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12월16일~2022년 8월 28일
서정태 집사님은 키가 크고 체격이 좋으셔서 영락없이 회장님 스타일이다. 체구에 맞게 말씀도 가볍지 않았다. 일도 두 몫을 해낸다. 광양제철이 세워질 때 여러 일꾼을 모집하여 책임자 역할을 하셨다.
다른 분들에 비하여 수입을 많이 얻었다. 돈벌이가 잘되면 하나님 섬길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인데, 어느 날 집사님께서 교회에 나오시게 되었다. 집사님의 아내가 먼저 교회에 나오셨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열렬한 신앙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일은 성실하게 출석하였다. 깊은 신앙인은 아니었어도 주일이면 마땅히 교회에 다녀와야 할 일로 여기고 꼬박꼬박 예배에 참석하셨다.
집사님 집에서 교회에 오는 길은 가까우면서도 힘이 든다. 두 개의 언덕을 넘어 교회에 오려면 숨이 찬다. 집사님은 심장에 스턴트 시술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예배당에 오셨다.
점차 몸이 약해지고 다리에 힘도 줄어들다 보니 경로당에 가는 일도 멈추고 교회에 나오는 길도 끊어지고 말았다. 천국에 가시기 전 여러 차례 위급한 상황들을 맞기도 했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셨다. 집사님의 아내도 몸이 불편하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도움이 되어 주며 많은 시간을 부부가 한 방에서 말년을 보냈다.
동병상련이라 했던가? 서정태 집사님 부부는 둘 다 아픈 몸을 가지셨기에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누구보다 더 컸다. 아픈 사람이 아픈 사람의 속을 안다. 이들 부부는 몸으로는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마음만큼은 서로를 향해 깊은 이해와 동정을 나누실 줄 안다.
몸이 아프니 외모의 출중함도 빛이 바랬다. 몸이 불편하면 큰 키와 무거운 체중이 오히려 거침돌이 된다. 몸이 아플 땐 체구가 적을수록 좋다. 병구완을 하는 가족들의 수고도 덜 수 있다. 몸을 가벼우면 체위 변경, 기저귀 교환, 목욕을 시킬 때 훨씬 수월하다.
사람이 안 아프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 노인들은 평균 10년 정도 병치레를 거친 후 죽음을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년의 때에 병이 들면 집에서 생애를 보내는 경우가 희귀하다. 노인의 70%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살다가 그곳에서 임종을 맞는다고 한다. 시설에 들어가면 가족들과 격리되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활동을 규제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거동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뀐다. 침대에 온종일 누워 있게 한다. 기저귀를 차고 누워서 대소변을 해결해야 한다. 며칠 못 되어 스스로 살아갈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만다. 그런 면에서 고인은 마지막까지 가족들과 함께 지내시다가 천국에 가셨으니 큰 복이다.
노년의 때를 내 집에서 보낼 수 있다면 복을 받은 자다. 할 수 있다면 시설은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자녀들이 노부모들과 함께 살 생각을 하지 않으니 어려운 일이지만, 몸 관리를 잘하여 시설에 들어가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어야 한다. 그리고 주님께 도움을 구해야 한다. 가족들을 성가시게 하지 않는 노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