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산 날
예천아리랑제 기안을 도와준 탓에 시내에서 민예총 회의를 할 때 설명을 부탁해 참석하게 되었다. 낮에 시내에 나갔다. 그런데 예천은 교통이 몹시 불편하다. 마을에서는 아침 시내 나가는 버스가 두 번, 오후에 시내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세 번 있을 뿐이다. 오후에는 시내에 나가는 버스가 없다. 게다가 막차가 6시에 끊기니 그 시간이 넘으면 택시를 타야 한다. 헌데 택시는 만오천원을 생각해야 하니 벌이가 신통치 않은 나로서 택시를 탄다는 것은 극히 사치스런 일이다.
그래 오늘은 자전거를 사기로 결심했다. 택시 한 열 번 탄 셈 치고 제일 싼 경품용 자전거를 사기로 했다. 서울에 살며 동네 자전거 도둑이 극성이라 자전거 타는 걸 아예 포기했다가 오랜만이다. 얼마 전 화쟁코리아팀과 내성천 하류를 순례하고 나니 자전거를 타고 하류변을 좀 돌아다녀 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이 정도면 살만하다고 스스로 이유를 댔다.
시내를 한 바퀴 돌며 자전거점을 찾다가 다리 건너 자전거점에 들어갔다. 삼천리자전거 대리점이었던 것 같은데 이름을 바꾸었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화가 나는지 흥분해서 하소연한다. 갑을관계가 심해서 삼천리 대리점을 포기했다고. 예천 같이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하고 강요하는 것은 횡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비리가 더 심했다고 한다.
아저씨의 하소연을 들으며 자전거를 13만원에 샀다. 본채가 10만원, 진흙받이, 뒤안장, 열쇠와 자물쇠, 랜턴 값이 3만원 든 셈이다.
자전거를 타고 장에 갔다가 상리 달곰샘 아버지를 만났다. 당귀 산 걸 보고 나도 키워보고 싶은 맘이 나서 당귀 2포기와 상추 세포기를 샀다. 도서관에서 크로포트킨 자서전을 읽다가 저녁에 민예총회의에 갔다. 내 생각처럼 완전 생태축제로 가지 않고 지역문화축제와 섞여 맥이 빠졌다. 지역의 정서와 스타일을 한꺼번에 바꾸기는 힘들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니 45분이 걸렸다. 12,3 킬로미터에 두 차례 가파른 오르막길이 있어 아무래도 시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