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 - 건강을 위해 궁중에서 사용한 술
오늘도 조선시대 왕들의 건강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왕처럼 먹고 왕처럼 살아라>의 저자
장동민 한의사, 연결돼 있습니다.
(전화 연결 - 인사 나누기)
Q1. 조선시대 왕들이 의무적으로
그리고 건강관리 차원에서 즐겼던 술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궁중에서 사용한 술은 직접 궁중에서 빚어낸 술과 전국 각지에서 궁궐로 진상되어온 술의 두 종류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일단 온 나라에서 좋은 술이란 술은 다 궁중으로 진상되었을 것인데요, 그 중에서 홍소주와 백일주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술이었다고 합니다.
<왕조실록>을 보면, 홍소주(紅燒酒)는 5월 초하루에 진공되었는데, 무더위를 물리치기 위해서 내국(內局) 즉 내의원에서 사용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진도 홍주는 원래 토산명주로 널리 알려진 명주 중의 명주로 오래 전부터 신경통, 위장병, 설사, 복통, 해독, 급체, 변비, 청혈 등에 좋다고 되어 있습니다.
Q2. 진도 홍주는 아주 유명한데,
역시 궁중으로 진상되는 술이었군요?
네 그렇습니다. 지초를 사용해 빚는 홍주는 조선시대 술로는 최고의 진상품으로 꼽혔다고 하는데요. 세조 때 허종의 부인 청주 한 씨가 이 홍주의 제조비법을 알고 있었는데, 연산군 시절 이 한 씨가 독한 술인 홍주를 남편인 허종에게 마시게 하여 당일에 어전회의에 참가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후 ‘갑자사화의 난을 피하게 했다는 일화’도 홍주를 유명하게 만든 이야기입니다.
또한 백일주도 궁중에 진상하던 궁중술로 찹쌀, 백미, 누룩, 솔잎, 홍화, 오미자, 진달래, 재래종 국화꽃을 재료로 빚어 증류시켜 여기에 벌꿀을 넣어 만든 민속주인데요, 술에 들어가는 성분 중 밤은 뼈를 튼튼하게 하며, 대추는 정신을 맑게 하고, 홍화와 오미자는 발효되면 부부합환의 강력한 활력소가 되기 때문에, 왕실에서 합환주로 쓰여 졌다고 전합니다.
Q3. 그렇다면 궁중에서 빚어진 술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중국의 제도와 문물사에 관힌 책인 <문헌통고(文獻通考)>에 보면, 내사주(內事酒)는 조정에서 일로 인하여 양조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궁중에서 사용되는 술에는 실지로 궁중에서 직접 술을 빚어서 먹는 경우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빚은 지가 오래 되어 해가 넘어야 익는데 쪄서 양조하는 것을 석주(昔酒)라 하였으며, 겨울에 빚어 여름에 접어들어야 이루어지는 것을 청주(淸酒)라고 하였는데요, 고려시대에는 술을 전문으로 빚던 양온서라는 관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궁중술의 비법이 다시 반가(班家) 즉 양반가문으로 흘러나와 알게 모르게 빚어졌다고 하는데요, 현재 민속주 중에서 궁중에 뿌리를 두고 있는 대표적인 술은 네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경주 교동법주와 해남 진양주, 그리고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 약주 삼해주와 향온주가 바로 그것인데요, 이 중에서 법주와 진양주와 삼해주가 13도에서 16도 사이의 약주이고, 향온주는 소주라고 합니다.
Q4. 아, 궁중의 술 비법이 민간으로 유출돼서
이름 있는 명주가 된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이 중에서 경주 교동법주는 조선 숙종 때에 사옹원(궁궐의 음식을 주관하던 관청)의 참봉으로 있던 최국선씨가 낙향하면서부터 경주 최씨 문중에 전래되었다고 하는데요. <왕조실록>을 보면 노루 뼈를 넣은 궁중법주(法酒)로 인하여 문제가 생기자 노루뼈를 넣지 말도록 지시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법주가 궁중에서 빚어졌던 술임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해남 진양주는 조선 헌종 때에 궁중 술을 빚던 궁녀 최씨가 폐출된 뒤에 광산 김씨 집안에 시집오면서부터 전래된 술이라고 하는데, 해남군 계곡면 덕정리의 진양주는 뒤끝이 깨끗하여 부작용이 없는 명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진양주는 한 말을 만드는데 찹쌀 한말, 누룩 두되, 물 열 되로 빚는데 특히 물이 깨끗하고 맑아야 하며, 일반 막걸리와 다른 점은 찹쌀은 죽을 쓰고 누룩은 세말을 해서 세 번에 나누어 덮술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Q5. 나머지 술들에 대해서도..
마저 설명해 주세요.
약주 삼해주는 조선 순조의 둘째딸인 복원 공주가 안동 김씨 집안에 시집오면서부터 전래되었다고 하는데요. 삼해주란 찹쌀을 발효시켜 두 번 덧술하여 빚는 약주(藥酒)를 말합니다. 정월 첫 해일(亥日)에 시작하여 매월 해일마다 세 번에 걸쳐 빚는다고 해서 삼해주라고 하며, 정월 첫 해일에 담가 버들가지가 날릴 때쯤 먹는다고 해서 유서주(柳絮酒)라고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향온주는 인현왕후의 외조부가 상궁들에게 제조방법을 배워 나와 세간에 전해졌다고 하는데요, 누룩을 빚을 때에 그냥 물이 아닌 녹두물로 밀기울을 반죽하는 게 독특한 점입니다. 옛날에는 한약을 먹을 때에 약효가 줄어든다고 녹두죽을 먹지 못하게 했으며, 거꾸로 약에 중독되면 녹두죽을 먹이기도 하였는데, 이는 녹두가 해독 작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향온주의 누룩에 들어가는 녹두는 주독을 없애기 위해서 사용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향온주 재료는 누룩과 찹쌀과 멥쌀인데, 여기에 녹두를 섞어 밑술을 담급니다. 밑술을 담근 지 5일이 지나면 발효가 이루어지며, 최고 12번의 덧술치기를 한 이후에, 이를 소주고리로 증류하여 40도 술을 만든다고 합니다.
Q6. 이 밖에 또 궁중에서 빚은 다른 술이 있을까요?
네 약초나 과실 등으로 약주를 만드는 방법도 궁중에서는 많이 쓰였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약초는 무치거나 국을 끓여서 요리를 만들어 먹거나 은근한 불에 장시간 달여 약 성분을 추출한 탕제로 활용하는데요, 특별히 술을 담궈 약 성분을 술에 녹게 하여 먹거나 꿀에 재어서 먹는 방법 또한 궁중에서 많이 사용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약술로 말하자면 우리나라처럼 종류가 다양한 나라도 없는 것이, 마늘, 매실, 구기자, 인삼, 잔대, 더덕, 황정, 옥죽, 솔잎 등 웬만한 약초와 과실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뱀 같은 파충류까지도 그 재료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렇게 차나 탕으로 끓여서 우려내는 방법 외에 술이나 꿀 등으로 그 성분을 추출해내는 방법은 우리나라 고유의 방법이라고 하는데요, <동의보감>에는 고본주(固本酒)와 오발주(烏髮酒)처럼 여러 약재를 배합하여 아예 탕제와 같이 술로 처방을 내리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Q7. 술을 아예 약으로 만들어 먹었군요.
그렇다면 지금 말씀하신 술들의 장점은
뭐가 있을까요?
이러한 술에는 한의학적으로 4가지의 큰 장점이 있는데요, 첫 번째로 풍한(風寒) 즉 차가운 바람과 기운을 피할 수 있습니다. 각 지방이나 지역적인 술의 특색을 살펴보면, 보통 추운 지방일수록 술의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그래서 러시아같이 추운 지방의 보드카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만들어진 술이라고 합니다.
적당한 술은 체온을 상승시키고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는데, 중종 20년의 <왕조실록>기록을 보면, 대궐 내의 손님들에 대한 술 사용법을 말하면서, ‘대궐에 오가는 손님들에게 쓰는 술은, 여름에는 비록 쓰지 않아도 되지만 겨울에는 약으로 먹는 때여서 쓰지 않을 수 없으니, 사옹원으로 하여금 수량을 헤아려 쓰거나 혹은 당상관(堂上官)에게만 쓰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시종(侍從)하는 신하들이 오갈 적에는, 일체로 당하관이라 하여 쓰지 않아서는 안 된다.’라고 하여 겨울철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약의 용도를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중종 33년의 기록을 보면, ‘간밤에 비바람이 사나왔으니 악수(惡獸)를 몰아내는 장사들에게 구급주를 보내도록 해사에 이르다.’라고 하여, 온천 행을 하여 행궁에서 머무를 때에 맹수들을 막는 경비병들에게 술을 내려서 추위를 물리치게 하였음을 볼 수 있습니다.
Q8. 당시에는 신하들과 경비병들에게
체온을 유지하라고 술을 내렸네요.
술의 또 다른 장점은 어떤 건가요?
두 번째로 혈맥(血脈)을 선(宣)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한의학적으로 기혈순환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의미하는데요. 세종 8년의 <왕조실록>에는 대제학 변계량(卞季良)이 임금이 한재(旱災)를 근심하여 술을 드시지 않으므로 대궐에 나아가 ‘술은 사기(邪氣)를 물리치고 혈맥(血脈)을 통하게 하니, 실로 좋은 약입니다.’하며 술 드시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다시 세종 8년에 또 이직(李稷) 등이 임금의 건강을 걱정하여 계하기를, ‘주상께서 한재(旱災)를 근심하여 술을 드시지 않으시니, 전하의 두려워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서는 의당합니다마는, 술은 풍랭(風冷)을 치료하고 기맥을 통하게 하는 것이니, 한재(旱災)가 있는 까닭으로 술을 드시지 않으신다면 신등은 성체(聖體)에 병이 생길까 두렵습니다.’라고 하여 음주가 풍질 등으로 인하여 기혈순환이 되지 않을 때에 순환을 촉진시키는 약리작용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Q9. 나머지 장점으로는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요?
세 번째로 사기(邪氣)를 제거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현대적인 의미로 소독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예로부터 수술기구를 소독하거나 수술부위를 소독 할 때 독한 술을 사용하는 것은 오랜 전통이었습니다. 예전에 필자가 아는 비뇨기과 의사 선생님은 포경수술을 해준 환자들에게 꼭 냉장고에 찬 소주를 한 병씩 넣어두고 잠을 자라고 얘기하였는데요. 이는 실제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후에 뒤늦게 포경수술을 한 남자들은 다 경험해 본 일이지만, 포경수술 후 실밥을 제거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자다보면 부지불식간에 굉장한 통증을 느끼게 되어 있고, 이럴 때는 재빨리 차가운 소주로 소독시키면서 열을 식히는 방법이 아주 유효적절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장동민 한의사와 함께
‘건강을 위해 궁중에서 사용한 술’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