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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가는 산경표 (* 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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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서울, 경기권 스크랩 4/27 북한산 형제봉 능선
배슈맑 추천 0 조회 45 11.04.29 16:20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산행 시간표)

4/27  12:30      4.19 묘역

        12:45      백련사 입구

        13:10      진달래능선

        13:50      대동문 (10분 휴식)

        14:30      대성문

        15:25      형제봉

        16:05      여래사

        17:00      하늘마당

        17:30      아리랑고개

            5시간      16km  

        18:00      한성대 입구(목욕 후 출발)

        18:30      창신동 큰대문집

(백련사 입구 들머리)

오늘은 저녁늦게 홀산(홀로가는 산경표) 멤버들과 종로5가에서 낙지잔치를 벌리기로 계획되어 있다.

각자 나름대로의 계획에 따라 맥길을 밟아 가는 자유로운 영혼들의 모임이다.

늘 함께 자릴 하고 싶었지만 시간을 잘 못 맞추다가 1+9를 마치고 이번에야 얼굴을 내밀 수 있어 다행이다.

艸垠선배님,Solti님,대명님, 계백님, 육덕님...기라성 같은 산꾼들의 얼굴들을 떠올리며,

오랜만에 한 잔 즐기기 위해 컨디션 조절도 할겸 오후 시간을 북한산 넘어 종로 5가길을 더듬기로 한다. 

 

 

(백련사)

부처님도 꽃길 따라 오셨나 보다..

그님 오신 날이 가까워지며 오색등이 산벚꽃 산자락에 긴 장식을 이룬다.

산다는게 무엇인지 억겁 세월 속에 오늘 하루는 참 길게 느껴진다..

망육의 세월 속에 내일을 향한 내 여생을 끌어 올리는 두 발길이 무겁기만 한데.. 

 

 

진달래 능선길에 올라서서 잠시 숨을 가다듬고..

만경대 뒤로 백운대, 인구봉은 구름으로 가려지며

오늘 따라 짙은 구름이 햇빛마저 가려주니 산행에 도움이 된다.

비록 흐리지만 안개가 없어 시야는 맑다.

이런 날씨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건이다..

좀 어두운가 아니면 좀 싸늘한 날씨인가....

시린 가슴에 뜨거운 열기를 불어 넣어야겠다.  

 

 

며칠전 찬 비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이 안타까웠지만,

산정으로 향하는 길엔 아직도 흐드러진 분홍빛이 목욕한듯 고울 뿐이다.

지난 주에 이곳을 거쳐 북한산성 입구로 넘어 갈 기회가 있었으나

비봉능선을 넘다보니 놓친 것이 맘에 걸리기도 했었는데..

꿋꿋이 버티며 오늘 나를 맞이해줘 고맙구나..

 

 

단숨에 올라 선 대동문 앞에서

변함없이 우람한 네 모습이 반갑고야..

주말을 피하여 한가로운 문안 광장 바위에 걸터 앉아

띄엄띄엄 마주한 산객들의 한가로운 웃음을 훔치며

매실주 한잔으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보국문 못 미쳐 칼바위 능선길이 유혹한다.

오늘 약속 땜에 정릉길은 다음으로..

저 끝 간데 없이 솟구치는 기상으로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정열을 탐한다.

조심스런 발끝에도 힘 찬 디딤이 느껴지도록..

 

 

염초봉을 거느린 삼각산을 당겨보고..

노적봉이 앞서서 멋을 내는 흐린 오후다.

용암문 길도 그립고 아직도 쇠줄로 이어지는지..

낮이 긴 날

날잡아 12성문도 이어 돌아 보고 싶구나.. 

 

 

도봉산이 많이 섭섭해 하고..

지난 겨울

눈 내리는 자운봉 고개를 넘어

너른 바위에 내려서던 벗들이 떠오른다

남도 촌부들이 황홀해 하던

설국의 도봉산 덕분에

스무살의 젊음도 그리워진다.

 

 

칼바위 능선 너머로

아파트로 빽빽한 공릉벌 아련한데

불암 수락도 의연하구나

긴 세월의 숱한 사연들이

참 짧게도 여겨지는 것은..

내 단순한 머리와 발길 덕분이겠지..

 

 

보현봉 문수봉을 바라보며

성곽길을 따르고..

옹성 바위에 올라

한가로운 눈길로

사방을 살핀다.

내 살아 가는 세상 안쪽이 궁금한 탓에..

 

 

형제 능선 이어가면

북악산길 만날테고..

그 끝에 북악산이 오똑하구나.

그 아랫집을 향한 걸음들도

오늘따라 많이 분주할테지..

 

 

원효봉 너머

북쪽 하늘은 저리 무심한데

산너울로 다가오는

그리움이여..

첩첩이 밀려오는

파도 같은 회한들이

발 아래를 철썩이는데..

 

 

4대 문안을 넘쳐 난

삶의 여적들이

끝 간데 없이 이어지는

서울의 창공에 서서

내려다 보는 이방인의 시선이

오늘 따라 맑고 또렷하구나

어머니의 지혜를 배운탓에..

 

 

구기계곡을 넘어가던

대남문도 당겨보고

그냥 그렇게 멀쩡하니 서 있으라 이르고

오늘은 널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지나가야겠구나..

 

 

대성문을 나서는 걸음이

잠시 햇살을 느끼는듯 하더니

이내 구름이 다시 덮히고

대성능선으로 향하는 등로에

늦은 걸음의 산객이 여유롭구나

무슨 사연을 담고

홀로 해저무는 산정을 향하는고..

 

 

일선사 지나고

정릉길 대성능선도 흘려 보내며

형제봉 능선을 향하는 길에

보현봉을 올려다 본다

늘 바라만 보아도 멋진 네 모습

사자능선 뚫리는 날

한번 안아 볼 수 있겠지..

 

형제봉 오름길

잘 다듬어진 안전시설이 고맙구나

이왕이면 쇠난간을 로프로 바꾸었으면..

행여 날 궂은 날 벼락 맞을까봐..

사방 둘러 보며

잠시 이슬이 한 잔으로

또 목추기며 지체하고..

 

 

동으로 펼쳐지는

강북 마을의 복작거림을

내려다 보며

30여 년전

내 서울 생활의 첫 걸음을 떠 올린다.

미아리 고개를 넘어

중랑천에 담근 꿈들을..

 

 

서쪽 평창동 마을도

오늘 따라 꽤 분주하게 느껴진다.

젊은 시절 눈길 밟아 오르던

평창동 산기슭에 쌓였던 여유로움도

흰눈과 함께 이젠 녹아내린

봄이구나..

죄다 바빠지는 봄이구나...

꿈틀거려야 살아남는 봄이구나..

 

 

왕녕사 내림길

등로를 장식한 해골바위가

오늘 따라 해학적이고나..

금새 날아 오를 것 같다

날아라..날아라..훠어이 올라라..

이 땅에

산것은 무엇이요

또 죽은 것은 무엇이냐..

죄다 발붙일 곳 없어 훌훌 떠도는

영혼에 지나지 않는 것을..

 

 

사람은 길을 만들고

길은 사람을 인도하던가

북악 산정을 바삐 걸어가는

저 길이 만든 것은 무엇이고

무엇이 저 길을 만들었는고..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길이

이제 여러 사람의 비웃음을 안고

달린다..

매케한 연기와 소음을 매달고..

 

 

군부대로 막힌 탓에

형제봉 능선을 정릉쪽

철조망 따라 돌아 넘어

요란스런 如來寺를 지난다.

자고로 절간이란 좀 고즈넉해야 제맛인데..

왠지 온종일 굿판을 벌이는 느낌이다.

고액의 수표를 던지고 떠나는

고급 승용차의 마후라가 대웅전을 향한다.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 갈림길

오늘은 왠지 성북동 쪽이 끌린다

하늘 길이라던가..

터덕거리는 발길이

잘 단장된 둘레길에서

호사스런 걸음으로 산성 주능선을 뒤로한다.

산벚 화려한 산길에

온통 철조망이 자릴잡고

새파란 골프연습장 그물망도

자유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성북동 하늘 위를

절레절레 걸어

하늘 마당 넓은 공터에서

다시 성냥갑 속으로 파고드는

인간의 품으로 젖는다

58 산마루 판자촌 길이

어느 새 깔끔한 아파트로 변했구나

헌데 그 속에 사람은 없다

어디 먼데로 ?겨난 모양이다. 

 

 

돈암동 여대 앞 네거리가

하도 번화하고 헷갈려

태극당도 안보이고

한일다방도 안 보이고..

굴뚝만 남은 삼선교 목욕탕집 찾아서

동도극장 뒷길 개천을 따라 오른다..

내 학비를 보태주던

리어카도 없어진 길에

初老의 하루 노동이

땀내를 풍기며 나폴레옹 제과점을 더듬는다.

 

 

어제 저녁 T.V.에서

'백남준 생가' 복원 뉴스 보았는데..

창신동 '큰대문집'이라 했는데..

무심한 창신동 큰대문집 사장님은

힘차게 요동치는 무안 낙지만 바라보고..

목타는 하루의 갈증이

소맥말이에 젖어드니

물에젖은 솜 같은

무거운 내육신을 전철에 누인다

 

4/27 道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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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4.29 17:19

    첫댓글 모처럼 시간 맞추셨는데, 못뵈어 무지 지송하고 아쉽고 그렇습니다.
    담 기회에 꼭 한잔 올리겠습니다.

  • 11.04.30 19:47

    진달래 능선에 진달래가 멋지게 피었읍니다.
    오랬만에 만나서 반가웠읍니다.
    항상 멋진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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