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길..(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를 보면서..)
순례자의 길.. 인생은 먼 길을 향해 떠나가는 순례자의 길인지도 모릅니다.
순례의 길이 순탄 할 리가 없습니다. 무엇을 찾아 그것을 채우기 위해 늘 갈급한 마음으로
길을 떠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늘 기다립니다. 不在를 채우지 못하였기에 떠돌아다니며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평생을 떠돌며 찾아도 끝내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참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여정 속에서 그 꿈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길을 가며 꿈을
꾸어야 합니다. 조그마한 꿈을 이루며 그 목적이 성취되는 기쁨을 찾아 우리는 잠시
머물기도 하고 위로 받기도하며 순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어떨 땐 슬픔이 찾아
오기도하고 이별이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래야만 새도 울고 꽃도 피고 지는 이유와
이별의 거울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별의 거울 속에는 우리는 늘 입장이 바뀌고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떠나면 떠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나였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슬퍼하기에 이별 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슬픔은 당신 것이 아니고 내 것이었습니다.
자꾸 발꿈치를 들어보아도 뒤집힌 배 밖은 보이지 않고 사랑하는 당신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기다리다 원망의 노래를 불러 보아도 당신의 귓가에 닿을 수 있을까요?..
사방 철갑으로 둘러싸인 내 몸은 바다 물결에 갇힌 채 고요한 밤바다 노래에
도리어 평안과 휴식을 찾게 됩니다.
이제는 다시는 만날 수도 없고 헤어지지도 않으니 이렇게 기다림이 깊어져도 원망하는
마음도 사라질 것입니다.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 찼습니다. 세상 밖을 늘
호기심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이 강산 남도의 끝자락 뱃길을 따라 떠났지요!..
떠날 때 당신의 슬픈 표정을 보고 이별할 때임을 알아차리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나는 자꾸 슬퍼집니다. 당신은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아니면 당신은 슬퍼하지도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문득 배 밖을 나와 보니 소리 높혀 통곡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그의 어깨가 작은 새의 심장처럼 파닥거리며 울고 있습니다.
이제 이별은 벌써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나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마음은 진도 뱃머리에
동아줄 꽉 묶어 나를 놓아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린 만날 때 이미 떠날 이별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젠 슬픔을 거두고 나를 보세요.. 이 봄날 사월의 창공을 훌훌 날아 철갑을 뚫고
날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뇌리에는 지금 이 순간 떠날 때의 모습 이대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엄마!.. 나의 아빠!.. 그리고 나의 친구들이여!..
그리고 선생님... 나를 기억하고 있는 모든 분들 모두 이젠 안녕히 계세요!,,
2014. 4. 18. 마가의 다락방에서... < 김정민 학생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