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이야기] 튤립
17세기 인기 끈 품종의 구근은 집 한 채 값이었대요
입력 : 2023.03.13 03:30 조선일보
튤립
▲ 꽃잎이 수술과 암술을 감싸고 있는 컵 모양의 튤립 꽃. 이렇게 생기지 않고 꽃잎이 활짝 열려 있는 튤립 종(種)도 있다고 해요. /픽사베이
언 땅이 녹고 봄기운이 찾아오면 정원 구석에 심겨진 튤립 구근(球根·식물이 꽃을 피우는 데 필요한 양분을 저장하기 위해 잎·줄기·뿌리 등 특정 부위가 비대화돼 뿌리부의 조직처럼 발달한 기관)에서 푸른 잎이 돋아납니다. 튤립은 둥근 알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대표적인 구근식물로, 백합·나리와 같은 백합과(科)에 속하는 식물입니다.
구근에서 올라오는 튤립 잎은 끝이 뾰족한 타원형으로, 꽃봉오리가 달리는 줄기를 감싸면서 자라납니다. 우리가 잘 아는 튤립 꽃은 흡사 컵 모양으로 둥글게 생겼지요. 꽃잎이 원통형으로 수술과 암술을 둘러싸고 있지만, 튤립속(屬)에 포함된 여러 종(種)의 튤립 중에는 꽃잎이 활짝 열려 수술과 암술이 드러나는 모양도 있습니다.
튤립은 중앙아시아와 유럽, 세계 곳곳에 걸쳐 원예용으로 재배됩니다. 보라색·흰색·노란색·붉은색처럼 다양한 색과 무늬를 가진 품종이 개발돼 재배되고 있지요.
튤립 꽃잎은 노란색 혹은 흰색의 기본색을 띤 세포층 위에 붉은색·자주색 등 진한 색의 색소를 가진 세포층이 있어 이 두 층의 색이 함께 보이게 됩니다. 만일 꽃잎에 복잡하고 화려한 줄무늬가 있는 튤립이 있다면 '튤립 줄무늬 바이러스'라는 식물 바이러스에 감염된 거예요. 꽃잎 세포층의 색소가 고르게 나타나지 않아 얼룩덜룩한 줄무늬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인데, 단색 튤립보다 더 인기 있게 거래되기도 합니다. 이 바이러스는 튤립을 약하게 만들고 구근이 잘 자라는 것을 막아요. 그래서 이 바이러스에 걸려 얼룩무늬가 생기는 튤립은 금방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야생 튤립은 주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자라납니다. 1055년쯤 콘스탄티노플 지역에서 원예용으로 재배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인류의 사랑을 받아왔지요. 15세기에 이르러 튤립 꽃은 오스만 제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가, 16세기에 네덜란드를 비롯한 서유럽으로 유입돼 원예용으로 인기를 끌었어요. 지금은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원예 작물로 통하지요.
식민 지배와 무역으로 부(富)를 축적한 네덜란드에서는 사치품으로 화려한 튤립 품종들이 거래됐습니다. 17세기에 이르러서는 튤립 가격이 치솟았는데, 인기 있는 품종의 구근 가격은 암스테르담 근교의 저택을 살 수 있는 정도였다고 해요.
튤립에는 튤리파닌(Tulipanin)이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은 동물의 몸에 들어가면 독성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튤립 잎과 꽃·열매 등 모든 부분에 이 성분이 들어 있어 특히 개·고양이·말 같은 동물에게 위험하다고 하죠. 구근에 가장 많이 들어 있고, 튤립이 동물들에게 먹히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김한규 위스콘신대 박사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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