의 손에 군고구마 봉지 들려있고, 뒤로 도깨비와 저승 따라 들어온다.
은탁 : 아저씨 때문에 다 망했어요 망했어!
도깨비 : 아니 둘이 옷이,
은탁 : 죄송해요. 이 작전에 이 아저씰 참여시키는 게 아닌데.
저승 : 됐어. 그래도 써니씨 봤잖아. (축 처져서 방으로)
도깨비 : (쩝.. 그런 저승 보는데)
은탁 : 그리고, 아니 오천 원도 없으면서 군고구마는 왜 먹겠대? 아니 멀쩡하게 생긴 분들이 둘이 합쳐서 어떻게 오천 원이 없지?
도깨비 :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은탁 : 이거 사장님이 돈 냈는데 어떡할 거예요!
도깨비 : 오천 원은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다. 내 다음부턴 꼭 미리 현금을,
은탁 : 됐구요, 아무 소득도 없이 작전이 실패 했잖아요 아저씨 땜에!
도깨비 : 작전은 실패했으나 우리에겐 소득이 있다. (군고구마 봉투 툭 만지고, 방긋)
은탁 : 아놔.. 이 냥반이!
하는데, 저승 까만 옷차림으로 모자 들고 나온다.
저승 : 나 출근. (하고 가다) 오늘 내 컨셉은, 천사였어. (도깨비 확 째려보고 가는)
도깨비 : 아. (끄덕하고 은탁에게) 다 너 때문이네. (고구마 봉지 휙 뺏어서 방으로)
은탁 : (기막혀) 대박.. 와. 허.
S#43. 도깨비 집/ 도깨비 방 (밤)
가내복 차림의 도깨비, 군고구마 맛있게 먹다가, 무언가 떠올라, ??!!
/(5부 엔딩)의 은탁의 모습이다. 그 중에, 은탁이 하고 있던 목걸이...!
도깨비, 혹시 그 목걸이..? 또 무언가 떠올린다.
>>인서트 플래시백 (2부 2씬)
액세서리 수공예품 노점 앞의 은탁. 목걸이, 반지, 팔찌 등 액세서리 예쁘게 반짝인다.
마음에 드는지 후드에 손 꿴 채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러나 살 돈이 없고. 아쉽게 걸음 떼는 은탁인데.
/다시, 현재
도깨비 : (빡!) 결국 그걸 샀다 이거지? 대푠가 뭐시긴가 만날려고. 하! (승질 내다가, ?!!!
...무슨 생각인지, 쓸쓸한 웃음) 그건... 내가 사주는 거였구나...
/-1. 도깨비 집/ 현관 (밤)
가내복 위에 외투 대충 입으며 곧장 거실 가로질러 현관으로 가더니 쪼리 대충 꿰어 신고 휙 현관문 열고 나간다.
닫힌 현관문 아래 틈으로 환해지는 밖.
/-2. 캐나다/ 쁘띠 샹플랭 거리 (낮)
오래전 은탁과 나온 문 열고 나오는 도깨비. 쁘띠 샹플랭 거리 펼쳐진다.
대낮 햇살 부서지고 사람 많은 거리 어딘가 액세서리 노점 보인다.
가내복에 쪼리 차림에, 노점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도깨비고.
S#44. 저승의 찻집 (밤)
저승 앞에 망자 앉아 있다.
정신과상담의였던, 흰 가운 입은 망자(30대 중반, 男)다. 망자 앞엔 이미 찻잔 놓여있다.
저승 : 차였다고 한 것은 그녀인데 왜 자꾸 제가 차인 것 같은지 잘 모르겠어요.
의사 : 사람마다 이별에 의해 다친 감정이 회복되는 기간이 달라요.
빨리 회복을 시키자에 집중하기보다 나는 어떤 것에 회복되는가에 집중을 해보세요.
저승 : 아 집중.. 상담 감사합니다 선생님. 차 드세요.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줍니다.
의사 : 아 공부한 거 아까워 죽겠네. 뭐 하러 박사까지 딴다고 청춘 다 버리고. 당신이 제 마지막 진료였어요. (원샷 하고)
저승 :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짠하게 보는데...)
S#45. 도깨비 집/ 거실 (밤)
유회장, 거실의 은촛대 살피면서 있는데, 도깨비 캐나다 갔다 온 듯 현관 들어선다.
유회장 : 저 왔습니다 나으리. 어디 다녀오시는지요.
도깨비 : 잠깐. 뭐 좀 살 게 있어서.
유회장 : 잠도 안 오고 적적해서 바둑이나 한판 둘까하고요.
(살피던 촛대 가리키며) 촛대랑 은식기들을 하루 닦아야할 듯 싶은데요.
도깨비 : 날 좋은 날 할 터이니 걱정말게. 그럼 오랜만에 바둑이나 한판 둘까.
Cut to. 옷 갈아입고, 고즈넉하게 앉아 바둑 두는 도깨비와 유회장.
도깨비 : 자네 어릴 때 바둑을 내가 가르쳤는데 요샌 번번이 진단 말이지.
유회장 : 저야 죽기 살기로 두니까요.
도깨비 : 난 뭐 안 그런 줄 알고. (하며 바둑 돌 놓다가, !!! 돌 툭, 떨어지고)
유회장 : 곤마(困馬)예요 나으리. 안 물러 드릴 겁니다. (신나서, 자기 돌 어디 놓을까 집중하는데)
도깨비 : (그런 유회장의 얼굴, 굳은 표정으로 보는데...!)
S#46. 이발소 (다음 날 낮) →omit (자리 옮김)
S#47. 도깨비 집/ 테라스 (다음 날 낮)
쓸쓸히 앉아 맥주 마시는 도깨비. 그 위로,
/신E : (1부) 홀로 불멸을 살며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아라. 그 어떤 죽음도 잊히지 않으리라.
유회장의 죽음을 본 것이다. 이렇게 또 사랑하는 이를 보내는구나.. 마음 무너지는데...
S#47-1. 이발소 (낮)
유회장, 깔끔하게 이발을 한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 아련하게 바라보는데.
이발사 : 어디 좋은 데 가시나 봅니다. 회장님.
유회장 : 그럴 거 같아요. 허허. (쓸쓸히 웃는데..)
S#47-2. 도깨비 집/ 테라스 (낮)
도깨비, 쓸쓸히 앉았는데, 맥주 몇 캔 더 들고 도깨비 옆에 툭 앉는 저승.
저승 : 낮술은 늘 좋아.
도깨비 : (멀리 풍경) ...낮술 추워 이제.
저승 : (?) 무슨 일 있어?
도깨비 : ..명부가 올 거야.
저승 : (!) 지은탁 명부?
도깨비 : 아니. 유회장.
저승 : (!) ...유회장한테는 얘길 했어?
도깨비 : 인간이 자신의 생사를 알아 좋을 것이 있나.
저승 : 그럼 덕화에게는.. 그래도 알면 낫잖아. 후회 없도록 알려주는 것이 낫지 않겠어?
도깨비 : 죽음 앞에서는 어떤 것도 다 후회야. (맥주 마시는데)
저승 : (괜히 아는 얼굴이라 착잡한데)
도깨비 : 유회장이 니 안부 묻더라. 놀러와 계신 친구 분 잘 지내시냐고.
저승 : 다 알고 물어보는 거겠지 뭐.
도깨비 : 뭘 알아. 너 차인 거?
저승 : (픽)
도깨비 : 연락은 해봤어?
저승 : 못 했어. 이번에 하면 진짜 내가 뭔지 커밍아웃 해야 해.
도깨비 : 너 생긴 거 누가 봐도 저승사잔데 무슨. 그 여자 좀 둔한 거 아니냐?
저승 : (보다가) 그게 다야?
도깨비 : 뭐.
저승 : 써니씨한테 느껴지는 거.
도깨비 : 더 있지.
저승 : 있어?!
도깨비 : 그 여인은 과분한 이름을 가졌다고 느꼈지. 내 누이와 같은 이름이라니. 헤어졌으니 망정이지
볼 때마다 사사건건 아주 맘에 안 들기가 이를 데가 없었어. 그리고 가만히 들어보면 논리가 하나도 없다니까?
저승 : (끙..) 써니씨 욕을.. 그만해야 할 것 같아.
도깨비 : 오 편드는데.
저승 : 내가.. 너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써니씨의 전생 본 거 말이야.
도깨비 : 비밀이라며.
저승 : 써니씨가 니 여동생의 환생인 것 같다.
도깨비 : 써니씨야? 니가 아니고?
저승 : 써니씨 전생 속 얼굴이 니가 가진 그 족자 속 여인의 얼굴과 같았어.
도깨비 : !!! (놀리다가 표정 확 굳는!)
저승 : (보면)
도깨비 : 확실..해? 뭘 봤는데.
저승 : 내가 본 그 여인은.. 궁 한 가운데 서 있어. 흰 옷을 입었고 지체가 높아 보여. 가슴에 활을 맞았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어.
도깨비 : !!! (보다가) 그건 내가 얘기 해줬잖아. 흰 옷까진 아니었어도. 활 얘기도, 안 한 것 같긴 한데,
다른 건, 다른 건 더 본 거 없어?
저승 : 가마를 타고 가며 누군가를 보며 웃었어. 작은 창문으로.
도깨비 : !!!!
저승 : 웃으면서 물어. 저 오늘 예쁩니까.
도깨비 : !!!!
저승 : 그녀의 물음에 대답하는 목소리가 하나 있었어. (도깨비와 동시에) 못생,
도깨비 : (멍하니) 못생겼다...
저승 : !!!
도깨비 : ....
저승 : ..니 여동생이.. 맞아?
도깨비 : ...맞아.
저승 : !!!!...
900년을 살며 한 번을 못 만난 여동생의 환생이 써니였다니..
충격에 휩싸인 도깨비와, 마음 복잡한 저승에서.. 10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