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한국 시장 전용 브랜드의 개발과 뮤지컬 공연이라는 사상초유의 마케팅을 통해 국내에 도입한 벤츠 B클래스 - 마이비는 독특한 차체구조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대응할 수 있는 쓰임새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차다. 의외로 스포티한 특성을 많이 갖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일부 사모님들의 브런치 메뉴로만 치부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박기돈 (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B를 만나라.” 이 엉뚱한 문구는 메신저 창에 뜬 친구의 대화명이었다. 뭔 얘긴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A”는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이성, C는 나를 좋다고 따라다니는 이성이라고 했을 때, B는 나보다 크게 낫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나와 비슷한 수준의 이성이란다. 쉽게 말해 끼리끼리 만나라는 얘기다. 애인이 없는 그 친구는 어디선가 읽은 이 얘기에 십분 동감한 나머지 메신저 대화명까지 바꾼 모양이었다. 사연을 듣고 썩소를 짓긴 했지만 어쨌든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기자는 B를 만났다.
사실 마이비(My B)는 기자의 B가 될 가능성이 몹시 적어 보이는 차 중 하나였다. 해외시장에서는 2년 전인 2005년에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데뷔했는데, 당시 벤츠가 만드는 가장 작은 차 - 스마트에 꽂혀있던 기자는 스마트의 바로 윗급인 A클래스 조차도 사이즈가 어중간 하다며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터라 A클래스와 C클래스 사이에 또 하나의 모델이 나온다는 소식이 썩 달갑지 않았었다. 더욱이 그때만해도 벤츠의 소형 해치백은 국내에 정식 수입될 가능성이 제로인 남의 나라 이야기요, 그림의 떡이었기에 이래저래 시큰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이하 벤츠 코리아)는 정말 거짓말처럼 B클래스를 국내에 들여왔다. 잘나가는 자의 여유인지, 틈새시장 선점을 위한 발 빠른 투자인지 모르겠지만 기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까지 들먹이며 감탄했다. 물론 똑똑한 사람들이 밑지는 장사를 할 리는 없으니 그만큼 국내 수입차 시장의 확대 가능성이 크다는 반증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B클래스를 필두로 BMW에서도 프리미엄 해치백인 1시리즈의 국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수입차시장의 모델 다양화 측면에서도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스마트와 A클래스의 너머로 멀게만 느껴졌던 그림의 떡은 어느새 가장 가까이 다가와 찔러볼 수 있는 현실의 떡이 되었다. 코앞에 뾰족한 범퍼를 들이댄 차를 어찌 다시 보지 않을 수 있으랴.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 한국명 마이비 개발코드 W245, B클래스는 R클래스와 함께 ‘스포츠 투어러’라는 명칭으로 묶여 나온 벤츠의 신생 제품군이다. 척 보기에도 형/동생처럼 느껴지도록 패밀리 안에서도 유난히 닮게 만들어졌지만, 차의 크기나 성격은 많이 다르다. R클래스가 미니밴에 가깝다면 B클래스는 콤팩트 해치백에 가깝고, R클래스가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되는 미국시장 전략 모델이라면 B클래스는 유럽시장 전용 모델의 냄새가 풍긴다. 그래도 속사정을 알고 보면 벤츠가 굳이 A클래스의 플랫폼을 키워 B클래스를 만들어 낸 것은 유럽시장만 생각해서 만들어진 탓에 미국 비자 받기가 어려웠던 A클래스의 결격사항들을 보완해 언제든 미국에 내다 팔 수 있는 소형 해치백 모델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OBD2를 만족시키는 등 미국 진출 준비를 마치고 있었기에 국내에 들여오기도 한결 수월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당초 계획과 달리 아직 미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로화 강세 때문인 모양. (캐나다에는 수출되고 있다.) 어쨌든 B클래스는 출시 2년 만에 전세계적으로 25만대가 판매되어 프리미엄 콤팩트 클래스에서 인기 있는 마켓 리더로 자리 잡았다.
A클래스와 그 플랫폼을 확장해 만든 B클래스는 벤츠의 다양한 승용차, SUV 제품 중에서도 단연 이단으로 취급 당할만하다. 후륜구동의 전통을 고집해온 벤츠 가문에서 어찌 아랫것들이나 쓰던 앞바퀴 굴림을 채택했단 말인가? BMW는 막내인 1시리즈에서도 후륜구동을 고집하고 있고, 브랜드를 달리 한 미니에서만 앞바퀴 굴림을 쓴다. 하다못해 벤츠의 막내인 스마트도 후륜구동이지 않은가? 이러한 선입견에 대해 벤츠는 오히려 의연한 모습이다. 마치 “필요하다면 얼마든지”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구태와 전통에만 묶여있었다면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일류 메이커의 자리는 진작에 내놨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고로, B클래스에는 타 메이커의 차량에서 찾아볼 수 없는 벤츠만의 독특한 소형차 제작 기술이 함께 담겨있다.
샌드위치로 만들어진 마이비 벤츠는 가로로 놓인 엔진이 차의 진행방향으로 경사지게 뉘여 있는 구동계 배치와 엔진 격벽 구조에 대해 특허를 갖고 있다. 이 부분이 흔히 말하는 샌드위치 구조의 핵심으로, 정면충돌시 엔진이 승객탑승부로 밀고 들어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일반 승용차들과는 달리 객실 앞쪽 하단에 58도로 삐딱하게 놓인 B클래스의 엔진은 충격을 받아 뒤로 밀리더라도 역시 비스듬하게 생긴 엔진격벽을 따라 바닥으로 떨어짐으로써 승객탑승부를 침범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실내 바닥이 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위치해야 하므로 본래의 차량 바닥과 함께 2중 바닥 구조를 갖게 되는데, 샌드위치 구조라는 명칭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실내 바닥이 높아지면서 자연히 시트포지션도 높아지므로-벤츠에서는 통상보다 20cm가 높다고 말한다-, 측면에서 치고 들어오더라도 좀더 안전하게 보호 받게 되는 것은 덤이다.
폭스바겐 골프와 비슷한 전폭을 가진 B클래스는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결코 낮지 않은 골프보다도 10cm이상 높은 지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붕과 시트포지션이 높다고 해서 걸상에 앉는 듯한 시트포지션을 예상했다면 십중팔구 당황하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그에 못지않게 실내바닥도 높기 때문이다. 지면으로부터 매트가 깔린 실내바닥까지의 높이는 어림잡아 45cm 정도. 차를 측면에서 봤을 때 사이드 몰딩의 하단부분쯤에 실내 바닥이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정도면 승차 시 SUV에 올라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치렁치렁한 에어로파트를 덧붙여 측면을 바닥에 닿을 듯 낮춰놓은 소형 SUV 말이다. 그나마 페달 조작공간을 파놓은 운전석은 위화감이 덜하지만 앞 발판 밑으로 엔진이 누워있는 동반석에서는 높은 실내바닥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지면으로부터의 시트 위치는 분명 높은데 다리는 스포츠카처럼 앞을 향해 쭉 뻗게 되니 기분이 묘할 수밖에. 흔히 시트 포지션이 높은 차량들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승하차 할 때 므흣한 광경을 연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하나의 장점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실내바닥이 높은 경우라면 그 효과가 조금은 희석되지 않을까 혼자 이런저런 장면도 상상해본다. (침은 흘리지 않는다.) 또, 뒷자리에 꼬마들을 태우려면 사이드 스텝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 꼬마들은 올라타고 뛰어내리는 쪽을 재미있어 할지도 모르겠다. 높이 앉으면 시야는 좋지만 차의 운동성능에서는 아무래도 손해를 볼 텐데 …
사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가정의 안녕과 직결된 안전을 위해서 이렇게 만들었다는데, 이 정도의 어색함을 어찌 문제 삼을 수 있을까. 언제든지 바닥으로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는 엔진과 이중 바닥이라니, 정말 든든하지 않은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B클래스는 유로 NCAP 충돌테스트에서 별 다섯 개의 안전성을 공인 받았다. 조절식 프론트 에어백과 앞좌석 머리/흉곽 사이드 에어백이 기본이고 액티브 헤드레스트와 ESP, 공기압 경고장치도 들어가 있다. 물론 유사시에는 세 꼭지 별이 탑승자들과 함께 할 것이다.
멀티 라이프스타일 비클, 마이비 어쩔 수 없이 골프를 들먹이고는 있지만 마이비는 일반적인 5도어 해치백과 맞비교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차다. 왜건과 미니밴등 다양한 차량의 모습이 뒤섞여있는 전형적인 요즘 애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벤츠 코리아는 마이비를 MLV, 즉 ‘멀티 라이프스타일 비클’이라는 보도 듣도 못한 차종으로 분류했다. MAV, ‘멀티 액티비티 비클’로 소개된 닷지 캘리버와도 통하는 부분이다. 여기저기서 만들어내는 신조어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적어도 벤츠가 B클래스 출시 당시 썼던 ‘콤팩트 스포츠 투어러’라는 명칭보다는 MLV가 국내 시장에 대처하는 마이비의 자세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름 예쁜 마이비의 겉모습은 ‘스포츠 투어러’라는 명칭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스포티하게 생겼다. 은근히 낮아 보이는 앞범퍼 덕분에 운전도 조심스럽다. 처음에는 국내사양에 바디킷이 덧붙여진 탓 인줄 알았으나, 덧댄 것처럼 보이는 범퍼 하단부는 홈만 파여있을 뿐 일체형 부품으로 성형되어있었다. 워낙 스포티하게 생긴데다가 국내 사양에는 알루미늄 페달, 스포츠 서스펜션 등이 포함된 스포츠패키지까지 기본 적용되니 목표 고객층이 헷갈린다. 뒷범퍼의 반사판 사이에 방열판처럼 보이는 부분은 구멍 뚫린 금속판이 아닌 그래픽 처리. 유리 사이의 필러도 검정색으로만 블랙아웃 처리 하는 대신 땡땡이 무늬를 넣어 놓은 것이 귀엽다. 뒷바퀴 앞쪽으로는 흠집방지용의 필름이 붙어있다. 원한다면 바디스타일링 패키지나 AMG의 알로이휠까지 추가해 더욱 멋을 부릴 수도 있으니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의 욕구를 받아주기에도 무리가 없겠다. 다만 양면 테잎으로 덧붙여지는 바디스타일링 패키지는 나중에 틈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부착할 필요가 있는 듯 했다. (사진의 시승차에는 미적용)
후드의 엣지와 V라인이 어떻고, 사이드 캐릭터 라인이 어쨌네 해도 마이비의 외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거의 끝까지 뒤로 밀린 뒤차축의 위치다. 뒷바퀴의 앞쪽 끝에서 수직선을 올려도 뒷문 개구부가 걸치지 않을 정도로 뒤에 있는 것이다. 수치로 비교하자면 마이비의 차체는 골프보다 6.5cm가 더 길지만 휠베이스는 20cm가 더 벌어져 있다. 2,778mm의 휠베이스는 새로 나온 윗급의 C클래스(W204)는 물론 국산 중형차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이로 인한 주행특성은 뒤로 하고서라도 긴 휠베이스와 높은 지붕을 바탕으로 한 실내 공간(수치)은 벤츠 스스로 S클래스의 그것에 버금간다고 할 정도이다.
허리가 유난히 길어 보이는 마이비의 실내 직접 앉아보니 앞시트의 슬라이딩 폭이 상당한데도 왠만큼 뒤로 밀어서는 뒷좌석 승객을 압박하기 어려웠다. 투톤 색상을 기본으로 메탈그레인을 액센트로 넣은 실내는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검정색 플라스틱들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화사한 느낌을 준다. 앞뒤로 나뉘는 햇빛가리개를 치면 은근히 동양적인 운치가 느껴지는 파노라마 루프가 채광을 돕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심심해서 문제지, 조잡하거나 싸게 보이지는 않도록 적절히 타협을 본 모습이다. 에어컨은 무늬만 수동식인데, 태도가 불분명해서 설명서를 들춰봐야 할 듯싶었다. 그 외의 편의사양들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신경을 쓴 모습이다. 선글라스 수납함은 열린 상태로 멈춰 서있는 재주를 부리고 글로브박스는 냉온장 기능을 제공한다. 저가형 수입차들이 종종 빼먹는 ECM 룸미러도 잊지 않았다. 대신 선바이저 거울의 조명이 빠졌다. 오디오에 AUX단자가 없고 MP3를 지원하지 않는 것도 요즘 애들 답지는 않은 모습이다. 앞뒤 범퍼에 주차센서를 박은 파크트로닉은 장애물 감지시 경고음을 낼 뿐 아니라 LED로 어렴풋한 거리까지 알려준다. 차량 세팅 메뉴에 들어가면 디지털 속도 표시나 사이드 미러 자동 폴딩 여부 등도 설정할 수 있다. 주차브레이크를 당겨 놓은 채 출발하면 경고음이 울리는 효자손스러운 기능도 있다.
시트는 가죽과 직물의 혼합형으로, 개인적으로는 직물의 패턴이 시각적인 측면에서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보인다. 그래도 동반석까지 전동식으로, 게다가 높이까지 조절되니 꽤 호사스럽다 할 수 있다. 반대 급부는 동반석 등받이 폴딩 기능 및 시트 하단 트레이의 삭제. 헤드레스트 틸팅은 동반석 시트에도 제공되며, 운전석에서는 자라목처럼 쭈욱 잡아 뽑아지는 스티어링 컬럼으로 적절한 운전자세를 취할 수 있다. 시트 옆 빈 공간도 버려두지 않고 우산 수납공간으로 채워놓은 센스는 마음에 들지만 다소 아래쪽에 위치한 턴시그널 스위치나 후방 시야가 좁은 사이드미러는 대략 난감하다.
낮아지는 지붕선에도 불구하고 뒷좌석 헤드룸은 충분하게 느껴지고 뒷좌석 유리까지 원터치로 업다운 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체감 실내 폭을 넓히기 위해 뒷좌석의 도어트림은 암레스트 사이즈를 줄이고 윈도우 버튼을 도어의 수직면에 묻어놓았다. 센터 암레스트가 없고 등받이 각도 조절이 안 된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일까.
뒷시트의 방석부분을 앞으로 젖히고 등받이를 접으면 트렁크와 평편하게 연결되는 짐공간이 생기는데, 이 트렁크의 바닥면은 필요에 따라 10cm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도록 똑똑한 경첩을 달아 놓았다. 밝은 색 내장재 때문에 때 탈 일이 걱정되긴 하지만 부품들의 마무리는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다운 만족감을 준다. 가령, 트렁크는 전동식 스위치로 열리는데, 걸쇠가 걸리는 부분의 깔끔한 처리가 돋보인다. 휠하우스 윗 공간 한쪽에는 구급가방이 묻혀있다.
곱상한 차의 만만치 않은 달리기 실력 B클래스에는 2.0 디젤과 1.5~2.0 가솔린, 2.0 가솔린 터보 엔진 등이 적용되는데, 국내 사양인 마이비는 136마력짜리 2.0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B200 모델이다. (‘마이비’는 마케팅에만 사용되는 이름인지라 차량 후면에 붙는 모델명은 ‘B200’ 그대로이다.) 비록 스마트키는 아니지만 나름 만족감을 주는 디자인의 시동키를 꽂아 비틀면, 2,034cc라는, 국내 세제상 약간의 불이익을 감소해야 하는 배기량의 4기통 엔진이 용틀임을 시작한다.
실내에서 보닛 오픈 레버를 당기면 라디에이터 그릴 왼편으로 작은 손잡이가 돌출되는데, 이것을 잡아당기면 보닛이 스르르… 열리는 것은 아니고 댐퍼가 없어 힘껏 들어올려야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엔진은 동반석 쪽에 치우쳐 삐딱하게 누워있고, 운전석 쪽에는 변속기가 위치하고 있다. 엔진이 깊숙이 자리한 탓인지 엔진룸은 대체로 여유가 있어 보이는 편. 엔진 본체에 별도의 커버가 없는 것과 후드 인슐레이션 패드가 생략된 것이 눈에 띄지만 상대적으로 엔진 격벽의 패드는 두터워 보였다.
이러한 엔진룸 구성을 미리 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마이비의 달리기에 대한 첫 인상은 가속소음이 호쾌(!)하다는 것이었다. 초기 시동시나 저속 주행시의 소음과 진동은 잘 만들어진 디젤차 같기도 하다. 밸브 캠축이 SOHC 구조로 되어있어 엔진의 최고출력이나 최대토크는 동급의 국산차보다도 떨어지지만 1,500rpm부터 최대토크의 85%를 낸다고 하는 엔진 세팅과 궁합이 잘 맞는 변속기 덕분에 총중량 1,640kg의 몸무게를 가뿐하게 움직이는 데는 무리가 없다.
무려 7단이나 되는 자동 변속기는 스위치를 눌러 컴포트와 스포츠의 2가지 변속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데, 어느 쪽에서든 원하는 때에 변속레버를 좌우로 움직여 수동모드로 진입할 수 있다. D에서 왼쪽으로 당기면 시프트다운, 오른쪽으로 밀면 시프트업이고, 수동모드에서도 회전한계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진행된다. 수동모드에 둔 채로 가속을 해보니 50,80,120,160km/h에서 각각의 변속이 이루어졌다. 계속 끝까지 밟고 있으면 180km/h에서 5,500rpm을 유지하며 한계에 이른다. 두 명이 탄 상태에서는 160km/h까지의 가속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100km/h 순항시의 엔진회전수는 7단에서 1,800rpm. 기어를 쭉쭉쭉 내리면 3단에서 5,000rpm이 나온다. 같은 속도에서 자동모드로 돌리면 컴포트 모드는 2,000rpm을 유지하지만 스포츠모드는 2,200rpm으로 달렸다. 풀 가속 시에도 컴포트 모드에서는 3,500rpm, 스포츠모드에서는 4,000rpm에서 변속이 이루어진다. 그나저나, 아무리 프리미엄 브랜드라지만 요만한 차에 7단 자동변속기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사전지식을 갖고 있었던 독자라면 진작에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을 것이다. 사실 마이비의 변속기는 일반 자동변속기가 아닌 CVT 방식이다. 즉, 무단변속기의 작동패턴을 일부러 유단(!)으로 구분하고 수동모드까지 더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러한 억지(?) 설정을 알든 말든, 직접 운전을 해보면 어색함을 느낄 수가 없고 마냥 재미있기만 하다. 변속 충격이 없고 기름도 적게 먹으면서 운전할 때도 재미있으니 CVT라고 마다할 이유가 없다. 메이커 발표 수치에 따르면 마이비의 0-100km/h 가속시간은 10.2초이며, 공인연비는 12.8km/리터이다. 총 주행거리가 4,500km였던 시승차는 시승기간 동안 9.7km/리터의 연비를 보였다.
마이비의 종합적인 달리기 실력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과속에 칼질까지 하는 총알택시를 뒤에서 똥침 놓으며 쫓아가서 결국 항복을 받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동력성능도 빠지지 않을뿐더러 파라볼릭 후륜 서스펜션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 서스펜션에 215/45R17 사이즈의 컨티넨탈 스포트 컨택2 타이어와 조향제어 기능을 더한 ESP, 코너링시 댐핑 압력을 높여주는 셀렉티브 댐핑 시스템 등이 어우러진 마이비는 와인딩 코스를 달리기에도 재미있는 차다. 기자의 경우 고성능 지향의 핫해치들을 타고 이마에 힘줄 세우며 코너들을 공략하던 때 보다 오히려 마이비를 타고 조금은 느리더라도 안정감 있게 코너를 누비는 편이 더욱 즐거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정감 있게’라는 부분일 것이다. 시트 포지션이 높은 차에서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불안한 거동을 마이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적어도 ESP를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말이다. 스포츠 서스펜션이라는 말에 겁먹을 정도로 승차감이 단단하거나 한 것도 아니다. 주행소음은 타이어를 바꾸는 정도로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정통 레스토랑의 부담없는 추천메뉴 마이비 벤츠 코리아의 마케팅 때문이 아니더라도 일단 마이비는 무시당하기 싫어서 버거운 덩치의 SUV를 끌고 다닌다고 하는 여성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하다. 마이비는 작아서 운전이 간편하지만 실내는 넓고 쓰임새 있으며, 무시 못할 모양새와 겉보기 등급을 갖추었다. 압도적인 프리미엄을 가진 세꼭지별의 가치는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재미있는 차를 여성용으로 양보하기는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젊은 가장들이 더 많이 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머릿속에 맴도는 몇 가지 ‘비’들…아이비, 메이비, SG워너비, 클릭비, YB(윤도현밴드), 비(정지훈), 마이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대상을 고르라면 기자는 주저 없이 마이비를 선택하겠다. 이 정도면 기자에게 어울리는 B를 만났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금전적인 부분을 떠났을 때에 한해서지만 말이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양을 바꿔서 가격이 더 높아지는 것보다는 이 가격에 지금의 사양이 더 좋을 것 같다.
메르세데스-벤츠 My B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270×1,777×1,604mm.
휠 베이스 : 2,778mm
트레드 (앞/뒤) : 1,552/1,547mm
최저지상고 : -
공차중량 : 1,390kg
엔진
형식 : 직렬 4기통 SOHC
배기량 : 2,034cc
최고출력 : 136마력/5,750rpm,
최대토크 : 18.9kg.m/3,500-4,000rpm
보어×스트로크 : 83.0×94.0mm
압축비 : 11.0 : 1
섀시
구동방식 : 앞바퀴 굴림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파라볼릭 리어 액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
변속기
형식 : 7단 CVT
기어비 : 2.72/1.69/1.12/0.79/0.65/0.52/0.42/후진 4.22
최종감속비 : 4.86
성능
0-100km/h 가속 : 10.2초
최고속도 : 190km/h
최소회전직경 : 11.95m
타이어 (앞/뒤) : 215/45 R17
연료탱크 용량 : 60리터
트렁크 용량 : 544리터
연비 : 12.8km/ℓ
차량 가격
3,690만원 (VAT포함)
첫댓글 마이비의 종합적인 달리기 실력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과속에 칼질까지 하는 총알택시를 뒤에서 똥침 놓으며 쫓아가서 결국 항복을 받아낼 수 있는 수준’이다.
예전에 대학교다닐때 엘란트라1.6 타고 택시 잡았는데... 아저씨가 거의 건달이었슴..ㅠㅠ 그뒤론 절대 똥침 안함!
ㅋㅋ.. 저두 누가 제뒤에서 똥침놓듯 따라오면 신결질나서 절대 똥침운전 않해요...^^
ㅋㅋㅋ.^^..맞는 말씀인듯 싶네요..생각보다 가속이나 최고속이 좋은 편입니다.
마이비 예찬~~~
제가 시승해본 마이비는 스마트키였는데..스마트키가 맞져?ㅎㅎ 지금 나오는 마이비들은~~
뭐..스마트키라는게 다른뜻이 있는게 아니고 복제가 불가능하면 스마트키 라고 보심되죠. 꼭 카드형이 스마트키 라는 편견은 버려도 좋습니다. 비엠의 막대기형..그것도 스마트키..마이비의 짧은 막대기에 돌리는것도 스마트키죠..일단 복제가 되지 않으니까..
제가 알고 있는 마이비 정보보다 몇가지 더 알게 되는군요. 근데 셀렉티브 댐핑 시스템이란건 뭐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