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는 자녀의 컨디션 조절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부족한 잠 때문에 발생하는 피로 누적이 문제일 터. 한데 보양식에 영양제까지 동원해도 효과가 미미하다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강남 지역 일부 수험생 부모 사이에서 자녀의 피로 회복을 위해 수액 주사가 유행이라는데… 과연 걱정 없이 맞혀도 될까?
취재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eil.com 도움말 성은주 교수(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최환석 교수(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Reader’s Letter
얼마 전 고3 딸이 “엄마, 나도 알부민 주사 맞혀줘. 내 친구는 그거 맞았더니 밤새워도 끄떡없대”라고 하더군요. 딸이 어릴 때 장염에 걸려 수액 주사 맞은 거 말고는 피로하다고 해서 수액 주사를 맞혀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궁금해서 알아보니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는 ‘알부민 주사’가 꽤 유명하더라고요. 체력이 떨어진 수험생에게 단기적으로 피로 회복 효과가 있다는데 정말 그런가요? 주사 부작용도 우려되는데 걱정없이 맞혀도 될까요? _ 서은주(45·서울 강남구 역삼동)
수액 주사의 착시
“수액 주사는 2~3시간 맞는 게 일반적이죠. 따뜻하고 조용한 병실 침대에 오랜 시간 누워 있으면 잠이 쏟아지고, 여기에 스마트폰이나 소음 등 방해 요소까지 없다면 숙면을 취하게 마련입니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성은주 교수는 보통 이런 과정을 거치면 피로가 회복됐다고 느끼는데, 이는 수액주사의 효능이 아니라 수액 주사를 맞기 위해 수면을 취한 행위 자체가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수액 주사의 착시라는 것.
“병원에 가서 ?요즘 피곤하고 힘이 없어서 수액 주사를 한 대 맞고 싶다’고 말하면 대부분 전해질 균형을 맞추는 기초 수액에 비타민 수액을 섞어 처방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맞는 수액 성분은 대부분 우리 몸에 부족하지 않아 그대로 소변으로 배출되기 쉽습니다. 피곤할 때 음식이나 영양제로 비타민 등을 충분히 섭취한다면 굳이 수액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어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환석 교수는 무엇보다 혈기 왕성한 청소년이 단지 피로 회복을 목적으로 수액주사를 선택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의 낭비라고 지적한다. 일부 수험생 부모들이 선호한다는 알부민 주사는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져 식사가 불가능한 노년층이나 기아가 극심한 빈곤국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투여하는 주사라고 설명한다.
이 주사는 단백질의 일종인 알부민이 혈액 속 독성 물질을 흡착해 간으로 실어 날라 해독함으로써 면역력을 유지하는 원리. 최 교수는 “다른 영양수액보다 가격이 2~3배 비싼데다, 몸속에 알부민이 충분하다면 전혀 효과가 없으므로 굳이 수액 주사를 맞기 원한다면 부작용 예방 차원에서 혈액검사부터 받아라”라고 조언한다.
수액 주사, 쇼크나 세균 감염 고려해야
리포터가 환자로 가장해 몇몇 병원에 방문해서 문의해보니 상당수 병원에서는 수액 주사를 만병통치약 수준으로 홍보하고 있었으며, 의사와 상담 절차조차 없는 곳이 많았다. 이에 대해 성 교수는 “얼마 전 초등학교 여학생이 수액 주사를 맞은 뒤 알레르기 이상 반응을 일으켜 쇼크로 사망했으며, 드물지만 주삿바늘에 따른 세균 감염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경고한다. 수액의 안전성이 100% 담보되지 않는 이상 부작용 위험이 따른다는 것.
최 교수 또한 “아무리 피곤한 수험생이라도 영양 결핍인 경우는 드문 만큼 수액 주사를 함부로 맞히기보다 충분히 잘 수 있도록 돕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차라리 자녀에게 맞는 영양제를 꾸준히 섭취하는 게 좋다고.
무엇보다 당뇨가 있는 줄 모르고 수액 주사를 맞으면 혈당 상승을 유발해 건강상 여러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TIP 수액, 어떤 것들이 있나?
전해질 공급하는 기초 수액 수분 섭취가 어렵거나, 심장 신장 등 몸속 장기에 이상이 생겨 전해질 균형이 깨진 환자에게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놓는다. 포도당이 든 당류와 나트륨 등이 든 전해질류, 당류와 전해질류가 모두 든 복합 수액 등이 있다.
영양 보충해주는 영양수액 영양분을 첨가해 제조한 수액이다. 영양수액에 적힌 ‘20% 알부민’ 같은 표기는 물 100ml에 알부민 20%를 녹였다는 의미. 입으로 음식을 섭취하기 어려운 경우나 수술 전후 영양 보충을 위해 처방된다.
특수 기능용 특수 수액 특수한 환자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수액. 뇌출혈 때문에 뇌압이 올라갔을 때 이를 낮추는 수액, 혈액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혈장 증량용 수액 등이 여기에 속한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