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언니네 다녀온 후 맘이 아프다... 웃고 있지만 서로 다칠까 봐 눈치만 보는 우리... 아파요... 함께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고 곁에 있어주고 싶어서 하루만 더하다 4박 5일이 되었고, 건강 해치지 않게 잘 버텨 주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몇 자 남겨 봅니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육 남매 힘내세요... 수고했소(명옥)" "고생 많았어요... 우리 육 남매 모두들 토닥 토닥(명자)" "누구나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왕사 남자> 후기를 읽고 드는 생각은 인생은 얼마나 오래 견디고 버티느냐에 희로애락이 있는 듯합니다... (희정)"
-
"그래 막내가 애쓴다...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진호)" 귀한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 같아요. 혹여 쉽게 얻었다면 가짜일 수 있고. 말씀 한마디로 천지를 창조하시듯 요셉의 꿈도 단박에 이루실 수 있는데, 꿈과는 모순처럼 보이는 곡절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꿈의 문자적 실현이 아니라, '사람'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목적이 아닐까. <형들이 요셉에게 절하는 꿈>을 꾼 해석을 놓고 뜨거운 논쟁을 했던 시절이 떠올라 배시시 웃었습니다. '속이는 자' 야곱을 '이스라엘'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네요.
-
어머니 만수무강하세요. 창세기의 주인공 야곱의 약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얍복강-디나의 강간 사건-자식을 편애하는 야곱 때문에 형제들 간의 갈등을 불러왔고 요셉이 애굽에 팔려 가면서 야곱의 험악한 세월에 상흔이 켜켜이 쌓여갑니다. 어머니 90순 잔치를 가족 없이 치렀고 어머니날을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레바논 북부 마을을 철거하던 이스라엘 병사가 예수 상을 깨부순 일로 공분 산 적이 얼마나 됐다고 이번엔 이스라엘 병사가 수녀에게 담배를 물리고 찍은 사진을 올려 파장이 일파만파 되고 있습니다. 미친 새끼.
-
형제들은 왜 싸우는가. 종교 전쟁은 왜 일어날까? 육 남매가 30년 잘 지냈습니다. 문제는 지금입니다. 사람을 보면 절망하고 역사를 보면 희망이 안 보인다더니 지금이 딱 그렇습니다. 답도 없고 출구도 없어 답답합니다. 이제 어쩔 것인가? 왜 이런 시간과 사건들이 있어야 하는가? 인생의 목적이 거룩(새 이스라엘)이라고 믿고 에스더-예주-주용-주희로 이름 지었습니다. 30년을 정주행했던 필자가 교회 접은 지 3년이 됐고 급기야 예주에게 교회 출석 스톱을 간청하고 있습니다. 이제 어쩔 것인가.
-
<<음향 세팅을 거의 마무리하고 예주가 피아노 연습을 할 때까지 에스더가 보이지 않으니 슬슬 신경질이 납니다. 부모님 환갑 칠순을 세 번이나 치렀는데 안팎으로 여전히 미숙하고 애로사항이 생깁니다. 장고 끝에 가족들만 참석하는 잔치로 준비한 고희연에 하객들이 72명이 오셔서 홀이 약간 비좁은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반가운 얼굴들 중에 이십 년 만에 만나는 친구도 있었고 오늘 처음 보는 사람도 눈에 띄었는데 대부분 제 남동생의 지인들입니다.
-
목사님이 도착하자마자 대표 기도를 맡으신 아버지께서 이 정애 여사의 고희를 축하한다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긴장하신 탓인지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는 걸 빼먹어서 사회자가 대신하는 해프닝이 생겼습니다. 성경 봉독, 에스더의 플루트 연주 후에 장남인 제가 어머님 전 상서를 낭독하였습니다.
당신의 얼굴 / 홍 윤 숙
어머니
흰 종이에 수묵 풀어
당신의 얼굴
그려보아도
꽃 같은 미소 간데없고
하얗게 바랜 모습
줄줄이 주름진 세월
하늘 같은 희생들
그릴 바 없어
내 손 부끄러이 더듬거립니다.
.어. 머. 니.
에스더가 사춘기를 겪느라고 삐딱하게 나갈 때 행여 깨질세라 야단도 못치고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다가 서럽게 어머니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더 세월이 가기 전에 더 내가 힘을 잃지 않았을 때 이제라도 껍데기뿐인 부모님을 망각에서 꺼내 보렵니다. 어머니, 우리가 어릴 적에 토방 마루에 둘러앉아 모시 잎에 빻은 햅쌀을 물 섞고 육 남매가 줄줄이 큰 상에 둘러앉아서 우리 장남, 해석이, 해석이 하시던 친할머니랑 밤새도록 송편을 만들었지요.
-
전라도 담양 식 송편은 딸랑 들깨와 설탕을 섞어서 소(속)를 만들었는데 뭐 그리 맛났는지 아마도 수용이 아빠까진 기억할 것입니다. 7-80년대만 해도 가난한 시절이어서 담양 읍내에 살았던 우리 집 남자들은 일 년이면 고작해야 서너 번 대중목욕탕에 갔었지요. 그때마다 호랑이 같으신 어머니께서 영락없이 떼 검사를 요구하셨고 매번 아버지와 우리 형젠 된서리 맞았답니다. 비싼 돈 주고 떼만 불려 왔다고 말입니다.
-
그래도 해년마다 어머니가 추석빔을 꼭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날인가 온 가족이 추석빔을 차려입고 스냅 사진을 찍으려고 간 평화 사진관은 지금도 우리 육 남매의 행복한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홍신이네, 창희네, 영조네, 순채네, 백미네 적어도 다섯 집 이상이 함께 살았던 그곳, 담양군 담양 읍 지침 리 69번지. 친할머니 장사를 끝으로 행방이 묘연한 다리 건너 복 순이 아부지, 남학교 앞 문방구 지행이 네, 천변 리 영천 상회 안집부터 지침 리 수곤 씨 네 살 때까지
-
삯바느질로 우리 육 남매를 말간 물 짝짝 나게 키우셨던 어머니께서 친할머니 돌아가시던 날 아버지보다 더 많이 우셨던 기억이 납니다. 시나브로 야속한 세월이 흘러 흘러갔습니다. 어머니는 꿈을 기가 막히게 맞추는 재주가 있었지요. 길조보다는 악몽이 더 용하신 것이 문제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경찰서에 가거나 사고를 치고 도망 중에 있을 땐 영락없이 어머니의 용한 꿈이 비상한 효력을 보여 주곤 하였지요.
-
꿈이란 과거에 접했던 기억 중에서 집착이나 간절한 바람 같은 속마음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난 지금에서야 꿈 타령은 어머니의 진한 자식 사랑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아, 이 세상의 아들딸들아 이 못난 새끼들아, 새끼들아, 네 새끼만 일촌이냐 이 어미도 일촌이다. 실눈이라도 뜨고 한 번이라도 좋으니 눈길을 다오! 하시는 그 가난한 마음을 깨달을 때도 됐는데 그 많은 시간들을 훌쩍 넘겨버린 이 못난 아들이 용서를 빕니다. 어머니,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저희들이 잘 할게요. 어머니, 아버지 사랑합니다. 만수무강하세요. since 2006.8.8>>
-
<유나의 거리 44회>입니다. 창만과 태식(유건)은 봉 반장 노래방 앞에서 유나 엄마의 협박범을 잡지만 놓치고 맙니다. 협박범이 찬미(김 윤주)의 남자 친구라는 걸 안 유나는 배신감이 듭니다. 유나는 엄마의 도움으로 아파트를 얻게 되어 다세대주택을 나갈 준비를 합니다. 누나에게 다세대 주택을 팔라고 했는데 내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것도 되지 못할 주택을 갖고 고름을 받으면서도 팔지 않는 이유를 아시나요?
-
“ 그 회사도 들어가고 창만이도 우리 쪽으로 넘어오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홍역사)” 유나가 엄마를 찾은 일은 다세대주택 사람들에게 토픽감입니다. "유나 하루아침에 강데렐라가 되다" 도끼 영감의 치매 끼는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오밤중에 콜라텍을 간다고 나서질 않나 밤에 자다 말고 일어나 나가려고 해요. 당번들이 발을 묶어 불침번을 서지만 개 팔은 코를 너무 골아서 주객전도가 되는 해프닝을 낳습니다.
유나가 헬스클럽에 다닌다는 소리를 들은 다 영은 자신도 헬스클럽에 가서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고 싶다고 하자, 맘보는 흔쾌히 허락합니다. 맘보의 벤츠 520입니다. “내가 재벌 총수하고 비교하면서 살아봤자 나만 답답한 거지.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아야지(맘)“ 유나와 미선이 아파트 구하러 다니는데 제가 왜 부러운 걸까요? 최근 속초에 렌 터 형 아파트를 보러 다니던 생각이 나네요. 아파트를 얻으면 같이 살자는 유나의 말에 싫다고 거절하는 미선, 하지만 유나는 완강합니다.
-
그런 유나가 고마울 것입니다. 홍 여사(김 희정)는 갑자기 신데렐라가 된 유나를 시기하고, 부킹 언니(김 은수)는 유나를 통해 칠복(김 영웅)의 일자리를 얻어 보려고 창만에게 청탁을 넣습니다. “당신 알다시피 우리 매스컴은 사실 여부 안 따져요. 무조건 폭로해 놓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이잖아요. 그런데 이 얘기를 만일 매스컴에서 떠들어 봐요. 우리 부부는 얼굴을 못 들고 다녀요, 그렇게 되면 당신 사업도 힘들어져요(엄마)“
-
"얼굴을 못 들고 다니든, 사업이 힘들어 지든 그건 나중 문제야. 우선 경찰에 신고해서 이 협박범부터 잡아야 돼. 정도를 걷는 건 간단한 거야. 법대로 하면 돼.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를 너무 그렇게 무서워하면 안 돼. 중요한 건 진실이야. 겁먹을 거 없어. 신고하자고(남편) “ ”아마 앞으로 소매치기는 못 하게 될 것 같아요. 돈이 그렇게 소중한 것인지 예전에 몰랐어요. 만 원 자리 한 장의 가치가 어떤 건지. 요즘 할머니들한테 새롭게 배우고 있어요.
-
일반 파지 kg당 30원인데 100면 3.000원이에요. 난 요즘 돈 만 보면 그게 다 파지의 무게로 환산이 돼요. 3만 원이면 파지가 1톤이에요. 그전엔 남의 지갑 속에 3만 원이 우습게 보였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내 돈이 소중하면 남의 돈도 소중한 거예요(남)“ 부인의 아픈 과거를 덤덤하게 받아들인 김 회장과 고물상에서 새로운 인생을 발견한 남수는 지금 나름대로 성장 통을 겪는 것으로 봅니다.
-
우리의 주인공 창만은 어린 시절 보살펴 날려 보냈던 황조롱이처럼 유나가 자신에게 멀어지는 것을 직감하고 큰 상실감을 느낍니다. 이제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을 만큼 신분 상승을 한 유나를 떠나보내겠다고 하는데 제 맘이 이리 아플까요? 창만에게 있어 유나는 전부가 아닙니까? “새 차 뽑았는데 맥주 한잔 안 살 거야? 그 차 동민이만 태워주지 말고 나도 한 번 태워줘(창)“ "알았어. 나중에. 나 바빠 끊어(유)”
“눈물이 나더라도 날려 보내야 되지 않겠습니까?(창만)“ ”유나를 포기하겠다는 포기 선언이야?(봉반장)“ 계획했던 스케줄이 변경이 불가피해졌습니다. 2.5일 퇴사-에스더 숙소 입주-포천 가게 오픈(3월)이었는데 아무래도 독자 노선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공주야! 펄펄 날거라!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요?
-
눈물 흘리지 말아요(이 문세)
흘리지 말아요. 그대여 눈앞에 세상들이 힘에 겨워도
우리가 본 세상이 전부는 아닐 거예요. 두려워하지 말아요.
그대여. 다가올 나날들도 걱정 마세요. 우리에게 소중한 삶을
바라보아요. 얼룩진 세상이 흐려 보이는 건 잠시에요.
뒤돌아보지 말아요. 그대여 지나간 시간들은 잊어버려요.
-
그대 어제와 같은 삶은 지워 버려요. 얼룩진 세상이 흐려 보이는
건 잠시예요. 그대여 슬퍼하지 말아요. 그대 두 눈가에 비친
세상이 힘겨워도 눈물을 얼룩진 세상이 흐려 보이는 건 잠시예요.
그대 슬퍼하지 말아요. 그대 두 눈가에 비친 세상이
힘겨워도 그대여 눈물을 감추어요.
2.
“눈물은 약함이 아니라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는 증거다” 당신의 글은 드라마 후기처럼 시작하지만, 읽다 보면 결국 “가족의 해체와 회복”이라는 아주 오래된 주제로 흘러갑니다. 이번 글의 중심에는 두 개의 질문이 겹쳐 있습니다. 왜 형제들은 싸우는가? 왜 사람은 끝까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 사이를 유나의 거리-창세기의 야곱-육남매의 기억-어머니의 꿈 그리고 눈물 흘리지 말아요 가 관통합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당신이 “야곱의 이야기”를 가족 현실로 끌어오는 방식입니다.
-
야곱은 편애했고, 속였고, 또 속임당했으며, 험악한 세월 속에서 이스라엘이 되어 갔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단순한 성경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을 이스라엘로 만드는 프로젝트”라고 표현합니다. 이 문장이 참 좋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완벽해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와 실패와 관계의 충돌 속에서 조금씩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신 글은 신앙 고백 같다가도, 동시에 신앙 붕괴 이후의 기록처럼 읽힙니다.
-
30년 정주행했던 사람이 교회를 떠났고, 급기야 딸에게 교회 출석을 말리는 대목에서는, 믿음이 무너졌다기보다 “너무 오래 싸워 지친 사람”의 피로가 느껴집니다. 중반부의 부모님 회고는 거의 한국 근현대 가족사의 다큐멘터리 같습니다. 담양 지침리-토방마루 송편-평화사진관-대중목욕탕-삯바느질-추석빔, 꿈 이야기…이 디테일들이 살아 있어서 글 전체가 숨을 쉽니다. “네 새끼만 일촌이냐 이 어미도 일촌이다.” 이 문장은 굉장히 아픕니다.
-
부모는 늙어가는데, 자식들은 자기 생존 때문에 점점 멀어지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닫습니다. 부모도 결국 사랑받고 싶었고, 기억되고 싶었고, 한 번 더 눈길 받고 싶었던 존재였다는 것을. 당신 글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거대한 철학보다 “사람 냄새 나는 기억”이 훨씬 강하게 독자를 흔듭니다. 그리고 후반부 유나의 거리 해석도 좋았습니다. 창만이 유나를 떠나보내려 하는 장면을 단순한 연애 포기로 읽지 않습니다.
-
당신은 거기서 부모가 자식을 떠나보내는 마음, 시대가 사람을 밀어내는 감정 그리고 “내 것이 아닌 것을 놓아주는 슬픔”을 읽어냅니다. 특히 황조롱이 비유는 매우 아름답습니다. “어린 시절 보살펴 날려 보냈던 황조롱이처럼…” 이건 거의 창만의 사랑을 넘어, 아버지 세대의 사랑 방식처럼 보입니다. 붙잡고 싶지만, 날아가야 한다는 걸 알기에 울면서도 놓아주는 사랑. 그래서 당신이 예주에게 “공주야! 펄펄 날거라!” 라고 말하는 순간, 그 문장은 응원이면서 동시에 이별 연습처럼 들립니다.
-
또 하나 좋았던 것은 “돈”에 대한 해석입니다. 남수가 “3만원이면 파지가 1톤이에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통해, 당신은 인간 성장의 본질을 짚습니다. 가난은 단순히 돈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타인의 노동 무게를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건달·소매치기·골목 사람들을 단순 범죄자로 보지 않습니다. 그들 역시 배우고, 후회하고, 사람 되어가는 존재들로 봅니다. 이 시선이 따뜻합니다. 마지막에 눈물 흘리지 말아요 를 붙인 건 탁월했습니다.
-
그 노래는 단순 위로가 아니라, 이번 글 전체의 결론 같습니다. “우리가 본 세상이 전부는 아닐 거예요.” 당신 글 전체가 바로 그 문장으로 움직입니다. 지금 가족도 흔들리고, 관계도 흔들리고, 신앙도 흔들리고, 미래도 흔들리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곁에 남고, 누군가는 기억하고, 누군가는 끝내 안부를 묻습니다. “시간에게 상처 입은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붙들며 버텨내는가?
2026.5.9.sat.앙팡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