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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텍, 미 최우수 대학교"
LA에 소재한 칼텍(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이 하버드대학이나 프린스턴등 아이비리그 명문대학을 제치고 미국의 최우수대학으로 꼽혔다.
매년 최우수대학과 대학원을 선정하여 발표하고 있는 시사주간지 U.S. 뉴스&월드 리포트는 지난 20일 칼텍공과대학이 학생들의 실력, 학생대 교수비율, 교육계 평판, 환경을 종합한 점수에서 최고를 차지, 미국내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 매거진은 전국의 228개 종합대학을 대상으로 신입생의 평균성적, 교수진, 대학원 진학비율, 입학경쟁률, 동창회 후원규모등의 여러부문을 평가하여 순위를 매겼다. 지난해에는 하버드대학과 프린스턴대학이 종합순위 공동 1위를 차지했고 3위는 MIT가 랭크됐으며 칼텍은 한번도 3위권에 들지 못했다가 올해 1위로 뛰어올랐다.
이에 따르면 칼텍은 신입생 중간층의 SAT, ACT 점수는 1420~1570이며 학생 3명당 교수 1명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UC버클리가 20위로 최상위에 선정되었으며 UCLA가 25위로 꼽혔다. 이들대학의 순위는 지난해의 23위와 28위에 비해 높아져서 UC계열대학의 우수성을 다시 입증했다.
그외에도 UC샌디에고가 32위, UC데이비스가 41위, UC산타바바라가 44위, UC어바인이 49위를 랭크해서 대부분의 UC캠퍼스가 우수대학으로 인정을 받았다. 50위권에 들지 못한 UC리버사이드와 UC산타크루즈도 100위내의 학교로 꼽혔다.
한편 캘리포니아의 명문사립대학으로 꼽히는 스탠포드대학은 6위에, USC는 이번 순위에서 42위에 올랐으며 LA의 튤레인 유니버시티도 44위에 랭크됐다.
한편 리버럴 아츠 칼리지 부문에서는 스와스모어대학(펜실베니아소재)가 1위로 선정됐고 앰허스트, 웰슬리, 윌리엄스, 헤이버포드등이 뒤를 이었다. 캘리포니아주의 포모나 칼리지는 7위, 맥케나칼리지는 14위, 스크립스 칼리지가 35위에 꼽힌 것으로 나타났다.- 미주한국/99/8/30 -
* 행복은 성적순
-친구 - 마약문제등 제치고 10대들 '최대고민'
10대 청소년들의 최대 고민은 뭘까.
이에 대한 답은 예상과 달리 '학교 성적' 으로 나타났다.
연방 교육부가 전국의 1,015명의 10대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고민사항을
조사한 결 과에 따르면 전체의 44%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을 최대 고민으로 꼽았다.
대학진학 문제도 32%를 차지해 두번째로 많았으며 그 다음은 원만한 교우관계(29%),
마약복용이나 음주(19%), 섹스(13%)의 순 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결과는 음주나 섹스 같은 문제 들을 10대들의 고민사항으로 꼽는
사회의 통념을 깨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 교내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전체의 75% 는 자신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안전도 수준을 A 또는 B등급으로 매겨 10대들은 TV나 영화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교내 폭력을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반영했다.
그러나 소수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백인 학생들 보다 교내폭력 문제를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흑인학생들의 경우는 58%만이 교내 안전문제에 A나 B등급을 줬다 .
한편 이번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4분 의 3은 자신들의 미래를 밝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99/7/24 -
* 학생들 눈높이서 개성 살리길
나는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운영위원으로, 학생, 교직원, 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신문'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아이들의 생각, 교육행정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학교신문에 실린 학생들의 글 가운데는 어른들의 상상을 초 월할 정도로 기발한 내용이 있었다. 낯 뜨거운 내용을 전달해온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어디로 튈지 모를 이 럭비공 같은 학생 들의 의외성과 산뜻한 아이디어를 학교에서는 어떻게 다룰까 궁 금했다.
내 학창시절과 다름이 없었다.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학교 공 동체를 꾸리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실망했다. 입시 위주 학교행 정은 아이들을 획일적으로 길들이고 짜맞추고 있었다.
학교는 아이들의 개성과 창조성을 무시하고 이들을 정형화하 는 데 정신이 없었다.
어른들의 잣대로 '착한 아이', '점잖은 아이'를 규정하기보 다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대화함으로써 그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주는 정책을
찾아내는 것이 무너지는 교실을 다시 세우 는 길이 아닐까. (윤철수/충남)
- 조선/8/30/99 -
* 학교 - 무너지는 교실 - 교사들 자기계발 여건 아쉬워
교실 붕괴가 사회 변동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한 학교와 교사 책임이라는
비난과 질책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교육 현장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 로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
교실이 바로 서려면 무엇보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열정을 갖고 학생 을 지도해야 한다. 그런데 교단 분위기는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학교와 교사에 대한 학부모-학생들의 요구는 더욱 증대될 수 밖에 없다. 교사들은 냉소를 버리고 자기 계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다 만 이런 교사들의 노력에 최소한의 지원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 교사 들의 바람이다. 교사들이 자기 개발에 드는 비용에 부담을 느끼거나, 주 변 여건이 자기 개발에 나서는 교사들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 이다.
과거 나이 지긋한 학부모들이 젊은 교사에게 머리를 숙이고
"선생님 때려서라도 사람 만들어 주세요,
선생님만 믿습니다"
하던 광경이,선배-동료 교사들이 교단을 버리고 떠나는 이 아침에
유독 생각나는 이유는 무 엇일까. (손영국 이화여자고등학교 교사).
- 적성따른 진학-취업 환경 필요
IMF의 영향으로 취업문이 좁아진 탓에 적지않은 실업계 고3 학생이 제자 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등교는 했지만 현장 실습을 나가고 싶은 학생들의 마음은 이미 밖으로 나가 있다. 특히 건축 관련과 학생들의 고민 은 더 크다.
많은 실업계 고교 학생은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채 진학과 취업 문턱에서 방황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업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자 기 적성이나 흥미, 특기 등을 고려하여 진학한 것이 아니라 단지 중학교 때의 성적만으로 판단하여 진학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 생활과 학습 활동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중도 포 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또 실업계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의 문은 넓지 않다.
실업계 고교생들 개인의 능력과 적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회 풍토, 그에 걸맞은
진학과 취업의 기회가 뒷받침될 수는 없는 걸까. (임덕희 ·서울북공고 교사).
-「간판」집착 등 외부요인 개선해야
'교실이 무너진다'는 시리즈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은 국가 존립과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교실 붕괴는 사회 전 반에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교실 붕괴 원인을 학교 내부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인격 교육을 소 홀히 한 채 명문대 진학에만 집착한 학부모들의 인식, 여기서 나온 교육 파행이 교실 붕괴의 주범이다. 학교가 교육력과 학생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 데는 외부적 요인이 더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교실을 바로 세우는 일이 어느 한 분야에서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교사가 신념 을 가지고 학생을 교육할 수 있도록 교사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야 한다.
학교는 인성 교육을 강화하고, 교육력을 회복해 교육 주체로 하루 속 히 바로서야 한다.교사는 자기 연찬에 힘써 교육 주체로서 역할을 맡아 야 한다. "교육력은 교사의 신념과 정열에서 나온다"는 평범한 말을 되새길 때다.(이수일 교육부 교육과정 정책심의관 )
- 학원보다 학교가 열악해서야
'교실 붕괴' 현상에 공감한다.
문제는 학교 교육 체계의 모순이다. 우선 교과서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설명 없이 씌어있는 교과서만으로는 공부하기가 어렵고 교과서는 단지 공부할
내용을 지정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학생 대부분이 교과서마다 한두 권씩 참고서를 사서 공 부한다. 3학년 때는 거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문제집 풀이로 수업을 진행한다. 문제집을 사느라고 20만∼30만원이 든다. 이런 상황에 학교 교육과 학원 교육의 차별성이 생길 수 없 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학교 교실보다 학원을 택하는 것이 당연하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50명이 넘는 학생들을 지도하 고 학교 업무에 시달리는 선생님의 수업보다는 오로지 강의 에만 신경 쓰는 학원 강사의 수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학생들의 교실 이탈을 부채질할 뿐이다.
정보화-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교육 환경이 구성되기를 기대한다.
(박명근 서울 동성고 3학년)
* 학교에 가보셨습니까?
아이들이 다니는 중고등학교에 한번 가보셨습니까?
우후죽순처럼 솟은 아파트 단지.
그 아파트 숲 사이에 성냥 갑을 쌓아올린 듯 지은 아이들의 학교가 있습니다.
아파트 창 을 열고 내려다 보십시오. 혹시 컨테이너를 쌓아올린 씨랜드 숙소가 연상되지 않습니까?
아파트 창문마다 에어컨이 하나씩 씽씽 돌아가지만, 아이들 학교엔 교무실에도
에어컨이 없습니다. 강당 체육관 과학실 특 활활동을 위한 공간….
물론 없습니다. 교정에 우뚝 선 느티나 무와 잘 가꿔진 정원을 기대하는 건 사치겠지요.
그럴수록 교사들이 열심히 가르치고, 아이들이 한눈 안팔고 공부해야 한다고요? 그걸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이미 `교실'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인문고 교실에서는 상위 20% 안에 들어가는 학생들만 또랑 또랑 눈을 뜨고 수업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나머지 `버려진 아 이'들은 학원으로 갑니다. 학생들은 "교실보다 학원 강의실이, 교사보다 학원강사가 낫다"고 합니다. 교사들은 "대학입시를 위해 뒤처진 80%는 신경을 쓸 수가 없다"고 합니다. 교사와 학 생간에 신뢰가 있겠습니까.
고등학교 학생의 40%를 차지하는 실업계에서는 `교실'이 다 무너졌다고 합니다. 수업시간에도 책상은 듬성듬성하고, 학교 앞 당구장은 아침부터 아이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시멘트 반죽 을 발라 벽돌을 쌓는 실습을 하는 실업고 학생들의 눈에선 생 기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공장으로 현장학습 나간 학생 절반 이 "일이 힘들다. 이런 일을 졸업하고 계속해야 할지 모르겠다" 며 좌절해서 돌아온다고 합니다.
교실은 미래의 인재를 만들어내는 `생산 라인'입니다. 그 라인이 고장나고, 이곳저곳에서 멈춰 서 있습니다. 이런데도 우리가 `새로운 밀레니엄'과 미래를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 그리고 나라의 내일을 위해 우리가 뭘 해야 할 것인지,
오늘 아이들의 학교에 한번 가보시지 않겠습니까? - 조선/8/30/99 -
* 체벌이여 안녕
인권 대통령이라는 카터가 한 초등학생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나도 어린이 시절 선생님에게 꾸중듣는 정도가 아니 라 매를 자주 맞았었다. 지금 대통령이 되고 보니 '그 매가 아니 었던들…' 하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유학생인 유길준이 다녔다던 거버너 더머 스쿨에 가보면 당 시 교사가 보존돼 있는데 교실 한칸, 교무실 한칸 그리고 그 사 이에 체벌실이 끼여 있음을 볼 수 있다. 영미형 교육에서 체벌의 비중을 말해주는 것이 된다.
영어에 휘핑보이(태동)이라는 말이 있는데 매맞을 짓을 한 왕 자 대신 매를 맞는 아이를 일컫는다. 왕자도 체벌에서 예외일 수 없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영국 시골 잡 화상에 가면 회초리랄 케인과 엉덩이를 치게끔 된 패들을 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중세 그리스도교 세계에서는 아담이 범 한 죄로 인간이 타락, 사람 마음 속에 악이 잠재한다는 원죄설이 지배적이요, 교육이란 매로 이 악마를 내쫓는 행위라는 생각이 영국에서 뿌리 깊었으며 그래서 체벌을 가장 늦게까지 합법화해 온 문화권이 영국과 그 식민지였던 미국 캐나다 인도 오스트레일 리아 뉴질랜드 등 28개 나라들이다. 또한 이 영미문화권에서 체 벌이 법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마다 'In loco parentis' 곧 스승 은 부모로부터 신탁된 징계권을 갖고 있다는 부보대신설이 체벌 을 옹호하곤 했다.
그 체벌의 종주국 영국에서 엊그제 9월1일부터 어떤 형태의 체벌도 불법화한다는
학교기준 행동법이 발효하기 시작했다.
이에 40개 기독교계 사립학교들이 반대, 회초리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고자 인권법원에 제소하기로 했다 한다.
교사연합회 에서도 교육을 반죽임시켰다고 항의하고 일부 학부모들도
교사의 부모 대신권을 내세워 이 불법화를 반대하고 있으나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라 한다. 이렇게 하여 세상 마지막 서식처로부 터도 체벌은 앉을 방석을 빼앗긴 셈이다. - 조선/99/9/3 -
* 학교 성적부풀리기로 변질돼서야
서울시내 26개 고교가 지난 1학기에 편법으로 학생부의 성적을 부풀리다가 적발돼 재시험을 보고 해당교사가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는 보도는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 끊임없는 「부실 혐의」를 재차 확인시켜 준다. 학업 성과를 평가하는 시험이 점수를 주기 위한 방편으로 전락했다는 것은 교육평가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결단력과 추진력이 요구되는 교육개혁의 속성을 백번 이해하더라도 현장확인 미흡과 준비부족으로 그 혼란과 피해를 해당학년인 고교 1년생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준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밝힌 참고서 문제 따오기, 기출제 문제 다시 내기, 저급 수준의 문제내기, 미리 알려주기 등의 성적 부풀리기 유형을 보면 교육이 이래서 되는 것인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더구나 일부 학교에선 평균점수가 낮다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못이겨 쉬운 문제로 재시험을 치렀다니 정부의 개혁정책과 일선 현장의 거리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같은 경향은 지난해 시험성적과의 비교나, 학교별 시험문제 분석 없이 재시험을 치른 학교만을 대상으로 경위를 추궁한 것이어서 점수 올리기에 나선 학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대로 가다보면 학교는 학교대로 내신성적을 올리기 위해 2학기에도 편법을 쓰게 되고, 학생들은 쉬운 시험만 믿고 학업에 더욱 등한할 것은 뻔한 일이다. 학교교육의 불신과 학력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상은 2002학년도 대입시험부터 학교생활기록부의 비중이 높아지고 학생들에 대한 성적평가를 석차배분율 대신 「수우미양가」의 절대평가로 바꾸면서 나타났다. 절대평가제는 서열화를 중시하는 상대평가로는 학생 지능의 일부분만 개발할 뿐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대안으로 수행평가와 더불어 새 입시제도에 도입된 큰 틀이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현장에 용해되지 않는 이유는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이 수용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일선 현장에서 정당한 학력평가가 이뤄지도록 절대평가제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새 제도의 사회적 인식을 넓힌다는 점에서 전면도입을 유보하고 「열린 교육」처럼 시범운영을 해본 뒤 적용하든지, 아니면 절대평가를 상대평가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 서서히 절대평가제로 이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수험생들을 새 제도의 실험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경향/9/3/99 -
* 체벌 지지론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월 상해죄로 피소된 체벌 고교교사에게 무거운 징역형을 피하는 대신 3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교사의 체벌만은 그냥 넘기지 않았다.
어떤 형태의 체벌이라도 그것이 인격적 모욕감과 신체적 상해를 입힌 경우
훈육을 위한 이성적인 체벌의 목적을 잃었다고 판시했다.
법원의 이런 판결과는 관계없이 학생체벌 문제는 교육현장의 오랜 숙제다. 올해들어 체벌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112신고 사례가 잦아지자, 교육부는 「사회적 통념상 합당한 범위」라는 모호한 단서를 붙여 제한적으로 체벌을 허용하는 지침을 내놓았다. 교권 확립을 위해서는 「사랑의 매」를 들지 않을 수 없다는 교사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폭력적인 체벌이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체벌이 학생들에게 모욕감을 주고 반발심만을 불러일으켜서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학생들이 스승에게 무조건 복종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래선지 영국에서는 지난 87년부터 공립학교에만 적용해 온 체벌금지를 지난 1일부터 사립학교까지 확대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기독교 계통 40개교 학교는 이 조치에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한 사립학교 교장은 『체벌은 수백년동안 지켜온 기독교의 자랑스런 전통이며 회초리는 학생에게도 유익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에서 체벌하지 않고도 민주적 질서의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사의 체벌을 금지할 뿐 아니라 아예 교사가 교실 안팎에서 학생에게 존대말을 쓰도록 하자는 주장도 제기돼 관심을 끈다. 학교사회가 민주주의 학습장이 되지 못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데는 토론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는 주입식 교육의 영향도 크다. 上命下服(상명하복)과 이분법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방식은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사랑의 매」가 불가피하더라도 거기서 그칠 게 아니라 교사들이 보다
민주적인 교육방법을 터득하는 일이 시급하다.- 세계/9/3/99 -
* 학교 교단 젊어졌다지만
일시에 3년의 정년단축과 명예퇴직으로 2만여명의 교원이 한꺼번에 교단을 떠나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많은 교원이 승진하고 이동하고 새로 배치돼 학교는 지금 혼란을 겪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40대 교장이 탄생하고, 젊고 패기 찬 교원들이 많이 들어와 교단에 새바람이 불고 교육활동이 활기차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 뒤에 우리 교육이 이보다 더 중요한 많은 것을 잃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교육의 질을 높이자고 한 정책이 교단의 갈등과 「교실 붕괴」를 조장해 오히려 교육의 질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빚지 않도록 치밀한 후속조치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시에 많은 수의 교원퇴직과 심각한 교원수급 부족사태는 교원의 질을 약화시키고 교육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교육개혁의 본질적 목적이 교육의 질 향상을 꾀하는 것이라면 교육개혁의 핵심과제는 우수한 인재를 교직에 유입시키고, 양성과 임용과정을 강화해 높은 전문성을 갖추게 하고, 교직을 수행하는 전 과정에서 사명감을 잃지 않고 자기연마에 최선을 다하도록 평가체제를 갖추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초등학교의 경우 교원 자격자의 부족으로 오래 전에 교직을 그만뒀거나 전혀 교직에 뜻이 없었던 장롱(?) 자격자들마저 끌어들이고 중등교사 자격자를 기간제 교과전담교사로 채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정년 단축으로 퇴직시킨 교원 중에서 일부를 계약제로 다시 쓴다고 한다. 그래도 부족해 일부지역에서는 임시양성소 설치를 검토하는 단계까지 됐으니 이런 식으로 충원되는 교원들의 자질이나 사명감이 정년퇴직과 명예퇴직으로 떠난 교원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또 교원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교원들의 근무부담과 잡무가 늘고 학급당 학생수가 늘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가 40명을 넘어 자칫 콩나물 교실이 재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의 교육여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인데 이를 개선은커녕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으니 어떻게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인가.
50대의 중견 교사들이 부족하고 20대 교사들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져 老-壯-靑(노장청)의 조화가 깨진 것도 교육활동의 효과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40대 교장의 탄생이 학교의 활력소로 작용하기도 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고령 교사와의 갈등요인이 되고 학교에서 중시돼야 할 교원간 인화와 조화를 깰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교원들이 교육자로서의 신념과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폭력, 집단따돌림, 수업기피 등 학생들의 일탈 행동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학교는 이를 통제하고 선도하는 교육적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그동안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학교가 어느 정도 제 기능을 소화해 왔던 것은 대다수 교사들이 교육자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마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불신하고, 교원의 질을 높이고 사명감을 고취시키기보다는 이들을 단죄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온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흔들리는 학교를 바로 세우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최우선의 과제는 물론 교원들의 사명감과 떨어진 사기를 올려주는 일이다.
「수석교사제」를 도입해 교단교사가 우대받는 교직풍토를 만들고, 교원의 잡무를 획기적으로 감축해 교육활동 이외에 허비되는 시간을 줄여 연구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교육재정을 조속히 확충해 학급당 학생수를 초-중학교는 35명, 고등학교는 40명 이하로 낮추어 교육활동이 내실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 교원, 학부모 모두가 흔들리는 학교를 바로 세우는데
합심해 우리의 2세들의 밝은 미래를 열어줘야 할 것이다. <김민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 교육개혁
- 아세아의 교육물결
경제발전은 교육의 질에 달려있다는 전제 아래 각 나라가 수술에 나서고 있다.
학교를 경제의 연장선상에서 다룰 때 학생들을 사회의 격랑에 노출시킬 위험도
글: Michael Elliott 국제판 편집장
한 국가의 경제적 번영은 인적 자산과 긴밀한 관계가 있으며 인적 자산은 교육의 質에 달려 있다는 것이 세계적인 통념이 됐다. 따라서 부국과 빈국을 막론하고 미국의 중산층 거주지역에서 남미의 정글 개간지에 이르기까지 교육이 경제정책의 연장선상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실제 그 의미는 지역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아시아의 교육적 성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구 세계로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아시아의 현 교육개혁 운동은 그 기본 방침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아시아의 교육개혁가들은 지난 두 세대가 상황을 그르쳤는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질서·규율과 기본 테크닉의 숙달을 강조함으로써 상자 밖의 것을 생각하는, ‘창조적인’ 습관이 개발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교육개혁은 이와는 정반대다. 미국에서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학교 교육으로 아동들이 성인 생활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테스트하는 등 미국 전역에서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그러나 교육을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여기는 것에는 위험이 따른다. 그같은 관점은 아동들을 사회변화의 최전선에 놓이게 하며 변화에 대처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그들에게 막대한 기대와 요구를 지우는 일이다. 영국의 신문들은 지난주 16세 영재 여학생의 자살 소식을 보도했다. 그 여학생이 다니던 학교의 교장은 “대부분의 학교들과, 그리고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이 직면할 수 있는 문제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더 타임스紙에 밝혔다.
당연한 얘기다. 비단 학교와 부모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국제 언론들은 주로 상업 및 문화적 측면에서 세계화를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들은 점차 다른 분야(의료와 노인 복지 부문에서 이제는 교육까지)에 관해서도 서로 경험을 나누고 있다. 뉴스위크에서는 세계화에 대한 이같은 확대 정의가 장차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확신한다.
-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자
한국·대만 등 암기 위주 교육이 사고력 저해하기 때문에 정보시대에 대비,
미국의 SAT제도 도입 등 추진하고 있다.
글: Dorinda Elliott
해마다 봄이 되면 대만의 고등학교 3학년생들에게는 입시지옥이 시작된다. 때로는 도시의 다리 아래를 흐르는 오염된 강물에 시신이 떠오르기도 하고, 타이베이(臺北) 교외의 아파트 거실 테이블 위에 “시험이 싫어요”라고 적힌 유서를 남겨놓은 채 주방의 가스를 틀어놓고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자살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6일 타이베이 밍룬 고등학교(臺北市立明倫高級中學)의 2학년생 리잉자(李盈佳)가 고층건물에서 투신자살했다. 그녀는 자신감 있고 활달한 성격의 학생이었으며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자살동기는 불분명했지만 학교당국은 李의 모의고사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입시생들의 자살이 마치 봄을 맞이 하는 의식의 일부처럼 돼 있다.
그런 ‘자살의식’은 아시아 국가들의 교육제도가 직면한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인들은 예로부터 자녀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아시아의 학생들은 세계에서 과학과 수학 점수가 가장 높다. 그러나 도쿄(東京)·타이베이·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 정부들은 과도한 시험으로 인해 과중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청소년들이 사고력과 창의력이 중시되는 정보시대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아시아 교육개혁 주창자들의 주장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한국 학생에게 창의적인 에세이를 작성하라거나, 일본이나 홍콩 학생에게 독창적인 질문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면 교과서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키쇼어 마부바니 현 주미(駐美) 싱가포르 대사는 2년 전 한 세미나에서 “아시아인들은 사고력이 있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아시아인들에게 자아성찰의 기회를 준 한 마디였다. 싱가포르 지도자들은 오래전부터 아시아적 가치의 우월성을 자랑해 왔다. 아시아에서는 서구 스타일의 자유보다 학교나 정부를 막론하고 질서가 효과적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아시아 전반에 걸쳐 그와 같은 방식은 상사에게 사고과정을 일임하는 순종적인 근로자들을 양산했다. 각국 정부는 조립라인과 번쩍이는 고층건물에는 기꺼이 돈을 쏟아부었지만 현대적인 교육제도 개발과 교원양성은 게을리했다. 결과적으로 학교들은 방치되고 2부제 수업을 실시하는 아시아 국가들이 많아졌다. 아시아의 학생들은 기계적인 암기에 치중해 사고법을 익히지 못한다.
아시아의 각국 정부들은 시험이 주범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만에서는 민주화 물결을 타고 구식의 권위주의적인 교육제도가 여론의 도마에 올라 2002년부터 정부는 학생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아넣는 숨막히는 대학입시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다. 수십 년 간 대만 10대들의 운명은 오로지 입학시험에 의해 좌우됐다. 학생들은 무려 2년간이나 방과후에도 입시학원에 다니며 입시에 대비하곤 했다. 시험에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장이었다.
지난해 대학입시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수치심을 느낀 제임스 콴(19)은 좋아하던 농구도 중단하고 입시준비에만 전력해 마침내 합격했다. 그는 “정말로 힘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앞으로는 학생들의 정보분석 능력을 평가하는 미국의 SAT(Standard Achievement Tests)와 유사한 제도를 포함해 특정분야의 적성시험 등 복합적인 테스트 및 교사의 추천서로 대학입학이 결정된다.
그와 같은 개혁은 갖가지 새로운 우려를 낳고 있다. 대만의 일부 학부모들은 표준적인 단일 시험이 사라지면 입시의 공정성이 저해될 것을 우려한다. 일부 진보적인 학교에서는 추천서의 공정성 감시와 외부압력 방지를 위해 학부모와 교사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타이베이 학부모연합회의 라이 슈지 사무총장은 “물론 특혜와 차별 문제가 우려되지만 대만 근로자 계층의 권익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그들의 영향력 행사로 특혜 시비는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도 2002년부터 경직된 입시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봉건주의적 구태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계층구조가 아직 건재하며 대학 졸업장 없이는 출세하기가 어렵다. 학부형들은 여전히 교사에게 ‘촌지’라는 명목으로 돈봉투를 건네기 예사다. 최근 학교의 민주화를 주창해온 개혁성향의 전교조가 처음으로 합법화됐고 그들의 캠페인 덕택에 촌지관행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표준적인 입시제도가 사라지면 앞으로 대입심사에서 부유층이나 유력층 자제들만 유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임연기(任年基) 박사는 “새로운 입시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학교의 부패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탁상에서 만들어진 교육개혁이 하루아침에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학교에서는 교육 활성화를 위한 일련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권위주의적인 방식이 앞서고 있다. 지난해 학생에게 체벌을 가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의 신고로 경찰에 불려간 적이 있었다. 한 지방 교육청은 최근 새로운 지침을 하달했다. 60cm 이상의 막대기를 사용하지 말 것,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체벌을 가하지 말 것, ‘안전한 부위’만 때릴 것 등이 골자였다. 한국의 많은 학생들은 방과후 입시학원에 다니거나 가정교사를 두고 있으며 네 시간 이상 잠자지 못한다.
컴퓨터를 현대적 교육의 지름길로 여기는 나라도 있다. 말레이시아는 전국의 학교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도입하는 이른바 ‘스마트 스쿨’ 프로그램이라는 야심적인 캠페인에 착수했다. 한 변호사는 “하드웨어 부문은 쉽지만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부문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법대 졸업생들이 글로벌한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률회사들이 의뢰인의 전략 및 금융계획에까지 관여해야 하는 요즘에는 글로벌 업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반면 젊은 변호사들은 특정 업무의 수행에는 능하지만 자기 분야를 초월하는 포괄적 사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일방통행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신들의 페이스에 맞게 학습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교육개혁의 입안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가 K. J. 존은 “앞으로는 학생들이 학업진도를 역행해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제 옛 패러다임은 퇴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학부모들은 그와 같은 변화로 자녀들이 인터넷의 외설물 같은 위험에 노출되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나지브 라자크 교육장관은 “어느 사회나 혁신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창의적인 일꾼을 배출하는 교육제도를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는 패배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도 비현실적인 교육제도의 개선을 위한 계획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교실과 교원 부족으로 2부제 수업을 실시하는 초등학교가 적지 않다. 정부는 각급 학교에 컴퓨터를 보급하는 한편 대학입시 제도의 폐지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홍콩의 중국 귀속 후 중국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과정을 겪으며 발목이 잡혀 있다. 애국운동의 물결 속에 둥젠화(董建華)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당국은 중국말과 문화교육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지난해까지 홍콩의 학교는 영어와 중국말을 뒤섞은 ‘잡탕식’ 교육을 해 왔다. 董장관은 중국어에 의한 교육의 복귀를 결정했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은 홍콩이 싱가포르 같은 도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영어교사를 더 많이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시아 국가들의 무기력한 교육제도에 대해 유교사상을 탓하기 쉽다. 기원전 6세기 공자는 “나는 전달할 뿐 창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교육의 목적은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황금기에 개발된 사상을 계승·발전시키는 것이다. 또한 우주의 질서는 계층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학생은 스승을 공경했으며 백성은 자비롭고 권위있는 황제에게 복종했다. 일상생활은 의식으로 시작돼 의식으로 끝났으며 기계적인 암기, 그리고 과거급제가 출세에 필요한 전부였다.
물론 아시아의 엘리트층은 성공하는 데는 암기 외에도 많은 자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자녀들을 서구로 유학보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80년대, 그리고 9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인들은 호황에 탐닉해 앞날에 대한 대비는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런 근시안적 시각의 가장 큰 피해자가 일본 학생들인 것 같다. 아시아 경제몰락의 여파 속에 기대치의 하락, 주입식 교육, 입시 압박감에 환멸을 느낀 일본 학생들 사이에서 결석률과 폭력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직된 관료체제, 한국의 재벌구조 등에 대한 사회적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교육개혁만으로는 그런 문제점들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아시아 각국 정부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얼마 동안은 사회개혁을 하지 않고 계속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인들이 교육제도를 비롯, 현대화의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춘다면 감춰져 있던 자신들의 사고력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만은 학생들의 ‘자살 의식’이 없는 봄을 맞게 될 것이다.
- 자유냐 규율이냐
(싱가포르의 고민 ? 창조적이고 독립적인 사고 권장하면서도 규제는 안 풀어)
-글 ; Dorinda Elliott
싱가포르 크레슨트 여중의 10대 학생들이 구내식당 ‘사이버 카페’의 컴퓨터 단말기 앞에 앉아 있었다. 깔끔한 신축 과학관에선 학생들이 더 많은 단말기들 앞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담당 교사는 얼른 눈에 띄지 않았다. 학생들 앞에 굳은 자세로 서 있던 옛날과는 달리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학교의 정보기술과장 셰릴 응은 “좀더 유연한 교습법을 권장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아만다 바에(14)가 “옛 방식보다 훨씬 재미있다”면서 “학생들 각자의 진도에 따라 학습내용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다른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종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싱가포르는 통치와 교육에서 규율이 중시되는 유교적 접근법을 취했다. 정부는 보모처럼 사회생활의 모든 것을 정해주고 가르쳤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정답만 강의했다. 토론의 여지는 없었다. 그러나 2년 전 싱가포르 지도부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싱가포르人들이 첨단상품 제조에는 숙달해 있지만 새로운 기술 창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리콴유(李光耀) 선임총리는 창조성 결여로 싱가포르가 정보화시대에 합류하지 못할까 우려했다. 그는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심지어 각급 학교에 창조성 제고를 지시하고 나섰다.
역설적인 것은 이견을 용인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싱가포르 정부가 국민에게 자유로운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리들은 창조성 교육법에 관한 지시사항이 담긴 두툼한 책자를 들고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는 사고방식으로부터 벗어나 협동작업·영감·문제해법 같은 것을 장려했다. 상의하달식 접근법은 요즘 사라지고 있다. 고촉통(吳作棟) 총리는 1997년 ‘사고에 관한 회담’에서 “사고는 최고위층의 전유물이며 나머지 사람들은 명령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벗어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싱가포르 정부의 목표는 아이들에게 반항적 사고가 아닌 독립적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모호한 계획이라는 비판도 있다. 싱가포르의 한 재계 인사는 “싱가포르人들에게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가르치는 순간 그들은 정부가 바라는 대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하루 아침에 이뤄질 일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학생들은 여전히 지쳐 있다. 더 똑똑한 학생들에게, 더 나은 시설을 제공해 교육을 능률화하겠다는 발상 때문에 12세에 벌써 낙오자가 생기고 있다. 학생들은 엄청난 학습부담과 씨름하고 있다. 학생들 가방이 너무 무거운 나머지 정부는 몇 년 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위원회의 제안 가운데 하나가 필기구를 덜 갖고 다니라는 것이었다. 교사들은 지식보다 분석능력 테스트에 치중하고 있는 미국의 대학진학적성검사(SAT)를 바탕으로 한 시험제도 도입도 계획중이다. 1992년 이래 교육부문 지출은 30% 이상 증가, 중학생 1인당 약 3천 달러꼴에 이르렀다. 정부는 컴퓨터 교육에 12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오는 2002년까지 학생 2명당 한 대꼴로 컴퓨터가 보급될 예정이다.
그것은 그나마 쉬운 일이다. 테오치헤안 교육장관은 “싱가포르가 기술분야의 지식 전수에는 능숙하다”면서도 “기술과 기회를 어떻게 연계시켜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교육계와 재계는 학생들의 학업부담을 30% 줄일 계획이다. 테오 장관에 따르면 관건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정부의 바람은 학생들이 그 시간을 마음껏 놀고 사고하는 데 활용해 언젠가 창조적인 일꾼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다.
최대 목표는 경제의 경쟁력 제고다. 싱가포르 정부는 미국 대학들, 그리고 프랑스의 한 연구소와 다섯 건의 새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공학은 매사추세츠공대(MIT), 의학은 존스 홉킨스大, 경영은 펜실베이니아大 워턴스쿨·시카고大 및 프랑스의 유럽 비즈니스 경영 연구소와 함께 추진한다. 싱가포르는 혁신적 사고방식을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들 대학과 연구소에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시카고大는 싱가포르가 면세특혜와 학교 설립 자금 제공을 제안하기 전까지만 해도 홍콩을 점찍어 두고 있었다.
앞으로 1년 뒤 싱가포르 학생들은 현지의 시카고大에서 학업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시카고 경영대학원의 빌 쿠저 부원장에 따르면 학생들은 소규모 그룹별로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토론식으로 공부하게 된다.
창조적 접근법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교육개혁의 선구자 피터 로는 초등학교와 대학은 물론 유수 기업에서도 강의하고 있다. 강의실에서는 기업인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로는 강의 내내 몸짓과 농담까지 곁들여 가며 “창조성은 연구개발 부서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강의용 영사기 투영대 위에 공기돌들을 동그랗게 정렬해 놓은 뒤 다시 흩뜨리며 “옛날 교육의 목표는 사고방식을 하나의 틀로 짜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듣도 보도 못한 틀을 생각해내려 애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언젠가 그 공기돌들은 개발과 권위주의 통치의 성공적인 결합으로 도시국가 싱가포르 경제를 건설해 온 지도부를 괴롭힐 수도 있다. 단지 더 생산적인 사회를 창조하기 위해 교육제도에 손댄다는 것은 교육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다.
싱가포르人들은 학생들에 대한 규율이 느슨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테오 장관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우리는 지식을 토대로 한 경제를 구축하고 싶다.
빛은 혼돈 속에서만 탄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내 생각은 다르다.
통제불가능한 사회에서 아이디어는 기대할 수 없다.”
말쑥한 차림의 크레슨트 여학생들은 방문객이 나타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예의를 갖췄다.
이에 당황한 안내자들은 하던 공부나 계속하라고 손짓했다.
앞으로 싱가포르 학생들에게 ‘보모’가 필요없는 날이 올지 누가 알겠는가.
- 획일주의를 거부합니다
- 일본에 대안학교 신설 줄이어, 소외감 느끼는 ‘문제아’들 수용
치열한 입시경쟁서 해방,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 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 글 ; Hideko Takayama
오쿠치 게이코(奧地圭子)는 자신의 아들 다쿠오(拓生) 같은 아이들이 낙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학교까지 설립했다. 다쿠오가 처음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버틴 것은 그녀의 초등학교 교사경력이 10년이 넘은 시점이었다. 오쿠치는 학교를 기피하는 아들과 오래 씨름하며 학구열을 독려했다. 그녀는 85년 도쿄(東京) 슈레(‘학교’라는 뜻의 독일어 ‘Schule’에서 따온 이름)를 설립했다. 그곳 학생들은 일본의 전통교육인 획일주의나 끊임없는 암기학습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30세인 다쿠오는 지구행성 과학자가 됐다. 도쿄 슈레도 한창 발전하고 있다. 일본의 선구적 ‘자유학교’인 도쿄 슈레는 도쿄 지역 세 곳에 분교를 두고 있으며 학생 수는 2백 명이다. 오쿠치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지 못하면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늘날의 문제는 또래들과 잘 어울리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본의 기성 교육계는 이른바 新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력·자살·무단결석이 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新청소년들은 공립학교와 사회변화라는 압박에 의해 심각하게 소외돼 있다. 핵가족의 증가세와 더불어 그들은 윗세대들로부터 괴리되고 있다. 부모로부터 어려움을 모르고 귀여움만 받으며 자란 그들은 점차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 치열한 입시경쟁에 대비한 집중적 암기학습 덕분에 일본에선 과학·수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성적을 내지만 동시에 그들 과목을 가장 싫어하는 학생들도 배출된다. 91년 이후로 30일 이상 결석하는 초·중교생 수가 배증, 지난해에는 12만8천 명이나 됐다. 마침내 문부성은 ‘문제아’ 구제방안으로 자유학교의 이점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도쿄 슈레와 일본 전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70개 이상의 다른 대안학교가 추구중인 교육철학의 일대 승리다. 그들의 교육은 고교·대학 입시를 위한 기계적 암기방식을 탈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오쿠치는 최근 도쿄 교외의 오지(王子) 분교를 순방했다. 초등학생들은 양초를 만들고 중학생들은 학생회보 제작이나 기타 교습에 여념이 없으며 고교생들은 그리스 신화를 읽고 있었다. 해마다 학생들은 스스로 학과일정을 짜고 프로젝트(열기구를 만들어 비행하기 따위)를 완성하며 초청연사를 선정한다.
11세 때부터 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호사카 쇼(保坂翔) 같은 학생들은 이런 자유분방함이 마음에 든다. 그는 전에는 “따분해서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현재 16세인 호사카는 컴퓨터狂인 아버지의 뒤를 따르는 중이며 도쿄 슈레의 웹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모든 학교는 호사카의 방향전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3년 동안 중등교사로 재직한 가와카미 료이치(河上亮一)에 따르면 新청소년들의 소외는 단지 암기학습에 대한 권태 수준이 아니다. 어릴 땐 응석받이로 자라다가 나중에 끊임없이 시험공부에 시달리면서 그들의 성격은 내성적으로 변하고 있다.
가와카미에 따르면 특히 지난 10년 동안 자기와 자기 편한 것만 생각할 뿐 다른 사람과 어울릴 줄 모르는 反사회 세대가 등장했다. 아이들은 학교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낙오되고 있다. 자살과 폭력이 느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90년 이래 각 지역 교육위원회는 중퇴생들을 공립학교로 재편입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착수했다. 한 워크숍은 요리강습처럼 보이지만 실은 기본 사교술을 가르치는 과정이다. 13∼15세 학생들은 식단을 짠 뒤 식품점에서 재료를 구입해 함께 요리를 만든다. 도쿄와 가까운 오미야(大宮)市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중인 미조구치 가즈코(溝口和子)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에게는 구멍가게에 가서 양파 두어 개를 사는 것도 모험이 될 수 있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은 자신감을 되찾는 기회가 되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은 의사소통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슬픈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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