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상을 탐하다, 장영희·정호승·성석제 외, 평단, 2008
책으로 안내하는 따뜻하고 친절한 책
조선 후기 가난한 실학자 이덕무는 책읽기의 이로움을 이렇게 말한다. “첫째, 굶주릴 때 책을 읽으면 소리가 낭랑해서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을 모른다. 둘째,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진정되고 추위를 잊는다. 셋째,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과 마음이 집중되어 천만 근심이 사라진다. 넷째, 기침할 때 책을 읽으면 소리가 목구멍 걸림돌을 시원히 뚫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이 책의 부제는 ‘우리시대 책벌레 29인의 조용하지만 열렬한 책 이야기’이다. 독자는 이 책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 책벌레들의 책과 독서에 관한 아주 특별한 개인적 체험을 보고 읽을 수 있다.
만화가 심승현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공기를 마시는 것과 같이 중요한 일이다.” 독서운동가 허병두(숭문고 교사)는 도서관에 관하여 이렇게 말한다: “도서관은 모든 상상력을 자극하는 거대한 책이다. 도서관에서 우리는 상상하고, 다시 우리는 도서관을 새롭게 만든다... 도서관은 언제나 새로운 창조의 공간이다”(67쪽).
이문재(시인)의 독서법은 독특하다. 그는 책을 바른 자세로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척추를 곧추 세우고 읽은 책이, 또는 그런 자세로 읽고 싶은 책이 과연 몇 권이 있는지가 책 읽기의 핵심입니다. 척추로 읽는 책이 진짜 책입니다.” 하성란(소설가)은 어느 어른에게서 월급의 십일조만큼 책을 사라는 충고를 듣고 실행에 옮긴 적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병률 시인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읽은 책을 또 읽는 사람의 옆모습이다. 최재봉 기자(한겨레신문사)에 따르면, 책을 읽는 이유는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책을 읽는 일은 오래 입은 옷처럼 편안한 지식과 가치를 다시금 냉정하게 돌아보는 일이다.
백원근(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오늘날처럼 정보 과잉의 지식기반 사회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지식 디자인 능력’이다. “책 한 권을 선택하는 과정부터 읽기의 방법, 책과 책 사이 또는 책과 세상의 거리, 책이 말하는 바에 대한 감응과 비판이 자신의 서가와 자기 생각 속에서 새롭게 정의되고 다시 편집되어야 한다. 창의력은 거기서부터 나온다”(188쪽). 그에 따르면 좋은 책이란 새로운 생각과 자극을 주는 것이니, 읽어야 할 책은 늘 우리를 유혹한다. 그 유혹과 연애하는 것이 독서이다. 오늘의 독서는 가까운 미래의 자화상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카프카의 명언은 인상적이다: “책은 내 마음속의 언 바다를 깨는 도끼와도 같다”(프란츠 카프카).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제 가문이 망했으니 네가 참으로 독서할 때를 만났구나.” 이 책은 따뜻한 책, 책으로 안내하는 참 좋은 책이다.
글/ 송광택