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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에 물에 관련된 한자를 다루어 보았으니 이번에는 불과 관련된 글자들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불꽃입니다. 한자로는 화(火) 또는 염(炎)이라고 하지요. 두 글자를 합치면 화염이 됩니다. 이 불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동양에서는 만물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다섯 요소인 오행(五行)에 들어 있고, 서양의 신화를 보면 인간에게 이 불을 가져다 준 준 프로메테우스는 아직까지도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고 있지요. 이런 사실을 보면 동양이나 서양이나 모두 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게 됩니다. 요즘은 옛날보다는 불을 관리하기가 많이 쉬워졌습니다. 요즘 가정 어디서나 불 수 있는 저 파란 불꽃은 색깔만 붉은색으로 바뀌고 불꽃의 수만 적당히(3개 정도로) 줄여서 표현 할 수만 있다면 옛날의 불 화(火)자랑 정말 닮게 됩니다. 위에서 말한 불꽃 모양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하면 아마 이런 그림이 될 테지요. 맞습니다. 불 화(火)자는 바로 이런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불 화(火)자의 갑골문-금문대전-소전 첫 번째 그림, 아니 갑골문의 자형은 정말 일러스트레이션의 그림과 똑같죠? 이런 불꽃이 더욱 격렬하게 타오르는 모양이 있는데 바로 불꽃 염(炎)자입니다. 이미 위에 화염이라는 말이 나왔었죠? 보통 두 글자로 쓸 때는 화염(火焰)이라고 하지만 한 글자로만 표현할 때는 염(炎)이라고 합니다. 불꽃 염(炎)자의 갑골문-금문-소전 모양 그대로 격렬한 불꽃이 높은 곳까지 치솟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요즘은 잘 볼 수가 없지만 옛날 전쟁을 할 때나 밤에 행사를 할 때 불을 밝히는 횃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절찬리에 방송된 적이 있는 <용의 눈물>이나 <태조 왕건> 등의 드라마를 보면 밤 풍경에 많이 등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를 형상화한 글자는 원래 "주인 주(主)"자의 본래 글자였습니다. 주인 주(主)자의 금문대전-소전 불은 옛날에 아주 소중하게 다루어야 했습니다. 한번 꺼뜨리면 불을 새로 피우거나 불씨를 얻어오거나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이 불의 최종 관리자를 주(主)라고 하였습니다. 집안에서는 주인, 나라에서는 임금. 마치 지금 가장 중요한 통신 시설이나 전기의 최종 통제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래서 불을 관리하는 주인이라는 뜻에서 주(主)자는 주인, 임금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원래 불의 한복판에 있는 불을 나타내는 심지라는 뜻은 간단하게 앞쪽에다 불화 자를 붙인 형태의 심지 주(炷)자로 만들어서 뜻을 보존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한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옛날에는 불이 뜨겁다고 해서 늘 그 기운이 왕성하게 살아 있다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뜨겁기는 하지만) 그 쇠락해진 기운을 없애고 새로운 기운을 살리기 위해 일제히 불을 한번 껐다가 켜는 날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개자추(介子推)의 고사와 혼합된 한식날입니다. 한식 때가 되면 겨울 기운은 완전히 사라져 하루쯤은 불의 기운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히 살 수가 있겠죠. 위의 사진은 화로(火爐)입니다. 화로는 우리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많은 물건입니다. 지금처럼 추운 겨울이면 집안의 필수품이었죠.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실내 난방 기구였으니까요. 옛날에는 거의 구들을 깐 온돌방에서 생활을 하였습니다. 보통은 밥을 짓거나 쇠죽을 끓이거나 할 때 난방을 같이 하게 됩니다. 그 불이 꺼지면 위와 같이 뜨거운 재를 화로에 담아 방으로 들여오면 난로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감자나 고구마, 밤을 구워 먹기도 하고 설 때는 떡가래를 구워먹기도 하였습니다. 노릇노릇 겉이 부풀어 터지기도 하는 가래떡은 정말 먹음직스러웠습니다. 그런데 화로의 윗부분의 벌건 재가 식으면 그때는 부젓가락을 가지고 안에 불이 다 꺼졌는 지 아직도 살아 있는 지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것을 나타낸 글자가 바로 "다될 진(盡)"자입니다. 다될 진(盡)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위의 글자에서 아래쪽의 그릇 명(皿)자가 화로입니다. 그리고 위의 포크 같이 생긴 것이 손이고, 손으로 들고 있는 것이 부젓가락입니다. 손과 화로 사이의 글자는 바로 불 화(火)자입니다. 불이 "다" 꺼졌는지 확인해보는 것이죠. 예나 지금이나 불을 다룰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뭐니뭐니 해도 화재(火災)입니다. 불이 얼마나 크게 났는지 옆의 집까지 옮겨 붙어서 격렬하게 타고 있네요.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한 광경입니다. 옛날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수재와 화재가 가장 무서웠습니다. 수재를 나타내는 글자는 옛 석(昔)자인데요. 밑의 일(日)자는 시간을 나타내는 장치이고, 위의 부분은 물결 모양으로 수재를 나타냅니다. 옛날, 하면 온 동네를 쓸어가다시피 한 쓰라렸던 수재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지요. 반면에 화재는 거의 집안에서 일어납니다. 그것을 나타낸 글자가 바로 "재앙 재(災)"자입니다. "재앙 재"자는 옛날에는 지금과는 달리 "灾"라고 썼습니다. 그야말로 집에서 불이 난 것을 나타내는 것이죠. 그러니까 재(災)자는 바로 화재를 나타내는 말이었습니다. 재앙 재(災, 灾)자의 금문대전-소전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불(火)은 그야말로 선악의 양면성을 극단적으로 지니고 있습니다. 화로(盡)나 조명(主) 같이 좋은 면을 지니는가 하면 조금만 방심하거나 소홀히 다루면 큰 재앙(災, 灾)이 되기도 하니까요. |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