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수필문예 12집 발간에 즈음하여
오늘도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하여 끙끙거립니다. 낱말 하나하나가 모여 마음에 차는 문장이 만들어 질 때 우리는 희열을 느낍니다. 오래 묵은 포도주가 명주가 되듯, 시간과 정열을 투입한 글은 깊은 맛과 은은한 향을 냅니다.
여기에 수록한 작품들은 이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으려는 설익은 작품도 있습니다. 풍부한 지식과 삶의 체험이 녹아있는 농익은 작품도 있습니다. 작품의 호, 불호를 떠나서 모든 회원의 정성의 산물입니다. 저는 모든 작품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미흡한 작품은 정성스레 다듬고 가꾸어 훌륭한 열매를 맺어야 할 것이며, 잘 익은 작품은 더더욱 연마하여 영혼을 진동하는 명품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현학적이 아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한자 한자를 끌로 새겨 넣듯, 치열한 작가정신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한 글을 쓸 때 글쟁이는 진정 행복합니다.
작품들 속에 숨어있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습니다. 글을 쓴 이의 철학과 사유의 세계에 들어가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삼았으면 합니다. 글벗들의 글을 애정으로 다가가서 깨닫지 못한 영성의 눈이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매한 군상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지 못하고 편협으로 뭉쳐져 있습니다. 그러한 가치관을 수필문학을 통해 치료받는 계기를 삼았으면 합니다. 건포도처럼 메말라가는 정서를 순화하고, 혼탁한 영혼이 맑아지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수필문예회 작품상>을 신설했습니다. 이 제도가 면면이 이어져 전통과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거듭나길 희망합니다. '처음은 미미하지만, 나중은 창대하리라.'라는 것을 굳게 믿습니다.
동문 여러분! 국적은 바뀌어도 학적은 바꿀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모교와 수필문예회를 사랑해야 합니다. 선배를 존경하고 후배를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의 만남은 아름다운 인연입니다. 그 인연을 고리삼아 소중한 글 벗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아름다운 책을 내기까지 수고하신 김서정 편집주간님과 관계자 여러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11월 수필문예회장 박기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